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375 : 일과 사건



모든 걸 바꿔 놓을 만한 사건

→ 모든 걸 바꿔 놓을 만한 일


사건(事件) :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을 받을 만한 뜻밖의 일



  ‘사건’이란 무엇일까요? “침몰 사건”이나 “역사 사건”이라고 하는 자리에서는 이 한자말을 쓸 만하지만 “배가 가라앉은 사건”이나 “역사에 남을 사건”이라고 하는 자리에서는 “배가 가라앉은 일”이나 “역사에 남을 일”처럼 쓸 만합니다. “사건이 터지다”나 “사건을 풀다”나 “사건이 생기다”는 “일이 터지다”나 “일을 풀다”나 “일이 생기다”로 손질해서 쓸 만해요. 한국말사전 뜻풀이에서도 알 수 있는데, ‘사건’은 바로 ‘일’을 가리킵니다. 4348.12.29.불.ㅅㄴㄹ



학교에서 엄청난 일이 생겼어요. 모든 걸 바꿔 놓을 만한 사건이었지요

→ 학교에서 엄청난 일이 생겼어요. 모든 걸 바꿔 놓을 만한 일이었지요

《크레이그 팜랜즈/천미나 옮김-뜨개질하는 소년》(책과콩나무,2015) 18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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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호수화


 인공호수화된 지역 → 인공호수가 된 곳 / 사람이 못으로 판 곳

 보로 인한 강의 호수화 → 둑 때문에 강이 호수로 바뀜

 녹조는 호수화 때문에 생긴다 → 녹조는 물이 고이기 때문에 생긴다

 낙동강의 호수화를 부추기고 있다 → 낙동강이 호수처럼 되도록 부추긴다


  ‘호수화(湖水化)’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없습니다만, 이 한자말을 쓰는 사람이 차츰 늘어납니다. 예전에도 냇물 흐름을 끊거나 막아서 못으로 바꾸는 일이 있었는데,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나라에서 4대강사업이라고 하는 토목건설을 밀어붙였기 때문입니다. 잘 흐르던 냇물이 흐름이 끊기면서 못물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물이 썩거나 망가지기 때문에 ‘호수화’라는 말을 쓰곤 합니다. “호수가 된다”고 하기에 ‘호수화’이니 “호수가 된다”고 하면 되고, “못으로 바뀐다”고 할 수 있습니다. 4348.12.27.해.ㅅㄴㄹ



강이 호수화되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 강이 호수로 바뀐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 냇물이 못으로 바뀐다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 냇물이 못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노인향-자연생태 개념수첩》(자연과생태,2015) 13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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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언급 言及


 언급을 회피하다 → 말을 꺼리다 / 말을 돌리다

 언급을 자제하다 → 말을 아끼다 / 말을 삼가다

 아무런 언급이 없다 → 아무 말이 없다

 강한 생활력을 언급했다 → 생활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미술사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 미술사를 말했다 / 미술사 얘기를 했다


  ‘언급(言及)’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말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 ‘말하다’를 애써 한자로 뒤집어씌운 낱말인 셈입니다. 말을 할 적에는 ‘말하다’라 하면 됩니다. ‘얘기하다·이야기하다’라 해도 됩니다. 흐름을 살펴서 ‘다루다’나 ‘짚다’나 ‘밝히다’라 할 수도 있습니다. 4348.12.27.해.ㅅㄴㄹ



어떤 능력이 나타난다는 식의 언급을 자주 한다

→ 어떤 재주가 나타난다는 말을 자주 한다

→ 어떤 솜씨가 나타난다 같은 말을 자주 한다

《프랑신 페르랑/강현주 옮김-아이의 진실》(한울림,2003) 74쪽


일화 한 토막은 뒤에서 다시 쓰기로 하고 여기선 언급만 해 둔다

→ 이야기 한 토막은 뒤에서 다시 쓰기로 하고 여기선 살짝 밝히기만 해 둔다

→ 이야기 한 토막은 뒤에서 다시 쓰기로 하고 여기선 그냥 지나가겠다

→ 이야기 한 토막은 뒤에서 다시 쓰기로 한다

《정운현-임종국 평전》(시대의창,2006) 150쪽


앞서 언급한 것처럼

→ 앞서 말한 것처럼

→ 앞서 말했듯이

→ 앞서 다룬 대로

→ 앞서 이야기한 대로

《노인향-자연생태 개념수첩》(자연과생태,2015) 51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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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폐쇄적


 폐쇄적 구조 → 닫힌 얼개 / 막힌 얼거리

 폐쇄적 사회 → 닫힌 사회 / 갑갑한 사회

 폐쇄적 환경 → 닫힌 환경 / 꽉 막힌 환경

 폐쇄적인 성격 → 닫힌 성격 / 꽉 막힌 성격


  ‘폐쇄적(閉鎖的)’은 “외부와 통하거나 교류하지 않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외부(外部)’는 ‘바깥’을 가리키고, ‘통(通)하다’는 ‘흐르다’를 가리키며, ‘교류(交流)’는 ‘서로 오가다’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바깥으로 흐르거나 바깥하고 서로 오가지 않는 모습을 ‘폐쇄적·폐쇄’로 나타낸다고 할 텐데, 이를 나타내는 한국말로는 ‘닫히다’하고 ‘막히다’가 있습니다. 때로는 ‘갑갑하다’나 ‘답답하다’로 나타낼 만하고, ‘묶이다’나 ‘매이다’로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4348.12.27.해.ㅅㄴㄹ



그만큼 폐쇄적이고 정적인 생활관습이라고 할까요

→ 그만큼 닫히고 고요한 버릇이라고 할까요

→ 그만큼 막히고 고요한 삶이라고 할까요

《조태일-고여 있는 시 움직이는 시》(전예원,1980) 194쪽


폐쇄적이고 유교의 윤리에 매여 있었던

→ 꽉 막히고 유교 윤리에 매였던

→ 꼭 닫히고 유교 윤리에 매였던

→ 꽁꽁 묶이고 유교 윤리에 매였던

《고도원 외-아버지가 버렸다》(오상사,1983) 41쪽


의외로 폐쇄적인걸

→ 뜻밖에 꽉 막혔는걸

→ 뜻밖에 꽁 하는걸

→ 생각과 달리 막혔는걸

→ 생각 밖으로 좀스러운걸

《시무라 다카코/설은미 옮김-방랑 소년 3》(학산문화사,2007) 133쪽


모두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 건 너무 폐쇄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구나

→ 모두 믿을 수 없다고 여긴다면 너무 닫힌 생각이 아닐까 싶구나

→ 모두 믿을 수 없다고 본다면 너무 막힌 생각이 아닐까 싶구나

《야마시타 카즈미/서현아 옮김-천재 유교수의 생활 29》(학산문화사,2012) 1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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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기리시마의 나무


기리시마의 나무는 다 크고 다 높았다

→ 기리시마는 나무가 다 크고 다 높았다

→ 기리시마에 있는 나무는 다 크고 다 높았다

《손민호-규슈 올레》(중앙북스,2015) 169쪽


  이 자리에서는 ‘-는’이라는 토씨를 붙이거나 ‘-에 있는’이나 ‘-에서 자라는’을 붙여야 알맞습니다. 또는 “기리시마 나무”처럼 쓰면 돼요. 이를테면, 서울에서 자라는 나무라면 “서울 나무”이고, 설악산에 있는 나무라면 “설악산 나무”입니다.


용선생의 설명이 끝나자

→ 용선생이 설명을 끝내자

→ 용선생이 얘기를 끝내자

→ 용선생이 말을 끝내자

《금현진·손정혜·이우일-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사회평론,2012) 135쪽


  ‘-의’만 덜어서 “용선생 설명이 끝나자”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토씨를 ‘-이’로 고쳐도 되고요. ‘설명(說明)’은 ‘얘기’나 ‘이야기’나 ‘말’로 손질합니다.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 몇 번 고비가 있었지만

→ 몇 번씩 고비가 있었지만

→ 몇 번이나 고비가 있었지만

《김은형-끈질긴 삶터 달동네》(한겨레출판,2015) 229쪽


  “몇 번 고비”로 적으면 되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면 “몇 번씩”이나 “몇 번이나”나 “몇 번씩이나”처럼 한 마디씩 더 붙여서 적으면 됩니다.


바다 너머의 나라와 교역을 했을 거라고 해

→ 바다 너머 나라와 교역을 했다고 해

→ 바다 너머에 있는 나라와 교역을 했다고 해

《김영숙-땅에서 찾고 바다에서 건진 우리 역사》(책과함께어린이,2012) 37쪽


  ‘-의’를 안 붙여도 되는 자리에 자꾸 ‘-의’를 붙이는 버릇을 털어야지 싶습니다. 꼭 토씨를 붙이고 싶다면 ‘-에’를 붙인 다음에 “바다 너머에 있는”처럼 써 볼 수 있습니다. 4348.12.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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