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닷 Photo닷 2015.7 - Vol.20
포토닷(월간지) 편집부 엮음 / 포토닷(월간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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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209



스스로 노래가 되어 노래하는 사진을 찍다

― 사진잡지 《포토닷》 20호

 포토닷 펴냄, 2015.7.1.

 정기구독 문의 : 02-718-1133



  날마다 밥을 먹습니다. 쌀알을 끓여서 밥을 짓기도 하고, 밀을 반죽해서 빵을 굽기도 합니다. 고기를 장만해서 익히기도 하며, 풀을 뜯어서 나물로 무치기도 합니다. 어떤 먹을거리를 받아들여도 언제나 밥입니다. 즐겁게 맞이하는 밥 한 그릇이요, 기쁘게 나누는 밥 한 끼니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지어서 아이들하고 먹으면서 생각합니다. 밥맛이 좋으려면, 밥을 짓는 사람 마음이 좋아야 합니다. 좋지 않은 마음이 되어 밥을 지으면, 이 기운이 고스란히 밥에 깃듭니다. 좋은 마음이 되어 밥을 지으면, 이 기운도 고스란히 밥에 깃들어요. 그러니, 내 마음이 어떠한가에 따라, 맛난 밥도 짓고 안 맛난 밥도 지어요.



나는 도시와 같은 어떤 공간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 관찰하는 게 좋았다. (19쪽/김영경)


사진 중에 노란 자전거를 탄 할머니가 지나가는 배경의 낡고 허물어진 집들은 술을 제조하던 양조장이다. 그런데 지난달에 갔을 때 그곳에 포크레인이 있었다. 이처럼 지정된 보존 가옥 외에는 아주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가고 있다. (27쪽/최철민)



  사진을 찍을 적에는 ‘사진기라는 기계’보다도 ‘사진기를 다루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느낍니다. 대단하거나 놀랍다 싶은 장비를 갖추었어도, 마음이 좋지 못하다면, 좋다고 할 만한 사진을 찍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마음이 즐거울 적에 사진이 즐겁고, 마음이 고울 적에 사진이 고우며, 마음이 사랑스러울 적에 사진이 사랑스럽습니다.


  사진잡지 《포토닷》 20호(2015.7.)를 읽습니다. 《포토닷》 20호는 ‘2015년 최민식 사진상’을 특집 기사로 다룹니다. 올 2015년에는 ‘최민식 사진상’을 최광호 님이 받았다고 합니다. 사진 한길을 걸어온 발자국을 돌아보면서 나누는 사진상인 만큼, 이 상을 받은 분이나 이 상을 못 받은 분 누구나 기쁘게 사진길을 더욱 씩씩하게 걸을 수 있기를 빌어요.



수많은 정치적 희생자들이 머물렀던 건물이나 장소를 촬영하는 것은 그곳에서 고통 받고 사라져 간 사람들 모두의 희생을 바라보는 과정이었다. (55쪽/다이애나 마타)


순천으로 내려와 시간이 많아졌다. 주변 환경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 책도 천천히 읽고, 사진도 천천히 하게 됐다. 기다릴 줄 알게 된 것 같다. 지방은 나름대로 새로운 작업환경을 제공하는데 여건이 좋다고 생각한다. (79쪽/지성배)



  가만히 보면, 마음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밥맛이 달라지고, 사진이 달라지는데, 이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다 달라집니다. 아이들도 마음이 안 좋으면 놀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장난감이 있어야 놀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홀가분하면서 좋은 마음일 때에 비로소 신나게 웃으면서 놀아요. 장난감이 아무리 많은들, 놀 틈을 아무리 넉넉히 내어준들, 아이들 스스로 좋은 마음으로 지내지 못한다면,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흐르지 않습니다. 웃지 않는 아이들은 놀지 않고, 놀지 않는 아이들은 노래하지 않습니다. 노래하지 않는 아이들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하며,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밥이나 주전부리를 먹을 마음이 안 일어납니다.


  아이하고 어른은 좀 달라서, 어른은 마음이 안 좋아도 꾹 누르거나 참으면서 일을 합니다. 힘들어도 일을 하고, 지겨워도 일을 하며, 싫어도 일을 하지요. 그야말로 꿋꿋하게 일어서서 일을 하는 어른입니다. 좋지 못한 마음이어도 이 마음을 다스리면서 일을 하는 어른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러면,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좋지 못한 마음으로 힘겨이 일할 적하고, 좋은 마음으로 기쁘게 일할 적에, 일하는 보람은 어느 쪽이 나을까요? 아주 마땅하게도 ‘좋은 마음으로 기쁘게 일하는 사람’이 보람을 누리면서 활짝 웃겠지요.




내 사진을 어떻게 해석하든 상관없지만 내가 가진 생각은 글로 쓸 수밖에 없다. 사진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있지만, 글까지 보면 좀더 많은 해석과 정보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82쪽/최수연)


나는 내 생각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표현하는 사람이고, 그 표현에 필요한 공부와 경험을 스스로 해결하는 사람이다 … 사진은 아무리 상상해도 현실에 베이스를 두기 때문에 추상이 되지 않는다 … 나는 이 책을 함께 만든 사람들의 리스트를 표지로 하고 싶었다. ‘이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멋진 사진을 담았어요’가 아니라,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을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93, 96, 98쪽/사이이다)



  사진은 언제나 삶을 찍습니다. 내가 살고 네가 살며 우리가 사는 하루를 사진으로 찍습니다. 나중에 포토샵으로 만지든, 처음부터 기계에 손을 보아서 ‘추상’을 사진으로 담으려 하든, ‘추상’을 담으려고 하면 ‘추상이 아닌 삶’이 있어야 합니다. 삶이 있기에 추상을 나타낼 수 있어요. 그리고, 바로 우리한테는 저마다 다른 삶이 있기에, 이러한 삶을 바탕으로 꿈을 그립니다.


  꿈이란 무엇인가 하면, 새롭게 가꾸면서 기쁘게 누리고 싶은 삶입니다. 새롭게 가꾸면서 기쁘게 누리려는 삶은 어떠한 숨결로 흐를까요? 바로 사랑으로 흐릅니다.


  이리하여, 삶을 찍는 사진은, 늘 꿈을 찍는 사진이면서, 언제나 사랑을 찍는 사진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삶이랑 꿈이랑 사랑을 스스로 기쁘게 마주하고 바라보면서 이야기로 엮는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풍크툼이니 아우라니 하는 말로 자기 사진의 예술성을 보증하려 한다. 그 속뜻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로댕은 나직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한다. 사진을 예술로 만드는 것은 풍크툼도 아우라도 아니라고. (111쪽/장정민)


이제 보도사진을 다루는 사람의 자격 요건에 사진을 기술적으로 잘 찍을 수 있는지의 여부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마치 ‘글씨’를 잘 쓰는 것과 ‘글’을 잘 쓰는 것이 연관성이 없는 것과 같다. 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사진의 언어를 이해하고 매체의 특성을 활용해 설득력 있는 사진을 내보일 수 있는 표현력과 넘쳐나는 사진들 속에서 ‘보도될 만한 사진’을 솎아낼 수 있는 시각적, 윤리적 판단력을 갖추는 것이다. (115쪽/이기원)



  사진잡지 《포토닷》이 바라보는 곳은 ‘사람이 있는 곳’입니다. 사진잡지 한 권이 나아가는 길은 ‘사람이 있는 길’입니다. 내가 찍은 사진을 내가 먼저 보고, 네가 함께 봅니다. 네가 찍은 사진을 네가 기쁘게 보면서 나도 기쁘게 함께 봅니다.


  전문 사진가이든 아마추어이든, 풋내기 사진가이든 아직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이든, 사진을 찍을 적에는 고요하면서 홀가분하고 따사로운 숨결이 됩니다. 사진기를 손에 쥘 적에는 ‘이제껏 사진을 찍은 햇수’라든지 ‘대학교 사진학과’를 다녔다거나 ‘나라밖에서 사진을 배웠다’고 하는 모든 것을 내려놓습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내 앞에 마주하는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습니다.


  밥을 짓는 어버이는 바로 오늘 이곳에서 아이들하고 나눌 밥을 짓습니다. 요리사가 짓는 밥이 아닙니다. 뛰어나거나 빼어난 솜씨쟁이가 짓는 밥이 아닙니다. 오늘 하루도 아이들하고 사랑을 나누는 삶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짓는 밥입니다.




내가 어버이로서 우리 아이를 사진으로 찍는다고 한다면, 싱그럽게 웃고 노래하면서 뛰노는 아이가 사랑스러워서 사진으로 찍습니다. 현을생 님이 제주섬이나 제주 해녀나 절집을 사진으로 찍는다고 한다면, 역사나 문화나 사회나 예술이나 정치나 교육 같은 것을 따지면서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그저 제주섬하고 제주 해녀하고 절집이 사랑스러워서 찍는 사진입니다. (125쪽/최종규)


늘 건강하시리라 믿었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2014년 2월의 일이었다. 사진을 한다는 딸로서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어드리지 못한 후회가 밀려왔다 … 다행히 아버지는 마치 내게 사진을 찍을 기회를 주시려는 듯이 기적처럼 깨어나셨지만 더는 일어서실 수가 없었다. (140쪽/조정숙)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면서 차분하게 사진을 찍습니다. 마음에 기쁜 웃음을 가득 실으면서 기쁘게 사진을 찍습니다. 마음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눈물젖은 사진을 찍습니다. 아프고 슬픈 삶을 되새김질을 하면서 아프고 슬픈 사진을 찍습니다.


  모든 사진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흐릅니다. 왜냐하면, 저마다 다른 삶을 찍는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진에는 저마다 새로운 숨결이 도사립니다. 왜냐하면, 저마다 다른 사람이 저마다 다른 사랑을 마음으로 품으면서 찍는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는 아주 쉽습니다. 스스로 좋은 마음이 되면 넉넉합니다. 멋진 사진을 찍기도 아주 쉽습니다. 스스로 멋진 삶을 가꾸면 됩니다. 고운 사진이나 예쁜 사진을 찍으려면, 스스로 고운 삶이 되고 예쁜 사랑으로 거듭나면 됩니다.


  스스로 웃음덩어리가 되어 웃음이 피어나는 사진을 찍습니다. 스스로 눈물바람이 되어 눈물이 흐르는 사진을 찍습니다. 스스로 노래가 되어 노래하는 사진을 찍고, 스스로 바람이 되어 바람처럼 흐르는 사진을 찍습니다. 4348.7.6.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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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
현을생 지음 / 민속원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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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잡지 <포토닷> 2015년 7월호에 함께 싣는 글입니다.


..


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97



곁에 있는 사랑을 사진으로 찍는다

― 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

 현을생 사진·글

 민속원 펴냄, 2006.7.15.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꽃을 사진으로 찍으려는 사람도 많습니다. 꽃을 좋아하면서 사진으로 찍으려는 사람은 으레 꽃밭이나 숲이나 시골을 찾아갑니다.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꽃을 구경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꽃을 좋아하기에 ‘꽃이 흐드러지는 시골이나 숲’으로 삶터를 옮기는 사람은 어느 만큼 있을까요? 꽃을 만나러 나들이를 다니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언제나 꽃을 마주하면서 꽃내음을 맡는 곳에서 보금자리를 가꾸는 사람은 어느 만큼 있을까요?


  ‘사진을 찍으려는 마음으로’ 꽃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사진을 찍을 적하고, ‘꽃이 있는 곳에서 살면’서 사진을 찍을 적에는, 똑같은 꽃을 사진으로 찍더라도 느낌하고 결하고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내 삶자리 둘레에 있는 아름다운 숨결을 사진으로 찍을 적하고, 먼발치에 있는 아름다운 숨결을 찾아나서며 사진으로 찍을 적에는 느낌이나 결이나 이야기가 사뭇 다릅니다.


  늘 곁에 있기에 아름다운 줄 못 알아채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깊고 넓게 느끼기에 늘 곁에 두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먼 곳에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곁에는 아름다운 숨결을 두지 않고 먼발치에 있는 아름다움만 생각하면서 삶을 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멀리 나들이를 가기에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서 사진으로 찍지 않습니다. 아무리 멀리 나들이를 간다고 하더라도 ‘나들이를 간 그곳’에서도 ‘아름다움을 곁에 두고 바라보기’ 때문에 비로소 아름다움을 알아채거나 느껴서 사진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곁에 있는 아름다움도 곁에 있는 줄 알아챌 때에 사진으로 찍지, 곁에 있더라도 못 알아챈다면, 아무것도 사진으로 못 찍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놓치고 그냥 지나치는 보원사지를 간다. 전각이 복원 안 된 절터에 서면 많은 것을 얻은 기분이 든다 … 도량을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죄스러울 정도로 적막하여 숨소리를 죽이는데, 지나가시던 스님께서 사진을 찍지 말라 하여 가슴이 덜컹한다. (70, 79쪽)



  1998년에 ‘탐라목석원’에서 펴낸 사진책으로 《제주 여인들》이 있습니다. 《제주 여인들》이라는 사진책을 선보인 현을생 님은 1955년에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태어났고, 1974년에 제주도에서 9급 공무원으로 첫발을 내딛었으며, 2014년부터 서귀포시장이 되어 공무원 한길을 잇습니다. 현을생 님은 ‘빛깔있는 책들’ 가운데 《제주 성읍 마을》(대원사,1990)에 사진을 찍었고, 2006년에 《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민속원,2006)라는 사진수필책을 선보입니다. 현을생 님은 공무원으로 오랜 한길을 걷는 동안 언제나 ‘사진가 한길’도 함께 걸었습니다.


  1990년, 1998년, 2006년, 이렇게 드문드문 사진책을 내놓은 현을생 님한테 사진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제주도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을 사진으로 담아서 엮고, 제주도에서 물일을 하는 사람을 사진으로 찍어서 엮으며, 현을생 님이 골골샅샅 두루 찾아다니는 절집에서 만난 숨결을 사진으로 찍어서 빚은 이야기에는 어떠한 바람내음이 깃들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무래도 현을생 님 사진은 ‘곁에 있는 사랑’을 찍는 사진이지 싶습니다. 먼발치에 있는 사랑을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현을생 님이 태어나고 자란 고장을 사진으로 찍고, 현을생 님을 둘러싼 이웃하고 동무를 사진으로 찍습니다. 남녘(한국)에 있는 여러 절을 돌아다니면서 찍은 사진은 현을생 님이 ‘절집마실’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에 찍을 수 있습니다. 절집을 사진으로 찍으려고 돌아다닌 발자국이 아니라, 절집마실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에 어느 날 문득 절집을 사진으로 찍은 발자국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절집은 아직 인간들의 소음이 미치지 않아서 시골 외갓집 가는 기분으로 들어설 수가 있어 그 또한 편안하다 … 하도 오랜만에 이 절을 찾은 탓에 이 나무가 그냥 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게 사실이다. 합장하여 천 년의 역사를 말해 주고 있는 나무뿌리에 기도 드린다. (108, 118쪽)





  제주섬을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대단히 많습니다. 제주 해녀를 사진으로 찍어서 책으로 엮은 사람이 제법 있습니다. 절집마실을 즐기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제주섬을 사진으로 찍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거나 느끼면서 어떤 삶을 어떤 이야기로 엮으려는 마음일까요? 제주사람으로 제주섬에 살면서 찍는 사진일까요? 제주마실을 해 보니 무척 기쁘고 좋거나 예뻐서 찍는 사진일까요?


  더 나은 사진은 없습니다. 덜 좋은 사진은 없습니다. 모두 똑같이 사진입니다. 스스로 좋아하거나 즐기면서 찍을 수 있으면 모두 사진입니다.


  여행사진은 여행하는 숨결이 깃드는 사진입니다. 생활사진은 삶으로 녹이거나 삭이면서 사랑하는 넋을 담는 사진입니다. 기록사진은 차곡차곡 아로새기려는 사진입니다. 패션사진은 한결 돋보이도록 눈길을 사로잡으려는 사진입니다. 사진은 저마다 뜻이 있고, 사진을 찍는 사람은 저마다 이야기가 있습니다. 더 잘 찍어야 하는 사진이 아니고, 더 잘 ‘기록해야’ 하는 사진이 아니며, 더 예쁘장하게 보여야 하는 사진이 아닙니다. 네가 좋아해 줄 만한 모습을 찍는 사진이 아니요, 남이 더 부추기거나 우러를 만한 그림을 빚는 사진이 아니며, 예술이나 문화라는 이름을 얻어야 하는 사진이 아닙니다. 곁에 있는 사랑을 곱게 느끼면서 함박웃음이나 빙긋웃음을 기쁘게 짓는 삶을 노래하는 사진입니다.



건축 양식이 어떻고, 공간구조가 어쩌고 하는 전문적 지식은 나에게는 없다. 그러나 두 팔 뻗어 안고 싶을 만큼 그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가득한 … 절 가운데 있는 석탑과 대웅전 문창살의 속내. 어쩌면 이토록 단아하고 아름답게 조각되어 만들어졌을까 … 절 마당과 기와지붕이 금세 하얀 도화지로 변한다. 그것은 마치 내리는 눈발이 투명한 꽃으로 피어 있는 순간처럼 보인다. (210, 283, 349쪽)





  사진수필책 《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는 수수하면서 투박합니다. 글도 수수하고 사진도 수수합니다. 글도 투박하고 사진도 투박합니다. 구성진 멋을 보여주는 글이요 사진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현을생 님은 “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를 이야기합니다. 바람이 머무는 풍경소리를 헤아리면서 쓴 글입니다. 풍경소리에 머무는 바람을 바라보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근사근 숲길을 거닐어 절집을 드나드는 동안 맞아들인 숲노래를 갈무리한 글입니다. 절집에서 하룻밤을 묵는 동안 밤새 흐르는 숲노래를 가슴으로 삭혀서 찍은 사진입니다.


  내가 어버이로서 우리 아이를 사진으로 찍는다고 한다면, 싱그럽게 웃고 노래하면서 뛰노는 아이가 사랑스러워서 사진으로 찍습니다. 현을생 님이 제주섬이나 제주 해녀나 절집을 사진으로 찍는다고 한다면, 역사나 문화나 사회나 예술이나 정치나 교육 같은 것을 따지면서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그저 제주섬하고 제주 해녀하고 절집이 사랑스러워서 찍는 사진입니다.


  절집을 찍을 적에 건축양식을 따질 일이 없습니다.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이천 해를 살아온 나무를 찍을 때하고 천오백 해를 살아온 나무를 찍을 때하고 천 해를 살아온 나무를 찍을 때하고 오백 해를 살아온 나무를 찍을 때에, 무엇이 달라질까요?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요? ‘건축 기록’을 노리는 사진이라면 모르되, ‘건축 기록’을 노리는 사진이 아니라면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건축 기록’을 노리는 사진이라 하더라도, ‘건축물을 지은 사람’하고 ‘건축물에 깃들어 살아온 사람’을 헤아릴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을 때에 따사로운 사진이 됩니다.





서둘러 공양간 안으로 들어선다. 비구니 스님께서 전을 부치란다. 어찌 저 정갈한 스님의 마음을 내가 대신 만들 수 있겠는가 … 국보가 아니더라도, 보물이 아니더라도 그냥 좋다. 제발 나를 버리지만 말아 달라 애원하듯 서 있는 돌미륵을 몇 번이고 쳐다보며 헤어지는데 …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그 돌문의 주길은 너무도 아름다워 도저히 밟아 지나갈 수가 없다. (294, 301, 331쪽)



  오늘 이곳에서 마주하는 곁님이 사랑스럽습니다. 곁님은 곁에 있는 님입니다. 한집살이를 하는 짝꿍도 곁님이고, 한집에서 지내는 아이들도 곁님입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자라는 나무도 곁님이요, 텃밭에서 자라는 남새도 곁님이며, 풀밭에서 노래하는 풀벌레도 곁님입니다. 내 삶자리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모든 ‘곁붙이’는 ‘곁에서 사랑스레 빛나는 님’입니다.


  곁에 있는 사람도 나무도 풀벌레도 새도 이웃집도 고샅이나 골목도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모두 ‘곁에서 곱게 빛나는 님’으로 느끼면서 사진으로 찍습니다. 곁에서 빙그레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는 모든 숨결을 따사로이 사랑하면서 글로 이야기를 엮습니다.


  공무원 한길을 걸을 뿐 아니라, 사진 한길을 함께 걷는 현을생 님은 서귀포시에서, 또 한국에서, 앞으로도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운 이야기꽃을 사진하고 글로 곱게 여미시겠지요. 삶을 아끼고 사랑하면 곁에서 피어나는 꽃송이를 알아볼 수 있고, 삶을 노래하고 즐기면 곁에서 흐르는 맑은 바람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사진은 늘 오늘 이곳에서 태어납니다. 4348.6.1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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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테우 눈빛사진가선 13
권철 지음 / 눈빛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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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96



제주에는 ‘해군’ 아닌 ‘해녀’가 있어야 한다

― 이호테우

 권철 사진·글

 눈빛 펴냄, 2015.5.23.



  아이는 어른이 됩니다. 아이는 어른이 되면서 어머니가 되기도 하고 아버지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는 그냥 어른으로만 지내기도 합니다. 아이를 낳은 어른만 어머니나 아버지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아이를 낳든 아이를 낳지 않든, 누구나 ‘늙은 사람’이 됩니다. 아이가 없어도 늙은 가시내는 할머니라는 이름을 얻고, 늙은 사내는 할아버지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도시에서는 으레 할머니·할아버지라 하고, 시골에서는 할매·할배나 할멈·할아범 같은 이름을 씁니다. 고장에 따라서 할미나 할마시 같은 이름도 씁니다.


  나이가 많이 든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까요? 몸에서 기운이 빠지고, 더는 움직이기 어려울 때에는 자리에 눕습니다. 자리에 눕고는 고요히 숨이 멎습니다. 고요히 숨이 멎은 뒤, 몸은 이 땅에 내려놓고 넋은 몸에서 빠져나갑니다. 몸은 처음 태어난 흙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흙으로 태어나고, 넋은 그동안 깃들었던 몸에서 빠져나온 뒤 온누리를 돌다가 새로운 몸을 찾을 테지요.



해녀 할머니를 만난 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제주의 대자연을 만끽하며 이호테우 해변가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풍경 대신 내 눈에 들어온 건 사람 키보다 더 큰 자루를 메고 가는 할머니 … 본능적으로 차를 세우고 할머니의 자루를 들어 주게 되었고, 한참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해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에서만 보던 해녀를 이렇게 만나다니. (4쪽)



  권철 님이 빚은 사진책 《이호테우》(눈빛,2015)를 읽습니다. 사진책 《이호테우》는 ‘이호테우’에서 일하는 해녀를 사진으로 담은 책입니다. 여행하는 사람이나 관광하는 사람이라면 ‘이호테우’를 제주섬에 있는 아름다운 바닷가나 모래밭 가운데 하나로 여길 테지만, 제주섬 이호테우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언제나 물질을 하고 바닷살림을 꾸리는 삶터입니다.


  이호테우에서 나고 자라서 해녀로 삽니다. 이호테우로 시집을 온 뒤 해녀로 삽니다. 어린 나날을 바닷바람을 쐬면서 누리고, 젊은 나날을 바닷바람을 마시면서 일구다가, 늙은 나날을 마지막까지 바닷바람을 마주하면서 꾸립니다.


  사진책에 나오는 해녀 할머니는 하나같이 나이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호테우》를 보면 이 바닷마을에 중국에서 커다란 관광지를 꾸민다면서 ‘제주 해녀가 바닷일을 할 터전’이 차츰 줄어들거나 나빠진다고 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호테우 전체의 해녀는 대략 70명 정도이지만 2009년 이호테우 매립 전후로 실질적으로 물질을 하는 분은 1/3 정도 줄었다. 해녀 탈의장이 있는 곳 바로 밑이 원래는 바다였으므로 탈의장에서 옷을 갈아입은 즉시 바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호 해녀 탈의장 앞에서부터 대규모 매립이 강행되면서 이들은 바다와 양식장(매립 후 만들어진 곳)까지 한참을 걸어서 다니거나 경운기나 트럭을 이용한다. 매립의 영향으로 천연어장이 파괴되고 어획량도 급속히 감소한 것은 당연하다. 이제 몇 년 뒤면 이 매립장에 큰 드림랜드가 들어서게 될 것이고. (34쪽)



  제주섬에 해군기지를 커다랗게 짓는다고 합니다. 왜 제주섬에 해군기지를 지어야 하는지 알쏭달쏭한 노릇이지만, 중앙정부와 지역정부는 모두 제주섬에 해군기지가 있어야 한다고 밝힙니다. 군부대가 있어야 평화를 지킨다고 말을 하지요.


  그러나, 아무리 한국에서 군부대와 전쟁무기를 많이 갖추어도, 이웃나라에서 군부대와 전쟁무기를 더 많이 갖추면 부질없는 짓이 됩니다. 한국도 다른 나라도 군부대와 전쟁무기로는 평화를 찾거나 지키지 못해요. 군부대와 전쟁무기는 언제나 끝없는 군부대와 전쟁무기를 끌어들이기만 합니다. 군부대와 전쟁무기는 언제나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하고 만나서 여느 사람들 삶을 옥죄거나 짓누릅니다.


  관광시설이란 무엇일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관광시설을 늘리려고 하는 토목건설은, 어쩌면 군부대하고 비슷한 셈이 아니랴 싶습니다. 제주섬처럼 관광시설이 많은 곳이 한국에 얼마나 있을까요? 제주섬에는 관광시설이 참으로 많으나, 자꾸자꾸 늘어납니다. 오름이랑 바다가 아름다운 제주섬이라고 하지만, 막상 제주 관광정책은 오름이랑 바다를 더 파헤치는 길로 갈 뿐입니다. 지난날에는 바닷물이랑 모래밭만 아름다워도 사람들이 나들이를 갔으나, 오늘날에는 이런 시설과 저런 쇼핑센터와 그런 숙박업소가 있어야 나들이를 가는 얼거리가 됩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를 찬찬히 살펴보아야지 싶습니다. 제주섬을 찾아서 나들이를 가는 이들이 먹는 ‘싱싱한 바닷것(해산물)’은 어떻게 얻을까요? 깨끗하고 아름다운 제주 바다에서 얻겠지요. 그러면 제주 바다에 해군기지가 커다랗게 들어선다면 어떻게 될까요? 커다란 관광단지가 들어서면 제주 환경과 자연은 어떻게 될까요?



바람 한 점 없는 맑고 청명한 날이다. 홍순화 할머니는 가끔 유유히 물 위에 떠서 바다와 대화를 나눈다. (50쪽)




  제주 바다가 망가지면 제주 해녀가 설 자리는 사라집니다. 제주 바다가 망가지면 제주 해녀뿐 아니라, 제주섬이라는 곳은 관광지라는 이름까지 곧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제주시와 중앙정부는 제주섬에 군부대나 관광단지를 무턱대고 늘리지 말아야 하고, 한결 정갈하면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삶터가 되도록 마음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예전부터 있던 군부대’도 없앨 노릇이고, 온갖 시설과 쇼핑센터와 숙박업소로 돈을 벌려는 움직임은 그치고, 바다와 모래와 숲과 들을 마주하면서 삶을 사랑하는 길을 보여주는 움직임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합니다. 정갈하지 않고 깨끗하지 않으며 아름답지 않은 삶터라면, 이러한 삶터를 ‘구경하’거나 ‘둘러보’고 싶어서 찾아가는 발걸음은 뚝 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책 《이호테우》는 바로 이 대목을 살며시 건드립니다. 제주 해녀가 제주 해녀로서 설 자리를 잃는다면 제주섬은 어떻게 될까 하고 묻습니다. 제주섬에서 해녀가 삶터와 일터와 쉼터를 빼앗긴다면 제주섬은 어떤 모습을 놓고 제주섬이라고 할 만한가 하고 묻습니다.


  함께 일구는 삶이 없이, 정치나 경제나 문화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함께 가꾸는 마을이 없이, 교육이나 사회나 예술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함께 어깨동무하는 두레가 없이, 평화나 민주나 평등이 있을 수 없습니다.


  작은 사진책 한 권은 작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더 잘 찍은 사진이 아니고, 더 돋보이게 찍은 사진이 아닌 《이호테우》입니다. 이호테우가 이호테우다운 모습을 언제까지 고이 이을 수 있을까 하고 마음을 기울이면서 찍은 사진이 깃든 작은 《이호테우》입니다. 작은 바닷마을이 곱고 사랑스레 작은 바닷마을로 이어갈 수 있을 때에, 제주섬도 한국도 참다운 숨결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보여주는 작은 《이호테우》입니다.



어느 날, 홍순화 할머니가 병원에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고 보니 이틀에 한 번 꼴로 무릎 주사와 물리치료를 받지 않으면 버텨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 나는 무심코 병원에 동행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카메라를 들었지만, 병원 측으로부터 완강하게 거절당했다. 그때 할머니께서 이렇게 소리를 치셨다. “저 양반한테는 사진 찍게 해 주게마시. 저 사진 찍는 삼촌은 물질하는 물속에도 잠수복 입고 따라 들어와 찍는데 병원에선들 못 찍겠소. 찍게 해 주시게마시 선생.” 그 말을 들은 간호사가 잠시 뒤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촬영을 허락해 주었다.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112쪽)




  어머니는 할머니가 됩니다. 할머니는 머잖아 흙으로 돌아갑니다. 어머니 해녀는 할머니 해녀가 되는데, 할머니 해녀가 흙으로 돌아간 뒤, 새로 ‘어머니 해녀’가 될 젊은 해녀가 없으면, 제주섬에는 무엇이 있다고 할 만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제주섬에 있어야 할 사람은 ‘해군’이 아니라 ‘해녀’입니다. 제주섬에 있는 젊은이는 ‘군사훈련’이 아닌 ‘물일(바닷일)’을 할 노릇입니다. 제주섬에 있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이웃이 되고 동무가 되면서 아름다운 삶자리를 노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라도 우리가 함께 바라보면서 같이 알아차려야 합니다. 해녀가 있는 곳에는 사랑스러운 삶이 있습니다. 해군(군부대와 전쟁무기)이 있는 곳에는 무시무시한 죽음이 있습니다. 제주섬이 나아갈 곳은 삶이어야 할까요, 죽음이어야 할까요? 한국 사회와 문화와 경제와 정치가 나아갈 곳은 삶일까요, 죽음일까요?


  평화로운 삶자리가 아름다운 보금자리가 되고, 아름다운 보금자리가 사랑스러운 마실터(여행지)가 됩니다. 제주섬에 있는 올레길은 자가용이나 오토바이가 싱싱 달리는 길이 아니라, 두 다리로 걷는 길입니다. 제주섬이 아름답거나 사랑스럽다고 한다면, 제주 해녀가 제주섬을 오늘까지 투박한 손길로 살가이 어루만졌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제주섬이 오늘날처럼 널리 사랑받는 삶터가 된 바탕에는 바로 해주 해녀가 수수한 손길로 따스히 어루만진 살림살이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밥을 짓는 손으로 물질을 합니다. 빨래를 비비는 손으로 물질을 합니다. 아기를 낳아 어르는 손으로 물질을 합니다. 나락을 심고 거두고 갈무리하는 손으로 물질을 합니다. 실을 자아 물레를 돌리고 베틀을 밟는 손으로 물질을 합니다. 삶을 사랑하는 손으로 물질을 하는 해녀 이야기가 《이호테우》라는 사진책에 고이 흐릅니다. 4348.6.2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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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6-24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또 공감합니다.

숲노래 2015-06-24 20:5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제주섬도 한국 사회도
모두 골골샅샅 아름답게 나아갈 수 있기를 빌어요
 
조선희의 영감 - 포토그래퍼 조선희 사진 에세이
조선희 지음 / 민음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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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207



마흔 넘긴 나이에 쓴 ‘사진 자서전’

― 조선희의 영감

 조선희 글·사진

 민음인 펴냄, 2013.12.12.



  패션사진을 찍는 사진가 조선희 님은 2004년에 《왜관 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를 내놓은 뒤, 2008년에 《네 멋대로 찍어라》를 내놓았고, 2010년에 《조선희의 힐링 포토》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2013년에 《조선희의 영감》을 내놓습니다. 열 해에 걸쳐 네 권째 사진책을 내놓는데, 이 사진책들은 모두 자서전이라고 할 만합니다. 사진 한길을 걸어가는 발자국을 책마다 담고, 앞으로도 이 한길을 더 씩씩하게 내딛으려는 뜻을 책마다 싣습니다.



보라색도 그냥 한 가지 보라색만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왜 우린 그 수많은 보라색을 하나로 부르게 된 걸까? (16쪽)



  보라빛은 한 가지만 있지 않습니다. 제비꽃으로 읽는 보라빛하고 등꽃으로 읽는 보라빛은 다릅니다. 새벽에 보는 보라빛하고, 저녁에 해가 지면서 보는 보라빛은 다릅니다. 같은 제비꽃이어도 해가 잘 드는 자리하고 그늘이 지는 자리에 피는 보라빛은 다릅니다.


  보라빛뿐 아니라 노랑이나 빨강도 모두 다릅니다. 하양이나 검정도 언제나 다릅니다. 똑같은 빛깔은 없고, 한 가지 빛깔은 없습니다. 자리에 따라 달라지는 빛깔이요, 우리가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서 새롭게 마주하는 빛깔입니다.


  흑백사진을 찍더라도 까망이나 하양이 모두 똑같은 까망이나 하양이지 않습니다. 때와 곳에 따라 모두 다른 까망이나 하양이요, 흐름하고 숨결에 따라 언제나 새로운 까망이거나 하양입니다.




나를 뒤흔들어 놓은 것은 1960년대 이후,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거의 1980년대를 전후한, 그러니까 그의 나이 예순 무렵에 작업되었다는 사실이다. (42쪽)



  모든 사진은 저마다 뜻이 있습니다. 젊은 사진가 한 사람이 빚은 사진도 뜻이 있고, 늙은 사진가 한 사람이 빚은 사진도 뜻이 있습니다. 마흔 해쯤 사진 한길을 걸었기에 더욱 그윽한 사진을 선보이지 않습니다. 일흔 살 나이에 처음으로 사진기를 쥐거나 일복 살 나이에 처음으로 사진기를 쥐든, 어설프거나 얕은 사진을 선보이지 않습니다.


  삶을 깊이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이가 빚는 사진은 늘 깊으면서 멋스럽습니다. 삶을 깊이 바라볼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이가 빚는 사진에서는 깊이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랑을 하는 사람이 찍는 사진에는 사랑이 깃듭니다. 꿈을 꾸는 사람이 찍는 사진에는 꿈이 감돕니다.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이 찍는 사진에는 사랑노래가 흐릅니다. 꿈을 노래하는 사람이 찍는 사진에는 꿈노래가 넘실거립니다.




맨 처음, 시각 장애우들이 사진을 찍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쇼크에 빠졌다. 어떻게? 무엇을? 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본다’에서 출발하지 않던가? (62쪽)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기에 눈을 댑니다. 그런데, 사진에 찍히는 모습은 ‘눈에 보이는 모습’만은 아닙니다. 사람들 가슴을 적시는 사진은 ‘눈에 보이는 모습’만 찍은 사진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을 마음으로 다가서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이 눈에 보이는 모습만 찍는 일이라고 한다면, 기계한테 맡기면 됩니다. ‘사진찍기’가 눈에 안 보이는 모습까지 담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면, 사람이 아닌 로봇이 찍어도 됩니다.


  사진은 언제나 마음을 찍습니다. 마음을 찍되, ‘눈에 보이도록 나타내려’고 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사진은 언제나 사랑을 찍어요. 내가 너를 사랑하고, 네가 나를 사랑하는 숨결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사랑을 찍은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은 빙그레 웃음이 납니다. 사랑을 찍은 사진을 마주하는 사람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어떤 여행이든 모든 여행은 축복이다 … 내가 아무 목적 없이 사진을 찍어 본 것이 언제였더라? 사소한 것들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내 삶의 주변 것들에 관심을 가져 본 것이 … 서점에 가는 것은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110, 136, 146쪽)



  곰곰이 돌아보면, 모든 사진은 선물입니다. 어떤 사진을 어떤 사진기로 찍든지 모든 사진은 선물입니다. 값싼 사진기로 찍기에 어설픈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값비싼 사진기로 찍기에 멋진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눈에 안 보이는 마음을 찍어서 사람들 가슴을 촉촉히 적시거나 울리거나 움직일 때에 비로소 사진이 되듯이, 어떤 사진기로 어떤 모습을 찍든, 내 삶에 드리우는 선물이 되도록 찍을 때에 즐거우면서 아름답습니다.


  책방마실은 왜 여행이 될까요? 내 삶을 북돋울 만한 아름답고 즐거운 책을 찾아나서는 길이니 여행입니다. 책방마실처럼, 사진찍기는 사진마실이요 삶마실이며 사랑마실입니다.




우리는 단지 아름답고 예쁘기만 한, 별다른 느낌 없는, 그저 그런 그림을 원치 않는다 …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살아온 나의 시간들을 찍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시간들이 쌓여 내 속 깊숙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만들고, 그것들이 세상을 향해 소리치게 만든 것이다. (30, 277쪽)



  조선희 님은 앞으로 쉰 언저리에 다시 ‘사진 자서전’을 쓸까요? 쉰을 지나고 예순 살을 넘은 뒤에도 ‘사진 자서전’을 선보일 수 있을까요? 사진가 조선희 님 스스로 쉰 살을 밟고 예순 살을 디디며 일흔 살을 지나갈 무렵, ‘사진으로 쓰는 자서전’은 어떻게 달라질 만할까요?


  ‘아름답다’와 ‘예쁘다’는 다릅니다. 똑같은 보라빛이 없듯이, 똑같은 낱말이란 없습니다. ‘아름답다’는, 보거나 듣거나 느끼기에 좋을 뿐 아니라, 보거나 듣거나 느끼면서 즐겁다는 마음이 함께 일어나는 느낌을 밝히는 낱말입니다. ‘예쁘다’는, 좋다는 느낌이 아닌, 하는 짓이나 모양이 마음에 드는 느낌을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아름다운 사진하고 예쁜 사진은 다릅니다. 딱히 아무 느낌이 들지 않는 사진이라면 ‘그럴듯한’ 사진이거나 ‘그럴듯해 보이는’ 사진입니다. 그럴듯한 사진은 아름답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저마다 고운 나이를 먹으면서 고운 한길을 걸어가면, 언제 어디에서나 고운 사진을 찍으리라 생각합니다. 열 살 어린이도, 서른 살 젊은이도, 예순 살 어르신도, 또 일흔 살이나 여든 살을 넘긴 분들도, 저마다 이녁 삶을 곱게 사랑하면서 고운 숨결 넘치는 사진을 밝힐 수 있기를 빕니다. 4348.6.1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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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제스처, 그리고 색
제이 마이젤 지음, 박윤혜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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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94



잘 찍을 사진이 아닌, 즐거운 사진으로 가자

― 빛, 제스처, 그리고 색

 제이 마이젤 글·사진

 박윤혜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2015.3.2.



  사진은 잘 찍을 수 있고, 못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있고, 사진을 못 찍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이뿐입니다. 딱히 더 없습니다. 사진을 잘 찍을 수 있기에 훌륭하거나 아름답지 않습니다. 사진을 못 찍기에 안 훌륭하거나 안 아름답지 않습니다.


  노래는 잘 부를 수 있고, 못 부를 수 있습니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있고,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이뿐이에요. 딱히 더 있을 일이 없습니다.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기에 멋지거나 대단하지 않습니다. 노래를 못 부르기에 안 멋지거나 안 대단하지 않습니다.




.. 당신이 무엇을 찍느냐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 당신에게 즐거움을 주느냐”다 … 사진 찍는 일 자체가 즐겁고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사진이 완벽하지 않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그것을 찍어야 한다 … 누군가 내게 묻는다. “조명을 어떻게 한 거죠?” 나는 그렇게 대단하지 못하다. 빛이 한 일일 뿐 … 빛과 공기가 최대한 나를 흥분시키는 그런 시간대를 고른다. 그게 바로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  (20, 24, 32, 36쪽)



  제이 마이젤 님이 빚은 사진책 《빛, 제스처, 그리고 색》(시그마북스,2015)을 읽습니다. 제이 마이젤 님은 미국에서 사진을 오랫동안 가르쳤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사진을 가르친 분이 느낀 이야기가 흐릅니다. 미국에서는 《Light, Gesture & Color》라는 이름으로 2014년에 나왔다고 해요. 그러니까, ‘빛(Light)하고 몸짓(Gesture)하고 빛깔(Color)’, 이렇게 세 가지를 들려주는 사진책입니다.


  한국말로 옮길 적에 ‘빛’하고 ‘색’으로 옮겼습니다만, ‘색’은 ‘빛 色’이라는 한자입니다. 그러니, ‘color’를 ‘색’으로만 옮기면 아무래도 걸맞지 않아요. 그리고, ‘light’도 더 헤아려 볼 노릇입니다. ‘빛’으로 적어도 나쁘지는 않으나, 사진을 말할 적에 쓰는 ‘light’하고 ‘color’라고 한다면, ‘빛살’하고 ‘빛깔’처럼 제대로 나누어서 써야지 싶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빛(light)’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해가 베푸는 햇빛이요,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전기를 빌어서 터뜨리는 불빛(전등 불빛)입니다. 햇빛과 불빛은 모두 ‘줄기처럼 흐르는 빛’입니다. 한 마디로 하자면 ‘빛줄기’입니다. 해가 뜨거나 전깃불을 켜야 비로소 사물하고 사람을 알아봐요. 빛줄기(빛이나 빛살)가 있어야 비로소 사진을 찍습니다.


  ‘빛깔(color)’은 까망하양(흑백)과 무지개(칼라)를 가르는 빛깔입니다. 까망하양도 빛깔이요, 무지개도 빛깔입니다. 그래서, 까망하양으로 찍든 무지개로 찍든, 이 빛깔을 찬찬히 살피면서 헤아릴 때에 비로소 사진이 사진다울 수 있도록 다스릴 만합니다.




..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당신은 그저 그게 얼마나 멋있었는지 말로 묘사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 나는 보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걸어 오는 사진, 또는 질문을 하고 싶게 만드는 사진을 좋아한다 … 당신이 20대이든 80대이든 쓸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그 한정된 에너지를 무거운 장비들을 나르는 데 전부 쓸 것인가, 아니면 사진을 찍는 데 쓸 것인가 … 자, 눈을 뜨자. 순수 자연 풍경은 잊고 네 눈앞에 있는 모습을 찍자 ..  (38, 54, 56, 66쪽)



  오늘날 적잖은 사람들은 ‘잘 찍는 사진’하고 ‘못 찍는 사진’ 사이에서 헤매거나 떠돕니다. 수많은 사진강의나 사진강좌는 ‘사진 잘 찍는 솜씨’를 다룹니다. 한국에서 나오는 꽤 많은 사진책도 ‘사진 잘 찍도록 이끄는 길’을 들려주기 일쑤입니다.


  가만히 보면, 주식투자 잘 하는 길이라든지, 아이를 잘 가르치는 길이라든지, 처세나 경영을 잘 하는 길을 다루는 책이 대단히 많이 나옵니다. 이런 책도 저런 책도 모두 ‘잘 하는 길’을 보여주거나 알려주려고 해요. 그러니, 사진책에서도 ‘사진 잘 찍는 길’을 다루는 책이 많이 나온다고 할 만해요.


  그러나, 사람들 가슴을 울리는 사진은 ‘잘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가슴을 울리는 사진은 ‘가슴을 울리는 사진’입니다. 초점이 어긋나거나 흔들리거나 빛이 덜 맞더라도,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가 흐를 적에, 이 사진을 보면서 가슴이 찡 하고 울립니다. 잘 찍은 사진을 보면 어떠한 느낌일까요? ‘아, 이 사진 잘 찍었네!’ 하고 놀라겠지요.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생일잔치에서 노래를 불러 주기에 가슴이 찡하지 않습니다. 서툴거나 어설픈 목소리라 하더라도, 사랑을 그득 담아서 살가이 부르는 노래를 들을 적에 가슴이 찡합니다. 할머니하고 할아버지가 ‘아기 배냇짓’에도 눈물을 흘리는 까닭이란, 대여섯 살 아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면서 수많은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눈물을 적시는 까닭이란, ‘노래를 잘 부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진을 잘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진에 ‘온마음을 사랑으로 실어’서 찍을 수 있으면 됩니다. 사진 한 장을 찍으면서 내 온마음을 싣되, 초점이나 빛살을 잘 맞추고 군더더기까지 없다면 훌륭하겠지요. 다만, 아무리 빼어난 솜씨를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이야기’를 담지 못한다면, 이때에는 ‘보기 좋은 모습’일 뿐, ‘사진’이 되지 못합니다.




..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라. 높게, 낮게, 빛을 잔뜩 받으면서, 또는 빛에 반해서 … 반드시 햇빛이 있어야 한다고는 여기지 말라. 그건 단지 당신이 쓸 수 있는 수많은 빛 중 하나일 뿐이다 … 자신을 다른 이와 비교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 당신이 비교해야 할 대상은 오직 당신 자신이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이 놓친 것을 보지 못하고 심지어 잘 보지도 않는다 … 사진에 담은 모든 것에 제스처가 있다 ..  (84, 88, 92, 102쪽)



  사진책 《빛, 제스처, 그리고 색》은 ‘사진을 처음 찍으려는 사람’이나 ‘사진을 오래 찍은 사람’ 모두한테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사진을 잘 찍으려고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사진을 즐겁게 찍으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진 한 장에 사랑을 담아서 찍으라고 이야기합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꼭 사진을 찍어야 하지는 않으니, 어깨에 힘을 빼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른 사람이 잘 찍었다는 사진을 자꾸 쳐다보면서 주눅들지 말고, 다른 사람 사진하고 내 사진을 견줄 생각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제, 《빛, 제스처, 그리고 색》에서 다루는 ‘제스처’를 생각해 봅니다. 영어사전에서 이 낱말을 찾아보면 “몸짓, 제스처”로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은 “몸짓”이라는 소리입니다.


  제이 마이젤 님은 왜 이녁 사진책에서 ‘몸짓’을 살피라고 이야기할까요? 사진에 담는 이야기는 늘 ‘몸짓’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움직이고 저렇게 흐르는 삶은 언제나 몸짓으로 드러납니다.


  몸짓은 손짓이기도 하고 발짓이기도 합니다. 마음짓이기도 하며 사랑짓이기도 합니다. 꿈짓이나 생각짓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구름이 흐르는 모습도 몸짓이고,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모습도 몸짓입니다. 꽃송이가 터지는 흐름도 몸짓이며, 가랑잎이 떨어지고 나비가 나는 모든 모습은 언제나 몸짓이에요. 몸짓을 읽을 적에 삶짓을 읽습니다. 삶짓을 읽으니, 삶짓을 따사로이 가꾸는 사랑짓을 알고, 사랑짓을 알면서 말짓이랑 웃음짓이랑 춤짓 모두 되새길 수 있습니다.




.. 문제는 반드시 해결책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 “당신에게 선택지가 있습니다. 오늘 작업을 할 때 행복한 사진작가와 하고 싶은가요, 아니면 성질난 사진작가와 하고 싶은가요?” … 사진을 찍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역사를 기록하기 위함이다 … 당신은 언제든지 사진 찍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내게 감동을 준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 재미있으면 찍으면 되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면 또 그냥 찍으면 된다 ..  (136, 150, 152, 158, 204, 212쪽)



  무엇을 왜 찍으려 하는지 스스로 묻습니다. 무엇을 찍을 적에 즐거우며, 이 사진 한 장을 얻어서 내 삶에 어떤 이야기가 사랑스레 흐를 만한지 스스로 묻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나는 사진을 찍고 싶으니 사진을 찍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싶으니 노래를 부릅니다. 사진을 좀 못 찍는다 싶어도,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우니 사진을 찍습니다. 내 노랫가락이 돼지 멱을 딸 만한 소리라 하더라도, 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우니까 노래를 부릅니다.


  글씨가 서툴어도 손글씨로 편지를 씁니다. 글을 좀 못 써도 신나게 글을 씁니다. 호미질이 서툴어도 꽃밭과 텃밭을 일굽니다. 자전거를 잘 못 달리더라도 두 아이를 태우고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를 다닙니다.


  즐거운 삶이기에 즐거운 사진이 됩니다. 기쁜 사랑이기에 기쁜 사진이 됩니다. 웃는 삶이기에 웃음이 묻어나는 사진이 됩니다. 노래하는 사랑이기에 노래하는 사진으로 거듭납니다. 우리 다 같이 아름답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아름다운 삶을 가꾸고, 아름다운 사진을 나눌 수 있기를 빕니다. 4348.6.12.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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