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글쓰기


 아이랑 함께 돌아다니자면 느긋하게 책을 읽는다거나 생각에 젖는다거나 수첩에 무언가 적바림할 겨를을 낼 수 없다. 아이를 노상 바라보며 손을 잡아야 하니까. 나는 오늘 모처럼 홀로 홀가분하게 골목마실을 다닐 수 있다. 틀림없이 퍽 먼길을 오래도록 신나게 걸어다닐 수 있겠지. 오늘은 이대로 하루를 즐기자. 저녁에는 일산으로 가서 아이랑 옆지기랑 장모님이며 식구들이랑 오붓하게 지내자. 밥하고 빨래하며 쓸고닦는 가운데 씻기고 입히며 치우던 손을 사진찍고 글쓰고 책읽는 데에 쓰자. (4343.10.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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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와 글쓰기


 나한테 1억이라는 돈은 꿈조차 꿀 수 없으나, 누군가한테는 1억이라는 돈으로 골프채 한 대를 사거나 자가용 한 대를 쉽게 산다. 나로서는 백만 원 아닌 천 원 한 장 벌기란 몹시 빠듯하지만, 누군가한테는 1억뿐 아니라 10억이나 100억이 어렵지 않게 돌고 돈다. 나 혼자 지내자면 보증금 50에 달삯 5만 원짜리 방 하나 얻어 살겠지. 보증금 50조차 이웃한테 꾸어서. 옆지기와 아이가 있으니 보증금 300에 달삯 20쯤 되는 살림집을 얻어야 도시 골목동네 깊숙한 데에서 몸을 누일 수 있다. 이런 살림에서 백만 원뿐 아니라 천만 원은 더없이 까마득한데, 보금자리가 아닌 운동이나 취미로 쓰는 물건이 꿈조차 꿀 수 없는 돈크기라면 나와 누군가는 어떤 삶이고 사람일까. 골프 또한 좋은 운동이거나 취미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운동이나 취미 이야기를 신문이나 방송에서 얼마든지 다룰 수 있겠지. 진보이든 개혁이든 바라면서 골프 이야기를 다루지 말라는 법이란 없다. 다만 내 살림살이로서는 큰돈 아닌 푼돈을 버는 데부터 마음을 쏟기 어려울 뿐더러 손길이 가 닿지 않는다. 나는 칭얼대고 투정대며 어리광부리는 딸아이에다가 몸과 마음 모두 힘들며 아파하는 옆지기하고 시골집에서 복닥이는 데에 온 품을 들여도 언제나 허덕이거나 허우적거린다. 아, 오늘은 아침부터 맑고 고운 햇살이 내리쬐었다. 이런 날 인천에서 세 식구가 느긋하게 골목마실을 하며 땀을 흘린 다음 저녁나절 보리술 한잔 걸치고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흐뭇할까. 가까운 헌책방 한 곳 가뿐하게 들러 책 한 권 마련한 다음 이 책을 넘기며 저녁밥을 같이 먹으면 얼마나 기쁠까. 그래도 옆지기 어버이와 살붙이 살아가는 일산 바깥쪽 비닐집에서 어머님 밥 얻어먹으며 그저 펑퍼짐히 지내는 하루 또한 홀가분하면서 즐겁다. (4343.10.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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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톱과 글쓰기


 엊저녁에 아이 손발톱을 깎다. 아이 오른엄지발톱이 또 부러졌다. 자주 깎아서 부러지지 않게끔 해야 하는데 늘 갖은 일에 치이니까 손발톱 깎기를 자꾸 잊거나 놓친다. 하기는, 내 손발톱조차 못 깎으니까. 아이 손발톱을 깎았으니 내 손발톱도 깎아야 할 텐데 언제쯤 틈을 내어 깎을 수 있을까. 문득 내 손톱을 들여다보니 오른쪽 넷째와 닷째 손톱이 한쪽으로 갈려 있다. 넷째 손톱은 갈린 끄트머리가 꽤 쓰라리다. 날마다 손에 물이 마를 새 없이 집일을 하고 손빨래를 하니까 내 손발톱은 남아날 수 없다. (4343.10.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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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차와 글쓰기


 자전거는 ‘잔차’라고도 일컫는다. 두 글자로 줄여 일컫는 이름인데, ‘잔차’라는 이름을 듣거나 말해야 할 때에는 살짝 소름이 돋는다. 이때에는 자전거 또한 여느 자동차와 매한가지로 ‘차’라는 느낌이 짙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내 두 다리와 마찬가지인 자전거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싶다. 이제 두 돌이 지난 딸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워 둘이서 신나게 읍내마실을 다니는 꿈을 꾼다. 자전거수레를 산 지 일곱 해 만에 드디어 우리 아이를 여기에 태우고 다닐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혼자 들뜨고 기쁘다.

 사람들은 자전거를 놓고 오늘날처럼 자연 터전을 무너뜨리는 흐름을 뒤바꾸거나 거스를 수 있는 환경사랑 탈거리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자전거길을 마련한다며 수백 수천 억이라는 돈을 퍼붓는단다. 그러나 자전거 삶이란 돈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전거를 북돋우는 정책은 돈으로 펼칠 수 없다. 자전거 정책은 사람이 할 정책이고, 자전거 즐기는 삶이란 사람들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삶이다.

 아이가 없을 때부터 나랑 한몸이 되어 주던 ‘허머(hummer)’라는 자전거가 한 대 있다. 아마 나하고 십만 킬로미터 넘게 달렸을 텐데, 처음 이 자전거를 헌 것으로 살 때 부속이 아직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자전거를 처음 산 뒤로 여러모로 삐걱거렸기에 여러 자전거집에 들러 꽤 자주 퍽 많이 손질했는데, 들르는 자전거집마다 ‘어, 이 자전거에 왜 이리 싸구려 부속이 붙어 있지요?’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예나 이제나 자전거 부속 급수에는 눈길을 두지 않는다. 튼튼하고 신나며 즐겁게 탈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자전거집 일꾼들은 내가 2004년 즈음에 헌것으로 산 이 자전거에 치른 돈이 너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아마 자전거집 일꾼들 말이 모두 옳으리라. 난 틀림없이 바가지를 썼으리라. 그러나 나로서는 지난 예닐곱 해에 걸쳐 ‘자전거값을 뽑고 남을 만큼 즐겁게 이 자전거와 함께 살았’다. 나로서는 이뿐이다. 내 삶을 즐기고 내 몸을 놀릴 수 있으면 고맙다.

 나로서는 내 삶을 즐기며 내 넋을 담을 수 있는 글쓰기이면 고맙다. 글 한 줄을 써서 돈을 번다든지 이름을 높인다든지 할 수 있겠지. 나는 자원봉사로 여러 매체에 글을 써 주는데, 어제 이들 가운데 한 곳에서 글삯을 보내 주겠다며 전화를 두 차례 걸었다. 손사래치다가 안 되어 글삯을 받기로 했다. 아직 은행계좌를 살피지 못해 얼마나 넣으셨는지 모를 노릇인데, 나한테 넣은 글삯만큼 이 매체에 도움돈으로 돌려주려고 생각한다.

 시골길을 달리며 길가에서 쉬는 나비와 메뚜기와 잠자리를 다치지 않게 하며 서로 오붓한 벗이 될 수 있는 자전거 타기를 오래오래 즐기고 싶다.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며 내 터전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대로 아이와 어깨동무할 수 있는 글쓰기를 두고두고 즐기고 싶다. (4343.10.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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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닢과 글쓰기


 어디에선가 글삯을 주겠다고 하면서 글을 써 달라고 하면 ‘글이야 날마다 늘 쓰니까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글삯을 주겠다고 하는 글을 쓸 때에는 글마무리가 퍽 고단합니다. 주어진 틀에 맞추어야 할 뿐 아니라, 이제까지 참 자주 흔히 펼쳤던 이야기를 되풀이해야 하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나로서는 언제나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삶을 일구고 싶은데, 글삯을 받는 글은 지난날 내 모습으로 돌아가서 써야 하는 글이곤 합니다. 새로운 삶을 바라보며 새로운 넋을 담아내는 글을 살뜰히 일구어 내놓아 보면, 이와 같은 새로운 삶을 새로운 넋으로 담은 새로운 말을 으레 못 알아듣습니다. 뻔한 삶 뻔한 넋 뻔한 말이 아니고서는 이 땅 사람들은 도무지 귀를 닫고 눈을 감습니다. 날마다 새로 거듭나며 아름답게 꽃피어날 삶이란 그저 꿈 같은 소리일 뿐인가요.

 글삯을 받는 글을 오랜 품과 땀을 들여 겨우 마무리짓고 보낸 뒤에는 기운이 쪽 빠집니다. 다른 글을 쓸 힘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그래도 여러 날 먹고살 돈은 얻었네.’ 하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이런 글을 써 달라는 이야기를 또 듣는다면 어떡하지?’ 하며 걱정스럽습니다.

 돈닢을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쓸 때에는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차근차근 담습니다. 돈닢을 바라지 않고 글을 쓰니까 내 마음을 나 스스로 알차고 아름다이 여미면서 글 하나 즐길 수 있습니다. 우리 딸아이를 키우면서 우리 딸아이가 얼른 자라 돈 많이 벌기를 바라겠습니까. 우리 옆지기하고 살아가면서 우리 옆지기가 내 손품을 덜면서 집살림을 맡아 주고 밥이며 빨래며 쓸고닦기며 다 해 주기를 바라겠습니까.

 나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나한테 큰돈이나 큰집이나 자가용 들을 물려주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나는 내가 쓴 책이 불티나게 팔리며 나한테 목돈이 들어오기를 꿈꾸지 않습니다. 나는 내가 찍은 사진이 널리 사랑받으며 사진밭에 내 이름이 아로새겨지기를 빌지 않습니다. 글을 쓰다가 돈을 얼마쯤 벌 수는 있을 테지만, 글을 쓰며 돈을 벌고 싶지 않습니다. 책을 내며 어느 만큼 벌이가 될는지 모르나, 책을 내놓아 살림살이를 꾸리고 싶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어 큰뜻 하나 이룰 수 있다지만, 큰뜻에 앞서 우리 살붙이하고 알콩달콩 신나는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좋은 삶과 좋은 넋과 좋은 말이면 그야말로 좋습니다. 여기에 좋은 책과 좋은 글과 좋은 사진을 나란히 놓고 싶습니다. 이러면서 나 스스로 좋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길을 걷고 싶고, 좋은 옆지기 좋은 딸아이로 저마다 이녁 삶을 가꿀 수 있도록 길동무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내 책을 기꺼이 사 주는 분이나 내 사진을 스스럼없이 사들이는 분들은 나한테 돈을 보태어 주려는 마음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4343.8.2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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