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31. 풀내음하고 걷다 (2013.10.9.)

 


  도시에서도 걷기놀이는 얼마든지 할 만하다. 그런데, 도시와 시골에서 다른 대목이라면, 시골에서는 자동차 소리하고는 아주 동떨어진 채, 고즈넉한 바람소리와 풀노래와 새소리를 한껏 들으면서 걷기놀이를 즐길 수 있다. 낮에서 저녁으로 바뀌는 바람이 산들산들 분다. 이웃 할배 밭자락에 콩이 익는다. 시골에서는 무엇을 하며 놀든 풀바람이요 풀노래를 맞아들인다. 땅에서는 흙내음이 피어나고, 하늘에서는 하늘내음이 실려온다. 네가 내딛을 발걸음은 바로 이곳에서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라나리라 생각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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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26. 빨래빛 고운 2013.5.1.

 


  아이가 있는 집은 빨래빛이 한결 곱다. 아이들한테 입히는 옷은 알록달록 어여쁘기 때문이다. 곰곰이 헤아려 보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알록달록 어여쁜 빛이 흐드러지는 옷을 입을 만하다. 아이도 어른도 아름다운 빛을 실컷 누리면서 싱그러운 풀과 파란 하늘하고 사이좋게 어울리면 날마다 즐겁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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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2. 빨래 잘 개지 (2013.7.27.)

 


  “벼리야, 빨래 같이 개자.” “왜요?” “왜기는. 이 옷들 다 너희 옷이잖니. 아버지가 빨래를 해서 다 말렸으면 너희 옷은 너희가 갤 줄 알아야지.” “아휴. 알았어요.” “아휴가 뭐니. 벼리는 예쁜 아이 아니니?” “응, 예쁜 아이야.” “예쁜 아이가 입는 예쁜 옷 아니니?” “응.” “그러면, 예쁜 옷을 예쁜 아이가 예쁘게 개야지.” 빨래를 개는 두 사람 곁에서 산들보라가 부채질을 해 준다. 폭폭 찌는 한여름 방에서 빨래를 천천히 갠다. 다 갠 옷가지를 아이들 그림 언저리에 올려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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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1. 설거지 하겠어 (2013.7.3.)

 


  키가 제법 자라 앉은뱅이걸상 받치고 올라서면 딱 설거지를 할 만한 키가 된다. 아직 수세미질이 서툴고 물을 너무 많이 쓰는 설거지이지만, 이럭저럭 보아줄 만하다. 때로는 큰아이 몰래 다시 설거지를 하지만, 아이로서는 살림하기보다는 놀이하기로 여기는 설거지이니 그대로 지켜보기로 한다. 아이더러 설거지를 하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이 스스로 설거지 하고 싶다 할 적에 말리지 않는다. 수저는 도마에 올리고 접시는 시렁에 올리며 천천히 천천히 설거지를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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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30. 풀숨을 마신다 (2013.10.3.)

 


  도시에서는 풀숨을 마시기 힘들다. 시골이라도 농약바람이 너무 짙어 풀숨 제대로 마시기 벅차지만, 우리 식구가 일구는 서재도서관 둘레에는 아무도 농약을 안 친다. 서재도서관을 시골로 옮긴 보람을 도서관을 오갈 적마다 느낀다. 봄부터 첫을까지는 푸른 물결 누리고, 늦가을부터 새봄까지는 고즈넉한 흙빛을 누린다. 우리는 풀숨 마시고 풀밥 먹는 시골사람이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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