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이 군대에서 갑작스레 죽은 이야기는 김광석 님 가슴속으로 어떻게 스며들었을까. 죽은 큰아들을 헤아리며 눈물 적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이야기는 김광석 님 가슴속으로 어떻게 젖어들었을까. 큰형 덕택(?)에 군대에 여섯 달만 있어도 되었던 이야기는 김광석 님 가슴속으로 어떻게 내려앉았을까. 살아가며 부대끼고 겪는 모든 이야기는 노래꾼 가슴속으로 어떻게 사뿐사뿐 찾아들었을까. 의사와 간호사가 자리를 비운 탓(?)에 딸아이를 손수 받으며 누린 빛은 김광석 님 가슴속으로 어떤 숨결이 되어 감돌았을까.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늘 스스로 길어올린다. 사랑할 수 있는 웃음은 언제나 스스로 가다듬는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조용히, 조금 더 놀면서, 곁님과 아이와 마실을 다니듯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삶을 그려 본다. 4347.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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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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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들 책읽기

 


  아픈 사람은 무엇을 바랄까. 아파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 돈을 바랄까. 이름값을 바랄까. 드센 힘을 바랄까. 한 가지를 바란다면, 아프지 않는 튼튼한 몸을 바랄 테지. 씩씩하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느긋하며 넉넉하게 하루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랄 테지.


  아픈 사람은 아픈 몸으로 어떤 책을 손에 쥘 만할까. 아픈 데에도 책이 손에 잡힐까. 아플 적에는 책방마실을 할 수 있을까. 아픈 몸을 붙잡고 글 한 조각 쓸 수 있을까.


  수없이 많은 책이 있다. 새로운 책은 꾸준하게 태어난다. 그런데, 이 많은 책들 가운데 아픈 이웃과 동무를 헤아리는 책은 얼마나 있지? 인문책은 얼마나 아픈 사람 곁에서 태어나지? 어린이책은 아픈 사람 넋을 얼마나 보듬을까? 시집이나 소설책은 아픈 사람들 마음을 얼마나 달래 주려나.


  기차에서 해롱거린다. 여관에 들어와 죽은 듯이 눕는다. 물 한 모금 마시기도 힘들다. 나는 어떤 책을 손에 쥘 만한가. 나는 모든 책을 잊고 자리에 드러누울 수밖에 없지 않나. 마음속으로 ‘아픔이여 찬찬히 사라져 주렴.’ 하고 빌밖에 없지 않나. 4347.1.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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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1-04 14:14   좋아요 0 | URL
아픔이 사라지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숲노래 2014-01-04 18:02   좋아요 0 | URL
네, 새해에는 평화와 사랑이 감돌기를 빌어요.
 

서울과 전주 사이 6만 원

 


  지난밤에 잠을 잘못 잤는지 아침부터 어질어질하다. 이런 몸으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세 시간 반을 달리니 머리가 뜨겁다. 다리가 풀린다. 안 되겠구나 싶어 아무것도 안 먹으려 했지만, 서울에서 뵌 출판사 사장님하고 낮밥을 함께 먹는다. 그러고는 서울 성산동에 커피집을 새로 연 사진벗님 가게로 가서 차를 한 잔 마신다. 이제 속이 온통 뒤죽박죽이 된다. 사진벗님이 예쁘고 달콤해 보이는 케익 한 조각을 선물로 주시지만, 손을 댈 수 없다. 오미자차도 한 잔 주시지만 뱃속에서 들여보내지 말라고 외친다. 이때부터 자정까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는다.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이마를 짚고 부글부글 끓는 아랫배를 쓰다듬는다. 결리고 쑤시며 저린 팔과 다리와 무릎과 팔목과 어깨와 옆구리를 차근차근 주무른다. 드러눕고만 싶지만, 한글문화연대에 모인 분들과 서울시 공문서를 손질하며 가다듬는 이야기를 네 시간 남짓 주고받는다. 아, 어떻게 네 시간을 이렇게 견디면서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일을 마치고 나서 몸이 너무 힘들어, 가까운 여관을 알아보고는 곧바로 드러누우러 가고 싶은데, 오늘은 마침 금요일이다. 작은 여관조차 육만 원을 부른다. 어떻게 할까. 그냥 서울에 있는 여관으로 갈까. 손전화 기계로 기차표를 살펴본다. 저녁 아홉 시 십오 분 고속기차 하나 있고 자리도 하나 남았다. 오늘 저녁에 다른 기차는 없고, 내일은 첫 차부터 마지막 차까지 빈자리가 하나도 없다.


  덜덜 떨리는 고속버스에서 시달리며 머리와 배가 아프며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데 기차표가 없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적어도 전주까지는 가자. 서울 여관은 너무 비싸니, 전주 여관은 3만 원에 묵을 데 있겠지. 전주까지 오면, 고속기차 입석으로 가든 시외버스로 두 시간 반을 달리든 순천까지 갈 수 있다.


  용산역까지 택시를 타고 간다. 한 시간 남짓 기다려 기차를 탄다. 고속기차는 무궁화 기차보다 덜 떨리고 조용하다. 괜찮네. 이만 하면 기차로 탈 만하네.


  두 시간 남짓 죽은 듯이 기차를 달려 전주역 닿는다. 히유 한숨을 돌리며 내린다. 가방을 짊어지고 여관골목을 걷는다. 전주역 앞은 술 마시며 노래하는 가게가 무척 많다. 너무 낯부끄럽다 싶은 이름을 붙인 여관이 있다. 아무리 여관이라 하더라도 어쩜. 3만 원을 치르고 여관으로 들어온다. 웃옷과 양말과 머리띠를 빨래한다. 고무신도 빤다.


  따스한 물로 씻고 머리를 감는다. 살짝 살아나는구나 싶다. 물을 한 모금 마신다. 그러나 더 마실 수 없다. 이마를 짚고 쉰다. 자자. 일찍 자고 느긋하게 일어나자. 너무 일찍 일어날 생각은 말고, 몸을 살려서 시골집으로 돌아가자. 4347.1.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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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04 11:39   좋아요 0 | URL
어휴....이젠 좀 어떠신지요..
집에서 몸이 아파도 힘드는데 바깥일 하러 가셨다
내집이 아닌 곳에서 아프시니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요?
용산역에서 전주까지 또 낯선 전주의 어느 여관에서 아픈 몸을
깃들이셨을 생각을 하니...ㅠ.ㅠ

이젠 조금이라도 좋아지셔서, 식구들 기다리는 아늑한 시골집으로
편안히 돌아가시길 빌어요. 오늘 밤은 참으로 평온한 밤이 되시겠지요? *^^*

숲노래 2014-01-04 18:01   좋아요 0 | URL
도시에 있는 동안
늘 힘들어요.

그러나 시골로 돌아오면
다 나아요.

이제 막 시골로 돌아왔으니
즐겁게 보낼 나날만 생각해야지요~ ^^;;
 

진주에서 하룻밤 자는 마음

 


  아버지 혼자 서울로 바깥일을 하러 가면서 진주에서 하룻밤 묵습니다. 서울이나 인천까지 가서 하룻밤 묵을까 하다가, 늘 가는 곳만 가지 말자고, 고흥에서 살짝 가까운 곳까지만 나와서 하룻밤을 느긋하게 묵고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서 바깥일을 보자고 생각합니다.


  진주에서 하룻밤을 묵는데, 잠자는 곳 불을 끄고 드러눕는데, 새벽에 일어나기까지 귀가 쟁쟁합니다. 잠자는 곳 바깥으로 지나다니는 자동차는 열두 시에도, 한 시에도, 두 시에도, 세 시에도 …… 다섯 시가 되고 여섯 시가 되도록 그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네 식구 지내는 시골집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동차 소리를 거의 안 들어요. 택배 일꾼 짐차나 우체국 일꾼 오토바이 소리만 곧잘 듣습니다. 시골마을 조그마한 집에서 잠자리에 들 적에 그토록 고요하면서 아늑했다고 깨닫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곁님하고 포근하게 밤잠을 누리려나? 아마, 따사롭고 즐거운 하루를 마무리하겠지요.


  아직 시골로 삶자리 옮기지 않던 지난 어느 날을 떠올립니다. 참말 아침저녁으로 자동차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귀를 쉴 곳이 드물었습니다. 귀와 몸과 눈과 마음을 느긋하며 차분하게 쉴 자리가 드물었습니다. 큰아이 태어난 집은 복선전철길이 바로 코앞에 붙은 자리라, 자동차 소리뿐 아니라 전철 소리까지 하루 내내 들들 볶았습니다.


  도시에도 풀벌레 살고 멧새와 텃새 날아다니지만, 도시에서 풀노래나 새노래를 듣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도시에서 바람노래를 듣거나 숲노래를 즐기거나 꽃노래를 나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4347.1.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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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고속도로

 


  해 떨어진 저녁에 순천 버스역부터 진주 버스역까지 달린다. 고속버스에 접어든 저녁 시외버스는 아주 빠르다. 거침없다. 쏜살같다.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저 앞 속도계를 들여다볼 수 없지만 얼추 120∼140 사이를 오락가락한다는 느낌이다. 마주 달리는 자동차나 옆에서 나란히 달리는 자동차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차바퀴 소리와 엔진 소리와 슉슉 옆 찻길에서 다른 자동차들 스치는 소리가 크다. 버스를 모는 일꾼은 텔레비전 연속극을 아주 큰 소리로 틀었다. 모두들 저 소리에 빠져들었을까. 문득문득 창밖을 바라보는데 온통 새까맣다. 내 눈에는 까만 빛깔만 보이지만, 틀림없이 창밖으로 숲과 멧자락과 들과 마을이 있겠지. 엄청나게 내달리는 시외버스 고속도로 둘레에 시골숲과 시골마을 있겠지.


  자동차를 달리는 사람은 어떤 소리를 마음에 담을까. 달리는 자동차에서는 어떤 빛깔과 내음과 무늬와 숨결을 마실 수 있을까. 4347.1.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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