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도서관


 큼큼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11.17.)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차가운 바람이 밀려들다가 사라진 자리에 포근한 바람이 흐릅니다. 늦가을이 되고, 첫겨울에 이르면 남녘이 얼마나 폭한 고장인가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유자나무 곁에서뿐 아니라, 유자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도 향긋한 기운이 퍼집니다. 이 기운으로 겨울을 넉넉히 나라는 뜻일 테지요. 책숲 둘레에 건축쓰레기를 쌓은 이들이 길을 살짝 내놓았습니다. 길을 살짝 냈지요. 이뿐입니다. 억새가 춤추는 하얀 빛살을 바라봅니다.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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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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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도서관


 수첩을 접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11.12.)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강원도 원주에서 찾아오실 손님을 헤아리면서 책숲을 치우는데, 여태 어디로 사라졌는지 못 찾던 여러 가지를 갑자기 찾았습니다. 2010년에 인천을 떠나기로 하면서 ‘작은 인천사람으로서 이 고장 발자취와 얽혀 남긴 작은 살림’을 100 가지 간추려서 조촐히 펼친 적 있어요. ‘인천 서민 살림 전시회’였다고 할까요. 1980년대 국민학교 성적표나 건강기록부라든지, 식물채집 방학숙제 표본이라든지, 한일은행 저금통이라든지, 인천 토큰이라든지, 1990년대 첫머리 중·고등학교 가정통신문이라든지, 백일장 알림종이라든지, 어머니하고 신문배달을 하며 쓰던 종이라든지, 자잘한 생활기록입니다. 이런 예전 살림 가운데 1993년에 손으로 적바림해 놓은 ‘헌책방 다녀온 이야기’ 한 토막, 1995년에 대학교에서 ‘헌책방 순례 모임’을 꾸리려고 용을 쓰면서 학과방에 붙였던 알림종이까지, 새록새록 지난걸음이 떠오르는 것을 담은 상자를 열 해 만에 찾아냅니다. 원주 이웃님은 전남 광주에서 하룻밤 볼일을 보시고서 해질녘에 고흥에 닿았습니다. 책숲 옆마당에 더미로 쌓인 건축쓰레기에다가, 길을 움푹 파 놓아 드나들기 어렵게 해 놓은 모습을 함께 보시며, 고흥군청이 이곳에 하는 일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녁에는 아이들하고 나란히 고흥읍으로 나갑니다. 저녁자리를 조촐히 누리면서 사근사근 이야기꽃을 폅니다. 작은아이는 원주 이웃님 모습을 그림으로 살뜰히 담아 주었어요. 이제 작은아이는 “난 사람을 못 그려.” 같은 말을 안 합니다. 작은아이는 저한테 반가운 이웃을 만나면 슥슥 ‘얼굴그림’을 멋들어지게 그려 주어요. 큰아이는 멧자락이 밤마다 눈을 뜨면서 사람을 지켜본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들이 도란도란 들려주고 들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북돋우니 더없이 즐거워, 오늘은 수첩을 접습니다. 말모으기 수첩도, 생각모으기 수첩도, 옆에 고이 두면서 별빛을 바라보는 저녁이 흘렀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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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도서관


 책 못 팔고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11.13.)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도화초등학교에서 일하다가 풍남초등학교로 옮겨서 교감이 된 샘님이 젊은 샘님하고 책숲에 찾아오셨습니다. 고흥 풍남초등학교는 온 학년이 스물세 어린이요, 스물세 어린이가 저마다 탈 수 있는 자전거를 하나씩 마련했고, 학교에 피아노도 여덟을 갖추었답니다. 스물세 어린이가 저마다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예전에 여러 대안학교에서 했던 자전거 수업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이 ‘자전거 타기’뿐 아니라 ‘자전거 손질’도 배우고, 매무새나 도로교통법이나 여러 가지도 찬찬히 배우면 좋겠다고, 세 시간쯤 틈을 낼 수 있으면 이런 여러 가지를 기꺼이 아이들한테 들려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풍남초 샘님이 썩 반가이 듣는 눈치가 아니어서 왜 그런가 했더니, ‘우리 집 학교’를 다니는 큰아이를 풍남초 학생으로 데려가고 싶었기 때문이었군요. 아, 그런 뜻으로 찾아오셨군요. 어쩐지. 《우리말 동시 사전》도, 이런저런 어린이 우리말 이야기책도 눈여겨보지 않으시기에 살짝 아리송했는데, 그런 마음이셨군요. 제가 쓴 책을 팔아서 책숲 살림을 잇는 터라 언제나 즐겁고 신나게 책을 팔려 하지만, 오늘은 한 자락도 못 팔고, 그저 선물로 책 한 자락을 드렸습니다.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일까요? 밑지는 장사였건 아니었건, 풍남초 그곳 아이들이 모처럼 자전거를 따로따로 누릴 수 있다고 하니, 부디 그 아이들이 ‘자전거를 누리는 제대로 된 즐거운 지식’을 배워서 두고두고 마음에 품을 수 있기를 빌 뿐입니다. 샘님 두 분이 먼저 가시고서 작은아이하고 책숲에서 나오려는데, 책숲 옆마당에 또 새로운 건축쓰레기를 들이붓습니다. 멀거니 이 모습을 바라보자니, 짐차를 부리는 일꾼이 내려서 고개를 꿉벅 하더니 “미안합니다. 곧 길을 다시 낼게요.” 하고 말합니다. 이 말만 몇 판째 듣는지 모르겠습니다. 아까 풍남초 샘님은 “여기 교육청 재산이라 저렇게 함부로 부리면 불법일 텐데요?” 하는 말은 하던데, 이런 말은 하면서 막상 교육청에 대고 스스로 따지거나 바로잡도록 나서 주지는 않았습니다. 이튿날에는 ‘건축쓰레기 사이로 걸어서 지나갈 길’이 다시 날는지 두고볼 노릇입니다. 건축쓰레기가 쌓인 지 석 달이 넘어섭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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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말 44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11.2.)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목요일에 읍내를 다녀오면서 책숲 알림종이 〈삶말〉 44을 뜹니다. 금요일 낮에 우리 책숲에서 작은아이하고 둘이서 알림종이를 신나게 담습니다. 우체국 마감때를 맞추느라 스물여섯 자락을 마무리해서 자전거로 달렸습니다. 낮 다섯 시가 넘어서 가져갔으니 월요일에 비로소 보내겠지요. 월요일에 우체국에 가도 되지만 굳이 저녁자전거를 달렸습니다. 책숲 옆마당에 두 달 넘게 부려진 쓰레기 한켠에 조그맣게 길이 났습니다. 시늉 같아도 이 시늉 같은 길을 내주는군요. 작은아이는 오르내리막길이라며 재미있게 달려서 넘어갑니다. 아이 마음이 엄청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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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도서관 이야기


 부안 전주 샘님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11.2.)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토요일 낮나절에 책숲에 두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처음에는 책숲이 아닌 저희 살림집으로 찾아오셨어요. 책숲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채 그저 ‘숲노래(최종규)’ 이름만 챙겨서 달려오셨대요. 한 분은 부안에서, 한 분은 전주에서, 이렇게 두 분이 오셨는데, 두 분 모두 ‘샘님(교사)’으로 일하신다고 해요. 《우리말 동시 사전》을 만나면서 동시쓰기하고 글쓰기를 놓고서 즐거이 실마리를 듣고 싶어서 걸음한 두 분 발자국에는 틀림없이 즐거운 빛줄기가 드리웠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느 날에는 배움터에서 샘님이란 이름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실 텐데, 이날은 이렇게 스스럼없이 새로 배우는 걸음을 하셨거든요. 우리는 배울 수 있기에 가르치지 않을까요? 우리는 가르치기에 새로 배워야지 하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여러 이웃님이 저희 책숲까지 마실을 하는 일이 매우 반갑다고 느껴요. 때로는 저희를 이웃님이 계신 삶터로 살그마니 불러서 한결 느긋하게 이야기밭을 일구어도 재미날 테고요. 저는 제가 삶을 지어 살림을 노래하는 자리에서는 늘 ‘우리 집 꽃하고 나무하고 풀하고 풀벌레하고 새하고 바람하고 별빛하고 구름하고 빗물하고 이슬하고 ……’ 이런 동무하고 도란도란 속삭여요. 제가 쓰는 모든 글은 바로 이 동무하고 나눈 말이랍니다. 저희를 이웃님 계신 자리에 불러서 제가 나들이를 갈 적에는 이웃님을 그리면서 새롭게 동시를 한 자락 쓰고, 모처럼 느긋하게 버스나 기차에서 책을 읽으며 이웃님 둘레 마을살이를 돌아보면서 새삼스레 배웁니다. 다같이 배울 수 있기에 이 별이 아름다울 테고, 배운 살림을 한결 넉넉히 나누면서 누리기에 이 별에 사랑이라는 꽃이 핀다고 여깁니다. 올 11월하고 12월에는 어느 이웃님을 만날는지, 또 제가 어디로 찾아갈는지, 하나하나 그려 봅니다. 모두 홀가분한 발걸음 되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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