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593) 불안

 

나도 보통 사람들에 비하면 불안이 되게 심했어
《하이힐과 고무장갑-행복의 민낯》(샨티,2013) 26쪽

 

  ‘보통(普通)’은 그대로 둘 수 있지만 ‘다른’이나 ‘여느’로 손질해서 “다른 사람”이나 “여느 사람”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에 비(比)하면’은 ‘-에 견주면’이나 ‘보다’나 ‘-에 대면’으로 손봅니다. ‘심(甚)했어’는 ‘컸어’나 ‘많았어’로 다듬어 줍니다.


  한자말 ‘불안(不安)’은 “(1)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 (2) 분위기 따위가 술렁거리어 뒤숭숭함 (3) 몸이 편안하지 아니함 (4) 마음에 미안함”을 뜻한다고 해요. ‘조마조마함’과 ‘뒤숭숭함’과 ‘느긋하지 않음’ 같은 느낌을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불안이 되게 심했어
→ 걱정이 되게 컸어
→ 되게 불안했어
→ 되게 조마조마했어
→ 되게 힘들었어
→ 되게 걱정했어

 

  “두려움이 되게 컸어”처럼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알맞게 쓰는 한국 말투라면 “되게 두려웠어”입니다. “즐거움이 되게 컸어”처럼 쓸 수도 있어요. “오늘 너를 만나서 즐거움이 되게 컸어”처럼 쓴대서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알맞춤하게 쓰는 우리 말투라면 “오늘 너를 만나서 되게 즐거웠어”예요.


  이 보기글을 놓고 보면, 한자말 ‘불안’을 그대로 두려면 “되게 불안했어”로 다듬어야 알맞습니다. 이 한자말을 덜고 싶으면 “되게 조마조마했어”나 “되게 걱정했어”처럼 다듬을 수 있어요.

 

불안에 싸이다 → 두려움에 싸이다
불안에 떨다 → 두려움에 떨다 / 두려워 떨다
몹시 불안한 표정으로 → 몹시 조마조마한 얼굴로 / 몹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혼자 있기가 불안하여 → 혼자 있기 두려워서 / 혼자 있기 걱정스러워서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한글 ‘불안’으로 적는 다른 한자말 두 가지가 더 나옵니다. 하나는 ‘佛眼’으로 “부처의 눈”을 뜻한다고 해요. 다른 하나는 ‘佛顔’이고 “부처의 얼굴”을 뜻한다는군요. 아무래도 불교에서 쓰는 한자말이로구나 싶은데, 이런 한자말을 쓰려 한다면 쓸 수 있습니다만, ‘부처 눈’이나 ‘부처 얼굴’이라고 할 때에 한결 널리 알아들으면서 더 손쉽게 쓸 만하리라 봅니다. 애써 한자로 옮겨적는 낱말을 쓴다고 해서 부처님 뜻을 두루 퍼뜨리지 않아요. 누구나 쉽게 알아듣고, 어디에서나 또렷하게 주고받을 만한 낱말일 때에 훨씬 즐겁고 사랑스레 깊은 이야기를 나누리라 생각합니다. 4347.1.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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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여느 사람들에 대면 되게 조마조마했어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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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콘크리트 블록과 석축으로 조성됐던 저수호안 총 10.5km를 친환경적 자연석과 물억새 등 다양한 식재를 이식해 생태하천으로 복원했다.

 

..

 

요즈음 서울시 공문서 '손질해 주기'를 하는데,

한번 이 글월을 손질해 보시겠어요? ㅋㅋㅋ

아니, 이 글월은 무슨 소리일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셈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셔요. 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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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4-01-08 04:18   좋아요 0 | URL
저는 미국에서 글쓰기를 배울 때 (학사/로스쿨 모두) 가능하면 쉽고 간결하게 쓰도록 배웠어요. 어려운 단어보다는 읽고 눈에 쏙 들어오는 그런 글을 써야 잘 쓰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한국은 반대인 듯 합니다. 공무원, 법률서류, 교수님들이 쓰는 글을 보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게 만들어야 잘 쓴 글이라고 믿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숲노래 2014-01-08 06:02   좋아요 0 | URL
공문서뿐 아니라,
신문도 책도...
또 책을 말하는 서평도...
다 '어렵고 딱딱한 글'투성이예요.
아이들 읽으라고 내놓는 동화책이나 동시집에까지
'어렵고 딱딱한 글'에다가
서양 번역투와 일본 말투를 쓰는걸요...
 


  우리는 서로 어떻게 만나는 사이일까. 우리는 서로 어떻게 아는 사이일까. 우리는 서로 어떻게 지내는 사이일까. 즐거움과 웃음과 사랑을 나누는 사이일까. 미움과 시샘과 부러움을 내뱉는 사이일까. 주머니에 돈이 얼마쯤 있으면 살림살이가 걱정스럽지 않을까. 어떤 집을 얻어서 어떤 일을 하면 ‘하고픈 일을 마음껏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한테는 무엇이 있을 때에 즐거울까. 우리한테 어떤 빛이 깃들 적에 사랑이 될까. 강경옥 님 만화책 《설희》 둘째 권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흐른다. 4347.1.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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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2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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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놀이놀이 좋아

 


  아이들은 언제나 스스로 놀이를 새로 만든다. 그러니 아이들이라 할 테지. 어른은 그저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면 된다. 아이들이 제법 나이가 들어 열 살을 넘기면 굳이 곁에서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달리고 뛰고, 이러다가 넘어지기도 할 테고, 다시 일어설 테며, 마음껏 하늘과 들과 냇물 사이에서 씩씩하게 자라리라. 4347.1.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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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잎 따는 어린이

 


  아이들과 마실을 하다가 대밭 옆을 지나는데, 아이들 손이 닿을락 말락하는 높이에 대잎이 있다. 손을 뻗어 작은아이는 대잎을 하나 딴다. 큰아이는 깡총깡총 뛰면서 대잎을 잡으려 하다가, “아, 여기에서 잡으면 되는구나!” 하면서 가까이에 있는 대잎을 딴다. 그래, 굳이 높이 매달린 대잎을 붙잡아야 하지는 않잖니. 아이들은 꼭 한 닢만 따서 오래오래 갖고 논다. 4347.1.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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