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55. 고구마싹



아랫목에 놓고 겨우내

조금씩 굽고 삶고 쪄서

맛나게 먹는 고구마

손에 쥘 적마다

고구마싹을 밭고랑마다 놓아

잘 크렴 잘 자라렴

인사하고 북돋우던

할머니 할아버지 손길을

가만히 떠올립니다.

올해에는 나도 고구마싹 놓고

땅과 하늘과 바람에 대고

두 손 모아 빌면서

고구마꿈 꾸고 싶습니다.



2015.1.7.물.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야기 노래



햇볕을 바라보며 속삭이면

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온통 사로잡혀서

나는 너하고 해 닮은 노래

하루 내내 나누지.


흙 한 줌 속에 쥐고 소근대면

흙알이 알려주는 이야기에

소롯이 스며들어서

너는 나하고 까무스름 노래

언제까지나 나누지.


나무를 안으면서 도란도란

숲바람 흐르는 이야기에

살며시 녹아서

우리는 서로서로 푸른 노래

바람과 함께 나누지.


눈을 감고 들으렴.

눈을 뜨고 웃으렴.

별씨 한 톨

여기에 깃들어.



2015.2.9.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글노래 54. 옷 한 벌



내 옷은 동생이 물려입고

동생 옷은 아기가 자라

까르르 웃으며 물려입고

아기 옷은 먼 뒷날

새 아기 태어나면

고이 물려입다가

천천히 흙으로 돌아간다.

그래, 우리가 입는 옷은

모두 흙에서 왔구나.

밥도 집도 옷도

몽땅 흙에서 태어나고 자라

우리한테 찾아왔구나.



2015.1.7.물.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로 읽는 책 192] 말솜씨



  하늘빛이 고우니 하늘 닮은 말

  바닷빛이 너르니 바다 같은 말

  네 사랑과 함께 내 사랑 싣는 말



  서로 마음을 열 수 있다면, 말을 못 할 만한 사람은 없으리라 느껴요. 서로 마음을 열 수 없기에, 자꾸 겉치레 같은 말이 불거지는구나 하고 느껴요. 마음을 열어 사귀는 사이라면, 겉으로 추켜세우는 말을 할 까닭이 없지요. 마음을 안 열고 지내면서 꿍꿍이나 뒷셈을 따지려 하니, 자꾸 겉으로만 추켜세우는 말이 터져요. 말솜씨가 떨어지는 사람이나, 말솜씨가 빼어난 사람은 따로 없습니다. 하늘을 닮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고, 바다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며, 너와 내가 어우러지는 사랑으로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4348.2.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글노래 53. 여덟 살



여덟 살이 된 나는

주걱으로 밥을 떠서

어머니와 아버지와 동생

앞에 척척 놓는다.

다섯 살 동생도 주걱 쥐고

밥 푸고 싶다면서 으앙.

얘 얘 나는 오늘까지

기다렸단 말이지

너도 기다려 보렴.

네 손은 아직 덜 여물어

주걱질이 서툴지.

밥 잘 먹고 잘 뛰놀아

아귀힘도 기르렴.



2015.1.7.물.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