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디아의 비밀 비룡소 걸작선 2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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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책시렁 208


《클로디아의 비밀》

 E.I.코닉스버그

 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2000.6.29.



“물론이지. 우리는 항상 구두를 신어야 한다는 따위의 숨막히는 규칙에서 탈출하는 거니까.” (23쪽)


둘은 미술관 직원인 예쁜 안내원 아가씨의 말을 귀담아듣고 많은 것을 배웠다. 안내원 아가씨의 설명은 전혀 지겹지 않았다. 둘은 학교가 아닌 곳에서도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70쪽)


“나는 ‘달라져서’라고 했지, ‘다르게’ 간다고 하지 않았어. 나는 달라져서 돌아가고 싶단 말야. 나, 클로디아 킨케이드는 다른 사람이 되어서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147쪽)


“너희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것들이 스스로 무르익어서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고도 세상일에 훤해지는 날도 올게다.” (194쪽)



  오늘날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는 초등학교를 마친 어린이가 이 삶터를 한결 새로우면서 깊고 넓게 바라보면서 가꾸는 길을 배우는 터전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는 예나 이제나 대학교로 가는 길에 거치는 곳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앞으로 언제쯤 이 고리를 깰 만할까요. 앞으로 누가 이 고리에서 씩씩하게 벗어날 만할까요. 대학교가 아닌 마을하고 삶터를 바라보는 눈을 키울 노릇입니다. 대학교를 거친 졸업장하고 지식이 아니라, 사람을 슬기로운 사랑으로 아끼는 숨결을 배우는 곳을 마련할 일이라고 여깁니다.


  《클로디아의 비밀》(E.I.코닉스버그/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2000)이 한국말로 나온 지 꽤 됩니다. 한국말로 나오기 앞서 이런 어린이책이 나왔다니, 한국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어린이가 억눌리거나 틀에 갇히도록 내몰리는 모습은 엇비슷하네 싶습니다. 어느덧 한국에서도 스무 해를 묵은 어린이책인데, ‘클로디아’는 얼마나 홀가분하거나 당차게 제 꿈길로 나아갈 만한 나날일까요?


  한국은 아직도 ‘교복치마·교복치마’를 둘러싸고도 낡은 틀에 갇힙니다. 중·고등학교에서 학교옷을 어떻게 입혀야 하는가를 놓고도 제대로 이야기가 터지지 않습니다. 서른 해도 열 해도 아닌 고작 세 해를 입히고 끝나는 학교옷인데, 옷감은 그나마 ‘솜천(면)’조차 아니기 일쑤입니다.


  배우는 길로도 썩 아름답다고 하기 어려운 한국인데, 차림새를 놓고도 굴레에 씌우는 한국입니다. 직업교육 아닌 꿈을 함께하면서 들려주는 배움길은 언제 열려나요. 대학진학 아닌 사랑을 같이하면서 노래하는 배움길은 어디에서 열려나요. 이제 클로디아처럼 낡은 굴레를 박차고 뛰쳐나와서 튼튼하면서 새로운 마음이 되기를 바라는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기지개를 켜기를 빕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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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미디어가 뭐예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6
손석춘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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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책시렁 210


《선생님 미디어가 뭐예요?》

 손석춘 글

 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19.6.10.



신문이라는 매스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왕과 귀족이 아닌 사람들도 나라를 꾸려 가는 정치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었답니다. (21쪽)


과연 무엇이 올바름일까요? 여러 가지 정의가 가능하겠지요. 언론에서 올바름은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또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에요. (45쪽)


“왜 언론의 자유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왜 권력은 언론을 지배하려고 하는가?”와 이어져요. (59쪽)


인터넷은 컴퓨터가 없었다면 생겨나지 않았을 거예요. 인류 역사에서 최초의 컴퓨터는 에니악이에요.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었지요. (136쪽)



  어린이가 읽는 어린이신문이 있습니다만, 어린이신문을 집에서 받아보기란 만만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어린이신문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어린이 삶하고 얼마나 가까운지, 또 어린이 삶을 얼마나 북돋울 만한지 알기 어렵기도 합니다.


  오늘을 돌아보면 어린이도 손전화를 손에 쥐고서 누리놀이를 하거나 전화를 하지요. 어린이도 우리 삶터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에 스스로 눈길을 둘 수 있고, 누리신문 끝자락에 덧글을 남겨서 어린이 뜻을 밝힐 수 있습니다.


  이때에 가만히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왜 어른신문이나 어린이신문은 우리 삶에 가까이 와닿을 이야기보다는 정치나 사회나 경제나 스포츠 같은 데에 기울어져서 이야기를 펼까요? 신문을 내려면 돈이 들고, 이 돈을 모으려고 기업에서 돈을 받기 때문일까요? 방송이나 영화도 매한가지예요. 방송이나 영화를 찍으려고 드는 엄청난 돈을 광고삯으로 받아요. 이러다 보니 신문이나 방송이나 영화는, 때로는 책까지도 ‘돈을 대는 곳’ 목소리를 담는 노릇을 오랫동안 꾸준히 했습니다.


  《선생님 미디어가 뭐예요?》(손석춘, 철수와영희, 2019)는 어린이 자리에서 신문이나 방송이나 누리그물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왜 이런 여러 가지 ‘목소리 내는 길’이 태어났는가를 짚고, 이러한 길을 어린이가 어떻게 마주하면서 무럭무럭 자랄 적에 생각이 깊어질 만한가를 들려주려 합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광고를 받지 않고서 신문을 내거나 방송하고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신문 방송 영화에는 어떤 이야기가 흐를까요? 돈에 휘둘르지 않고서 이야기를 펼 수 있다면, 내리누르는 힘에 얽히지 않고서 이야기를 쓸 수 있다면, 이때에 우리 삶터는 어떻게 거듭날까요?


  기자로 일하는 사람을 얼마나 차분하면서 곧바르게 둘레를 살피면서 이야기를 귀여겨듣고서 글이나 그림으로 여밀까요? 서울 이야기만이 아니라, 시골 이야기를, 마을 이야기를, 어린이 이야기를, 무엇보다도 어린이랑 푸름이를 옥죄는 입시지옥을 걷어낼 만한 이야기를 얼마나 마음을 기울여서 다룰 수 있을까요? 온누리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길을, 누리꽃길을 어린이도 함께 가꾸기를 빕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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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쇼 선생님께 보림문학선 3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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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80


《헨쇼 선생님께》

 비벌리 클리어리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보림

 2005.3.10.



엄마는 ‘신발 한 짝’이란 말이 마치 슬픈 음악을 듣는 것처럼 우울하게 들린다고 했어요. (47쪽)


저는 편지를 자주 받는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오늘은 엽서를 두 장이나 받았답니다. 하나는 선생님이 보내 주신 거고, 또 하나는 미국 중부 캔자스 주에 있는 아빠한테서 온 거예요. (64쪽)


결국 나는 아빠 트럭을 타고 양조장에 따라간 날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써 내려갔다. (120쪽)



《헨쇼 선생님께》(비벌리 클리어리/선우미정 옮김, 보림, 2005)를 읽었다. 여러모로 추천도서에 이름이 오르는 책이지 싶은데, 그렇게까지 훌륭하다고는 느끼기 어려웠다. 아직 글이 익숙하지 않다는 어린이가 쓴 일기하고 글월을 모은 얼거리라지만, 영어로는 모르겠는데 한국말(옮김말)로 보자면 하나도 어린이스럽지 않다. 이 대목을 가다듬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어쩌면 이 대목이야말로 어려울는지 모른다. 마음에 드리우는 그늘을 어린이 스스로 걷어내려고 애쓰는 길, 또 이 길에 여러 어른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길, 이 삶을 일기하고 글월로 풀어내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어딘가 아쉬운걸’ 하는 생각이 내내 맴돌았다. 아무래도 어린이 목소리는 어린이 스스로 낼 적이 아니고는 안 어울리지 싶다. ‘어른이 된 사람 자리’에서는 어린이 흉내를 낼 뿐, 어린이가 되지는 않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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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달려라 통일열차
김현희 외 지음, 이재임 그림, 통일미래교육학회 기획 / 철수와영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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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시렁 147


《힘차게 달려라 통일열차》

 통일미래교육학회 기획

 김현희·문인철·신대진·양미정·이기희·이신애·함규진 글

 이재임 그림

 철수와영희

 2019.3.18.



우리 모두 각자의 답을 갖고 있을 뿐이지. 하지만 너는 어떤 것을 너의 답으로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더구나. 그래서 내가, 답을 찾도록 조금 도움을 주려 한단다. 정답을 그냥 선물 주듯 쓱 주는 게 아니라. (17쪽)


어떻게 평화 통일을 주장했다고 사형을 시켜요? 민주주의 국가라는 나라에서……. (99쪽)


남한도 아직 군대를 기준으로 하는 문화나 가치관이 남아 있단다. 어떤 사회가 ‘갑질’이 많고, 사회적 차별이 심하며,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토론을 꺼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사회는 군사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 (158쪽)


정치하는 어른들에게 맡겨 두면 또 이상하게 갈 것 같아요. 평화를 이루더라도, 또 상황이 바뀌거나 정권이 바뀌면 옛날처럼 싸해지고, 심지어 전쟁이 날 수도 있지 않겠어요? (162쪽)


남한은 남한의 방식대로 그 재주를 살려서 다양하고 멋진 문화를 만들어 냈지만, 그동안 북한 역시 북한의 방식대로 문화를 만들어 왔단다. (200쪽)



  모르는 사이라면 돕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모르면서 무엇을 돕겠어요. 도우려는 마음이라면 먼저 다가가서 사귀고 알고 만나고 어우러지기 마련입니다. 찬찬히 마주하고 어울리는 동안 서로서로 삶을 알고 살림을 가꾸는 길에 어떻게 사랑을 심으면 즐거울까 하고 헤아리기에 비로소 손을 내밀거나 어깨동무를 합니다.


  그런데 돕겠다고 나서기보다는 같이 지내겠다고, 한마을에서 어우러지겠다고, 이웃이 되어 살겠노라고 나선다면 새롭습니다. 어쩌면 누가 누구를 도울 일이란 없을 수 있어요. 같이 지내거나 살면 될 뿐입니다. 한마을에서 어우러지면 될 뿐이에요. 나한테 더 있기에 너한테 뭔가 나누는 돕기가 아닌, 삶에서 배어나오는 손길을 함께하면 보드라우면서 즐겁습니다.


  《힘차게 달려라 통일열차》(통일미래교육학회·이재임, 철수와영희, 2019)는 남북녘이 어떻게 갈린 채 어떤 나날을 걸어왔는가를 차근차근 짚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통일열차를 같이 타고, 같이 달리고, 같이 놓으며, 같이 돌보는 길을 어떻게 갈 만한가를 들려주지요.


  이쪽에서 돈주머니를 잔뜩 실어서 저쪽으로 실어나를 열차가 아닙니다. 마음을 담고 기쁨을 실어서 이리저리 오갈 열차입니다. 외길로 가기만 하는 열차가 아니라, 이쪽저쪽을 홀가분하게 오가면서 마음도 삶도 생각도 살림도 모두 말끔히 틔울 열차예요.


  같이 쓰면 됩니다. 같이 누리면 됩니다. 같이 먹고 마시면서 같이 춤추고 노래하면 됩니다. 같이 일하면 되고, 같이 놀면 되지요. 같이 쉬고, 같이 걷고, 같이 바라보는 수수하면서 너른 길부터 마련할 적에 비로소 손을 잡으리라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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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아이들과 가뿐하게 온작품읽기 - 고학년 온작품읽기 이야기 삶말 교육도서 4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시흥 작은 모임 연꽃누리 지음 / 삶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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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71


《다 큰 아이들과 가뿐하게 온작품읽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시흥 작은 모임 연꽃누리

 삶말

 2019.3.14.



‘온’작품을 ‘온’작품답게 읽는 방법은 아이들에게 ‘온’작품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먼저 주는 것입니다. (14쪽)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꼼꼼히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종이책을 기준으로 성인은 1년에 8.3권을 읽는데 비해 초등학생은 8배나 많은 67.1권을 읽고 있습니다. (25쪽)


2학년이 읽어야 하는 게 아니라 2학년부터 읽을 수 있다는 뜻이므로 2학년보다 조금 더 오래 살고 경험도 많은 아이들이 읽으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건 당연합니다. (82쪽)


아이들은 작가를 신경 쓰며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책을 고를 때 작가를 본다는 아이들이 거의 없듯이, 아이들이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작가도 별로 없습니다. (132쪽)


많이 배운다고 많이 깨닫는 것은 아니지만 배움이 깊어질수록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256쪽)



  국민학교란 이름이던 곳을 여섯 해 다니면서 교사다운 교사를 만난 적이 있는지 아리송하구나 싶었기에 늘 두 가지 마음이었습니다. 하나는, 교사란 참 싫은 놈이고, 다른 하나는, 차라리 내가 교사가 되어 보자예요.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교사가 어떤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때리지 않기, 윽박지르지 않기, 숙제로 괴롭히지 않기, 어버이한테서 돈 뜯어내지 않기, 운동회 억지로 시키지 않기, 동무들 앞에서 창피하게 내몰지 않기 …… 이런 모습을 생각해 보았어요.


  오늘 문득 돌아봅니다. 저는 이런 밉거나 싫던 모습을 얼마나 털어낸 어른이자 어버이로 오늘 하루를 짓는지, 어릴 적에 국민학교 교사한테서 입은 숱한 매질이나 창피나 들볶음을 얼마나 몸이나 마음에서 씻어냈는가 하고.


  《다 큰 아이들과 가뿐하게 온작품읽기》(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시흥 작은 모임 연꽃누리, 삶말, 2019)는 ‘뜻있는’ 초등학교 교사라기보다는 ‘신나는’ 초등학교 교사로 어린이를 마주하려고 마음을 기울이는 어른들이 일군 책이라는 열매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책을 첫 쪽부터 끝 쪽까지 가만가만 읽으며 새록새록 느낀 한 가지라면, 요즈음 초등학교는 이런 ‘신나는’ 교사가 있어 무척 달라졌겠구나 싶더군요. 그렇다고 모든 교사가 아직 ‘신나는’ 교사이지는 않겠지요? 아직 허울이나 겉치레에 매인 교사도 제법 있겠지요? 치렁치렁 긴머리를 나부끼는 남교사는 몇 사람쯤 있을까요? 긴바지도 깡똥바지도 마음껏 입으면서 아이들하고 공을 차며 노는 여교사는 몇 사람쯤 있을까요? 옛날엔 아예 없다시피 했습니다만, 요새는 제법 나타났을까요?


  ‘온작품읽기’란 책 하나만 오롯이 읽자는 뜻이 아닙니다. 삶을 오롯이 읽는 마음결로 거듭나도록 책 하나를 제대로 읽는 길을 들이면서 눈도 마음도 생각도 몸도 활짝활짝 틔우자고 하는 멋스러운 발걸음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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