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콩 터는 할머니


  마을 할머니가 콩을 턴다. 마을 할머니 나이는 도시로 치자면 국민연금을 받을 나이일까. 마을 할머니 곁에서 나란히 콩을 터는 할아버지 나이는 도시로 치자면 보험급여를 받을 나이일까. 시골에서는 어느 할머니 할아버지도 집구석에 드러누워 지내지 않는다. 밥술을 뜰 수 있는 기운이 있으면 들에서 몸을 움직인다. 밥술을 뜰 기운이 없으면 모두들 조용히 흙으로 돌아가 새로운 꽃으로 다시 태어난다. 사람한테 보험이나 연금이란 무엇일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며 죽는다 할 적에 무엇이 곁에 있어야 할까. 돈? 아니, 돈 아닌 사랑스러운 살붙이가 곁에 있어야겠지. 사람이 즐겁게 살아갈 적에 무엇을 곁에 두어야 할까? 돈? 아니, 돈 아닌 사랑스러운 옆지기를 곁에 두어야겠지. (4345.9.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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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9. 마을 어귀


  마을 어귀는 논이다. 논 옆은 시멘트블록으로 쌓은 울타리가 있는 빨래터이다. 빨래터 한켠에는 백일홍나무가 자란다. 백일홍나무 곁에는 수국이 있고, 부추가 꽃을 하얗게 올린다. 마을 어귀 집부터 마을 끝자락 집까지 마당 한쪽에 감나무가 자란다. 논과 밭과 나무와 도랑과 샘물이 있어 마을이 이루어진다. 자그마한 숲이다. (4345.9.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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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을 책읽기

 


  한가위가 다가오는 한가을이 되는구나 싶다. 꼿꼿이 서며 드센 비바람을 이긴 들판 나락은 차츰 고개를 숙인다. 어떤 비와 바람이 찾아들더라도 꼿꼿이 서던 볏포기였는데,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살에 알맹이가 튼튼히 여물며 비로소 고부장하게 고개를 숙인다.


  마을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가을콩을 거두어 말리고 터느라 부산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허리는 한가을 볏포기처럼 고부장하다. 일흔을 넘길 무렵까지는 반듯하고, 여든을 넘길 무렵부터는 한결같이 고부장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경운기도 타고 오토바이도 탄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걷는다. 잔치에 가거나 읍내에 갈 적에는 고운 옷에 고운 신을 신지만, 들일을 할 적에는 모두들 맨발이거나 낡은 고무신을 신는다.


  일하는 사람한테는 맵시나는 매끄러운 옷이 거추장할 테지. 그렇지만,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은 하나같이 맵시나는 매끄러운 옷을 걸친다. 뾰족구두를 신고 가죽구두를 신는다.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은 구두가 반짝반짝 빛나도록 하며, 옷에 흙이고 먼지이고 한 점조차 안 묻히려고 한다.


  우리들은 저마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손에 흙을 안 묻히고도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손에 물을 안 묻히고도 살림을 일굴 수 있을까. 몸에 햇살을 받아들이지 않고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마음에 가을바람 들바람 멧바람 바닷바람 잔뜩 맞아들이지 않고도 꿈을 꿀 수 있을까. (4345.9.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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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보라 귀여움 받아

 


  언제나 마을 할머니들한테 둘러싸이던 산들보라가 이모라 할 만한 사람들, 그러니까 읍내 고등학교 누나들과 형들한테 둘러싸인다. 할머니한테도 귀여움을 받고, 누나와 형한테도 귀여움을 받는다. 좋은 사랑 실컷 받고, 네 가슴에서도 좋은 사랑을 키울 수 있기를. (4345.9.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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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2-09-13 08:26   좋아요 0 | URL
호호 두번째 사진 정말 마음에 듭니다. 저 여학생도 좋아했을 사진. 표정이 정말 좋아요.

숲노래 2012-09-13 11:28   좋아요 0 | URL
사진이란... 찍거나 찍히는 사람 모두 마음에 들어야
사진이 되리라 느껴요.
예쁜 학생이 예쁜 마음을 빛내 주었으니 예쁘게 나왔구나 싶어요~~
 


 읍내 고등학교 놀러간 어린이

 


  고흥읍 고흥고등학교 교사 한 분을 만나러 읍내로 간다. 학교 운동장 언저리에서 놀던 큰아이가 아버지를 찾아 국어교사실로 들어온다. 아버지가 볼일을 끝마친 뒤, 학교 골마루를 제 놀이터인 양 여기며 춤추며 달린다. 너는 어디라도 네 놀이터요 좋은 삶터가 될 테지. 이곳 언니 오빠 누구나 즐거운 놀이터로 여길 수 있으면 참 좋으리라. (4345.9.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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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9-14 21:51   좋아요 0 | URL
ㅎㅎ 따님이 참 많이 크셨네요.아이들은 정말 쑥쑥 금방 크는것 같습니다^^

숲노래 2012-09-15 03:01   좋아요 0 | URL
날마다 무럭무럭 크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