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2.4.26.

 


  책을 장만한다. 책을 읽는다. 책꽂이를 장만한다. 책을 꽂는다. 글을 쓴다. 책을 묶는다. 책을 내놓는다. 사람들은 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헤아려 본다.


  도서관 들머리 자리에 내 책들을 꽂아 본다. 내가 읽던 책을 먼저 꽂고, 내가 쓴 책은 나중에 상자에서 끌른다. 어쩌면, 나는 내 책을 살짝 푸대접한 셈이었을까. 나부터 내 책을 아껴야 할 노릇일까.
  튼튼하고 커다란 책꽂이 넷을 들이니 퍽 보기 좋으며 야무지구나 싶다. 즐겁다. 책을 만지는 손이 즐겁고, 책내음이 배는 손이 즐겁다. 이 손으로 낮에는 흙을 만지고, 저녁에는 책을 만지며, 온 하루 살붙이들 살결을 만질 때에 더없이 즐거우리라 생각한다.


  좋은 삶을 생각하자. 아니, 내가 즐길 삶을 생각하자. 아이들과 즐겁게 누릴 삶을 생각하자. 옆지기와 아름다이 이룰 보금자리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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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산에서 바라보는 도서관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2.4.22.

 


  네 식구 뒷산을 오른다. 뒷산에서 멧풀을 뜯어먹고 놀다가 마을 논밭 사잇길을 천천히 걸어 도서관에 들른다. 뒷산에서 도서관을 바라보니 참 예쁘다. 예전에 이곳이 초등학교였을 적에는 훨씬 예뻤겠지. 그무렵 이 시골마을 복닥거리는 아이들 노랫소리가 가득 울렸겠지. 그러나 앞으로 새롭게 아이들과 어른들 노랫소리가 알맞게 울릴 수 있으면 넉넉하리라 생각한다. 학교도, 도서관도, 집도, 공공기관도, 우체국도, 회사도, 모든모든 삶터와 집터와 일터는 이렇게 어여쁜 숲과 들과 멧자락 사이에 알맞춤하게 자리잡아야 즐거울 수 있겠다고 느낀다.


  커다란 책꽂이 하나를 또 옮긴다. 세 차례째 옮기는 커다란 책꽂이는 퍽 수월하게 붙인다. 그래도 이 커다란 책꽂이 하나를 옮기자면 마치 밥 한 그릇 먹는 기운이 들어가는구나 싶다. 무게도 덩치도 대단하다. 속 빈 나뭇조각 아닌 통나무를 잘라서 마련한 책꽂이는 무게도 덩치도 대단한데, 이만 한 책꽂이가 되어야 백 해이든 이백 해이든 고이 이어갈 테지.


  오늘 만화책 자리는 얼추 새로 갈무리했다. 다른 자리도 찬찬히 갈무리하자면, 앞으로 몇 달쯤 더 있어야 할까. 차근차근 갈무리하자. 한두 해 살아갈 마을이 아니니, 오래오래 지내기 좋도록 천천히 사랑하고 아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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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4-27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 자연과 책, 좋은 건 다 있네요. 사랑스러운 아이까지...
삶이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숲노래 2012-04-27 15:06   좋아요 0 | URL
음.. 그러네요~
오호호~ 다 있어요, 다 있어!

하늘바람 2012-04-28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도서관에는 누가 다녀가나요?
가고 싶네요
개인도서관 넘 근사합니다

숲노래 2012-04-28 15:05   좋아요 0 | URL
아직 책 갈무리가 한참 남아서 공개하지는 않아요.
올여름은 되어야 비로소 어느 만큼 갈무리를 마치고
공개를 하겠지요~ ^^

분꽃 2012-04-29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아래쪽칸에는 책을 안 꽂는게 어떨까요?? 먼지도 많이 타고, 어쩌다보면 발길에 채이기도 하고요. 집안이 아니라서 많이 망가질 듯 해요. 제 생각에는요...^^;;;

숲노래 2012-04-30 02:29   좋아요 0 | URL
아직 바닥을 어찌하지 못하지만, 맨발로 다니도록 하려고요.
그래서 맨 밑바닥에도 책을 꽂으려 해요~ ^^

나중에 바닥 청소하려면 애먹겠지요 @.@

아무래도 대형청소기가 있어야 할까 싶기도 해요... 이궁...
 


 시골 냄새 책읽기

 


  시골은 냄새가 납니다. 흙냄새가 나고 풀냄새가 나며 해냄새와 바람냄새가 나는 한편, 물냄새가 납니다. 냄새가 없다면 시골일 수 없고, 숱한 냄새가 골고루 얼크러지지 않는다면 시골이라 할 수 없습니다.


  시골은 따분합니다. 스스로 흙을 아끼거나 사랑하려는 몸가짐이 아니라 한다면 시골은 따분합니다. 인터넷이 슝슝 뚫리기를 바라거나 버스가 5분이나 10분마다 다니기를 바라거나 극장이나 밥집 옷집 들을 바란다면 참으로 따분한 시골입니다. 스스로 새와 벌레가 들려주는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으면 시골은 따분합니다.


  나는 시골에서 살면서 냄새를 느낍니다. 풀마다 다 다른 냄새를 느낍니다. 바람마다 다 다른 냄새를 느낍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햇살마다 다 다른 냄새를 느낍니다. 이를테면, 봄날 아침부터 천천히 보송보송 마르는 빨래를 만지며 햇살 내음을 느낍니다. 여름철이면 아침에 금세 보송보송 마르는 빨래를 만지작거리며 햇살 내음이 얼마나 짙게 배는가 하고 느낍니다. 두 팔을 벌리고 해를 먹습니다. 풀을 뜯거나 김을 매며 해를 먹습니다. 고랑을 내거나 나뭇잎을 쓰다듬으며 해를 먹습니다.


  그런데 도시사람은 시골이 냄새가 나고 따분하다며 싫다 합니다. 도시사람은 시골에서는 돈구멍 이름구멍 힘구멍 하나 없다며 못마땅해 합니다. 그래요. 시골이니까 풀이랑 흙이랑 바람이랑 냄새를 날라요. 시골이니까 돈이나 이름이나 힘이랑 동떨어져요. 시골이기에 언제 어디에서라도 먹을거리가 샘솟아요. 시골인 만큼 내 몸을 살찌우는 숱한 먹을거리를 마음껏 누려요.


  나무열매는 돈으로 따지지 않습니다. 들풀이나 멧풀은 돈으로 셈하지 않습니다. 냇물이나 우물물은 돈으로 사고팔지 않습니다. 새파란 낮하늘이나 새까만 밤하늘은 돈으로 재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나는 왜 이런 글을 쓸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산촌유학’이라는 이름 때문에, 《산촌유학》(문원,2012)이라는 일본 푸른문학 소개글을 읽는데, 출판사 일꾼이 적바림한 글줄 첫머리에 “제13회 미메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 주인공 케이가 그랬듯 도시 아이들이 생각하는 ‘시골’은, 냄새나고 지루한 곳이라고 생각하기 일쑤이다. 버스를 타고 시골로 내려가면서도 주인공 케이는 다시 도시인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온통 초록뿐인 거리를 보면서 말이다.” 하는 대목이 나오더군요. 참말 도시 아이들은 시골을 이렇게 여길까요. 도시 어른들이 시골을 이렇게 여기며 도시 아이들한테 시골을 엉뚱하게 아로새긴 셈 아닐까요.


  아아, 시골사람인 내가 보기에, 도시야말로 냄새가 나던걸요. 자동차 배기가스 냄새, 시멘트 냄새, 아스팔트 냄새, 가게마다 버리는 쓰레기에서 풍기는 냄새, 사람들 침 뱉는 냄새, 화학약품으로 만든 화장품 냄새, 술과 담배 찌든 냄새, 지하철 쇳덩이 냄새, 버스 플라스틱 냄새, …… 도시에서는 정작 내고 맡고픈 냄새가 없던걸요. 더구나, 도시에서는 돈을 치르지 않으면 두 다리 뻗고 드러누울 쉼터도 없고 엉덩이 붙이고 앉을 걸상조차 없는걸요. 어쩔 수 없겠지만, 《산촌유학》이라는 일본 푸른문학은 시골 아이들한테 읽히려는 문학이 아니었겠지요. 오직 도시 아이들한테 읽히려는 문학일 테지요. 한국에서도 한국땅 도시 아이들한테 읽히려는 문학이겠지요. (4345.4.26.나무.ㅎㄲㅅㄱ)

 

..

 

  왜 이렇게 다들 '시골을 깎아내리며 돈을 벌고 문학을 하며 글을 쓰려' 할까요. 슬프고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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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자꽃 책읽기

 


  이오덕 님이 쓰신 시요 1960년대에 내놓은 시집이기도 한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다. 나는 이오덕 님 남은 글과 책을 갈무리하는 일을 여러 해 하기도 했지만, 탱자나무로 이룬 울타리를 막상 제대로 들여다본 일이 없었다. 내 어버이들 시골집에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는지 모르나, 내 어린 날 이런 울타리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막상 《탱자나무 울타리》를 읽으면서도, 또 지난날 이오덕 님 글과 책을 갈무리하면서도 탱자나무도 탱자나무 울타리도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인천에서 살며 골목마실을 하던 때, 주안2동 골목집 한 곳에서 탱자나무를 한 그루 보았다. 소담스레 열매가 달렸을 때에 비로소 알아보았다. 그러고는 고흥에 보금자리 마련하며 살아가는 동안 제대로 탱자나무를 보고 탱자꽃을 본다. 면내에 있는 중학교를 지나 초등학교로 가는 길목에 탱자나무 가지들이 얼키고 설킨 작은 울타리 비슷한 녀석이 있는데, 누군가 탱자나무 가지 사이에 빈 깡통을 여럿 찔러 넣었다.


  단단하고 굵직해 보이는 탱자나무 가시는 촘촘하다. 나뭇가지 사이에 박힌 빈 깡통을 빼낼 길이 없어 보인다. 팔을 뻗어 꺼내자면 팔뚝이 가시에 죽죽 긁혀 찢어지겠다 싶도록 아주 촘촘하다.


  4월 한복판 봄날, 탱자나무에 핀 하얗게 눈부신 꽃송이를 본다. 탱자나무를 가시와 열매로만 알다가, 이제 꽃으로 새삼스레 안다. 탱자꽃을 처음 보며 으아리꽃하고 살짝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으아리꽃을 먼저 보았으니 탱자꽃이 으아리꽃하고 살짝 닮았다고 생각할 뿐, 거꾸로 탱자꽃을 어릴 적부터 익히 보다가 어느 날 멧골짝에서 으아리꽃을 보았다면 으아리꽃이 탱자꽃을 살짝 닮았네 하고 생각할 테지.


  한참 탱자꽃을 바라보며 헤아린다. 모과꽃은 참 작으면서도 커다란 열매를 맺는다면, 탱자꽃은 알맞춤하다 싶은 크기에 알맞춤하다 싶은 열매를 맺는다. 그러면, 귤꽃이나 유자꽃은 얼마쯤 되는 크기일까. 가만히 보니, 감꽃도 꽤 작은데 감알은 그리 작지 않다. 능금꽃이나 배꽃도 퍽 작지만 능금알이나 배알은 퍽 크다 할 만하다. 복숭아꽃도 제법 크다 싶은 열매를 맺는다.


  더 곱씹는다. 나뭇가지에 달리는 열매를 모두 따고 보면 몹시 묵직하다. 나뭇가지 하나 무게는 얼마 안 되는데, 가냘프다 싶은 나뭇가지에 묵직한 열매가 주렁주렁 맺히곤 한다. 더 돌이키면, 모질게 비바람이 불어도 웬만한 나무는 쓰러지거나 꺾이지 않는다.


  이들 나무가 없다면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까. 나무 없는 사람살이를 생각할 수 있을까. 책을 빚는 종이는 탱자나무로 만들지 않는다지만, 탱자나무 없이 사람살이를 꿈꿀 수 있을까. 사람들은 탱자나무를 잊거나 모르더라도, 탱자나무는 사람들을 생각하거나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 지구별을 지키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장미꽃 팬지꽃 국화꽃 튤립꽃에 넋이 나가더라도, 탱자꽃은 언제나 고요히 제 흙땅에 뿌리내리며 지구별을 돌보지 않았을까. (4345.4.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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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 때에 만화책

 


  만화책 《치하야후루》 1권과 2권을 읽는다. 온몸이 뻑적지근 힘들기에 일찌감치 잠들까 하다가 살짝 들여다보기라도 하자 생각하다가 그만 1권이랑 2권을 내처 읽고 만다.


  만화책이기에 사람을 더 잡아끌지는 않는다. 이야기가 좋고, 줄거리가 아기자기하기 때문이다. 사람들마다 마음에 품는 좋은 기운을 잘 풀어내니 반갑다. 곰곰이 돌이키면, 나부터 내 삶을 좋은 기운으로 풀어내어 내 몸을 따스히 돌보고, 옆지기와 아이들하고 따사로운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지 않은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나부터 좋은 넋으로 좋은 말을 예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자고 생각한다. 옆지기와 아이들이 스스로 가장 사랑할 만한 나날을 누리면서 우리 보금자리를 서로 북돋울 수 있는 길을 생각한다.


  다섯 살 첫째 아이 오줌그릇을 섬돌에 놓은 까닭을 헤아리자. 아이 쉬를 누이며 마루문 열고 바깥으로 나가도록 하려는 까닭은, 밤에 논자락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듣도록 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가 쉬를 눌 때에 나도 함께 일어나서 개구리 우는 소리를 나란히 듣다가 다시 즐겁게 잠들고 싶기 때문이다. 바깥바람 살짝 쐬며 밤별을 느끼고, 밤새 노래하는 소리도 함께 듣고 싶기 때문이다.


  만화책 《치하야후루》를 읽기 앞서 고정희 시집 《지리산의 봄》을 천천히 조금 읽는다. 아침저녁으로 고정희 님 시를 몇 꼭지씩 읽는다. 며칠에 한 차례쯤 호시노 미치오 님 글이랑 어니스트 톰슨 시튼 님 글을 몇 쪽씩 읽는다. 요즈음은 로라 잉걸스 와일더 님 글도 며칠에 한 차례씩 열스무 쪽씩 읽는다.


  엊저녁부터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도 읽는다. 하루만에 백서른 쪽이나 읽는다. 세 식구 잠든 밤나절 나도 곧 자리에 누워야지 하고 생각하다가 내가 오늘 하루 책을 얼마나 읽었나 하고 돌아보았더니 꽤 많이 읽었다. 이밖에 ‘빛깔있는 책들’ 가운데 하나인 《울릉도》도 마저 다 읽었다. 《일본의 작은 마을》이라는 책도 오늘 아침에 일흔 쪽쯤 읽었다. 그림책 몇 권 살짝 읽기도 했고, 이렁저렁 다른 책도 꽤 손에 쥐었다.


  첫째 아이 밥을 차리고 둘째 아이 죽을 먹이고 빨래를 하고 개고 이것저것 하느라 부산하다 여겼는데, 뒷간에서 똥을 눈다든지 살짝 숨을 돌리며 등허리 펴려고 자리에 누운 때라든지, 이래저래 틈을 쪼개어 펼친 책이 꽤 된다 싶어 놀랍다. 어쩌면, 내 몸이 차츰 제자리를 찾으며 책 한 권 손에 슬쩍 쥐어도 금세 마음을 잘 가다듬어 꽤 많이 읽는 노릇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음모으기가 잘 된다고 할까. 그러고 보니, 둘째 죽을 먹이고 나서 토닥토닥 재우느라 마당에 앉아 해바라기를 할 때에 책을 퍽 읽기도 했다. 첫째 아이 노는 모습을 마당에서 바라보는 한편, 제비가 제비집 손질하는 모습을 살피다가 책을 제법 들추기도 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살아간다고 했다. 오늘은 뒷밭 돌고르기를 조금만 했다. 이듬날에도 조금만 할는지 꽤 할는지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마무리짓자. 뒷밭 돌고르기를 마치면, 뒤꼍 땅뙈기를 빙 돌며 돌을 골라 보자. 빙 두르며 흙을 갈아 이곳부터 무언가를 심자. (4345.4.23.달.ㅎㄲㅅㄱ)

 

 

 

 

 

 

 

 

 

 

 

 

 

 

 

 

 

 

 

 

 

 

 

 

 

 

 

 

 

 

 

 

 

 

 

 

 

 

 

 

 

 

 

 

 

 

.. 그러고 보니, 요즈음 <숲 유치원>도 읽는데, 미처 얘기하지 않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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