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95. 2013.12.24.ㄷ 이게 뭐야

 


  윌리엄 스타이그 님 이야기책 《진짜 도둑》을 무릎에 거꾸로 펼치고는 그림 하나를 손가락으로 콕 짚고는 “이게 뭐야?” 하고 묻는다. 곧바로 알려줄 수 있지만 언제나처럼 “뭘까?” 하고 되묻는다. 참말 무엇일까? 아이야, 네가 한 번 마음속으로 이름을 불러 보렴. 너한테 낯익으면 낯익은 대로, 낯익지 않으면 낯익지 않은 대로, 네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이름으로 살가이 불러 보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슷하게 쓴다면 비슷하게 쓰지만

다르게 쓴다면 다르게 쓰는 세 낱말입니다.

그런데, 국어사전 말풀이를 살피면

세 낱말이 어떻게 다른 줄 알 길이 없습니다.

어쩌면, 말풀이는 거의 똑같이 붙일밖에 없을 수 있어요.

그러면, 말풀이는 거의 똑같이 붙이더라도

쓰임새가 어떻게 다른가를 잘 밝혀 주어야지 싶습니다.

 

..

 

너그럽다·넓다·넉넉하다
→ 어느 자리를 가리키는 자리에서나, 마음이나 생각을 나타낼 적이나, ‘너그럽다·넓다·넉넉하다’를 두루 씁니다. 세 낱말은 모두 크거나 시원한 마음씨를 나타냅니다. 다만, ‘너그럽다’는 마음씨를 가리키는 자리에만 쓰고, 비탈이 가파르지 않고 부드러운 곳을 가리킬 때에 씁니다. ‘넓다’는 마음씨를 가리키는 자리와 크기와 깊를 가리키는 자리에 써요. ‘넉넉하다’는 마음씨를 가리키는 자리를 비롯해서, 크기를 나타내는 자리에도 살짝 쓰고, 돈이나 어떤 부피가 많거나 크다고 하는 데에서도 씁니다.


너그럽다
1. 마음이 크고 시원하다
 - 동무가 잘못했지만 너그럽게 봐주렴
 - 할머니는 늘 너그럽게 웃으신다
2. 비탈이 부드럽다
 - 이 멧골은 어린이도 넘을 수 있을 만큼 너그럽다


넓다
1. 어느 자리가 크다
 - 바다는 이렇게 넓구나
 - 우리 집 마당은 꽤 넓다
2. 길이가 크다
 - 드디어 넓은 길로 나왔다
 - 두 팔을 넓게 펼치고 가을바람을 마신다
3. 마음이 크고 시원하다
 - 우리 어머니는 마음이 넓어
 - 넓은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한다
4. 생각이나 지식이나 품이나 테두리가 무척 크거나 깊다
 - 거기까지는 몰랐는데, 너는 참 생각이 넓구나
 - 두루 여행을 다니면서 이것저것 넓게 배웠다
 - 이웃을 넓게 사귀면서 손님을 자주 치른다


넉넉하다
1. 마음이 크고 시원하다
 - 오늘도 놀다가 바지를 찢었지만, 어머니는 넉넉히 웃으며 기워 주셨다
 - 이웃 아저씨는 넉넉하시니까 어린 고양이를 맡아 주시겠지
2. 어느 자리가 크다
 - 자리가 넉넉하니 아무 데나 앉아
3. 남을 만큼 많다
 - 밥을 넉넉히 펐어
 - 오늘은 넉넉하니까 마음껏 놀자
4. 살림이 제법 넘쳐서 남을 만큼 많다
 - 우리 집은 넉넉해서 자전거를 새로 사 주셨어
 - 살림도 넉넉하고 사랑도 넉넉하니 즐겁다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장만한 책은 언젠가 읽는다

 


  책을 잔뜩 사들이기만 하고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달리 생각한다. 책은 언제나 사야 할 때가 있다. 예나 이제나 모든 책이 언제나 새책방 책시렁에 놓이지는 않는다. 또한, 모든 책은 헌책이 되어 헌책방으로 들어오지만, 헌책방에 들어오는 책이 오랫동안 책시렁에서 조용히 잠들기만 하지 않는다. 새책이든 헌책이든 바로 오늘 아니라면 장만할 수 없다. ‘책을 읽을 때’처럼 ‘책을 살 때’가 있다. 새책방에서 사라진 뒤 땅을 치면 무엇하겠는가. 새책방에서 사라진 책이 헌책방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오래 기다리고 싶은가.


  ‘책을 읽어야 할 때’는 어느 책 하나에 마음이 꽂힐 때이다. 그리고, 어느 책 하나를 손에 쥐어 읽으면서 ‘줄거리 훑기’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를 할 수 있는 때이다. 마음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줄거리만 훑으려 하면, 책이 얼마나 서운해 할까.


  읽어치운다고 해서 책읽기가 되지 않는다. 책읽기는 ‘빨리 읽기’도 ‘천천히 읽기’도 아니다. 책읽기는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삶을 스스로 헤아리면서 ‘마음으로 읽기’이다. 그러니까, 책을 잔뜩 사들이기만 하고 정작 제대로 못 읽는다고 한다면, ‘책을 사야 할 때’는 잘 알아채거나 느껴서 이럭저럭 갖추지만, ‘책을 읽어야 할 때’는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책을 읽을 만한 눈높이와 마음가짐이 될 때까지 이 책들을 알뜰살뜰 모시면서 흐뭇하게 바라보면 된다.


  애써 목돈 들여 사들인 책을 제때 못 읽는다고 뉘우칠 까닭은 없다. ‘제때’가 아직 오지 않았을 뿐이다. ‘제때’, 그러니까 ‘책을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받아들여서 읽을 마한 때’가 오기까지 찬찬히 내 마음을 갈고닦으면 된다. 날마다 내 삶을 새롭게 일구면서 언제나 즐겁게 웃으면 된다. 스스로 삶을 다스리는 동안 어느 날 어느 곳 어느 때에 어느 책을 손에 쥐면서 고운 빛이 가슴속으로 스며드는가를 시나브로 깨달을 수 있다. 4346.12.3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북극곰 2013-12-31 10:03   좋아요 0 | URL
장만한 책은 언젠간 읽는다. 저의 신조예요. ^^
그러니 아깝지 않아요.

숲노래 2013-12-31 11:05   좋아요 0 | URL
새해에도 즐겁게
책을 장만하고 읽으면서
아름답게 누리셔요~~~

transient-guest 2013-12-31 10:32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자주 경험하곤 하는 일입니다. 어느 날, 그 책과 딱 맞아떨어지는 날이 있고, 그 날과 책이 만나면 사놓고 읽지 못한 책을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어느 한 때 잠깐 읽다가 흥미가 떨어져서 꽂아놓은 책이 다른 날 우연히 보았을때 너무 재미있게 보이는 때가 종종 있더라구요.ㅎ

숲노래 2013-12-31 11:05   좋아요 0 | URL
누구나 언제나 스스로 새롭게 거듭나요.
그러니 예전에는 잘 몰랐던 책을
나중에 깊이 깨닫곤 하는구나 싶어요.
참 재미나다고 할까요. 즐겁다고 할까요~~

appletreeje 2013-12-31 10:5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정작 제대로 못 읽는다고 한다면, '책을 사야 할 때'는 잘 알아채거나 느껴서 이럭저럭 갖추지만, '책을 읽어야 할 때'는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책을 읽을만한 눈높이와 마음가짐이 될 때까지 이 책들을 알뜰살뜰 모시면서 흐믓하게 바라보면 된다.'-
무척 위로가 되는 말씀입니다~

정말 책은, 저마다의 책마다 다 읽어야 '제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곱게 기다리다..오늘 아침, 제게 찾아온 책을
기쁜 마음으로 읽습니다~*^^*


숲노래 2013-12-31 11:06   좋아요 0 | URL
언제나 제때를 즐겁게 누리면서
오늘 하루를 신나게 보내면
책도 사람도 이야기도 햇볕도 바람도
모두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희망찬샘 2014-01-01 06:37   좋아요 0 | URL
좋네요. 이 말.
앞으로는 언제 읽노, 언제 읽노... 라는 말 조금 줄여 보렵니다.
책과의 인연~ 그런 거 있더라고요.
지금은 어려웠지만, 또 언젠가는 쉽게 와 닿는 책도 있고요. ^^

숲노래 2014-01-01 08:31   좋아요 0 | URL
이 글에는 따로 안 썼지만,
내가 못 읽는 책은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읽어 주면 되기도 해요.

아이들이 큰 뒤에는
책방이나 도서관에 없을 책이
아주 많을 테니까요 ^^

saint236 2014-01-01 19:04   좋아요 0 | URL
예전에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느낀 것은 사고 싶은 책은 빚을 내서라도 사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책이 절판되기도 하고, 표지만 바뀌어서 가격을 올려받기도 하고요. 이런 일을 겪다보니 책을 사모으게 되고, 그렇게 사모은 책들은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읽어나가고 있지요. 다만 책 사는 속도를 읽는 속도가 못따라가는 것이 아쉬움이지만요...

숲노래 2014-01-01 20:19   좋아요 0 | URL
나중에는 '읽을 책'이 모자랄 날을 맞이하시리라 생각해요.
지구별 모든 책을 다 읽을 일은 없거든요.

아무튼, 아름다운 책들을 우리들이 즐겁게 알아보면
그 책들 숨결이 한결 오래도록 퍼지면서
우리 이웃들도 기쁘게 누리리라 생각해요~~
 
히스토리에 Historie 8
이와키 히토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 즐겨읽기 298

 


평화란, 전쟁이란, 삶이란
― 히스토리에 8
 이와아키 히토시 글·그림
 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 2013.12.30.

 


  이와아키 히토시 님 만화책 《히스토리에》(서울문화사,2013) 여덟째 권을 읽습니다. ‘에우메네스 서기관’ 눈길로 그리는 만화에 나오는 이야기는 어느덧 싸움터 한복판입니다. 한쪽은 싸움을 일으키려는 싸움이요, 다른 한쪽은 싸움을 막으면서도 새롭게 싸움을 일으키려는 싸움입니다. 저쪽에서 들어오는 싸움을 막아내면서 한동안 평화를 지킨다고 할 만하지만, 평화를 지키는 동안에도 저쪽을 찬찬히 노리면서 전쟁을 치르려고 군인을 키우고 전쟁무기를 만듭니다. 저쪽 또한 싸움을 마치며 한동안 평화로운 나날을 누리는 듯하지만, 언제나 군대와 전쟁무기를 잔뜩 갖추어 어느 나라로든 쳐들어가서 무언가 사로잡거나 빼앗거나 거머쥐려 합니다.


  전쟁을 벌여 이웃나라 사람을 노예로 사로잡아야 돈을 법니다. 돈을 벌면 이 돈으로 군인을 더 늘리고 전쟁무기를 더욱 갖춥니다. 돈을 벌어야 군대와 전쟁무기를 둔 도시를 먹여살립니다.


  사회 얼거리가 전쟁을 벌여야 굴러가도록 되었으니, 언제나 전쟁을 생각합니다. 젊거나 힘세다는 사내는 온통 전쟁터로 나가야 하니, 도시 사회를 이루는 곳에서 아이를 낳거나 돌보거나 가르치는 몫을 오직 가시내가 맡습니다.


  전쟁이 있어야 도시가 굴러갑니다. 전쟁을 해서 이겨야 도시가 살아납니다. 전쟁을 하지 않거나 전쟁에서 지면 도시는 무너집니다.


- “이 말 좀 빌려 갈게.” “왜? 어디 가려고?” “본영! 왕에게 진언 좀 하고 올게!” (33쪽)
- ‘스키타이 측의 강경한 자세. 비잔티온 앞바다에서의 마케도니아의 패전 사실을 알고 얕잡아보고 있는 것이 명명백백하다. 그렇다면 마케도니아의 왕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하나뿐.’ “스키타이의 보물은 강건한 육체와 용기, 그리고 양질의 말뿐이라는군. 하면 어쩔 수 없지. 그것들을 챙겨 돌아가는 수밖에.” (110∼111쪽)

 


  지난날에는 이렇게 전쟁을 벌여 나라를 먹여살렸다고 한다면, 오늘날에는 서로 총칼을 들이대어 죽이는 짓은 애써 벌이지 않으나, 돈을 숫자놀음으로 툭탁거리면서 싸웁니다. 지난날에는 젊은 사내를 전쟁터로 끌여들였다면, 오늘날에는 젊은 사내와 가시내 모두 ‘숫자놀이 싸움터’로 끌여들입니다. 회사원과 공무원이 되도록 몰아붙입니다. 공장 노동자가 되도록 닦달합니다. 밥을 얻는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사람은 ‘최저 한도’로 맞춥니다. 적어도 ‘식량 주권’을 외칠 수 있어야, 돈으로 이웃나라에서 먹을거리를 사들일 적에 바가지를 덜 쓸 테니까요. 식량 주권이 없으면 이웃나라에서 먹을거리를 사들일 적에 엄청나게 바가지를 쓸 테니까요.


  조금만 생각해도 누구나 알 수 있어요. 오늘날 한국 사회는 시골사람 1%이고 도시사람 99%인데, 도시사람이 100%가 되면,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칠레나 미국이나 캐나다나 에스파냐나 호주에서 곡식과 고기와 열매를 값싸게 팔 까닭이 없어요. 안 팔 테지요. 석유값은 아주 싸지만 물값은 아주 비싼 중동 나라를 헤아리면 돼요. 물 한 잔을 퍽 비싼값 치러 사다 마셔야 하는 여러 유럽 나라를 떠올리면 돼요.


  이 나라에서는 아직 곡식이나 물이나 열매나 고기 값이 퍽 싸요. 왜냐하면, 시골사람이 1%는 남았거든요. 앞으로 이 1%마저 무너지면 도시사람은 돈을 더 악착같이 벌도록 톱니바퀴가 되어야 합니다. 이 1%조차 사라지면 도시사람은 돈을 엄청나게 벌어도 늘 조마조마한 채 살아야 합니다.


- “아테네군의 시민군과는 대조적으로 마케도니아군은 평소에도 훈련에 전념하는 직업군인. 백병전에 들어가면 아네테 측이 불리해져. 즉, 이게 바로 아네테군의 정공법인 거야.” (59쪽)
- “한쪽 노가 전부 다 부러졌어.” “응. 그 충격으로 선내에서 노 젓던 사람들도 많이 다쳤을 거야. 대단한 평화주의자인걸.” (75쪽)


  이와아키 히토시 님은 만화책 《히스토리에》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요. 전쟁터에서 머리를 빠르게 돌릴 줄 아는 ‘에우메네스 서기관’이라는 사람 위인전을 보여줄 생각일까요? 아마, 아닐 테지요. 위인전으로 그리려고 이 만화를 그릴 일은 없겠지요.


  평화롭게 살아가는 듯하지만 하나도 평화롭지 않은 문명 사회, 전쟁을 벌이지만 하나도 전쟁 같지 않은 문명 얼거리, 평화와 전쟁이 뒤죽박죽 얽힐 뿐 아니라, 이 틀이 사라지면 권력도 돈도 이름도 도시도 모두 사라지고 마는 흐름 들을 넌지시 보여준다고 느낍니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요. 우리 사회는 평화로운가요. 우리 사회는 참말 평화라고 할 만할까요. 우리 사회에 있는 엄청난 군대와 전쟁무기는 무엇일까요. 왜 군대를 두고 왜 전쟁무기를 자꾸 만들거나 사들일까요. 도시는 왜 스스로 먹을거리를 일구지 않으면서, 자꾸 이웃나라에서 돈을 들여 먹을거리를 사들일까요. 뜻있는 이들은 이웃나라에서 사들이는 먹을거리가 얼마나 농약이나 비료나 방부제나 항생제가 많이 깃드는가를 알 텐데, 막상 이런 지식을 머릿속에 넣어도 도시에서 텃밭 일구기조차 거의 안 하고, 시골로 삶터를 옮길 생각을 품지 않습니다. 뜻없는 이들이야 권력자나 우두머리가 시키는 대로 휩쓸린다 하더라도, ‘뜻있는 이’들이 움직이지 않는 모습은 아리송합니다.

 


- “내용은 이상입니다! 그럼 이만!” “잠깐! 지금 이거, 정말로 아탈로스 장군의 지시냐?” “네? 전 서기관 에우메네스! 워낙 긴급한 사태라 전령을 맡았습니다! 따지고 드는 건 적을 격퇴한 후에 얼마든지 하시죠!” “……. 미안하다.” (181∼183쪽)


  만화책에 나오는 ‘에우메네스 서기관’은 어떻게 해야 이녁 목숨을 건사할 수 있을까요. 이녁은 왜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도시로 나와서 전쟁터 한복판에 설까요. ‘평화주의자가 벌이는 평화롭게 보이지만 하나로 평화롭지 않은 전쟁놀이’와 맞서는 또다른 ‘평화로운 전쟁’을 하고 싶을까요. ‘평화로운 전쟁’을 끝내면 그야말로 평화로운 나날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평화를 생각할 때에 평화입니다. 사랑을 생각할 때에 사랑입니다. 평화를 생각하며 평화로이 살림을 꾸려야 비로소 평화입니다. 사랑을 생각하며 사랑으로 살아갈 때에 바야흐로 사랑을 나눕니다.


  전쟁을 생각하면 언제나 전쟁입니다. 도시사람 출퇴근은 전쟁이고, 도시사람 영업과 매출은 전쟁입니다. 도시사람 육아와 복지 또한 전쟁이요, 도시사람 교육과 문화마저 전쟁이에요. 모두 숫자놀음이면서 전쟁입니다. 전쟁 틈바구니에서 전쟁만 떠올리는 사람들한테 《히스토리에》는 어떤 이야기책이 될 만할까요. 4346.12.3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골아이 40. 끝없는 놀이둥이  (2013.12.2.)

 


  나무가 있으면 타고 오른다. 널판이 있으면 밟고 노는데, 미끄럼틀처럼 삼는다. 막대기가 있으면 바닥에 깔고 징검다리를 삼는다. 작대기를 주워 휘휘 바람을 가르고, 작대기 끝으로 신을 꿰어 하늘로 휙 던지기도 한다. 놀이는 끝이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이든 두 손으로 만지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논다. 동생은 누나를 따르고, 누나는 동생을 이끈다. 함께 놀고 함께 웃으면서 한겨울 추위쯤이야 어느새 잊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