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창문바람



  이제 시골버스도 에어컨을 끕니다. 때때로 에어컨을 다시 켜기도 하지만 웬만해서는 에어컨을 끈 채 달립니다. 아이들도 나도 홀가분하게 창문을 엽니다. 큰아이나 작은아이 모두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창문바람을 실컷 쐽니다. 창문을 타고서 구월로 접어든 새로운 바람이 스며듭니다. 집에서 늘 맞이하는 철바람을 군내버스에서도 다시금 누립니다. 구월에도 시월에도 십일월에도, 때로는 살짝 더울 수 있는 십이월이나 일월에도, 그리고 이듬해에 찾아올 삼월이나 사월이나 오월에도, 우리는 즐거이 창문바람을 누릴 수 있습니다. 창문을 열기에 우리를 둘러싼 바람이 철마다 어떠한가를 느낍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마주하기에 이 바람이 있어 늘 싱그러이 숨쉬고 기쁘게 목숨을 잇는 줄 똑똑히 깨닫습니다. 2017.9.3.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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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려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2017.8.11.)

 ―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한 쪽짜리로 작게 여미는 소식종이는 작은봉투를 마련해서 띄우자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여러 해 동안 이렇게 안 했습니다. 이제서야 작은봉투를 주문하는데, 인쇄를 맡겨서 받기까지 여러 날 걸립니다. 오히려 작은봉투 1000부 주문은 더디 걸릴는지 모릅니다. 주소만 찍어서 보내 달라고 하는데에도 시안을 살펴야 한다면서 이틀을 잡아먹습니다. 작은 일 하나도 꼼꼼히 해야 하기는 한데, 멋진 봉투가 아닌 수수하게 쓸 봉투이니 좀 그냥 주소를 그대로 찍어서 보내 주면 좋을 텐데요. 때로는 기다리다가 지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새로운 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국어사전을 짓는 일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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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쏘는 시골



  이레쯤 되었지 싶습니다. 이웃마을 어느 밭인지 논에서 아침 일곱 시 이십 분 즈음부터 해질녘까지 총을 쏘아댑니다. 몇 분에 한 차례씩 뻥 하고 총소리가 나요. 아마 새를 쫓으려고 내는 소리일 텐데, 이 소리를 옆에서 들으면 그야말로 엄청나게 큽니다. 새를 쫓겠다며 총소리를 내는구나 싶지만, 마을에서는 이런 총소리를 안 내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을 마을에서 쫓아내는 총소리입니다. 사람들을 시골에서 멀어지게 내모는 총소리입니다. 2017.8.12.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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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 + 천 원



  아침에 길을 나서면서 짐을 살뜰히 챙긴다고 하다가 한 가지를 빠뜨린 줄 읍내 버스역에서 깨닫습니다.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는 아침 아홉 시 삼십 분입니다. 아홉 시 십이 분에 이처럼 깨닫고는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을 하나 장만하면서 생각합니다. 어떡해야 하나, 시외버스에서 글을 쓰려고 저장막대에 밑글 파일을 잔뜩 담았는데, 저장막대를 셈틀에 꽂아 놓고 안 챙겼어요. 더욱이 오늘 시외버스에서 새로운 사전 원고를 놓고 글손질을 마저 해서 낮에 서울에서 만나기로 한 ㅈ출판사 편집장님한테 한글파일을 넘기려 했는데, 이 한글파일도 저장막대에 있습니다. 이러다가 문득 한 가지가 떠올라요. 다른 글이야 어쩔 수 없어도, 새 사전 원고 한글파일은 오늘 새벽까지 손질하다가 미처 못 끝낸 채 먼저 누리편지로 ㅈ출판사 편집장님한테 보냈습니다. 읍내 문방구에 들러 만 원짜리 저장막대를 장만합니다. 읍내 피시방에 들어가서 얼른 셈틀을 켜서 보낸편지함에서 한글파일을 내려받습니다. 버스역으로 돌아오니 아홉 시 이십팔 분. 적어도 시외버스에서 원고 손질은 할 수 있네 싶어 숨을 돌립니다. 2017.7.2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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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1500원



  고흥으로 돌아옵니다. 읍내에서 택시를 타고 보금자리 앞에서 내릴 적에 택시삯을 16000원 드립니다. 택시 아재는 늘 15000원만 내라 하시지만, 1000원짜리 종이돈을 5000원짜리 종이돈하고 10000원짜리 종이돈 사이에 살짝 숨겨서 16000원을 드립니다. 어제 서울 광화문에서 망원역 쪽으로 택시로 달릴 적에 택시삯이 8500원 나오던데, 10000원짜리 종이돈을 드리고 우수리를 안 받았습니다. 작은 종이돈 한 닢이 즐거운 씨앗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017.7.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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