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일렬 一列


 일렬로 늘어서다 → 한 줄로 늘어서다

 의자들이 정면을 향해 일렬로 놓여 있었다 → 걸상들이 앞을 보고 한 줄로 놓였다

 일렬주차 → 한줄주차 / 한줄서기 / 한줄세우기


  ‘일렬(一列)’은 “하나로 벌인 줄”이라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일렬’하고 비슷한 낱말로 ‘단열(單列)’이 있다고 나오는데, ‘단열’은 “한 줄”로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일렬’이든 ‘단열’이든 그저 “한 줄”일 뿐입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부터 군대에서 으레 쓰던 ‘일렬종대’나 ‘이열종대’ 같은 말은 아직도 널리 쓰입니다. “한 줄로 나란히”나 “세로로 두 줄”이라 하면 되지만, 이처럼 쓰지 않아요. ‘종대(縱隊)’나 ‘횡대(橫隊)’는 ‘세로’나 ‘가로’로 고쳐써야 할 낱말이지만, 이렇게 고쳐쓰지 못하기도 합니다. 군대에서 익숙하게 굳은 말투가 학교로 퍼지고, 학교에서 다시 익숙하게 쓰면서 사람들 입에 달라붙습니다. 4348.12.9.물.ㅅㄴㄹ



일렬로 서서 행진놀이도 합니다

→ 한 줄로 서서 행진놀이도 합니다

→ 가지런히 서서 걷기놀이도 합니다

《진 화이트하우스 피터슨/박병철 옮김-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히말라야,1995)


개미들이 일렬로 골목을 횡단했고

→ 개미들이 한 줄로 골목을 가로질렀고

→ 개미들이 한 줄로 골목을 건너갔고

《김중일-내가 살아갈 사람》(창비,2015) 48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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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초록의


 초록의 물감 → 푸른 물감 / 풀빛 물감

 초록의 저고리 → 푸른 저고리 / 풀빛 저고리

 초록의 물결 → 푸른 물결 / 풀빛 물결

 초록의 구슬 → 푸른 구슬 / 풀빛 구슬

 초록의 공명 → 푸른 울림 / 풀빛 울림

 초록의 향기 → 푸른 냄새 / 풀내음


  한자말 ‘초록(草綠)’을 한국말사전에서는 “풀의 빛깔과 같이 푸른빛을 약간 띤 녹색”으로 풀이합니다. ‘녹색(綠色)’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 초록색”으로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사전 뜻풀이는 아주 엉터리입니다. ‘초록’을 “푸른빛을 띤 녹색”이라 풀이하면서 ‘녹색 = 초록색’으로 풀이한다면, ‘초록 = 푸른빛을 띤 초록색’인 꼴이니까요.


  “초록의 옷”처럼 쓰는 분이 제법 있는데, 이 말투와 비슷하게 “노랑의 옷을 입다”나 “빨강의 옷을 입다”나 “파랑의 옷을 입다”나 “검정의 옷을 입다”나 “잿빛의 옷을 입다”처럼 말할 사람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투는 한국 말투가 될 수 없습니다. 한국말로 제대로 하자면 “노란 옷을 입다”, “빨간 옷을 입다”, “파란 옷을 입다”, “검은 옷을 입다”, “잿빛 옷을 입다”처럼 적어야 합니다. 4348.12.9.물.ㅅㄴㄹ



초록의 물결

→ 푸른 물결

→ 풀빛 물결

→ 짙푸른 물결

《고재종-날랜 사랑》(창작과비평사,1995) 63쪽


초록의 애벌레를 발견했다

→ 풀빛 애벌레를 보았다

→ 푸른 애벌레를 보았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윤효진 옮김-곤충·책》(양문,2004) 21쪽


나뭇잎이 초록의 옷을 입고

→ 나뭇잎이 푸른 옷을 입고

→ 나뭇잎이 푸른 빛을 띠고

→ 나뭇잎이 푸르러지고

《류기봉-포도밭 편지》(예담,2006) 59쪽


초록의 나무들

→ 푸른 나무들

→ 푸른 옷을 입은 나무들

→ 풀빛이 싱그러운 나무들

《이마이즈미 미네코·안네테 마이자/은미경 옮김-숲에서 크는 아이들》(파란자전거,2007) 31쪽


도쿄는 초록의 도시

→ 도쿄는 푸른 도시

→ 도쿄는 푸른빛 도시

→ 도쿄는 풀빛 도시

→ 도쿄는 푸른 빛깔 도시

《안수연-케이타이 도쿄》(대숲바람,2007) 124쪽


바람이 부는 초록의 들판을 상상했어

→ 바람이 부는 푸른 들판을 생각했어

→ 바람이 부는 짙푸른 들판을 떠올렸어

→ 바람이 부는 푸르디푸른 들판을 그렸어

《다카도노 호코/이서용 옮김-달라도 친구잖아!》(개암나무,2012) 63쪽


초록의 어항 주위를 공전하는 너희는 알겠지

→ 푸른 어항 둘레를 맴도는 너희는 알겠지

→ 풀빛 어항 둘레를 빙빙 도는 너희는 알겠지

《김중일-내가 살아갈 사람》(창비,2015) 26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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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수리 修理


 수리를 못해서 → 고치지 못해서 / 손질하지 못해서

 어느새 말끔히 수리되어 있었다 → 어느새 말끔히 고쳐졌다

 자전거를 수리하다 → 자전거를 손보다 / 자전거를 손질하다


  ‘수리(修理)’는 “고장 나거나 허름한 데를 손보아 고침”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은 ‘손보다’입니다. 때로는 ‘손질하다’를 쓸 수 있고, ‘고치다’를 쓸 만합니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수리점’이라고만 하는데 ‘손질집’이나 ‘손질가게’ 같은 말을 새롭게 쓸 수 있어요. 4348.12.8.불.ㅅㄴㄹ



내가 수리한 집에서

→ 내가 고친 집에서

→ 내가 손질한 집에서

《서정홍-주인공이 무어, 따로 있나》(문학동네,2014) 50쪽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 고치며 쓸 부품을

→ 손볼 때에 드는 부품을

《이수정-10대와 통하는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이야기》(철수와영희,2015) 141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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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고가의


 고가의 물품 → 비싼 물품

 고가이니까 → 비싼 것이니까

 고가로 팔렸다 → 비싸게 팔렸다


  한자말 ‘고가(高價)’는 “비싼 가격. 또는 값이 비싼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약값이 비싸니 “비싼 약”이라고 합니다. 책값이 비싸면 “비싼 책값”입니다. 술값이나 밥값이 비싸면 “비싼 술값”이나 “비싼 밥값”입니다.


  일본사람은 ‘高價の’나 ‘低價の’처럼 적을 텐데, 한국사람은 ‘비싼’이나 ‘싼’으로 적으면 됩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펴보면 ‘싼값’은 한 낱말로 실립니다. 그러나 ‘비싼값’은 올림말이 아닙니다. 한국말에서는 ‘싸다·비싸다’를 나란히 쓰는 만큼 ‘싼값·비싼값’을 모두 올림말로 다루어서 써야 한다고 느낍니다. 4348.12.8.불.ㅅㄴㄹ



고가의 약을

→ 비싼 약을

→ 값나가는 약을

→ 값비싼 약을

→ 돈이 많이 드는 약을

《야마모토 토시하루/문종현 옮김-세상에서 가장 수명이 짧은 나라》(달과소,2003) 144쪽


고가의 기능성 달걀

→ 비싸고 좋다는 달걀

→ 비싸고 더 낫다는 달걀

《고와카 준이치/생협전국연합회 옮김-항생제 중독》(시금치,2005) 84쪽


고가의 엔진

→ 비싼 엔진

→ 값비싼 엔진

→ 좋은 엔진

《타이라 아이린/김남미 옮김-들어 봐요 호오포노포노》(판미동,2015) 56쪽


고가의 스웨덴 수입품을 구입했다

→ 비싼 스웨덴 수입품을 샀다

→ 값비싼 스웨덴 수입품을 장만했다

《시오미 나오키/노경아 옮김-반농반X의 삶》(더숲,2015) 5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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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혹자 或者


 혹자는 산짐승의 소행이라 했고 → 누군가는 산짐승 짓이라 했고

 혹자는 말하기를 → 누군가는 말하기를

 혹자도 궁금한 점이 많다 → 아무개도 많이 궁금하다

 혹자에 의하면 → 사람들 말을 들으면 / 아무개 말을 들으면


  ‘혹자(或者)’는 “어떤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때로는 ‘혹시(或是)’라는 한자말하고 같은 뜻으로도 쓴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한국말로 ‘아무개’나 ‘누구·누군가(누구인가)’로 쓰면 될 일이면서 ‘어쩌면·설마’로 가다듬으면 됩니다. 때로는 “어떤 사람”이나 “사람들”로 손볼 만합니다. 4348.12.8.불.ㅅㄴㄹ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누구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 아무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 어쩌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경미-인간 하나 만나고 싶다》(동녘,2002) 56쪽


혹자는 여행지에서 우연히 먹은 절임 음시의 맛에서

→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우연히 먹은 절임 음식 맛에서

→ 누구는 여행하면서 문득 먹은 절임 음식 맛에서

→ 아무개는 여행하다가 가볍게 먹은 절임 음식 맛에서

《시오미 나오키/노경아 옮김-반농반X의 삶》(더숲,2015) 11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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