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20. 논 품에 안겨 (2013.9.25.)

 


  여섯 살 시골아이는 혼자서 척척 해낼 줄 안다. 동생을 데리고 제법 멀리까지 다녀올 수 있고, 짐을 들고 나르는 심부름을 할 수 있다. 걸음이 느린 동생하고 발을 맞추어 다니기도 하지만, 넘치는 기운을 쏟으려고 저 먼 앞까지 혼자 다부지게 달려갔다가 돌아오기를 되풀이하곤 한다. 어느덧 논 품에 안길 만큼 멀리 달려간 아이를 가물가물 바라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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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9. 냇물고기와 함께 (2013.9.27.)

 


  아이와 시골에서 살아가며 들마실이나 숲마실 다닐 수 있어 늘 즐겁다. 아이들도 즐거울 테지만, 어버이인 나부터 몹시 즐겁다. 들바람과 숲바람을 마시며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적에 스스로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돌볼 수 있는가를 깨닫는다. 자전거를 몰아 아이들과 멧자락 골짜기로 가자면 온통 땀투성이 되지만, 시원스런 골짝물에 발과 몸을 담그며 어린 냇물고기 노는 모습 지켜보면 다른 어느 것도 마음밭에 끼어들지 못한다. 냇물고기 입맞춤을 살결로 느끼고, 냇물고기 헤엄질을 가만히 바라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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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8. 샛자전거에서 (2013.9.25.)

 


  시골에서 자전거를 누리기 때문에 무척 조용하면서 한갓지다. 시골이더라도 읍내나 면내라면 자동차가 제법 많지만, 우리 시골집은 큰길에서 한참 꺾인 데에 있기에, 이곳을 드나드는 자동차는 무척 드물다. 나도 아이도 시골바람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전거를 달린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앉아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는 느긋하게 바람을 쐬고 하늘바라기를 하며 들바라기를 하곤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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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21. 쑥꽃에 앉은 여치 2013.9.21.

 


  날마다 쑥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푸른 빛깔에서 차츰 푸르스름하게, 머잖아 누르스름하게 달라질 쑥대에 돋는 옅붉은 쑥꽃 사이에 가만히 앉은 여치를 만난다. 너도 우리 집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잖고 풀노래 들려주는 숱한 풀벌레 가운데 하나로구나. 너는 우리 집에서 어떤 풀을 맛나게 먹니? 너는 우리 집에 네 동무와 살붙이가 얼마나 있니? 이 가을 고요하면서 따사롭게 누리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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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23 10:04   좋아요 0 | URL
여치가 풀빛색이라 가만히 살펴보고 만났어요~!
쑥꽃 사이에 앉은 여치를 보니 참 좋네요~
어렸을 때는 저도 여치를 본 듯 했는데...정말 여치를 본게 오랫만이어서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저도 오늘 하루, 쑥꽃 사이에 앉은 여치처럼
고요하고 따사로운 하루가 될 것 같아요~
늘 귀한 사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숲노래 2013-09-23 16:41   좋아요 0 | URL
쑥꽃뿐 아니라 다른 풀빛도 푸르면서 누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가을이라
여치가 아주 잘 숨지요~

이렇게 숨은 풀벌레 찾기도
재미난 숨은벌레찾기입니다~~ ^^
 

고흥집 20. 덩굴잎에 후박가랑잎 2013.9.17.

 


  돌울타리 타고 자라는 덩굴풀이 시멘트마당으로 죽 뻗는다. 이 녀석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대로 두기로 한다. 시멘트빛을 가리며 풀빛을 드리우니 보기에도 즐겁고, 아이들이 놀다가 이쪽에 넘어져도 시멘트바닥에 무릎이 까질 일 없어 퍽 괜찮다. 날마다 이 둘레를 지나다니며 풀빛이 싱그럽고 풀내음이 맑다고 생각하다가 새벽이슬 촉촉히 내려앉은 밤빛 가랑잎을 본다. 아침저녁으로 마당 한켠에서 돌나물 뜯을 적에 후박나무 가랑잎을 걷으며 뜯곤 하는데, 시멘트마당 바닥을 채우는 덩굴풀에 덩그러니 떨어져 밤을 새고는 새벽이슬 싱싱하게 내려앉은 후박가랑잎을 바라보니 새삼스럽다. 가을빛이니? 삶빛이니? 나무빛이니? 잎빛이니? 사랑빛이니? 꿈빛이니? 이슬빛이니? 보금자리빛이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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