당근꽃은 하얗게



  꽃이 피기 앞서 캐야 하는데, 당근 가운데 하나에 꽃이 피었다. 꽃이 피었으면 꽃이 핀 당근은 그대로 두자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조그맣게 몽우리가 지더니 차츰 넓게 펼쳐지면서 조그맣고 하얀 꽃송이가 벌어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사람이 바라보기에 아주 가녀린 줄기에 꽃송이가 잔뜩 달리다니, 참으로 소담스럽네 싶다. 굵고 불그스름하게 뿌리가 굵는 당근은 꽃이 이토록 하얗구나. 2016.8.11.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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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따라온 귀뚜라미



  골짝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아이가 ‘무슨 벌레’가 수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걱정할 일 없다고, 벌레더러 그냥 숲으로 돌아가라 말하면 된다고 이릅니다. 그런데 이 숲벌레는 우리 집까지 따라옵니다. 가파른 멧길을 내려오면서도, 바람을 싱싱 맞으면서도, 씩씩하게 자전거수레를 붙잡고 우리 마당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고 살살 걷다가 톡 뛰어내립니다. 귀뚜라미도 나들이를 다녀 보고 싶었을 테지요. 귀뚜라미도 자전거를 한번 타 보고 싶었을 테지요. 2016.7.29.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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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끝검은표범나비



  우리가 골짜기로 마실을 갈 적에 흔히 보는 나비가 있습니다. 집에서도 흔히 보고요. 그런데 이 나비가 어떤 이름인지 좀처럼 알 수 없었습니다. 네발나비인가? 멋쟁이나비인가? 그러나 아무래도 이도저도 아닌 듯했어요. 집에 더 큰 나비도감을 두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 나비 이름을 또박또박 알려주신 이웃님이 있습니다. ‘암끝검은표범나비 암컷’이라고 해요. 그제서야 이 나비로 살펴보면서 우리가 늘 보는 그 나비가 맞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전라남도 고흥이기에 만날 수 있는 이 예쁘고 멋들어진 나비를 앞으로 볼 적마다 이름을 제대로 불러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2016.7.1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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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콩꼬투리



  장마가 걷히면 우리 집 콩을 거두려 했지만 그때는 너무 늦는다고 깨달았습니다. 며칠 앞서 우리 집 콩을 거두었습니다. 처음 심은 콩씨하고 비슷하게 생긴 콩알을 콩꼬투리를 까면서 얻었습니다. 한창 콩알이 여물 적에는 콩잎하고 똑같이 풀빛인 꼬투리요, 이제 거둘 때가 되면 풀빛이 가신 꼬투리입니다. 콩을 심으니 마땅히 콩이 자라고, 깨를 심으니 마땅히 깨가 자라요. 파를 심은 자리에는 파가 돋고, 옥수수를 심은 자리에는 옥수수가 돋습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며 아이를 낳아 돌보던 먼먼 옛날 사람들은 언제나 이 씨앗을 바라보고 열매를 마주하는 동안 살림으로 삶을 익혔으리라 느낍니다. 내 보금자리에서 내 사랑을 스스로 심어서 배웁니다. 2016.7.5.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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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기름나물꽃 소담스레 벌어지기



  우리 집 뒤꼍에서 갯기름나물꽃이 소담스레 벌어집니다. 해마다 더 퍼지기를 바라지만 아직 널리 퍼지지는 못 합니다. 이듬해에는 더 퍼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듬해에는 뿌리를 더 깊고 넓게 퍼뜨릴 수 있을까요? 여름에 피는 풀꽃에는 풀벌레와 거미가 반가이 찾아들고, 여름에 깨어나는 나비가 즐겁게 내려앉습니다. 꽃은 새봄뿐 아니라 여름에도 피어나고 가을에도 터지니, 벌나비에 풀벌레에 사람에 모두 즐겁게 웃으면서 고마운 바람을 마실 수 있습니다. 2016.7.5.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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