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86] 보고 배우기

 


  아이들은 보고 배웁니다. 둘레 어른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배웁니다. 어른들도 보고 배웁니다. 아이들이 씩씩하게 뛰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배웁니다. 아이들은 즐겁게 뛰노는 넋을 배웁니다. 어른들은 해맑은 마음을 배웁니다. 서로서로 따사로운 사랑과 꿈이 되어 고운 빛이 됩니다. 아이들은 ‘학습(學習)’도 ‘견습(見習)’도 ‘수습(修習)’도 ‘견학(見學)’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배웁니다. 차근차근 익힙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견습·수습·견학’은 거의 같은 낱말이고, ‘견학’ 말풀이를 “‘보고 배우기’로 순화”로 적어요.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국말사전에 ‘배움’이나 ‘배우기’라는 낱말을 따로 실으면 되겠다고 느낍니다. 아름다운 한국말사전을 누구나 즐겁게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사랑스러운 삶을 어른과 아이가 서로 ‘보고 익힐’ 수 있도록, 함께 웃으며 어깨동무하면 참으로 기쁘겠습니다. 4347.1.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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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부들 책읽기

 


  여름에 꽃이 피고 나서 도토리빛으로 열매를 맺는 부들을 바라본다. 예부터 부들은 어느 자리에 썼을까. 시골에서 으레 만나는 부들인데, 부들 열매와 부들잎, 부들줄기를 어느 자리에 얼마나 알뜰히 썼을까. 겨울로 접어들어 부들 열매는 솜털로 뒤덮인다. 씨앗을 퍼뜨리는 모습일까. 이 겨울이 지나면 이 억세고 단단하면서 무척 보드랍기도 한 줄기는 시들까. 아니면, 이듬해 봄에 다시 씩씩하게 새로운 잎을 내고 꽃을 피우면서 열매를 맺을까. 마을 어귀에 아무도 일구지 않는 빈논이 한 곳 있어, 해마다 봄가을 여름겨울 헤아리면서 부들꽃과 부들 열매를 마주한다. 솜털이 흩날릴 무렵 비로소 겨울이로구나 하고 느낀다. 새봄이 찾아오면 부들줄기는 어떤 빛이 될까. 천천히 기다린다. 4347.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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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1-05 22:05   좋아요 0 | URL
저 부들 무척 좋아합니다.ㅎㅎ
사진을 정말 잘 찍으십니다.^^
아름다워요~

숲노래 2014-01-06 02:37   좋아요 0 | URL
늘 지켜보고
언제나 바라보기에
이만큼 찍는구나 싶어요.

마을에서 부들 구경하는 사람은
어쩌면 우리 식구뿐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무지개모모 2014-01-06 00:14   좋아요 0 | URL
이런 멋은 가을에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이름처럼 만지면 부들부들 할까요?

숲노래 2014-01-06 02:37   좋아요 0 | URL
'부들'부들하대서 이름이 '부들'이더라구요 ^^;;;
참으로 그래요.
이름 그대로 느낌도 똑같아요~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16) 휘하의 1 : 휘하의 육군

 

오히려 필리포스 왕에게는 이렇게 단순한 상대와의 싸움이 더 여유로운 지휘였을지도 모른다. 역시 휘하의 육군은 주변 세계에서 최강.
《이와아키 히토시/오경화 옮김-히스토리에 (8)》(서울문화사,2013) 129쪽

 

  “이렇게 단순(單純)한 상대(相對)와의 싸움이”는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어느 싸움터에서 무턱대고 앞으로 치고 들어오는 이들을 가리켜 이처럼 말합니다. 그러니까, 맞은편에서 보여주는 모습대로 “이렇게 무턱대고 들어오는 이들과 벌이는 싸움이”쯤으로 손볼 만합니다. ‘여유(餘裕)로운’은 ‘느긋한’이나 ‘한갓진’으로 다듬고, ‘역시(亦是)’는 ‘참으로’나 ‘참말’이나 ‘그야말로’나 ‘어느 모로 보나’로 다듬습니다. “주변(周邊) 세계(世界)에서 최강(最强)”은 그대로 두어도 될 테지만, “이웃 나라 가운데 으뜸”이나 “이웃 나라 사이에서 으뜸”처럼 손볼 수 있어요. ‘왕(王)’은 ‘임금’으로 손질해 줍니다.


  한자말 ‘휘하(麾下)’는 “장군의 지휘 아래. 또는 그 지휘 아래에 딸린 군사. ‘아래’, ‘지휘 아래’로 순화”를 뜻한다고 해요. 그런데 “지휘 아래”처럼 쓴대서 올바르지 않습니다. 지휘는 아래나 위가 따로 없어요. “지휘를 받아”나 “지휘로”처럼 고쳐써야 올바릅니다.


  그러면 ‘지휘(指揮)’란 무엇일까요?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목적을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하여 단체의 행동을 통솔함”이라 나와요. 그러면 또 ‘통솔(統率)’이란 무엇일까요? 다시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무리를 거느려 다스림”이라 나와요.

 

 휘하의 육군
→ 필리포스 왕이 거느리는 육군
→ 필리포스 왕이 이끄는 육군
→ 거느리는 육군
 …

 

  ‘휘하’는 ‘지휘’로 가고, ‘지휘’는 ‘통솔’로 갑니다. ‘통솔’은 마지막으로 ‘거느리다’나 ‘다스리다’로 가요. 그러니까, 한국말은 ‘거느리다’나 ‘다스리다’입니다.


  처음부터 한국말 ‘거느리다’나 ‘다스리다’라는 낱말을 썼다면 이 보기글은 어떠했을까요. 우리 어른들이 처음부터 한국말을 알맞고 아름답게 가누거나 가다듬으면,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앞으로 어떤 말로 쓰면서 살아갈까요. 4347.1.5.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오히려 필리포스 임금한테는 이렇게 무턱대고 들어오는 이들과 벌이는 싸움을 더 느긋하게 지휘할는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이녁이 거느리는 육군은 이웃 나라 사이에서 으뜸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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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25. 사진이 없는 사진

 


  사진을 꼭 찍어야 하지 않다. 사진이 없던 지난날을 마음속으로 그려 보자. 사진이 없던 지난날 신문을 내거나 책을 찍는다 할 적에, 글을 어떻게 써서 신문이나 책을 엮어야 할는지 헤아려 보자. 오직 글만으로 사람들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길을 떠올려 보자.

  사진을 꼭 찍어야 한다면, 반드시 사진으로만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와 빛을 헤아리자. 사진이 없으면 안 될 이야기가 있기에 사진을 찍는다. 사진으로만 들려주거나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 사진을 찍는다.


  사진만 기록이 되지 않는다. 사진보다 또렷하게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글이 있다면, 굳이 사진이 없어도 된다. 알뜰살뜰 알차며 또렷하게 쓴 글이 있다면, 이 글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집을 지을 수 있고 마을까지 꾸밀 수 있다. 비록 사진이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알맞게 찍은 사진이 아니라면, 이 사진으로는 집도 못 짓고 마을도 못 꾸민다.


  이야기를 알차게 담을 수 있으면 된다. 글이 길어야 하지 않아. 글이 꼭 있어야 하지 않아. 사진을 꼭 넣어야 하지 않아. 사진이 여러 장 있어야 하지 않아.


  글이 깃들 자리와 그림이 머물 자리와 사진이 들어설 자리를 생각하면 된다. 글로 빚을 꿈과 그림으로 나눌 사랑과 사진으로 밝힐 빛을 헤아리면 된다. 사진보다 또렷한 이야기이면 넉넉하다. 글보다 똑부러진 이야기이면 즐겁다. 그림보다 빈틈없는 이야기이면 살갑다. 4347.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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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1-05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너무 예쁘고 너무 너무 귀엽습니다~!!!*^^*

숲노래 2014-01-06 02:36   좋아요 0 | URL
언제나 맨발로 노는 아이들은
참... 예쁘지요 ㅠ.ㅜ

착한시경 2014-01-05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상 위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 귀여운데요...^^ 알차고 또렷한 글을 쓸 수 있다면 사진만큼이나 오랫동안 남겨둘 수 있을텐데... 오늘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숲노래 2014-01-06 02:36   좋아요 0 | URL
스스로 즐겁게 쓰면
어느 글이든 다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착한시경 님 새해 하루하루
늘 즐거우면서 곱게 빛나리라 믿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배운다. 아이들은 스스로 논다. 굳이 어른들이 이것저것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된다. 애써 어른들이 이렇게 놀아라 저렇게 놀아라 하지 않아도 된다. 장난감 없어도 논다. 놀이터 아니어도 논다. 유치원이나 학교를 안 다녀도 배운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어디에서도 배운다. 들과 숲과 바다에서도 배우며, 어버이 곁에서나 할매 할배 곁에서나 즐겁게 배운다. 그러니, 걱정할 일이란 없다. 아이 곁에 아름다우며 착하고 사랑스러운 책이 있으면, 아이들은 시나브로 ‘책 사랑이’ 된다. 4347.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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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스스로 즐기는 책벌레 만들기
김서영 지음 / 국민출판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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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1월 0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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