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24. 노랑붓꽃 씨앗 잠자리 2013.10.2.

 


  노랑붓꽃 씨주머니가 터진다. 일찌감치 터져 마당으로 흩어진 씨앗들 있고, 이제 막 터지는 씨앗들 있으며, 곧 터지려는 씨앗들 있다. 해가 갈수록 노랑붓꽃은 이듬해에 더 많이 피어나고, 씨주머니도 훨씬 늘어난다. 알뿌리로도 씨앗으로도 늘어날까. 이웃마을에 있는 창포꽃은 씨주머니 맺히는 요즈음 누군가 모두 파내었던데, 이제 이웃마을에서 창포꽃은 구경할 수 없으려나. 시골 읍내 찻길가에 어떤 꽃을 심는다면, 노랑붓꽃이나 창포꽃을 심으면 참 고울 텐데 하고 생각한다. 철마다 다른 꽃이 피도록 꽃밭을 일구면 시골 읍내도 참 어여쁠 텐데 싶다. 한참 노랑붓꽃 씨주머니와 씨앗을 들여다보는제, 가을잠자리 한 마리 씨주머니에 살포시 내려앉아 날개를 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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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2. 저녁빛살과 나란히 (2013.10.4.)

 


  저녁빛살이 드리운다. 가을 저녁빛살은 여름 저녁빛살과 다르다. 봄 저녁빛살하고도 다르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이제 풀밭 걷기에 익숙하다. 풀이 껑충 자라 아이들 키를 넘어서도 씩씩하게 걷고, 까르르 웃으며 헤쳐 나간다. 이 풀빛이 바로 너희들을 푸르게 돌보아 준단다. 이 풀내음이 바로 우리 모두를 먹여살린단다. 이 풀바람이 지구별을 곱게 보듬어 준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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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1. 대문 앞에서 (2013.10.5.)

 


  자전거마실 나가기 앞서 대문을 연다. 대문을 열어야 샛자전거와 수레 붙인 긴 자전거를 밖으로 내놓을 수 있다. 대문을 열면 아이들이 먼저 대문 밖으로 나온다. 큰아이는 집부터 마당을 거쳐 대문 앞으로 나오기까지 춤을 춘다. 춤을 멈추지 않으면서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고,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서 누나가 하는 양을 따라하거나 꽁무니를 좇는다. 우리 집 앞 논은 아직 더 익어야 벨 수 있겠네. 가을바람 듬뿍 마시며 나들이를 가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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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23. 노을빛 2013.10.5.

 


  마을 뒤쪽에 멧자락 드리우니, 해가 멧봉우리 타고 넘어가는 모습만 볼 뿐, 해넘이를 보지는 못한다. 해가 뜰 적에도 마을 들판 저 앞자락에 있는 멧봉우리로 넘어오는 모습만 볼 뿐, 해돋이를 보지는 못한다. 태평양을 코앞에 낀 바닷마을이라면 바람이 모질게 부니까, 앞뒤로 멧자락에 포근히 감싸는 마을에 따사롭고 볕도 넉넉하달 수 있지만, 노을빛은 좀처럼 구경하지 못한다. 그러나 오늘은 가을날 노을빛 멀리멀리 퍼진다. 마을 뒤쪽 멧봉우리 너머로 아리땁게 퍼지는 발그스름한 기운이 우리 집 마당으로도 스민다. 나도 아이들도 노을빛 받으며 마당에서 깜깜해질 때까지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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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22. 우리 집 대문호박 2013.9.28.

 


  우리 집 대문 위로 타고 넘어온 호박넝쿨에서 호박알이 맺힌 뒤 언제 따면 좋을까 하고 오래 기다렸다. 날마다 군침을 흘리며 손꼽았으니 오래 걸린 셈이지만, 날짜를 헤면 보름쯤 되었지 싶다. 얼마나 굵을 수 있을까, 얼마나 클 수 있을까, 얼마나 야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드디어 대문호박을 낫으로 톡 끊기로 한 아침이다. 고운 볕 받으며 활짝 벌어지는 호박꽃을 바라보며 커다랗고 굵은 호박을 끊는다. 워낙 굵어 손으로 비틀어 따지 못하고 낫으로 끊는다. 앞으로도 꾸준히 대문호박 열리기를 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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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03 12:34   좋아요 0 | URL
저 커다란 호박을 어떻게 해 드실런지
어제부터 궁금했어요~^^
마치 노란 늙은 호박만한 크기라서요.ㅎㅎ
저희도 오늘 아침, 호박 볶음 맛있게 먹었답니다~

숲노래 2013-10-03 17:56   좋아요 0 | URL
여기에서 더 익으면 늙은 호박이 되어요.
그래서 푸른 호박일 적에
가장 크게 익겠다 싶도록 기다려서
딱 이맘때에 땄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