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웍’을 장만하려고 보니



  스텐으로 된 웍을 하나 장만하려고 살피는데, ‘통3중’이든 ‘통5중’이든 스텐하고 스텐 사이에 알루미늄을 넣는다고 합니다. 알루미늄이 없는 웍은 없을까요? 알루미늄이 없이 오직 스텐으로만 세 겹이나 다섯 겹은 못 할까요? 알루미늄을 세 겹 넣는 ‘통5중’ 말고 ‘오직 알루미늄으로만 세 겹이나 다섯 겹’으로 하면 훨씬 나을 텐데, 이런 웍을 찾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제품설명에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웍도 많고요. 앞뒤만 스텐이라면 된다고 여기는 셈인지, 이 대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부엌살림을 어떻게 장만할는지, 여러모로 만만하지 않습니다. 2017.3.1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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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대구 순천



  3월 4일 새벽바람으로 고흥을 나서서 순천을 거쳐 포항으로 갔습니다. 사진틀 석 점을 포항 ‘달팽이책방’에 가져다주었습니다. 사진틀을 벽에 걸고서 책방지기님하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쁜 책을 살펴보다가 여러 권을 장만합니다. 이러고서 택시를 타고 포항 버스역으로 가서 대구로 달리는 시외버스를 탑니다. 토요일 저녁에 대구 시내에 자동차가 꽤 많습니다. 자동차가 적은 고흥에서 살다가 대구라는 고장에 오니 새삼스레 자동차 물결로 놀랍니다. 대구 버스역에서 택시를 타고 ‘서재를 탐하다’라는 마을책방으로 갑니다. ‘달팽이책방’에 들렀을 적에도 참 이쁜 마을책방이 마을을 밝히네 하고 느꼈는데, ‘서재를 탐하다’에 닿으면서도 참 이쁜 마을책방 한 곳이 마을을 환하게 밝히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참말로 이 작은 마을책방이 작은 마을이 얼마나 아기자기하면서 재미난가 하는 대목을 잘 밝히지 싶어요. 우리한테는 더 큰 책방이나 더 큰 마을이 아니라, 더 작은 책방에 더 작은 마을이면 넉넉한 줄 잘 알려주어요. 저녁 여섯 시 반부터 ‘서재를 탐하다’에서 이야기꽃을 피웠고, 이튿날 새벽 네 시 삼십오 분까지 이야기꽃이 지지 않았습니다. 때가 퍽 늦어 여관에 들기에 어정쩡하니, 피시방에서 한숨을 돌리고서 아침 여덟 시에 대구 서부버스역에서 순천 가는 버스를 탔어요. 신나게 자면서 순천으로 달리는데 문득 버스가 한동안 안 움직이네 하고 느껴서 눈을 뜨니, 어라 어느 버스역에 닿았군요. 순천에 왔구나, 얼른 안 내리면 자칫 여수까지 가겠네, 하고 부랴부랴 내리는데, 버스역 모습이 어쩐지 낯섭니다. 아, 광양이네. 순천이 아니네. 버스가 떠나기 앞서 다시 버스에 오르고는, 순천 버스역에 닿을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버팁니다. 하하. 순천 버스역에 내려 낯을 씻고는 바로 고흥으로 들어가는 시외버스를 탔고, 십 분쯤 눈을 붙이고 일어나서 즐겁게 책 한 권 읽으면서 고흥에 닿았어요. 곁님이랑 두 아이를 그리며 먹을거리를 좀 장만해서 택시를 타고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씻고 밥 한 끼 먹고 세 시간쯤 즐거이 꿈나라를 누볐어요. 2017.3.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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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깨우는 한 마디

 

  밤 한 시부터 일어나서 움직입니다. 이제 아침 열 시이니 꽤 오래 깬 채 움직이는 셈입니다. 새벽 다섯 시 반에 머리를 감았고, 여섯 시에 가방을 꾸렸으며, 여섯 시 오십 분에 서재도서관으로 책상자를 하나 갖다 놓은 뒤 일곱 시부터 마을 어귀로 나와서 군내버스를 기다렸어요. 일곱 시 십사 분에 군내버스에 올랐고, 일곱 시 삼십오 분에 순천 가는 시외버스를 탔지요. 순천버스역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기다리다가 아홉 시 오십오 분에 포항 가는 시외버스를 다시 탑니다. 십 분쯤 눈을 감으며 꿈나라를 헤매는데 손전화 쪽글이 하나 옵니다. 오늘 찾아가는 포항 달챙이책방 책방지기 님 쪽글이에요. 이 쪽글을 받으며 문득 잠이 깹니다. 앞으로 세 시간 남짓 시외버스를 달리면 포항에 닿아요. 묵직한 사진틀 석 점을 택시에 실어서 책방으로 갈 생각입니다. 오늘 고흥집 두 아이랑 곁님은 서로 재미난 배움살림을 짓겠지요. 저도 저대로 신나게 바깥일을 본 뒤 이튿날 홀가분한 몸으로 우리 보금자리에 돌아가자고 되새깁니다. 2017.3.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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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라이벌(컨택트)’을 보며 드는 생각



  우리는 몇 해가 지나도, 몇 열 해나 몇 백 해가 지나도, 지구 아닌 다른 별에서 사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썰미가 그대로일까요, 아니면 새로울 수 있을까요? 이 지구라는 별에 외계인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마주하면 좋을까요? 어른들은 군대를 이끌면서 무기랑 장비랑 시설을 갖추어 외계인을 마주하려 하는구나 싶어요. 아이들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아이들이라면 ‘이티’라는 영화에서 나오듯이 가벼운 차림새로 그냥 만나려 할 테지요. 그리고 말은? 어른들은 온갖 과학자를 이끌고 전문시식으로 맞서려 할 테지만, 아이들은 그저 그대로 ‘제 말’로 만나려 할 테지요. 2017.2.24.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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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이월



  마실길을 나서며 겉옷을 얼마나 챙길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만둡니다. 아무래도 차츰 따뜻해지는 바람이라 겉옷은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고 느낍니다. 고흥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위로 가는 길이니 추울는지 모르지요. 그러나 막상 정안 쉼터를 지나기까지, 또 버스 안팎에서도, 볕이 꽤 포근한데다 살짝 덥기까지 합니다. 길을 나서며 ‘얼마나 더우려나?’ 하고 생각한 탓에 더울는지 몰라요. 버스에서 얇은 조끼를 벗습니다. 물 한 모금이 아주 시원합니다. 2017.2.1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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