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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7.

숨은책 624


《マンガ 韓國現代史》

 金星煥 글·그림

 植村隆 옮김

 角川ソフィア文庫

 2003.2.25.



  지난 1987∼1988년에 《고바우 현대사 1∼4》으로 나온 책이 일본에서 2003년에 《マンガ 韓國現代史》로 나온 적 있습니다. 한글판은 ‘고바우 현대사’인데, 일본판은 ‘만화 한국현대사’이기에 갸우뚱했습니다. 그림꽃님(만화가) 한 분이 바라본 발자취도 틀림없이 ‘한국현대사’이기는 합니다만, ‘우리나라가 걸은 자취’를 이분 그림꽃이 고스란히 밝히거나 보여준다고 하기는 어렵거든요. 왼눈이 옳거나 오른눈이 맞다고 가를 일이 아닙니다. ‘글바치인 사내’ 눈으로 보았기에 ‘살림하며 아이를 돌본 가시내’ 삶자취를 담아내지 못하고, ‘서울내기’ 눈이니 ‘시골이며 숲이며 바다에서 삶을 지은 사람’이 그린 푸른자취를 풀어내지 못합니다. ‘어른’ 눈으로 본 터라 ‘어린이’ 마음이나 생각이나 꿈을 엮지는 않아요. 그림꽃님은 일본판을 우리나라 어느 새책집에서 사다가 어느 분한테 건넸더군요. “敬呈 金炯國 교수님, 金星煥”이라 적는데, 다 한자로 적으며 ‘교수’는 한글로 적어 알쏭합니다. 아니, 한글이 있어도 낮보았기에 이렇게 했겠지요. 적잖은 책이 ‘한국현대사’ 같은 이름을 붙입니다만 이 가운데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가 아닌 ‘삶·살림·사랑·숲·어린이’를 담은 책은 아직 없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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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6.

숨은책 623


《새삼스런 하루》

 문익환 글

 월간문학사

 1973.6.1.



  모든 책은 돌고돕니다. 풀꽃나무가 숲에서 일으킨 바람이 푸른별을 돌고돌듯, 아름드리로 자란 나무한테서 얻은 종이로 엮은 책은 사람들 손을 돌고돌면서 새롭게 읽히고 이야기를 남깁니다. 늦봄 문익환 님이 이웃이나 동무한테 건넨 책을 곧잘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아마 꽤 많이 건네주신 듯하고, 이녁한테서 책을 받은 분은 다시금 다른 이웃이나 동무한테 건네었지 싶어요. 《새삼스런 하루》는 1973년 6월 1일에 나왔다는데, 안쪽에 “千祥炳 선생님께 73.6.1. 지은이 드림”이란 글씨가 있고, 몇 쪽을 넘기면 “73년 6월 18일 서울 상계동 우체국 최성섭”이란 글씨가 있습니다. 문익환·천상병·최성섭으로 이으며 읽혔구나 싶어요. 저는 이 책을 2006년에 어느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그래서 “2006.7.4.” 하고 새롭게 글씨를 남겨 보았습니다. 서른세 해를 흘러 새 손길을 맞아들인 자국 곁에는 앞으로 또 이 책을 읽을 뒷사람 손글씨가 남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 집 아이들이 나중에 읽고서 저희 손글씨를 몇 마디 남길 만하고, 그 뒤를 이어 새로 누가 읽고서 또 몇 마디를 손글씨로 남길 만합니다. 모든 책은 읽히면서 빛납니다. 살림숲(박물관) 보임칸(진열장)에 들어가도 안 나쁘지만, 모름지기 책은 손때를 타기에 빛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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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4.

숨은책 621


《보내지 않은 편지》

 아델 꾸뚜이 글

 김하 옮김

 연변교육출판사

 1955.2.첫/1955.12.석벌.



  북녘 ‘조선녀성사’에서 1954년에 처음 나온 《보내지 않은 편지》는 중국 길림성 연길시에서 벌마다 2만 남짓 찍어 석벌에 이르렀다는데, 그 뒤로 더 찍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숱하게 읽혀 해진 책은 ‘쏘련 각시’가 ‘마음에 든 사내’한테 글월을 쓰기는 했으나 차마 보내지 못한 이야기를 소설 얼거리로 다룹니다. 이른바 ‘사랑 이야기(연애소설)’일 텐데, ‘혁명을 바라보고 이루려고 땀흘리는 순이’가 어떤 매무새여야 하는가를 가르치는 줄거리라 할 만합니다. 아직도 이런 글이 읽히지는 않겠지요. 모든 사람을 톱니바퀴로 여기면서 ‘나라에 한몸 바치라’고 부추기는, 또한 ‘삶을 짓는 손길’이 없는 글은 누가 왜 써서 읽히려 했을까요?

.

“그때 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어요. 단지 아오모리 현만 하여도 그러한 계약서가 천여개나 되며 부르죠아 출판물들이 전하는 바에만 의하여도 일본에는 오늘날 현재로 공식적 수속을 밟은 매음부들이 五만 三백 五十三명이 된다는 거예요. “네게는 녀편네 노릇 밖에 더 없다. 너는 공부도 하지 않고 직장에도 다니지 말라. 너의 일은 부엌 살림에, 례배당에, 침대에 있다”, 이렇게 파시스트들은 떠들고 있지요.” (93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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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4.

숨은책 620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였는가》

 오쓰뜨롭쓰끼 글

 편집부 옮김

 연변인민출판사

 1978.11.



  “그런 책을 어디서 찾았어?” “어디서 찾다니? 뻔히 눈앞에 있잖아?” “눈앞이라고?” “봐, 여기 있었지, 어디 있었니?” 둘레에서 저더러 ‘숨은책’을 잘 찾는다고 말할 적마다 책이 숨은 적이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익숙한 책’이 아닌 ‘스스로 새롭게 배우려고 하는 책’에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 어느 책이건 눈에 뜨일 일이 없이 ‘숨어버린다’고 얘기했어요.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였는가》는 헌책집에서 곧잘 보았으나 ‘소설’은 읽고 싶지 않아 지나치기 일쑤였습니다. 이러다가 《보리 국어사전》 짓는 일을 하면서 북녘말을 살펴야 했기에 비로소 장만해서 읽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윤구병 님이 어느 날 물어요. “야, 너 그 책 어디서 찾았어?” “헌책집에 흔하게 있는데요?” “흔하다고? 그럼 나도 좀 사 줘.” “책값만 주시면 사 드리지요.” 너덧 분한테 똑같은 책을 다 다른 헌책집에서 찾아내어 건네었습니다. “너 참 재주도 좋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찾아내니?” “재주 아닌데요? 읽으려고 하는 사람한테는 반드시 보여요. 읽을 마음이 없으면 코앞에 놓아도 못 알아보잖아요.” 묵은 책을 스무 해 만에 되읽습니다. 우리는 ‘무쇠’나 ‘톱니’가 될 까닭이 없습니다. 물결에 휩쓸리지 말고 ‘나’여야 합니다.


ㅅㄴㄹ


이제 스무 해도 훌쩍 넘은 이야기이니

좀 홀가분히 말하려 한다.

다만, 이따금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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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2.

숨은책 619


《文章作法, 受驗作文의 範例》

 김이석 글

 수험사

 1959.6.25.첫/1963.2.15.3벌



  저도 ‘글쓰기를 다룬 책’을 썼습니다. “글을 쓰려면 누구한테서도 배울 생각을 치우고, 스스로 제 마음을 사랑하고 이 삶을 고스란히 그리되, 맞춤길·띄어쓰기를 다 잊고, 어린날 듣고 익힌 가장 수수하고 쉬운 말씨로 옮기라”고 밝혔어요. ‘배운다 = 똑같이 받아들인다’가 아닌, ‘배운다 = 내 나름대로 받아들인다’입니다. 1959년에 처음 나온 《文章作法, 受驗作文의 範例》는 ‘공무원 되기·큰일터 일꾼 되기에 이바지할 글쓰기’를 다룹니다. 어쩜 저때에도 이런 책이 다 나왔고, 꽤 읽혔나 싶으나, 그만큼 우리나라는 뒤처졌다는 뜻입니다. ‘문장작법 수험서’는 온통 ‘나를 잊고 틀에 맞추라’는 줄거리입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사투리를 썼는데, 사투리를 버리고 서울말을 써야 한다고 다그칩니다. 묵은책을 덮으려다가 끝자락에 남은 “於 莞島書店 西紀一九六四年 十月 二十二日 鄭信吉 主”란 글씨를 봅니다. ‘於·主’는 우리말씨 아닌 한문입니다. 그런데 이 배움책(참고서)은 〈완도서점〉에서 팔렸군요. 완도에서 나고자라 벼슬꾼(공무원)을 꿈꾼 분이 읽었지 싶습니다.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나 이웃 아주머니는 한자·한문을 몰라 동사무소에서 늘 애먹었습니다. 이제는 한글을 쓴다지만 공문서는 아직 딱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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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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