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글쓰기


 시골 사는 사람은 시골 삶에 맞추어 살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씁니다. 도시 사는 사람은 도시 삶에 걸맞게 일자리를 찾거나 영화를 보거나 인터넷을 누빕니다. 도시를 알고 느끼며 껴안는 대로 책방마실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봅니다. 시골집에서 아침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면 날마다 늘 다른 하늘과 멧자락과 바람과 새소리를 마주하는 가운데, 우리 집 벽에 기어든 멧쥐가 끽끽대는 소리를 듣습니다. 어느 하루도 같은 하루가 아니며, 같은 하루일 수 없는 가운데, 하루하루 흘러가는 소리를 노상 다르게 듣습니다. 언제나 다른 하루이지만 언제나처럼 새벽같이 쌀을 씻어 불려 놓고 아이가 언제쯤 일어날까 헤아립니다. 아이가 일어나서 배고플 때에 맞추어 밥을 안치고 찌개나 국을 끓입니다. 아이는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날마다 새로운 말을 새삼스레 쏟아내는 한편, 엄마나 아빠 말을 깍쟁이처럼 안 듣습니다. 나날이 한숨을 깊이깊이 쉬지만, 처음에는 엄마젖을 빨다가 죽을 먹다가 이제 밥과 김치를 꼭꼭 씹어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크게 놀랍니다. 머잖아 아빠 밥그릇만큼 밥을 눌러 담아 배 띵띵 불도록 먹는 날을 맞이하겠지요. 볼일 때문에 아이 엄마하고 아이를 시골집에 두고 홀로 시골버스를 타고 시외버스 타는 데로 나와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탑니다. 버스를 타고 책을 읽지만, 서울로 가까워질수록 머리가 더 어질어질하며 속에 메스꺼워 그만 책을 덮습니다. 서울 강변역에서 버스를 내리며 겨우 숨을 돌리려 하지만, 길거리 사람들(거의 모두 남자)은 담배를 꼬나뭅니다. 담배 내음에서 겨우 비껴나 전철을 타니, 전철에서는 코를 찌르는 냄새가 가득합니다. 전철을 갈아타고 그예 내릴 곳에 이르러 비로소 눈을 비비고 배를 쓰다듬습니다. 서울에는 사람이 참 많고, 젊은 아가씨 또한 많다고 느낍니다. 시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 서울에는 몹시 많습니다. 예쁘장하게 차려입은 아가씨하고 멋들어지게 꾸민 사내들을 바라봅니다. 저 차림새는 어떤 일을 하는 차림새일까 곰곰이 생각합니다. 시골에서 일하며 살아간다면 으레 수수한 차림새로 바뀔 수 있으려나 궁금합니다. 낮 동안 낮이로구나 하고 느끼지 못합니다. 시계를 보며 몇 시인가를 살핍니다. 어둑살이 내릴 무렵이 되어도 저녁이라고 느끼지 못합니다. 길거리에 등불이 환히 켜지니 시간을 잊습니다. 손전화를 꺼내어 몇 시쯤인가 어림합니다. 시골에서라면 시골버스는 저녁 일곱 시만 지나면 하나둘 끊기며 시골마을 작은 가게 또한 여덟 시가 채 되지 않아 거의 다 문을 닫습니다. 도시에서는 저녁 예닐곱 시쯤이라면 한창 장사를 할 때이고 사람이 더 북적거립니다. 한낮에는 해를 등에 지지 않던 사람들이 저녁에는 등불을 등에 지며 넘실거립니다. 낮이라 해서 햇살을 받아들이지 않고, 저녁이라 해서 달빛이나 별빛을 맞아들이지 않습니다. 새로 맞이하는 아침에 새로운 빛살을 얼싸안지 않아요. 하루치 새 일과 일삯을 곱씹는 도시입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보다 재미난 이야기를 찾을밖에 없는 도시 삶터요, 살가운 이야기보다 신나는 이야기를 바랄밖에 없는 도시 물결이며, 사랑스런 이야기보다 살섞는 이야기를 좇을밖에 없는 도시 흐름입니다. (4343.11.1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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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과 글쓰기


 도시에서는 가을을 맞이하더라도 가을임을 느끼기 힘들구나. 이 좋은 가을에, 이 고운 가을에, 이 맑은 가을에, 이 멋진 가을에, 이 기쁘며 슬픈 가을에, 도시에서 살아가며 무슨 빛과 그늘을 느낄 수 있는가. 가을이 없으니 도시를 떠나 멀리 자연 품은 시골을 찾고, 봄도 여름도 겨울도 없으니까 철 따라 방학이나 휴가 때 겨우 한 번 새숨을 마시려고 시골을 찾는구나. 새숨을 쉬지 않으면 답답할 뿐 아니라 메말라 버리는 줄 몸으로 느끼면서 왜 철을 잊는 데에서 이처럼 복닥복닥 해야 하나. (4343.11.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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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과 글쓰기


 바람 부는 만큼 하늘빛은 다릅니다. 빨래대 휘청거리고 나뭇가지 흔들리며 바람소리로 잠을 깨우는 날에는 하늘빛이 눈부시도록 파랗습니다. 이 차가우며 거센 바람이 하늘가에 티끌과 먼지가 함부로 서리지 않도록 내모는 듯해요. 낮에는 꽤나 빨리 흐르는 흰구름 올려다보고, 밤에는 초롱초롱 빛나는 별무리를 올려다봅니다. (4343.11.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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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와 글쓰기


 새벽에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살짝 깬다. 얼마만에 내려 주는 비인가. 이 가을비는 겨울을 부르는 비인가.

 시골마을마다 가을걷이를 하기까지 비가 내리지 않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가을을 맞이하기까지 여름 내내 얼마나 비가 잦았고 햇살은 안 비쳤는가. 한가위를 앞두고 푸성귀며 열매며 제대로 여물지 않어 농사짓는 사람들 한숨이 얼마나 깊었던가. 그나마 벼베기를 해야 하는 동안에는 비가 안 왔을 뿐 아니라 햇살이 퍽 따사롭게 내리쬐 주기까지 했다.

 빗소리를 들으며 다시 잠든다. 아이는 고이 잠잔다. 아이는 빗소리를 들었을까. 아이는 빗소리를 어떻게 들으려나. 아이는 도시 골목동네에서 살며 듣던 빗소리하고 시골 멧기슭에서 듣는 빗소리하고 어떻게 얼마나 다른가를 헤아릴 수 있을까. 시골집으로 들어온 지 고작 다섯 달이라지만, 이내 도시에서 살던 자취는 탈탈 털고 시골내음과 시골자락으로 몸과 마음을 넉넉히 품어 주려나.

 아침에 비가 그친다. 바람이 제법 세게 분다. 햇살이 들락 말락 하기에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빨래를 마당에 내놓는다. 기저귀 빨래가 바람에 마구 나부낀다. 안 되겠다 싶어 방으로 들인다. 창문을 꽁꽁 닫아걸고 있자니 바람소리는 잘 안 들리지만, 바람에 흩날리거나 나부기는 나뭇잎이 창밖으로 꽤 많이 보인다.

 쉬를 눌 때에 부러 멧기슭으로 가거나 감나무 앞으로 간다. 바람에 떨어진 가을잎을 내려다보다가는 아직 대롱대롱 달린 나뭇잎을 올려다본다. 바람은 잘 익은 감알을 어루만지며 지나간다. 자그마한 시골 멧자락이 곱다. 집으로 달려가 사진기를 들고 다시 나온다. 깊은 골짜기 커다란 멧자락은 얼마나 고울까. 아마 대단히 곱겠지. 아마 참 많은 사람들이 깊은 골짜기 커다란 멧자락으로 가을마실을 떠날 테지. 외딴 곳에 깃든 자그마한 시골집 가을소리는 아이랑 아빠랑 엄마가 듣는다. 여기에 엄마 배속에서 천천히 자라는 둘째도 시골집 가을소리를 함께 듣겠지. 고맙다. (4343.11.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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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과 글쓰기 2


 그야말로 찍고 싶다고 느끼니 사진찍기를 즐깁니다. 이 사진으로 오늘 이곳 이 한때를 고운 이야기로 갈무리하고 싶어서 사진찍기를 즐깁니다. 돈이 없다고 필름사진 못 찍을 까닭이 없습니다. 디지털사진기와 메모리카드와 셈틀이 있어도 사진기를 들지 않을 뿐더러 아무 생각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싸하거나 대단한 모습이더라도 내 마음이 움직여야 사진찍기를 즐깁니다. 돈이 된다거나 이름값 얻는다 할지라도 내 소담스러운 삶을 바쳐 담아낼 만한 값이 있어야 하며, 이렇게 삶을 바치는 땀방울이 즐거워야 비로소 사진기를 쥘 수 있습니다. 내 사진감인 헌책방을 찍을 때에 어느 한 곳 사진을 100장 찍어도 모자라고 1000장이더라도 늘 아쉬우며, 1만 장이나 10만 장에 이르러도 못내 서운합니다. 그렇지만, 이러는 가운데 다문 사진 한 장으로 모든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어요. 10만 장을 찍은 사진 가운데 어느 사진 한 장을 뽑더라도 갖가지 이야기를 깊고 넓게 나눌 수 있어요. (4343.11.7.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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