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읽기
― 이야기를 사진으로 엮는다
이야기를 사진으로 엮습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아 내 나름대로 내 이야기책을 엮습니다. 이야기는 글로도 엮습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적어 내 깜냥껏 내 이야기책을 엮습니다. 내가 그림을 그리거나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라면, 그림이나 만화로도 내 이야기책을 엮을 테지요. 내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내가 지은 즐거운 노래 한 가락으로 내 이야기를 펼칠 테고요.
내가 집에서 살림을 일구는 사람이라면, 내 손길이 닿는 살림살이에는 내 이야기가 사르르 묻어납니다. 내가 들에서 흙을 만지는 일꾼이라면, 들판 풀포기와 흙알 곳곳에 내 이야기가 스르르 묻어듭니다. 내 삶터는 내 일터요 내 놀이터이면서, 내 글터이거나 그림터이거나 사진터가 됩니다. 내 삶터는 내 사랑이 태어나는 사랑터이자 내 믿음이 피어나는 믿음터요 내 꿈이 이루어지는 꿈터입니다.
이야기를 사진으로 엮습니다. 나 스스로 좋아하는 이야기를 찾아 씩씩하게 살아가는 걸음걸이가 온통 글이나 사진이나 노래로 거듭나면서 이 이야기를 새삼스레 갈무리해서 사진책이나 글책을 엮습니다. 따로 종이로 책을 묶지 않아도 마음속에 이야기를 아로새깁니다. 돌이키면, 먼저 내 마음속에 이야기를 아로새길 수 있어야, 종이에도 이야기를 아로새길 수 있습니다. 내 마음속에 아로새기는 이야기가 있기에 내 손가락을 놀려 원고지나 필름에 내 꿈 실은 사진을 빚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엮는 사람은 글쟁이나 사진쟁이가 아닙니다. 어느 누구라도 스스로 이야기를 엮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일 때에 이야기를 글이나 사진이나 노래나 춤이나 그림이나 만화로 엮습니다.
사진기를 어깨에 걸쳤거나 사진작품을 선보였거나 사진잔치를 열었기에 사진쟁이가 아닙니다. 사진과 함께 살아가면 누구라도 사진쟁이입니다. 사진을 찍어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사진가라 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어 이름을 얻는 사람이라면 사진작가라 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굳이 이런 갈래 나누거나 저런 울타리 세울 까닭은 없습니다. 저마다 스스로 좋아하는 사진삶을 누리면서 사진밭을 일구면 됩니다. 사람이라면 밥을 먹으며 목숨을 잇기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살림꾼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살림꾼이듯,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꾼이 될 수 있고, 사진꾼이 될 수 있으며, 그림꾼이 될 수 있어요. 사람이기에 누구나 스스로 일꾼이 되거나 놀이꾼이 됩니다. 곧, 사람일 때에는 누구나 다 다른 빛으로 사랑꾼이 되고 꿈꾼이 되며 이야기꾼이 됩니다.
나는 내 삶을 즐겁게 돌아보면서 사진 몇 장 그러모아 조그맣게 사진책을 꾸립니다. 이 사진책을 좋아해 줄 이웃도 있을 텐데, 이 사진책은 누구보다 나와 옆지기와 아이들이 좋아하며 곁에 둘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우리 살붙이가 즐겁게 이야기꾸러미로 삼아 언제나 곁에 둔다면, 우리 둘레 좋은 이웃과 동무들도 이 이야기꾸러미를 함께 들여다보면서 맑은 웃음과 고운 노래 길어올릴 수 있겠지요. (4345.8.8.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