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생각
― 사진 셋

 


유채꽃이 핍니다.
봄날 시골 들판은 온통 노란빛 잔치입니다.

 

유채꽃에 앞서
봄까지꽃이랑 별꽃이랑 광대나물꽃이 피어요.
들쑥갓꽃이 피고 냉이꽃이 피어요.
그런데
유채꽃쯤 되어야
매화꽃이나 벚꽃쯤 되어야
진달래꽃이나 개나리꽃쯤 되어야
동백꽃이나 산수유꽃쯤 되어야
요즈음 사람들이 알아봅니다.

 

돗나물이 자라고
질경이와 씀바귀가 자라고
꽃다지와 민들레가 자라고
쇠비름과 미나리가 자랍니다.
봄 들판은 온통
상큼하며 싱그러운 풀빛 잔치입니다.

 

풀씨는
사람이 따로 안 심어도

풀씨 스스로
씨앗을 맺고
씨앗을 퍼뜨려
겨울을 난 다음
봄맞이 노래를 부르지요.

 

기쁜 봄날
봄노래 부르면서
봄바람과 봄볕 누려
봄사랑을 헤아립니다.

 

봄마음이 되면서
봄날 봄빛을
사진 하나로 살그마니
옮기고 즐기고 나누고 생각합니다.

 

 

(4346.2.1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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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읽기
― 사진책 읽는 마음

 


  널리 이름난 사진책을 읽으며 즐겁습니다. 거의 아무런 이름 알려지지 않은 사진책 읽으며 즐겁습니다. 널리 이름난 사진책은 그만큼 널리 읽히며 여러 가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거의 아무런 이름 알려지지 않은 사진책은 아직 피어나지 않은 숱한 이야기를 나 스스로 길어올리며 새롭게 마주합니다.


  아름다움을 볼 줄 알면 아름다운 사진책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사랑스러움을 느낄 줄 알면 사랑스러운 사진책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림해설사가 ‘자, 자, 바로 이 그림이 세계 명작입니다!’ 하고 콕 짚으며 알려주어야 ‘우와, 저 그림이 훌륭한 그림이로구나!’ 하고 놀랄 까닭 없어요. 문학평론가가 ‘자, 자, 바로 이 글이 노벨상 탄 작품입니다!’ 하고 콕 짚어 알려주어야 ‘우와, 저 글이 훌륭한 글이로구나!’ 하면서 놀랄 까닭 없지요. 사진평론을 하는 누군가가 ‘자, 자, 바로 이 사진을 보시라니까요!’ 하고 외친대서, 굳이 저 사진을 볼 까닭 없습니다. 내가 찾는 아름다움을 먼저 생각합니다. 내가 바라거나 즐기려는 사랑스러움을 찬찬히 돌아봅니다.


  아름다움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사랑스러움은 어떤 틀로 묶어 놓지 못합니다. 조그마한 숲은 조그마한 숲대로 아름답습니다. 너른 숲은 너른 숲대로 아름답습니다. 큼지막하게 뽑아 붙인 사진 한 장은 이러한 사진대로 아름답습니다. 엽서 크기만 한 작은 사진 한 장은 이러한 사진대로 아름답습니다. 이쁜 가시내를 찍은 사진은 이 사진대로 아름답지요. 늙은 할배를 찍은 사진은 이 사진대로 아름답고요.


  아름다움을 느끼려는 사진이기에, 빛이 조금 모자라거나 넘쳐도 돼요. 사랑스러움을 즐기려는 사진인 터라, 살짝 기울어지거나 조금 흔들려도 되지요. 밥물을 맞추어 불을 지필 적에, 쌀알 무게와 물 무게를 낱낱이 따지지 않아요. 즐겁게 먹을 밥을 떠올리면서 손가락과 눈썰미로 물을 맞추어 불을 지핍니다. 숟가락으로 밥을 풀 적에 밥알 몇 얹어야 한다고 하나하나 세지 않아요. 즐겁게 밥을 퍼서 즐겁게 입에 넣고 즐겁게 냠냠짭짭 씹어요.


  사진은 사진기라는 기계를 쓰고, 사진기라는 기계는 초점이나 셔터값이나 빛느낌이나 빛값이나 이런저런 숫자와 정보를 살펴야 한다지요. 디지털은 디지털대로 파일을 쓰고 포토샵 같은 풀그림을 쓴다지요. 필름은 필름대로 어느 필름을 쓰려 하는가, 또 필터는 무엇을 끼우려 하는가, 인화와 현상은 어떻게 하려는가, 이것저것 살펴야 한다지요. 기계를 쓰며 찍는 사진이다 보니, 아무래도 ‘기계 다루는 이야기’를 많이 할밖에 없다지요.


  그런데, 셈틀 켜서 글을 쓸 적에도 기계를 다루는 셈이에요. 쌀을 씻어 냄비에 담아 가스렌지에 불을 올릴 적에도 기계를 다루는 셈이에요. 곰곰이 돌아보면, 낫이나 호미 같은 ‘연장’도 ‘기계’인 셈입니다. 퍽 다루기 쉽다 하는 기계일 테지만요.


  사진책 읽는 마음이란, 어느 기계를 얼마만큼 잘 다루거나 썼느냐를 읽으려는 마음이 아닙니다. 사진책 읽는 마음이란, 사진을 찍은 아무개가 얼마나 즐겁고 사랑스럽게 아름다운 빛을 누리려 했는가를 어깨동무하듯 나누려는 마음입니다. 사진책을 읽으며 이녁 삶을 읽습니다. 이 사진책을 내놓은 분은 어떤 마음 되어 사진을 즐겼을까 하고 헤아립니다. 저 사진책을 빚은 분은 어떤 마음 가꾸며 사진을 누렸을까 하고 돌아봅니다.


  실컷 즐깁니다. 이 사진책을 즐기고, 저 사진책을 즐깁니다. 한국 사진책을 즐기고, 일본 사진책과 서양 사진책을 즐깁니다. 아시아 사진책을 즐기고, 중남미 사진책을 즐깁니다. 저마다 쓰는 말은 다르다 하더라도, 함께 밝은 빛을 바라보면서, 서로 밝은 그림을 사진 하나로 엮습니다. 사진은 빛이 되고, 그림이 되며, 이야기가 됩니다. 사진은 사랑이 되고, 꿈이 되며, 삶이 됩니다. 4346.2.2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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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빚기
― 기운을 북돋우는 사진

 


  나는 내가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스스로 기운을 얻습니다. 다른 사람이 찍은 아름다운 사진을 바라볼 적에도 기운을 얻지만, 누구보다 내가 찍은 사진을 곰곰이 들여다보면서 새롭게 기운을 얻습니다. 다른 사람이 찍은 아름다운 사진은 ‘아름다운 삶을 이렇게 누리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어 좋고, 내가 찍은 사진은 ‘나 스스로 이러한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고 싶기에 이처럼 아름답게 살아가려 애썼구나’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켜 좋습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진은, 겉보기로 그럴듯하기에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삶이 아름답고 생각이 아름답기에 사진을 찍을 적에도 아름다움이 묻어납니다. 삶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기에 사진을 찍을 때에도 아름다운 사랑이 스며듭니다. 내가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기운을 얻을 수 있는 까닭은, ‘아름다움을 찾아 사진을 찍으려 할 때에 길어올린 꿈과 사랑’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고 보면, 남이 차려서 베푸는 밥을 먹어도 즐거운 한편, 내가 차려서 누리는 밥을 먹어도 즐겁습니다. 너무 힘든 날에는 남이 차려서 베푸는 밥을 먹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하지만, 너무 힘들기에 스스로 새로 기운을 내어 손수 밥을 차려 먹기도 해요. 스스로 누리는 삶이기에 스스로 일구고, 스스로 빛내는 삶이기에 스스로 다스립니다.


  마음을 달래려고 스스로 노래를 부릅니다. 눈길을 틔우려고 스스로 숲에 깃들어 나무와 풀을 마주합니다. 생각을 열려고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구름을 바라봅니다. 마음을 아끼려고 손빨래를 하고 아이들을 얼싸안습니다. 뜻을 가다듬으려고 글을 찬찬히 쓰며 차분한 매무새가 됩니다. 이야기를 갈무리하려고 사진을 찍어 즐겁게 되새깁니다.


  기운을 북돋우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기운을 북돋우는 사진입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사진을 좋아하면서 스스로 삶빛 북돋우리라 느낍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노래를 좋아하면서 스스로 삶노래 즐기고 북돋울 테지요.


  사진빛을 생각합니다. 사진사랑을 헤아립니다. 사진노래를 불러 볼까요. 사진글을 써 볼까요. 사진을 찍으니 사진웃음입니다. 사진을 찍기에 사진춤입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 사진꿈이 피어나고,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이야기로 사진잔치를 열어 사진넋을 나눕니다. 4346.2.2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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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빚기
― 나 스스로 사진입니다

 


  스스로 삶을 즐길 때에 내 삶이 즐겁습니다. 스스로 삶을 즐기지 못하면, 나한테 돈이 억수로 많더라도 삶이 즐겁지 않습니다. 스스로 삶을 즐긴다면, 내 은행계좌에 돈이 아예 없다 하더라도 삶이 즐겁습니다.


  호텔집에 가서 밥을 먹야 밥맛이 돌지 않습니다. 시골집 둘레에서 풀을 뜯어 먹을 때에 밥맛이 없지 않습니다. 손수 텃밭을 일구어 나물밥 먹더라도 이러한 삶을 즐기지 못하면 밥맛이 돌지 못합니다. 호텔집에 가든 뷔페집에 가든 스스로 삶을 즐기면 어디에서 밥을 먹더라도 맛나고 즐겁습니다.


  어떤 사진장비를 쓰든 스스로 사진을 즐길 때에 아름답거나 곱거나 반갑거나 기쁜 사진 하나 얻습니다. 스스로 사진을 즐기지 못하면, 어떤 사진장비를 손에 쥔다 하더라도 하나도 안 즐거울 뿐 아니라, 아름답거나 곱거나 반갑거나 기쁜 사진을 조금도 못 얻습니다. 스스로 사진을 즐길 줄 안다면, 값싼 사진장비를 쓰거나 값비싼 사진장비를 쓰거나, 스스로 가장 기쁘며 즐겁게 받아들일 사진을 얻어요. 스스로 사진을 즐기지 못하니까, 자꾸 사진장비에 눈길이 가거나 마음이 기울어져요.


  그러나, 아직 적잖은 사람들은 사진장비에 끄달립니다. 어쩔 수 없다 할 텐데, 사진장비와 사진이 서로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제대로 풀어내거나 밝히거나 이야기하는 ‘사진벗’이나 ‘사진스승’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슬기로운 사진벗이나 사진스승을 스스로 사귀지 않았고 만나려 하지 않았으며 마주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일 테지요.


  살림돈이 적은 사람은 ‘적은 살림돈에 맞추어’ 사진장비를 갖출 텐데, 살림돈이 조금 넉넉한 사람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값싼 사진장비부터 값진 사진장비’까지 두루 갖출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나는 살림돈이 적었기에 가장 값싼 사진기부터 하나하나 쓰면서 몸으로 익혔는데요, 사진길을 걸어가며 ‘나한테 맞는 사진장비를 잘 모르겠다’ 싶으면, 아니 ‘사진을 찍는 즐거움을 더 깊이 누리고’ 싶으면, 이렇게 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미놀타, 캐논, 니콘, 펜탁스, 라이카, 이런저런 회사 사진기 가운데 가장 값싸고 널리 쓰이는 장비를 하나씩 갖춰요. 그러고서 일회용 사진기도 갖추고 로모 사진기하고 두어 가지쯤 되는 토이카메라도 갖춰요. 그러고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상을 다 다른 사진기로 몇 장씩 찍어 봐요.


  사진기가 다 다르니까 똑같은 결이나 무늬나 빛살이나 빛깔은 나오지 않습니다. 필름사진기라면 다 다른 회사에서 만든 필름을 넣으며 찍어 봐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떠도는 ‘장비 비교’나 ‘필름 비교’ 영상이나 파일을 들여다보지 말고, 나 스스로 내가 장비와 필름을 갖추어 사진을 찍어 봐요. 디지털사진일 때에는 화이트밸런스하고 색감을 다 다르게 해서 몇 장씩 찍어 봐요.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한 가지를 더 살핀다면, 내가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어떤 장비 어떤 필름(또는 디지털데이터)으로 찍었는가’를 숨긴 채, 오직 사진 작품으로만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셔요.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이 이처럼 찍은 사진을 ‘그저 사진으로만 들여다보’셔요. 이때에 내 마음에 가장 와닿는 사진이 어느 것인가를 찾아보셔요.


  사람마다 삶이 다르고 생각이 다릅니다. 저마다 다른 사람이요 생각이며 삶이기에, 저마다 마음이 끌리는 꽃과 풀과 나무가 달라요. 누군가는 벚나무한테 마음이 갈 테고, 누군가는 뽕나무한테 마음이 갈 테며, 누군가는 잣나무한테 마음이 갈 테지요. 누군가는 동백나무한테 마음이 갈 테고, 누군가는 능금나무한테 마음이 갈 테며, 누군가는 오동나무한테 마음이 갈 테지요. 호두나무를 좋아하거나 석류나무를 좋아한대서 ‘남보다 거룩하거나 남보다 못하지’ 않아요. 그저 호두나무를 좋아하거나 석류나무를 좋아할 뿐이에요.


  곧, 사진은 내가 가장 즐기고 좋아하는 사진을 즐기면서 좋아하면 됩니다. 나는 내 삶을 빛낼 내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사진잔치를 벌인다고 할 적에도, 남들 앞에서 자랑할 만한 사진을 보여주기보다, 나 스스로 가장 좋아하면서 즐긴 사진을 함께 나눈다고 생각하셔요. 내 아이를 사진으로 찍을 적에는 어떻게 하는지 돌아보셔요. 내 아이를 이쁘장하게 찍은 사진도 눈길이 갈 테지만, 내가 내 아이를 사진으로 찍을 적에는 ‘내 아이하고 어울리며 보낸 살갑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깃든 사진에 가장 눈길과 마음이 끌리기 마련이에요. 빛이 좀 안 맞거나 살짝 흔들렸다 하더라도, ‘내 아이하고 어울리며 보낸 살갑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깃든 사진처럼 내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해요.


  나 스스로 사진입니다. 내 삶이 내 사진이고, 내 사랑이 내 사진입니다. 내 눈길이 내 사진이요, 내 마음이 내 사진입니다. 이런저런 사진틀에 맞추어 내 삶이나 사랑이나 눈길을 바꾸지 마셔요. 내 삶이나 사랑이나 눈길에 맞추어 내 사진틀을 새롭게 빚어요. 내 삶에 따라 내 사진을 즐기고, 내 사랑에 따라 내 사진을 누려요. 내 눈길에 따라 내 사진길을 씩씩하게 걸어가면서 내 이야기를 흐드러지게 빚어요. 4346.2.1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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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2-16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좋은 글입니다.요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진기 자체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비싼 카메라가 굳이 아니어도 가벼운 카메라르 늘상 몸에 지니면서 주변의 일상을 찍는것이 좋은데 말이죠.

숲노래 2013-02-16 15:13   좋아요 0 | URL
언제나 스스로 즐길 줄 알면
무엇을 하거나 다루어도
모두 아름답게 되리라 느껴요
 

사진찍기
― 스냅사진 안 찍어도 된다

 


  사진을 찍는 어떤 이는 ‘스냅사진’만 찍는다 하지만, 어떤 이는 ‘스냅사진’은 사진이 아니라고 여겨 이런 사진은 안 찍는다고 합니다. 저마다 좋아하는 사진을 스스로 찍는다고 할 텐데, 이렇게 찍는들 저렇게 찍는들 그닥 대수롭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회사 사진기를 쓰든 저 회사 사진기를 쓰든 그다지 대수롭지 않거든요. 이 회사 이 사진기를 쓰든 저 회사 저 사진기를 쓰든 하나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이렇게 찍고 싶으면 이렇게 찍으면 됩니다. ‘스냅사진’이 마음에 들면 이렇게 찍으면 됩니다. 세발이 놓고 찍는 사진이 좋으면 세발이 놓고 찍으면 되지요. 이것저것 꾸미거나 만들어서 찍고 싶으면, 이것저것 꾸미거나 만들어서 찍으면 돼요. 다만, ‘내가 이 사진을 즐긴다’고 해서 ‘내가 즐기는 이 사진만 사진이다’ 하고 섣불리 말하거나 생각할 까닭이 없습니다. 누구는 숲이 좋아 숲에 깃들고, 누구는 바다가 좋아 바다에 깃들며, 누구는 들이 좋아 들에 깃들어요. 그뿐입니다.


  그런데, 여러모로 ‘스냅사진’ 이야기가 말밥에 오르면 슬며시 궁금해요. 자, 당신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들판이나 숲이나 바다에서 뛰논다고 해 보셔요. 또는, 당신 손자가, 아니면 당신 조카가 까르르 웃음꽃 피우면서 들판이나 숲이나 바다에서 뛰논다고 해 보셔요. 사진을 찍는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이를 불러 그 자리에 우뚝 세우고는 찍겠어요? 아이를 부르지 않고 아이 움직임에 맞추어 당신 몸을 움직이면서 그때그때 찍겠어요?


  아이와 함께 살아가며 찍는 사진은 어느 사진도 ‘스냅사진’이 아닙니다. 그냥 사진입니다. 그저 그대로 삶이면서 사진입니다. 따로 무슨 이름을 붙일 수 없습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려 한다면 ‘삶사진’쯤 되겠지만, 이런 이름이란 덧없습니다. 삶이 고스란히 사진이 되고, 사진이 그대로 삶이 되니까요.


  사진을 잘 모르겠으면 모든 이론과 실기와 장비와 지식과 책을 내려놓고 아이들을 바라보셔요. 그리고 웃어요. 그리고 놀아요. 이렇게 한 다음 슬며시 사진기를 손에 쥐어요. 그러면, ‘사진’이란 무엇이고 ‘삶’이란 무엇인지 가슴속 깊이 환한 빛줄기 하나 무럭무럭 자라서 샘솟으리라 믿습니다. 4346.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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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3-02-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릇파릇 싹이 나기 시작하네요,
추운겨울 봄이 올것 같지 않았는데 아이들 옷차람을 보니 봄이 곧올것같아요,,,,

숲노래 2013-02-05 18:13   좋아요 0 | URL
남녘 시골에는 따스한 겨울비가 내려요.
그러나 이번 겨울비는 살짝 서늘한데,
설을 지나면 그야말로 따순 바람과 함께
온 들판이 푸르게 빛나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