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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거미의 사랑 창비시선 259
강은교 지음 / 창비 / 200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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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바라는 소리
[시를 노래하는 시 25] 강은교, 《초록 거미의 사랑》


 

- 책이름 : 초록 거미의 사랑
- 글 : 강은교
- 펴낸곳 : 창비 (2006.2.6.)
- 책값 : 8000원

 


  풀거미가 팔등에 내려앉습니다. 언제 내 팔등에 내려앉았나 싶은데, 아마 풀밭에서 풀을 뜯는 동안 풀잎에서 내 팔등으로 옮겼는지 모릅니다.


  풀밭에는 풀이 있습니다. 흙이 있는 땅에는 풀이 돋고, 풀이 돋아 쑥쑥 자라다가 시들어 죽고는 스스로 거름이 되는 동안 흙이 좋아집니다. 풀뿌리는 흙을 촉촉하고 곱게 붙잡습니다. 풀잎과 풀씨는 흙을 기름지고 예쁘게 어루만집니다.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 풀잎을 뜯을 때에, 풀잎에 붙어 한삶을 누리는 자그마한 벌레를 들여다보곤 합니다. 참으로 많은 벌레가 풀잎 사이사이 보금자리를 마련합니다. 참으로 많은 벌레가 풀잎을 먹이로 삼거나 마을로 삼습니다. 사람한테는 고작 풀포기 몇일는지 모르나, 작은 풀벌레한테 풀포기 몇은 널따란 마을입니다.


.. 너의 가슴에서도 철컥 또 너의 가슴에서도 철컥 도시엔 철컥거리는 소리가 마치 우레 소리 같았다니까…… 도시는 철컥 박물관이었어 ..  (‘쇳대박물관’을 나와)


  내 팔등에 내려앉은 풀거미는 몸이 온통 풀빛입니다. 이토록 해맑게 풀빛일 수 있을까 싶도록 풀빛입니다. 처마 밑부터 빨래줄이나 빨래대로 자꾸자꾸 줄을 이어 집을 짓는 거미는 으레 새까맣거나 짙은 흙빛입니다. 이들은 덩치가 꽤 큽니다.


  때때로 몸빛이 말간 거미를 봅니다. 이들 말간 거미는 몸이 그예 물빛입니다. 물처럼 속이 환히 들여다보입니다. 머리도 몸도 다리도 말간 물빛입니다. 물빛 거미가 내 팔등에 내려앉아 걸음을 재촉할 때면, 어쩜 이렇게 말간 물빛 몸으로 살아갈 수 있나 싶어 한참 바라보곤 합니다.


  파리나 모기는 풀숲에서 살아도 풀빛이나 물빛이지 않으나, 거미는 풀빛으로 살거나 물빛으로 살아가곤 합니다.


.. 목도리를 잃어버렸다 / 며칠을 눈에 밟혔다, 그러나 아마도…… // 그것은 지금 누군가인가의 목을 한창 끌어안고 있을 것이다 ..  (목도리)


  뭉게구름이 피어오릅니다. 새털구름이 흩날립니다. 매지구름이 다가옵니다. 먹구름이 낍니다. 때때로 아주 낮게 깔려 땅바닥이나 바닷가를 기어가는 구름을 만납니다. 내가 구름 속에 깃들면, 그러니까 구름이 낮게 깔려 땅바닥을 기어갈 적에 내가 구름하고 만나면, 나는 아주 가느다란 물방울 무늬를 봅니다.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보면 구름이고, 가까이에서 한몸으로 섞이면 뿌연 물방울입니다. 멀찍이 떨어졌을 적에는 하얀 빛깔이고, 가까이에서 하나로 얼크러지면 맑은 물빛입니다.


  하늘을 흐르는 하얀 구름을 바라봅니다. 땅을 기고 멧자락을 넘으며 들판을 덮는 맑은 구름을 바라봅니다.


.. 어느날 간장 한 병읠 샀다. 유난히 검은 그 살빛, // 검은 살빛의 그 에쎈스를 숟가락에 담는다, 미역국에 넣는다 ..  (간장의 노래―이렇게도 써본)


  해를 바라봅니다. 새벽에 맞이하는 해는 새빨갛습니다. 아침에 맞이하는 해는 노랗습니다. 낮에 맞이하는 해는 하얗습니다. 그런데, 새벽녘에는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하늘을 베풉니다. 아침녘에는 노란빛으로 온누리를 밝힙니다. 낮에 접어들면 눈부시도록 하얗거나 해맑게 비춥니다.


  햇빛이 어리는 나뭇잎 빛깔이 차츰 바뀝니다. 새벽녘 잎빛이랑 아침녘 잎빛이랑 낮녘 잎빛은 저마다 다릅니다. 사람들이 으레 말하는 푸른 잎사귀란 거의 가장 맑은 한낮에 푸르게 보이는 잎빛이라 할 텐데, 한낮에 푸르게 보이는 잎빛 또한 때에 따라 빛깔이 달라요. 햇빛이 반짝일 때에는 나뭇잎도 반짝입니다. 햇빛에 바람빛이 어리면 나뭇잎은 한결 맑게 반짝입니다. 햇빛과 바람빛에 구름빛이 섞이면 나뭇잎 빛깔은 더 맑으면서 곱게 환합니다.


  나는 나뭇잎이나 풀잎을 딱히 어떠한 빛깔이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저 잎빛이라 말할 뿐입니다. 더욱이 봄날 잎빛이랑 여름날 잎빛이랑 가을날 잎빛이 달라요. 잎빛 한 가지를 놓고, 새벽잎빛·아침잎빛·낮잎빛처럼 말하는 한편, 봄잎빛·여름잎빛·가을잎빛러처럼 말합니다.


.. 어둠들에게 이 무덤의 빛은 / 얼마나 클까 / 이 무덤의 도시들, 그림자들에게 ..  (나는 늘―심연 속에서 들려오는 중얼거림 넷)


  활짝 웃습니다. 빙긋 웃습니다. 살짝 웃습니다. 까르르 웃습니다. 웃음마다 다 다른 빛깔이 묻어납니다. 슬프게 울 적에도, 섧게 울 적에도, 아프게 울 적에도, 고단하게 울 적에도, 때에 따라 다 다른 빛깔이 드러납니다.


  웃음은 웃음빛이겠지요. 눈물은 눈물빛이겠지요. 스스로 꾸리는 삶에 따라 삶빛이 다릅니다. 좋아하는 삶을 누리면 좋아하는 삶내음이 곱게 스며든 삶빛이 해맑습니다. 달갑지 않은 삶으로 억지스레 휘둘리듯 내몰리면 고달프고 힘겨운 삶내음이 잔뜩 밴 삶빛이 무겁습니다. 찌뿌둥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을 나누는 사랑빛입니다. 풋풋한 사랑빛을 나누기도 하고, 어여쁜 사랑빛을 나누기도 합니다. 상큼한 사랑빛을 나누기도 하며, 달콤한 사랑빛을 나누기도 합니다.


  모든 삶은 빛깔을 띱니다. 옅은 빛이든 짙은 빛이든 맑은 빛이든 흐린 빛이든 좋은 빛이든 궂은 빛이든, 스스로 일구려는 꿈에 걸맞게 빛을 띱니다.


.. 강물은 원래 눈물이야. 깊고 깊은 눈물이야 / 거기 살도 빠져 있고, 피도 빠져 있고, / 그래서 강물엔 원래 피고름이 흐르는데 아무도 그걸 모르지 ..  (낙동강-심연에 비추는 풍경 넷)


  사람들 스스로 일구는 삶에 따라 하늘빛이 달라집니다. 사람들 스스로 숲에 깃드는 살림일 때에는 언제나 눈부시게 파란 하늘빛입니다. 사람들 스스로 건물을 짓고 건물에 깃드는 도시살이라 할 때에는 자꾸자꾸 뿌얘지고 매캐해지며 잿빛이 되고 마는 하늘빛입니다.


  나 스스로 만드는 하늘빛입니다. 공장이 만들지 않고 발전소가 만들지 않습니다. 고속도로가 만들지 않고 삽차나 밀차가 만들지 않아요. 내가 살아가는 터전에서 내가 꾸리는 살림에 따라 나 스스로 만드는 하늘빛이에요. 몇몇 정치 집권자나 경제 우두머리가 무너뜨리거나 망가뜨리는 하늘빛이 아닙니다. 나 스스로 바라거나 꾀하는 삶에 따라 달라지는 하늘빛입니다. 나 스스로 정치 집권자나 경제 우두머리 생각에 휩쓸려 움직이니까 하늘빛이 뿌얘지거나 새까매집니다. 나 스스로 내 삶빛을 누리지 않으니 어두운 밤에는 별을 하나 못 보는 슬픈 하늘빛이 됩니다.


  별하고 인사하는 별하늘빛을 누리려 한다면, 구름하고 노래하는 구름하늘빛을 누리려 한다면, 무엇보다 내 삶을 바꾸어야 합니다. 내 삶을 고치고, 내 삶을 갈고닦으며, 내 삶을 바꿀 때에, 시나브로 하늘빛이 차츰 맑으면서 고운 빛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대통령을 갈아치우더라도 나 스스로 내 삶을 갈아치우지 않으면 언제나 어둡고 퀴퀴하며 지저분한 하늘빛을 짊어져야 합니다.


.. 그렇다. 이 시대에 / 정말 시는 넘쳐나는구나. / 평화를 노래하는 시들이 / 전쟁처럼 도시에 넘쳐나는구나 ..  (어떤 회의장에서―L.J.N.을 추모하며)


  강은교 님 시집 《초록 거미의 사랑》(창비,2006)을 읽습니다. 싯말이 넘쳐난다는 때에 나온 시집을 읽습니다. 강은교 님 말이 아니더라도 싯말은 언제나 넘쳐났습니다. 왜냐하면, 싯말도 넘치고 사람도 넘치며 돈도 넘치거든요. 문화도 넘치고 예술도 넘치며 신문도 넘쳐요. 국회의원도 넘치고 책도 넘치며 아파트도 넘쳐요. 자가용이 넘치고 대학교가 넘치며 회사원이 넘쳐요. 온누리 온갖 것이 넘치는 마당에 싯말이라고 안 넘칠 까닭이 없어요. 글쟁이가 넘치고 그림쟁이가 넘치며 사진쟁이가 넘쳐요. 그저 넘치기만 해요.


  그런데 한 가지, 참말 안 넘치는 자리가 있으니, 시골이 안 넘치고 숲이 안 넘쳐요. 시골사람이 안 넘치고 시골아이가 안 넘쳐요. 전쟁무기는 넘치지만 평화는 안 넘쳐요. 졸업장과 자격증은 넘치지만 사랑과 믿음은 안 넘쳐요. 연속극과 영화는 넘치지만 이야기는 안 넘쳐요. 인터넷과 컴퓨터는 넘치지만 꿈은 안 넘쳐요. 은행계좌와 연금과 보험은 넘치지만, 정작 즐거움과 웃음은 안 넘쳐요.


.. 그러나 시는 결코 잘 쓰는 것이 아니다. / 시는 결코 아름답게 쓰는 것이 아니다. / 시는 나무와 같이 자기도 모르는 새에 뿌리깊은 것이다. / 시는 나무와 같이 자기도 모르는 새에 그 잎들 세상에 출렁이는 것이다 ..  (어떤 회의장에서―L.J.N.을 추모하며)


  물질이 넘치고 재산이 넘칩니다. 물건이 넘치고 사상과 철학과 학문이 넘칩니다. 문학이 넘치고 예술과 평론이 넘칩니다. 그렇지만, 삶을 사랑하는 노래는 자꾸 사그라듭니다. 그래, 삶을 꿈꾸는 춤사위는 자꾸 잦아듭니다. 그러니까, 삶을 이야기하는 싯말은 자꾸 자취를 감춥니다.


  사랑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시를 씁니다. 사랑을 꿈꾸고 싶습니다. 그래서 시를 읽습니다. 사랑을 빛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시를 새로 씁니다.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서 시를 새로 읽습니다.


  풀거미는 풀숲에서 풀빛으로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떤 빛깔로 살아가나요. 나는 어디에서 어떤 빛과 소리와 내음을 나누며 살아가나요. 시집 《초록 거미의 사랑》에는 사랑을 바라는 소리가 고즈넉하게 깔립니다. (4345.7.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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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삶에 한 줄, 웃으며 읽는 책

 


  오제 아키라 님이 그린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길찾기,2012) 셋째 권 144쪽부터 146쪽까지 여러 차례 되읽습니다. 일본 나리타시에 있는 자그마한 시골마을 ‘산리즈카’에서 1962년부터 오늘날까지 그치지 않는 ‘공항 건설’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책인데, 온삶을 들여 흙을 일구는 할아버지는 공항 건설 공무원을 앞에 두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공항 만드는 거야 좋은 일이지. 자네가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는 것도 당연하고. 그래서 첨에는 조금 신경이 쓰였어. 다짜고짜 반대를 외치는 게 말여. 그러니까 그게, 내 생각만 하는 것 같아서. 근디 생각해 보니 말여, 그러면 우리 농사꾼이 하는 일은 대체 뭔가 싶더구먼. 자네는 ‘농사는 나라의 근간’이라는 그럴듯한 구절을 아는가? 아이들 교과서에 써 있다네. 난 이 구절을 알고서는 괜시리 뿌듯해지더란 말이여. 농지는 농사꾼의 것이되 농사꾼의 것이 아니여. 많은 사람들을 배고픔으로부터 지켜 주는 생명의 원천이여. 그야 나도 농작물을 팔아서 먹고살고는 있지만. 근디 공항은 엄청난 돈을 벌지 않는가? 난 자네들 덕분에 농사꾼이란 것에 긍지를 갖게 됐어. 내 일이 공항에 뒤지지 않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네.”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는 일본에서 1992년에 나왔습니다. 한국에는 2012년 봄에 일곱 권이 옮겨집니다. 나는 지난 2000년 여름에 꼭 한 번 일본에 다녀온 적 있고, 이때에 비행기를 타고 나리타에 내렸습니다. 그때에 공항에 내린 비행기가 참 오래 빙빙 도는구나 하고 느꼈고, 공항 둘레에 논밭이 길게 펼쳐졌는데, 시골집 분들이 참 시끄럽겠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공항을 둘러싼 시골마을 사람들이 ‘1962년부터 공항을 반대하며 고향마을을 꿋꿋하게 지키는’ 분들인 줄 몰랐어요.


  그러고 보면, 나는 인천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내가 늘 먹는 밥이 어떻게 나오는 줄 몰랐고, 내가 먹는 푸성귀나 김치를 어떻게 얻는 줄 몰랐어요. 내가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아가기까지 ‘밥이 되는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를 곰곰이 살피거나 헤아린 적이 없다 할 만합니다. 아마, 오늘날 도시에서 살아가는 분들 누구나 엇비슷하겠지요. 저마다 회사나 학교에서 온갖 일로 바빠요. 모두들 집 안팎에서 이것저것 걱정하느라 힘들어요. 한 끼니만 굶어도 배고프다고 느끼면서, 정작 배고픔을 달래며 새힘을 북돋우는 밥을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일구는가를 생각하지 못해요.


  시인 김해화 님이 엮은 《당신을 사랑합니다》(삶이보이는창,2012)라는 책 38쪽을 읽으면, 시골에서 태어나 죽는 날까지 흙을 일구던 할머니 목소리가 생생하게 나옵니다. “그때는 시어머니가 산에 가라면 젤로 좋아. 산에 가서 도라지 캐고 고사리 꺾고 나무 함서 시엉도 꺾어 먹고 다래도 따 먹고……. 시어머니헌티 매도 안 맞고, 어쨌든 산에는 먹을 것이 있으니께.” 참말, 산에 가고 들에 가면 풀이랑 나무하고 벗삼으며 마음을 쉽니다. 풀이랑 나무는 잎사귀와 열매를 내어줍니다.


  김소월 님 시를 그러모은 《옷과 밥과 자유》(민음사,1977)라는 책에 담긴 시 〈깊고 깊은 언약〉을 읽습니다. “몹쓸 꿈을 깨어 돌아누울 때, / 봄이 와서 멧나물 돋아 나올 때, / 아름다운 젊은이 앞을 지날 때, / 잊어버렸던듯이 저도 모르게, / 얼결에 생각나는 ‘깊고 깊은 언약’.”


  김소월 님은 도시사람이었을까요, 시골사람이었을까요. 김소월 님은 흙을 일구며 살았을까요, 시내나 읍내 같은 데에서 흙하고 동떨어진 채 살았을까요. 김소월 님 싯말마다 ‘시골에서 흙을 일구며 느끼는 삶’ 이야기가 한 줄 두 줄 깃듭니다. 봄날 한철을 돌아보면서 “봄이 와서 멧나물 돋아 나올 때”를 노래합니다.


  나카가와 치히로 님 그림책 《작은 새가 좋아요》(크레용하우스,2002)를 다섯 살 아이하고 함께 읽습니다. 그림책 끝자락 29∼30쪽에 “새들의 말을 배울 테야, 그러면 새들이랑 이야기할 수 있잖아.” 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래요, 새들이 노래하는 말을 배우면 새들이랑 이야기할 수 있어요. 흙이 속삭이는 말을 배우면 흙하고 이야기꽃 피울 수 있어요. 바람과 햇살과 지렁이와 개구리가 주고받는 말을 배우면 바람과 햇살과 지렁이와 개구리하고 이야기잔치 열 수 있겠지요.


  식구들 모두 발포 바닷가에 가서 바다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름에는 뒷산에 올라 멧딸을 따고 비탈논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가을에는 누런 벼 가득한 논뙈기랑 이웃 할아버지 낫자루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4345.7.1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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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네 타는 어린이

 


  나이든 나무는 줄기와 가지가 굵다. 길게 뻗은 가지 한쪽에 줄을 드리워 그네를 맨다. 아이들은 그네를 타며 논다. 다섯 살 어린이 사름벼리도 그네를 타고 싶다. 처음 그네에 올라탈 때에는 쑥스럽고 부끄러워 얼른 내려오더니, 언니더러 그네를 밀어 달라 하고 난 뒤로는 오래오래 즐겁게 논다. (4345.7.2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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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와 개미

 


  마당에 자리를 깔고 손님이랑 마주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파리가 자꾸 들러붙으니 파리채로 신나게 파리를 잡는다. 잡은 파리는 돗자리 바깥으로 톡톡 밀어낸다. 서른 마리 즈음 잡았다 싶을 무렵, 마당 돗자리 바깥에 깔린 파리 주검이 하나둘 줄어든다고 느낀다. 파리채질을 살짝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파리 몸뚱이보다 조금 작은 까만개미가 파리를 두 팔로 꽉 쥐고는 어디론가 끌고 간다. 좋은 먹이가 이렇게 있으니 여기저기에서 까만개미가 여럿 나와 기어다닌다. 저마다 파리 주검을 하나씩 끌면서 ‘마당 청소’를 해 준다.


  집에서도 파리를 신나게 잡는다. 옆지기는 파리를 ‘잡기만’ 하고, 비질을 해서 치우지 않을 때가 있다. 파리 주검이 때때로 방바닥을 굴러다닌다. 그런데, 나도 깜빡 지나치는 바람에 파리 주검을 그대로 두고 나면, 몇 시간 지나고 나서 파리 주검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어느 날 방바닥을 비질하다 보니, 구석퉁이에 있느라 알아보지 못하고 못 치운 파리 주검을 쓸려 하는데, 이 파리 주검에 잔뜩 달라붙던 아주 작은 개미들이 와아 하면서 흩어진다. 옳거니, 집안에서는 또다른 개미들이 좋은 먹이가 나왔다며 파리 주검을 잘게 썰어서 나르는구나. 너희들이 가장 깨끗하고 가장 멋진 청소 일꾼이로구나.


  그러고 보면, 밥을 먹다가 밥알을 흘리든 무얼 떨어뜨리든 하면, 밥상 밑으로 개미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흘린 밥’을 주워 가느라 부산을 떨기도 한다. 재미있는 벗이요 고마운 이웃이다. (4345.7.2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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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이 한국땅 풀과 나무를 담은 식물도감으로 마땅히 들출 만한 책이 없다고 여겼는데, 미리보기로 찬찬히 살펴보니, 웅진세밀화도감이 퍽 잘 나왔구나 싶다. 지난날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세밀화 식물도감보다 한결 나은 느낌이다. 다만, 웅진 도감에서도 '나무나 꽃을 통째로 살펴보는 그림'이 잘 나오지는 못했다. 잎사귀를 잘 그리고 열매나 꽃을 잘 그린다 하더라도, 나무를 살필 때에는 잎과 꽃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잎과 꽃을 안다지만, 줄기를 모른다면, 곧게 뻗어서 자란 모습을 모른다면, 어린나무 큰나무로 발돋움하는 흐름을 알지 못한다면, 나무를 안다 할 수 없다고 느낀다. 이런 대목까지 바라자면, 식물도감이 너무 두꺼워진다 할 텐데, 이번 웅진 도감도 '어린이 도감' 눈높이일 테니까, 이 도감에서 한결 거듭난 '어른 도감'으로 풀과 나무를 제대로 깊고 넓게 보여주는 도감도 빚어 준다면 참 좋으리라 생각한다. 그나저나, 보리 세밀화도감도 웅진 세밀화도감도 바로 '심조원' 님이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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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세밀화 식물도감- 우리나라에 사는 식물 320종
심조원 글, 김시영 외 그림, 김진석 외 감수 / 호박꽃 / 2012년 4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2012년 07월 2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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