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아저씨 말 3

 
 “헌책방 장사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정년퇴직 걱정 없이 내가 죽는 날까지 평생 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이야. 그래서 난 죽을 때까지 여기서 헌책방 장사를 할 거야.”


 충북 청주에 있는 헌책방 〈보문서점〉 아저씨, 아니 이제는 할아버지. 당신 또래 동무들은 모두 딸아들한테 눈치보며 용돈 타서 쓰지만, 당신은 헌책 팔아 손주 과자도 사 주고 용돈도 쥐어 줄 수 있으니, 남은 삶도 즐거우시리라 믿습니다. (4340.1.4.나무.ㅎㄲㅅㄱ)

 

헌책방 아저씨 말 4


 “네? 무슨 책이요? 아, 그런 책은 지금 없는 것 같네요. (전화 끊음. 그리고 저를 보면서) 요즘은 다 이렇게 전화로만 물어 봐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가 오는데, 전화만 하지 말고 이런 데 한 번 와서 죽 돌아보면 좋으련만. 태영이가 그러잖아. 전화상으로만 묻는 손님들은 우리들하고 무관하니까 물어 봐도 그냥 책 없다고 그러라고. 하하하.” - 서울 홍제동 〈대양서점〉 1매장 아저씨

 
 ‘헌책’을 찾는 사람이 줄기는 줄었지만, 찾는 사람이 줄었다기보다 ‘손수 찾아다니는’ 사람이 줄었다고 느낍니다. 인터넷 헌책방이 늘어나고 인터넷으로 책 사고파는 일이 늘어나는 숫자를 보면, 이 숫자가 예전에는 손수 헌책방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던 숫자와 비슷하거든요.

 느긋하게 살피고 둘러보면서 책 하나 고르지 못한다면, 자기가 사들인 책을 느긋하게 헤아리면서 읽을 수 없지 싶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찾아들고 집어든 책 하나가 아니라면, 책에 담긴 줄거리조차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깊은 알맹이는 더더구나 맛을 못 보지 싶습니다. 기꺼이 다리품을 팔지 않을 때에는 헌책방마다 다 다르게 간직한 모습을 볼 수 없을 테고요. (4340.1.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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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답장―글 잘 쓰는 비결이란?

 

- 받은편지 (북데일리 김ㅇㅇ 기자 2007.1.10.)

 글 잘 쓰는 비결을 알려 주세요.
 최종규 씨 글을 읽으면, 먹지 못하게 뜨거운 숭늉이 알맞게 식어 따뜻하고 찰지게 넘어 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완곡하지만 그 안에 담을 이야기들은 명확히 담는 솜씨도 부럽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글은 쓰면 쓸수록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날씨 추운데 자전거 타시면서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또 연락드릴께요.

 

- 편지 읽고 보낸 편지 (최종규 2007.1.11.)

 아고, 제가 글을 잘 쓴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다만, 예전에 쓰던 글과 견주면 한결 나아지기는 나아졌어요. 그렇지만 아직 한참 멀었는걸요. 저는 글 고치기를 참 많이 합니다. 한 번 쓴 글이 그대로 남아나는 일이란 아주 드뭅니다. 거의 없다고 보아야지요. 적어도 스무 번은 고쳐서 다시 씁니다. 어느 만큼 마음에 들어서 싸이월드 〈함께살기〉 모임 게시판에 올리는 글은 30번∼50번쯤 손본 글입니다. 인터넷매체나 사외보 같은 곳에서 청탁이 들어와서 쓰는 글은 100번쯤은 다시 쓰고요. 가장 품이 많이 드는 글은 헌책방 나들이 글인데, 짧으면 하루가 걸리고, 길면 두어 달, 또는 반 해가 걸리기도 합니다. 다녀온 지 한참 지나면 느낌이 사그라들기도 하지만, 그때 그 자리 느낌을 그동안 써 온 글과 다르게 풀어낼 때까지 속에서 우러나오는 무엇이 없다면, 조금씩 써서 살을 붙이면서, 마무리가 될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든요. 충북 청주에 있는 헌책방 〈보문서점〉 이야기는 여섯 달 묵힌 글입니다. ^^;;;

 저는 소설가 최명희 님이 글쓴 몸가짐하고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1번에 마무리되는 글이란 없고, 100번이고 1000번이고 다시 써서 마무리를 짓지만,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어도 자기 목숨이 다할 때까지는 마무리가 되었다고 할 수 없는 글을 쓰기’라 하겠습니다.

 아무튼∼ 잘 읽어 주시니, 제가 고맙습니다. 칼럼 자리를 채우는 사람으로서, 어느 만큼 자리를 지킬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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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승달


 저녁을 먹은 뒤 쉬하러 앞밭에 나갔습니다. 앞밭이라고 하지만 제가 사는 집 앞에 있는 밭이지 제가 가꾸는 밭은 아닙니다. 다른 분이 가꾸는 밭입니다. 저는 하루에 한 번쯤, 밭두렁이든 산기슭이든 논두렁이든 자리를 옮겨 가며 한 번씩 쉬를 합니다. 한 자리에서 자꾸자꾸 쉬를 보면 안 좋겠지만, 어쩌다가 한 번 누면 괜찮겠지요.

 부지런히 글을 쓰고 사진을 긁다가 등짝이 너무 아파서 불을 끄고 자리에 드러눕습니다. 스캐너가 돌돌돌 굴러가는 소리, 잠깐 켜 놓은 노래테이프 소리. 드러누운 채 내다 보이는 초승달. 아, 그렇구나, 아까 쉬하러 나갈 때에도 초승달을 보았지. 내일부터 다시 추워진다는데, 이렇게 그믐으로 다가갈수록 날이 추워지는가? 이제 내일이나 모레쯤 다시 헌책방 나들이를 하러 서울에 갈 참인데, 꼭 시골집을 비울 때만 날이 추워지네. 그러면 시골집 물이 다시 얼어붙을 수 있는데, 참, 안 맞네.

 깊은 밤, 둘레에는 아무 불빛이 없고, 제가 깃들인 자그마한 집 작은 방 작은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과 이웃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만이 있습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초승달빛도 밝습니다. 참 밝아서 시골길이 훤히 보입니다. 별자리를 읽어내지는 못하지만 이런저런 별자리가 하늘에 새겨져 있는 듯합니다. 마침 저 멀리까지도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고요한 밤이군요. 거룩한 밤이군요. 새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조용한 밤이군요.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켭니다. 멈춘 스캐너에 필름을 다시 얹고 돌립니다. 열린 창문으로 밤바람이 솔솔 들어옵니다. 책으로만 가득한 이 조그마한 방에 꾸역꾸역 머물러 있을 책먼지도 열린 창문으로 빠져나갈까요. 싱그러운 바깥바람이 이 자그마한 방으로도 스며들까요. 어느덧 동지를 지났으니, 이제부터 하루하루 밤은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겠네요.

 동지만 지나면 겨울이 다 갔다고 생각합니다. 날 춥기는 그대로이거나 더 추워지기도 하지만, 밤이 짧아지니까요. 낮이 길어지니까요. 또다시 새해가 밝아오네요. 밤이 길어지고 낮이 짧아질수록 어서어서 한 해 갈무리를 해야겠다고 바지런을 떨게 되는데, 다시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질 때면, 다가오는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바뀝니다. 요사이 내린 눈은 이제 다 녹았습니다. (4339.12.26.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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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민의신문을 보다가... 참 어이없는 일이 또 일어났구나 싶어서 이런 글도 쓰게 되었습니다. 부디... 사람들이 정신 좀 차리며 살기를.)

돈을 조금만 멀리하면 되는데

 
 돈이 없다고 못살거나 죽을 일이란 없습니다. 돈이 있어도 돈과 바꿀 먹을거리와 입을거리와 잘곳이 없으면 못살고 죽겠지요. 돈이 많고 적고가 아니라 ‘돈하고 바꾸어서 쓸 무엇인가’가 얼마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같은 돈을 갖고도 서울에서 살 때와 시골에서 살 때, 같은 도시라 해도 인천과 대전과 광주와 부산에서 살 때가 다 다릅니다.

  우리는 한 달에 쌀을 얼마쯤 먹을까요. 다른 먹을거리는 얼마쯤 있으면 넉넉할까요. 우리한테 있어야 하는 옷은 몇 벌일까요. 우리가 깃들 집은 몇 평쯤 되면 알맞을까요. 우리는 하루하루 사는 동안 무엇을 얼마나 쓰는가요.

 대학교를 마친 사람과 전문대를 마친 사람과 고등학교만 마친 사람, 또는 학교를 안 다닌 사람들이 회사에 들어가서 받는 일삯은 아직도 적잖이 벌어집니다. 요즘은 얼마쯤이 평균치인지 모르겠는데, 얼추 한 달에 170만 원을 못 벌면 ‘가난한 축’에 든다고도 합디다. 책마을은 이 나라 ‘문화지식’ 계층 가운데 가장 돈을 적게 버는 사람들인데, 이들만 해도 대학교 마치고 일터를 잡아서 받는 첫 달삯이나 한 해 지난 뒤 받는 달삯이 170만 원은 넘지 싶어요. 저는 2003년에 책마을을 떠날 때 받은 달삯이 180만 원이 좀 못 되었는데(5년 경력자로서).

  그러고 보니 요새는 웬만한 어느 일터를 찾는다고 할 때, 한 달에 200∼300만 원은 바라겠구나 싶어요. 이런 일삯은 큰기업뿐 아니라 작은기업에서도 비슷할 테지요. 신문사나 방송사는 어떨까요? 〈한국일보〉는 사장인지 회장인지가 몹쓸 짓을 하면서 돈을 왕창 울궈먹고 직원들한테 일삯도 안 준다고 하며,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는 다른 신문과 견주어 적은 일삯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적다’는 숫자가 얼마쯤일 때 적을까요? ‘많다’고 하면 얼마쯤일 때 많을까요?

  제가 보기로는 조금도 ‘진보’나 ‘민주’나 ‘개혁’하고는 가깝지 않다고 느끼는 〈한겨레〉와 〈오마이뉴스〉입니다만, 이 나라 적잖은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매체를 ‘진보-민주-개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뭐, 이 두 가지 매체는 그냥 언론매체일 뿐이지, 진보나 민주나 개혁을 앞에 내걸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느끼요. 왜냐하면, 두 가지 매체가 직원들 일삯을 주고 회사를 꾸려나가는 데에 들어가는 돈을 재벌회사, 정부한테 받는 광고삯으로 많이 채우니까요. 핵폐기물처리장 문제를 아무리 기사로 떠들면 뭐합니까. 한국수력원자력 광고를 잘만 싣는데. 삼성재벌을 아무리 기사로 비판하면 뭐합니까. 삼성광고 떨어지면 신문사 문닫을 텐데. 케이티엑스 비정규직 문제를 기사로 한두 번 써 보아야 뭐합니까. 허구헌날 케이티엑스 비싼 광고 잘만 싣는걸요. 양담배 광고만큼은 싣지 말아야 한다는 독자들 비판을 한 마디로 뚝 자른 채, 외려 더 큼지막하게 싣는 〈한겨레21〉을 보셔요. 우리 세상을 좀더 올바른 쪽으로, 나은 쪽으로, 아름다운 쪽으로 가꾸도록 힘을 모으려 한다면, 또 우리들 모두가 올바름과 깨끗함과 아름다움을 깨닫고 느끼면서 저마다 자기가 선 자리에서 힘껏 일어나서 부대끼고 애써 일하도록 이끌려 한다면, 돈 앞에서 무릎 꿇는 일이란 없어야 합니다. 신문을 돈 주고 사서 읽는 독자들이 있다면, 누구보다 독자들 눈과 목소리가 무서운 줄 알아야 합니다. 독자들이 내는 신문값보다 재벌이 던져 주는 뭉칫돈이 더 크기 때문에 이렇게 돈바라기로 나아갈까요.

  뭐, 돈에 팔린 언론매체를 미워할 마음 없습니다. 싫어할 마음 없습니다. 다만, 딱합니다. 불쌍합니다. 가엾군요. 슬픕니다. 안타깝네요. 안쓰러워요. 어쩌다 저리 되었을까요. 그저 혀를 끌끌 찰 뿐입니다. (4339.12.15.쇠.ㅎㄲㅅㄱ)

 

http://www.ngotimes.net/news_read.aspx?ano=42025

한겨레, 돈 되면 뭐든지 한다?
FTA홍보책자 배포, 입시설명회 개최 등 구설수
언론노조 “한겨레 브랜드 이미지 좀 먹는 일”
2006/12/15
김고종호 기자 kkjh@ngotimes.net

한겨레가 최근 정부의 한미FTA 협상 홍보책자를 자사 신문에 끼워 배포해 파문이 이는 등 언론 매체의 이익 창출 행위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가 제작하여 한겨레를 통해 배포된 한미FTA 홍보책자.
FTA체결지원위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가 제작하여 한겨레를 통해 배포된 한미FTA 홍보책자.

한겨레는 지난 8~9일에 걸쳐 ‘더 넓은 시장 더 높은 미래를 위한 항해가 시작됩니다’라는 제목의 B5 크기 8쪽 분량의 홍보책자를 자사 신문에 끼워 독자들에게 배포했다. 이 책자는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위원장 한덕수ㆍ이하 체결위)가 제작한 것이었다.

이를 보도한 <미디어오늘> 12일자 기사에 따르면 체결위는 모두 20만 부를 한겨레에 제공했으며 배포비로 약 1500만∼2000만 원 가량을 한겨레에 지불했다고 밝혔다. 이 돈은 국민의 세금이 집행된 것이다.

2천만 원에 FTA홍보지를 자임?

그동안 신문사의 지국이나 판매국의 자체 판단 아래 아파트 분양 광고나 백화점 광고지 등이 일부 신문에 삽지되어 배포된 적은 있으나 정부 홍보물이 이런 방식으로 배포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는 13일 성명을 통해 “금도를 넘은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언론노조는 “신문 배달망이 정부의 한미FTA 홍보망으로 이용됐다는 게 본질”이라며 “단순한 해명으로는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고 한겨레의 사과문 게재를 촉구했다.

‘한미FTA저지 시청각ㆍ미디어분야 공동대책위원회’도 14일 성명에서 “독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한미FTA의 장밋빛 홍보책자를 배포하고 돈을 챙긴 한겨레신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한겨레가 스스로 독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의 신문 배달망을 이용한 한미FTA 홍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체결위 관계자는 “이후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집행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도 “이제 갓 걸음마를 떼고 있는 신문유통원을 통해 한미FTA 홍보물을 배포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TV, 라디오, 신문, 전광판 등 온갖 매체를 통해 한미FTA를 홍보하고 나서면서 언론계 내부에서도 광고 게재를 두고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각 언론들은 국민의 혈세를 광고비로 쓰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기사로 비판하면서도 정작 그 광고를 게재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현재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많은 인터넷매체들도 한미FTA 홍보 배너 광고를 눈에 거슬릴 정도로 비중 있게 배치하고 있는 형편이다.

기사 논조에 배치되는 광고,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 것일까?
오마이뉴스
기사 논조에 배치되는 광고,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 것일까?


논술 광풍에 편승한 입시설명회도

한국언론재단이 펴내는 <신문과방송> 11월호는 ‘교육보도, 교육장사’라는 제목의 집중점검 기획을 통해 경향, 동아,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등 여섯 개 일간지에서 별지로 교육섹션을 발행하고 있으며, 이는 입시를 위한 학습 정보 전달이 주목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섹션의 콘텐츠 생산에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사교육 종사자들이었다.

해당 섹션의 기사들 말미에는 제공자 표시의 명목으로 사설학원들의 로고가 들어가고 있어 간접광고 의심을 받고 있다. 또한 이 섹션에는 사설 입시학원ㆍ교재 업체들의 광고가 집중적으로 게재된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논술 교재’를 필요로 하는 수험생 학부모들을 독자로 유인할 수 있고, 광고도 유치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특히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안이 발표된 이후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논술 광풍으로 인해 언론들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사실 이 ‘논술 광풍’도 언론 보도가 학생ㆍ학부모들의 초조함을 유발해 나온 현상이다. 최근에는 인터넷매체들도 비슷한 콘텐츠를 강화하는 추세다. 프레시안의 경우 ‘2007 대학특집’ 코너를 통해 사설 입시학원과 손잡고 논술대비전략 등 입시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홍세화 한겨레 시민편집인이 강연했던 논술설명회 광고.
한겨레
홍세화 한겨레 시민편집인이 강연했던 논술설명회 광고.

안경숙 미디어오늘 기자는 <신문과방송> 기획을 통해 “신문사가 논술 사업에 발을 들여놓으면 기존의 교육 시스템을 모두 인정한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교육 시장의 이상 열기를 부추기는 행위이기도 하다는 안팎의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단체 ‘학벌없는사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한 네티즌이 ‘한주이’라는 이름으로 “홍세화 학벌없는사회 공동대표가 논술설명회에서 강연하여 결국 아이들을 고통으로 내몰고 있는 논술 광풍에 한 역할을 했던 부분에 대해 학벌없는사회 측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과 해명을 요구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학벌없는사회 공동대표이면서 한겨레 시민편집인을 맡고 있는 홍세화 씨는 지난 10월 광주, 부산, 대구, 대전, 서울에서 보름에 걸쳐 개최된 ‘한겨레와 초암이 함께 하는 2008학년도 대입&논술 성공 전략 설명회’에 참석하여 ‘논술과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바 있다. 이 자리에는 사설 입시학원의 강사들도 참석해 특강을 진행했다. 언론사가 전국을 돌며 입시전략 설명회를 개최한 셈이다.

대기업 간접광고 시비, 한겨레의 앞날은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은 <시민의신문> 11일자(679호) ‘기사와 광고의 함수관계’라는 칼럼을 통해 한겨레의 대기업 기사 노출 정도가 광고 크기에 정비례하고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한겨레가 기사에서의 간접광고를 통해 대기업 광고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편집국과 판매국ㆍ광고국의 업무는 분리되어 진행된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된 여러 가지 문제들은 편집국이 추구하는 편집방침ㆍ논조와는 무관하다고 볼 수도 있다. 기업의 특성상 수익을 올려 적자가 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독자들이 조중동도 아닌 한겨레를 구독하는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서 고려하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김고종호 기자 http://kkjh.siminlog.com 

2006년 12월 15일 오후 17시 1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

 

http://www.ngotimes.net/news_read.aspx?ano=41947

 

아연실색할 기사와 광고의 함수관계
3류 정치소설의 통속적 추리 공식에 ‘염화미소’
2006/12/12
이재영 기자

12월 4일자 '한겨레 신문>'.
한겨레 
12월 4일자 '한겨레 신문'.

지난 4일자 <한겨레>는 참 재밌다. 1면 하단에는 ‘포항공과대학 20년, 포스코와 함께 세계 과학의 중심에 서겠습니다’라는 통광고가 실렸다. 그리고 그 위에는 대기업 전문기자가 쓴 ‘포스코 모든 협력업체 4조3교대 근무 추진’이라는 사이드톱 기사가 실렸고, 17면에는 ‘포스코-협력업체 상생모델 도입’이 한 면 전체를 차지했다. 뭐, 이런 우연이 겹칠 수도 있다. 그런데 조금 더 살펴보니, 30면에 논설위원이 쓴 ‘포스텍과 김호길 박사’가 또 있다.

“미국이 탐내는 과학자였지만… 고국으로 돌아가 이공계 명문대학을 지방에 세우겠다는 결심… 박태준… 포항공대… 아시아 최고 수준의 이공계 연구중심대학… 4세대 가속기 구상… 대통령은 지원을 약속했지만, 예산이 제대로 배정되지 않고 있다.” 우연이 참 많이 반복된다.

같은 광고를 실은 같은 날짜의 경향신문에는 포스코 관련 기사가 없고, 조선일보에는 한 개가 있다. 요즘 포스코 홍보실은 기자에게 미팅을 주선할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고 한다.

몇 년 전 민주노동당은 홍보 대상 계층 조사, 매체 특성 조사 등을 거쳐 ㄱ신문, ㅈ신문에 광고를 냈다. 며칠 후 두 개의 뉴스가 전해져 왔는데, 그 하나는 <한겨레>가 민주노동당원인 직원들을 징계위에 회부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경로를 통해 전해진 또 하나의 뉴스는 그 징계위에 광고영업 책임자가 참가한다는 것이었다.

너무 눈에 띄는데…

민주노동당이 한 행동과 <한겨레>가 한 행동, 두 개의 사실을 조합해보니 징그러운 ‘염화미소’가 그려졌다. 그 다음이 궁금하거든, 3류 정치소설의 통속적 추리 공식을 따라가 보라.

요즘 <한겨레>는 ‘기업 사회공헌’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에 16개 면을 쓴 11월 30일자 한겨레에는 평소보다 세 배나 많은 21개의 대기업 광고가 실렸다. 그리고 기사와 광고가 아주 균형감 있고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1면 하단 통광고를 낸 농협은 ‘농협, 농민에 10년째 무료법률지원’ 기사를 받았고, 2면에 50cm짜리 세로 광고를 낸 SK는 네 개의 기사를 받았다.

전면광고를 낸 KT와 삼성물산은 ‘통신사 건설사 등 주특기 살려 맞춤형 봉사’라는 특화된 기사를 얻었고, 마찬가지로 전면광고를 낸 포스코는 특화 기사 대신 다섯 개의 기사에서 언급됐다. 전면광고를 낸 대한생명과 LG전자, 현대모비스도 비슷하게 다루어졌다.

<한겨레>에 실린 광고 크기와 기사 노출 정도는 정확하게 비례한다. 조금 작은 광고를 낸 남양유업, 국민은행, KT&G, GS홈쇼핑, 우리홈쇼핑, 현대산업개발은 기사 안에서 한 차례씩만 인용됐다. 가장 뒷면에 전면광고를 낸 삼성은, 역시 가장 많은 12개의 사회공헌 기사와 ‘장애인 맞춤훈련으로 새삶 찾은 김장중씨’라는 미담성 기사를 얻었다.

광고부터였는지 기사부터였는지 또는 기업에서 청탁이 들어온 것인지 신문에서 말을 넣은 것인지는 별로 알고 싶지 않다. 영리기업인 <한겨레>가, 재테크 기사 옆에 부동산 분양 광고를 내는 조중동식 경영에서 과히 멀리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재테크’든 ‘사회공헌’이든, 대학교수나 시민운동가의 말씀을 덧붙이든 말든, 광고 이외의 지면은 그저 ‘기사’라고 믿는 상식으로 신문을 보고 싶다.

기사를 기사로 볼 날 오길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간접광고는 한국방송의 고질병 중 하나다. 오죽했으면 최근 방송심의위원들이 모여 간접광고 ‘퇴치’를 결의했을까? 간접광고란 방송의 일반프로그램 안에서 특정인이나 업체, 상품, 사실 등에 대해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말이 간접광고지 프로그램 속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스타들이 특정 상호를 이야기하거나 의상을 착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직접광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사는 안정적으로 광고주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고 광고주는 공짜로 홍보를 할 수 있으며, 연예인은 짭짤한 부수입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피해자는 간접광고로 ‘오염’된 프로그램을 봐야 하는 시청자일 수밖에 없다.”(간접광고에 오염된 프로그램, 한겨레, 2000년 11월 15일)

이재영
criticme@redian.org

레디앙 기획위원
진보정치연합의 마지막 상근자였고, 민주노동당의 첫 상근자였다.
1980년대에는 수도권과 영남권의 공장에 다니며 노동조합 만드는 일을 했고,
민중당에서 정책 일을 시작한 이래 15년 동안 정책전문가로 민주노동당 정책국장을 역임하였다.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

2006년 12월 12일 오후 15시 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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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빨래


 누구는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아무개는 아침 일찍 책을 읽는다는데, 나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빨래를 한다. 예전에도 아침에 일어나서 빨래를 했지만, 요새 하는 빨래는 예전과 다르다. 간밤에 보일러가 돌아가며 덥혀진 물로 하는 빨래이다.

 이제 곧 낮이 되는데, 지금 내가 일하는 방은 온도가 14도. 요즈음 한낮에는 15도를 넘기기 힘들다. 겨울이니까. 밤에는 11도까지 내려가는데, 11도 밑으로 내려가면 보일러가 돌아가도록 맞춰 놓았기에 이보다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밤에 한두 차례 보일러가 돌아가고, 이렇게 돌아가는 동안 많지는 않아도 더운 물이 조금 생긴다. 이 덥혀진 물이 아깝기에 아침에 빨래를 한다.

 덥혀진 물이라지만 그렇게까지 따뜻하지는 않다. 하지만 찬물과 견주면 얼마나 호강인가. 내가 찬물 빨래에서 더운물 빨래로 돌아선 지는 얼마 안 된다. 굳이 더운물을 쓰고프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 더운물을 쓸 수 없이 살았으니까. 더운물 없는 곳에서 살았으니까. 그러고 보니, 2003년 봄까지 살았던 집은 밤에 0도 안팎까지 온도가 떨어져서 이불을 두 겹으로 뒤집어쓰고 누워도 코에서 김이 나오는 곳이었다. 이 집에서는 겨울만 되면 물이 얼어붙어서 더운물 빨래고 찬물 빨래고, 아예 빨래를 못하며 지내기도 했다.

 내일도 아침에 빨래를 하겠지. 겨울이니까. 겨울에는 밤에 보일러가 돌아가고, 보일러 돌아가며 조금 얻은 덥혀진 물을 그냥 버리기에 아까우니까. 물이 조금 넉넉하다면 머리도 감고, 머리 감을 만큼이 안 되면 머리는 그냥 찬물로 감지, 뭐. (4339.12.2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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