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읽는 책

 


  작은아이는 큰아이나 두 어버이 책읽는 모습을 으레 바라보기에, 가끔 저도 책을 읽곤 한다. 큰아이가 천천히 자라며 보여주었듯, 작은아이도 어떤 글이나 그림이나 줄거리를 읽지는 않는다. 그저 책을 손에 쥐거나 무릎에 올려놓으며 즐겁게 논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는 이야기를 읽어 줄 수도 있으며, 아이들은 저희들 혼자서 책을 무릎에 올려놓으며 놀 수 있다. 천천히 느끼고 찬찬히 생각하며 하나하나 맞아들인다. 개미를 바라보고, 거미를 바라본다. 제비와 풀벌레를 보고, 논과 밭을 본다. 나무와 멧자락을 보고, 구름과 달을 본다. 아이들은 언제나 책을 읽는다. 우르릉 쾅쾅 하고 울리는 천둥을 귀로 읽는다. 번쩍 하고 빛나는 벼락을 눈으로 읽는다. 서늘한 밤바람을 몸으로 읽는다. 몸도 마음도 책과 삶과 꿈을 읽는다. (4345.9.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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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놀이터

 


  두 아이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생각한다. 아이들 놀이터는 바로 어른들 일터요, 온 식구 삶터가 된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만한 데에서 어른들이 일거리를 찾아야 아름답고, 서로 놀고 일하며 얼크러지는 즐거운 곳에서 예쁜 살림집 즐겁게 꾸려 사랑스러운 보금자리를 이루어야 좋다고 느낀다. 아이들이 뛰놀지 못하는 데라면 어른들이라고 느긋하게 쉬거나 힘차게 일할 만할까. 아이들이 노래하고 춤추지 못할 만한 데라면 어른들이 서로 어우러지거나 이야기꽃 피울 만한 자리가 될까.


  오늘날 아이들 놀이터가 거의 사라진다. 아이들은 놀 데가 없다.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잊고 말 뿐 아니라, 동생한테 놀이를 물려주지 못한다. 이러는 동안 어른들이라고 하나도 나아지지 않는다. 어른들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를 놓친다. 어른들은 스스로 어떤 일로 삶을 북돋우거나 살찌울 때에 즐거운가를 모른다. 어른들은 돈은 벌되 삶을 누리지 못하고, 아이들은 놀이를 잃되 학교와 학원에서 지식이랑 정보만 잔뜩 쌓는다. (4345.9.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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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따라하며 놀기

 


  작은아이 다리힘이 차츰 붙으며 큰아이가 작은아이를 데리고 노는 날이 잦다. 작은아이는 큰아이 가는 데마다 꽁무니를 좇는다. 큰아이는 작은아이 시늉을 낸다. 두 아이가 나란히 앉아 만화영화를 본다. 두 아이가 저마다 한손에 밀차를 들고는 마당 시멘트바닥에 굴린다. 두 아이가 함께 대문 열고 밖으로 나와서는 마을을 한 바퀴 빙 돈다. 서로 아끼고 서로 사랑하며 서로 돌보는 좋은 벗님이자 길동무로 잘 살아가기를 빈다. (4345.9.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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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에 돋는 냉이를 캐서 먹으면 냉이 내음이 온몸을 감돌며 냉이 냄새가 풍기는 똥 뽀직 나온다. 사월에 돋는 유채를 따서 먹으면 유채 내음이 온몸을 맴돌며 유채 냄새가 풍기는 똥 뿌직 나온다.


  살구를 먹은 날 살구빛 똥을 눈다. 오이를 먹은 날 오이빛 똥을 눈다. 부추를 먹은 날 부추빛 똥을 눈다.


  맑은 햇살을 바라보며 팔을 벌린다. 나는 햇살을 먹고 햇살을 눈다. 고운 바람을 느끼며 날갯짓을 한다. 나는 바람을 마시고 바람을 눈다.


  아이들이 웃는다. 어머니와 할머니하고 까르르 웃고 노는 아이들, 사랑을 먹은 날 사랑을 빛낸다. 꿈을 먹은 날 꿈을 빛낸다.


  밥을 차리는 손은, 식구들이 저마다 삶을 스스로 누리며 어떤 이야기를 짓도록 돕는다. 밥을 지어 내놓는 손은, 식구들이 서로서로 사랑을 빚으며 어떤 꿈을 이루도록 이끈다. (4345.9.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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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보라 물놀이 허우적

 


  한손에는 바가지, 다른 한손에는 사진기 들고 고무통 물놀이를 하던 산들보라 그만 미끄러져 철부덩. 고무통 얕은 물이니 스스로 잘 일어나지만 으앙 하고 운다. 그러게 한손에 뭐 하나라도 놓아야지. 울면서도 이 손 저 손 아무것도 안 놓는구나. (4345.9.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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