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자리



  배우는 자리에 오려고 고흥에서 길을 나섭니다. 서울에 먼저 들러서 책마을 이웃님을 만납니다.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앞으로 찬찬히 갈무리할 일을 헤아리고는, 누리신문 시민기자 분들하고 버스를 타고 강화섬에 있는 작은 학교에 옵니다. 이곳에서 하루를 묵으며 무엇을 배울는지 모릅니다. 다만 하나는 알 수 있어요. 이제까지 잘 해 온 어떤 일이 있으면, 그 잘 한 일 말고 새롭고 재미나게 지을 일을 생각하도록 어느 한 가지를 배울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시골 보금자리를 떠나서 한동안 다른 고장에서 볼일을 볼 적에는 늘 새로운 이야기를 익혀서 우리 삶터에서 곁님하고 아이들하고 꽃피울 살림을 가다듬는다고 생각해요. 강화에서도 별이 제법 보입니다. 별을 볼 수 있는 곳에 있으면 포근합니다. 2017.2.1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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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면소재지



  어제가 금요일인 줄 오늘 깨닫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면소재지 가스집에 전화를 거는데 안 받습니다. 어젯밤 가스불이 다 되었으니 토요일하고 일요일은 버너로 밥을 지어야 하는군요. 다른 날도 아닌 금요일 저녁에 가스불이 나간 뜻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무를 때는 자리를 얼른 마련하자는 생각을 새삼스레 합니다. 올해에 해 볼 수 있으려나 하고 아침에 해바라기를 하며 생각에 잠깁니다. 2017.2.1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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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이 안 되는 교보북로그



  ‘크롬’이라는 풀그림이 무척 널리 퍼집니다. 2017년 2월 잣대로 크롬을 쓰는 사람이 60%가 넘는다고 해요. 다만 몇몇 곳에서는 크롬을 못 씁니다. 한국에 있는 여러 공공기관은 크롬 아닌 익스플로러만 써야 하고, ‘교보북로그’도 이와 같아요.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서 글을 올릴 적에 크롬 풀그림을 쓰면 글꼴이나 사진이 깨져서 익스플로러나 스윙 같은 다른 풀그림을 써야 해요. 요즘 같은 흐름에서 어느 풀그림은 되고 어느 풀그림은 안 된다니 참 말이 안 되는 노릇입니다. 이를테면, ‘알라딘·예스24’에서는 크롬 풀그림으로 아주 잘 되는데 ‘교보북로그’는 아직도 익스플로러를 바탕에 둘 뿐입니다. 어느 모로 보면 흐름을 읽지 못한다고 할 만하고, 다르게 본다면 교보북로그 관리자는 ‘교보북로그를 쓰는 사람’을 하나도 못 헤아린다고 할 만합니다. 관리자 스스로 ‘쓰는 사람(사용자)’ 자리에 서지 않으니 하나도 모를 만하겠지요. 언제쯤 막힌 길을 뚫을까요? 언제쯤 꽉 막힌 줄 느끼면서 관리자들 스스로 바뀔 수 있을까요? 2017.2.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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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 도서관에 웬 ‘조윤선 표창장’?

― 군민을 생각한다면 ‘전시행정’을 없애야




  2017년 1월부터 전남 고흥군 고흥읍에 있는 고흥군립도서관 1층 맞이방에 온갖 표창장이 전시되었습니다. 표창장이 놓인 자리에는 지난해까지 고흥군 어린이와 푸름이가 빚은 공예품이나 작품이 있었습니다.


  고흥군에서 자랑할 만한 것이 있기에 어린이와 푸름이 공예품하고 작품을 치우고 표창장을 놓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곳 고흥군립도서관 1층 맞이방에 놓은 표창장 가운데 하나는 ‘조윤선 표창장’이었습니다.


  조윤선은 어떤 사람일까요? 조윤선이라는 사람이 장관으로 있던 때에 고흥군에 ‘내려준’ 표창장이 고흥군으로서는 자랑스러우면서 널리 알릴 만했을까요?


  고흥군 평생학습사업소는 이 ‘조윤선 표창장’을 한 달 남짓 그대로 전시했습니다. 고흥군 평생학습사업소 쪽에서는 이 표창장을 놓고서 “평생학습사업소의 다양한 시책과 업무추진을 평가 받은 성과물로서 군민과 함께 자긍심을 공유하고자하는 차원에서 전시 되었다”고 밝힙니다.


  고흥군에서 밝힌 답변은 좋은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흥군이 나름대로 잘했기에 받은 표창장이라면 자랑할 만하겠지요. 그러면 ‘박근혜 표창장’이나 ‘이명박 표창장’이 있으면 이러한 표창장도 전시를 할 만한지 묻고 싶습니다.


  그들이 장관이나 대통령 자리에서 어떤 일을 했건 따지거나 살필 까닭이 없이,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이 주는 표창장은 고흥에서 자랑할 만한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블랙리스트 말썽’을 일으킨 이들 가운데 하나인 조윤선일 뿐 아니라 ‘관제데모 말썽’에도 얽히는 조윤선입니다. 상장이나 표창장을 줄 적에 누가 받을 만한가를 꼼꼼히 따질 터인데, 상장이나 표창장을 받을 적에도 꼼꼼히 따질 터입니다. 아무나 준다고 덥석 받을 상장이나 표창장이 아닙니다. 장관이나 대통령이 주는 상장이라고 해서 그냥 덥석 받을 만한 상장이나 표창장이 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고흥군에서 ‘조윤선 표창장’을 함께 전시한 때에는 대통령 탄핵뿐 아니라 조윤선이 장관으로서 도덕을 매우 잃은 말썽을 저지른 잘못이 뻔히 드러난 뒤입니다. 그리고 조윤선은 한국에서 ‘장관으로서 첫 구속 수감’된 사람이기도 하지요.


  고흥군에 ‘조윤선 표창장’을 철거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고흥군에서는 “최근의 여러 상황을 비추어볼 때 취지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본 전시물은 내부에 보관하고 향후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성과물과 작품 위주로 전시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답변했습니다. 이 답변에서 하나를 더 생각해 봅니다. ‘조윤선 표창장’을 “내부 보관”까지 해야 할 값어치가 있을는지요? 고흥군 평생학습사업소가 고흥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럽게 행정을 펼친다면 아무 상장이나 표창장이 없이도 아름답고 떳떳합니다.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사람들이 내려준 상장이나 표창장을 ‘폐기’하지 않고 ‘보관’해야 할 만한 값어치는 무엇일까요? 더욱이 조윤선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온나라가 떠들썩할 만큼 말썽이 되었는데에도 이를 고흥군은 왜 스스로 철거하고 폐기하지 않았을까요?


  고흥군이 ‘전시행정·탁상행정’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조윤선 표창장 전시’ 같은 허울뿐인 행정이 아니라, 속으로 알차고 아름다운 행정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사람들한테 믿음을 사지 못하는 이는 대통령이나 장관 자리에 어울리지 않다는 대목을 작은 지자체 고흥군이 똑똑히 알아차리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2017.2.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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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를 뿐



  고양이밥을 꼭 두 접시 내놓습니다. 마을고양이는 늘 다른 모습으로 밥을 먹습니다. 한꺼번에 달려드는 일은 없고, 어느 한 마리가 조용히 먹으면 다른 고양이가 곁에서 기다려요. 서너 마리가 한 접시에 나란히 고개를 박고서 먹기도 합니다. 틀림없이 두 접시를 내놓는데 굳이 한 접시에 놓인 것을 먹으려고 기다린다든지, 같이 고개를 박는다든지 합니다. 처음에는 좀 다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어느 때부터인지 다음 고양이 몫을 남길 뿐 아니라, 이제는 다투는 일이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느긋하게 먹고 느긋하게 기다립니다. 고양이도 다 아는구나 싶어요. 사람이 모를 뿐이에요. 2017.1.3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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