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2. 네 손에는 늘 장난감 자동차



  작은아이 손에는 늘 장난감 자동차가 들립니다. 아버지 손에는 늘 사진기하고 연필이 들립니다. 큰아이 손에는 으레 연필이 들립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 짓고 싶은 삶에 따라 손에 연장을 쥡니다. 때로는 맨손으로 삶을 짓기도 할 테지요. 어느 날은 호미를 쥐느라 사진기를 내려놓고, 어느 날은 부엌칼이랑 도마를 쥐느라 연필을 내려놓습니다. 어느 날은 빨래비누를 쥐느라 사진기를 내려놓고, 어느 날은 공을 쥐고 아이들하고 노느라 연필을 내려놓습니다. 아무튼, 작은아이는 한손에 장난감 자동차를 쥐고 웃습니다. 노래하지요. 사랑스레.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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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 도랑에 안 처박힌 사진



  아이들을 이끌고 자전거마실을 하던 어느 저물녘입니다. 옛날에는 작은 도랑이었을 테지만, 시멘트로 크게 발라서 시냇물처럼 된 논둑길을 자전거로 달리는데, 저물녘 햇살이 우리 자전거를 비추면서 둑길 건너편에 그림자를 빚습니다. 문득 이 그림자를 알아채고는 사진으로 찍자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리 안 넓은 둑길을 자전거로 달리면서 저물녘 그림자를 사진으로 담으려 하다가 도랑(또는 시냇물)으로 굴러떨어질 뻔했습니다. 아차차. 사진 한 장 찍으려다가 아이들하고 도랑에 처박힐 뻔해서 한숨을 돌렸습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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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20] 전쟁무기



  풀 한 포기로 풀내음

  꽃 한 송이로 꽃내음

  전쟁무기로 피비린내



  풀과 나무가 푸른 숨결을 내뿜으면서 우리는 모두 푸르게 물든 바람을 싱그러이 마실 수 있습니다. 전쟁무기로는 그저 전쟁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꽃송이가 피어나며 꽃잔치를 이루고, 전쟁무기로는 그저 군부대만 키워서 서로 미워하고 싸우고 시샘하고 괴롭히는 짓만 할 뿐입니다. 4348.6.22.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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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85. 감꽃밥



톡 소리를 내며 한 송이

내 발치로 떨어지면

살그마니 주워서 입으로 쏙.


톡톡 소리를 내며 두 송이

내 머리에 떨어져서

풀밭에 뎅그르르 구르면

가만히 주워서 손바닥에.


토토톡 소리를 내며 세 송이

잇달아 네 송이 다섯 송이

감꽃이 바람 따라 떨어지니

밥그릇 챙겨 와서 줍고는

아침에 감꽃밥 먹는다.



2015.5.27.물.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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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84. 창문을 열면



버스를 타고 창문을 열면

바람이 확 끼치면서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나풀나풀

목덜미랑 목을 간질이며

춤을 추네.

하하하

동생하고 고샅이랑 마당이랑

달릴 적에도

꽃바람이 확확 불면서

눈이랑 귀를 간질이며

춤을 추던데.



2015.5.22.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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