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411) 쇠하다衰


 근력이 쇠하다 → 힘이 빠지다 / 근육 힘이 줄다

 원기가 쇠하다 → 기운이 사그라들다 / 기운이 다하다

 기력이 쇠하다 → 힘이 빠지다 / 힘이 사라지다

 형세가 쇠하다 → 살림살이가 줄다 / 살림이 기울다


  ‘쇠(衰)하다’는 “힘이나 세력이 점점 줄어서 약해지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약(弱)하다’는 “힘의 정도가 작다”나 “견디어 내는 힘이 세지 못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쇠하다’는 “힘이나 세력이 차츰 줄어서 힘이 작거나 세지 못하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뜻풀이를 살핀다면 “힘이 줄어서 힘이 작거나 여리다”를 가리키는 ‘쇠하다’인 만큼, “기운이 쇠하다”라든지 “근력이 쇠하다”라든지 “원기가 쇠하다”라든지 “기력이 쇠하다”처럼 쓰는 글월은 모두 겹말이라 할 만합니다. 그냥 ‘쇠하다’만 써야 올바르다고 할 만해요. 더 헤아려 보면, 처음부터 “기운이 빠지다”나 “기운이 다하다”나 “힘이 줄다”나 “힘이 사라지다”처럼 쓰면 될 노릇입니다. 4348.10.12.달.ㅅㄴㄹ



생명을 실어 나르는 기운이 쇠하여

→ 생명을 실어 나르는 기운이 빠져서

→ 생명을 실어 나르는 기운이 사라져서

→ 목숨을 실어 나르는 기운이 없어져서

→ 목숨을 실어 나르는 기운이 사그라들어

《지율-초록의 공명》(삼인,2005) 58쪽


주나라를 다스렸던 주공이 쇠했는가?

→ 주나라를 다스렸던 주공이 늙어 죽었는가?

→ 주나라를 다스렸던 주공이 스러졌는가?

→ 주나라를 다스렸던 주공이 무너졌는가?

→ 주나라를 다스렸던 주공이 다 됐는가?

《홍대용/이숙경,김영호 옮김-의산문답》(꿈이있는세상,2006) 22쪽


쇠해 가는 늘그막의 나이에

 저물어 가는 늘그막 나이에

→ 기운이 거의 다 빠진 늘그막에

 힘이 거의 없는 늘그막에

→ 이제 죽어 가는 늘그막에

→ 저물어 가는 늘그막에

→ 시들어 가는 늘그막에

→ 앙상해지는 늘그막에

→ 곧 죽을 늘그막 나이에

→ 죽음을 앞둔 늘그막 나이에

《강세황/박동욱·서신혜 옮김-표암 강세황 산문전집》(소명출판,2008) 17쪽


기력이 쇠해진 남편의 목소리가 마음이 쓰여

→ 기운이 없는 남편 목소리가 마음이 쓰여

→ 힘이 빠진 남편 목소리가 마음이 쓰여

→ 골골거리는 남편 목소리가 마음이 쓰여

《김선영-가족의 시골》(마루비,2015) 87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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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71) 자멸의


 스스로 자멸의 늪에 빠지다 → 스스로 죽는 늪에 빠지다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 → 스스로 무너지는 길을 걷는다

 자멸의 끝은 어디인가 → 스스로 망가지는 끝은 어디인가


  ‘자멸(自滅)’은 “스스로 자신을 망치거나 멸망”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망가지다”나 “스스로 죽다”나 “스스로 무너지다”라고 하면 돼요. 애써 ‘자멸 + 의’ 꼴로 써야 하지 않습니다. 4348.10.11.해.ㅅㄴㄹ



자멸의 길을 쉼 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자멸하는 길을 쉼 없이 달립니다

→ 스스로 죽는 길을 쉼 없이 달립니다

→ 죽음길을 쉼 없이 달립니다

《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임경택 옮김-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눌민,2015) 149쪽


+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72) 정주의


 정주의 삶 → 뿌리내리는 삶 / 한곳살이

 정주의 결심 → 뿌리내릴 다짐 / 한곳에서 살 다짐


  ‘정주(停駐/停住)’라는 한자말은 “어떤 장소에 머무름”을 뜻한다고 합니다만, 이 한자말은 거의 안 쓴다고 해야 옳습니다. 왜냐하면 한국말 ‘머물다·머무르다’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뿌리내리다’나 ‘뿌리를 내리다’처럼 널리 씁니다. 한자말 ‘정주’에 ‘-의’를 붙이는 말투는 일본 말투입니다. 4348.10.11.해.ㅅㄴㄹ



이제부터는 정주의 날을 보내자

→ 이제부터는 머무는 날을 보내자

→ 이제부터는 한곳에 머물며 살자

→ 이제부터는 한자리에서 살자

→ 이제부터는 뿌리내려서 살자

《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임경택 옮김-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눌민,2015) 61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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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10


 햇빛 햇살 햇볕


  해에서 흐르는 기운을 여러모로 가릅니다. ‘햇빛’이 있고, ‘햇살’이 있으며, ‘햇볕’이 있어요. 세 낱말은 쓰임새가 다르고 뜻이 달라요. 그러니, 이렇게 세 갈래로 꼴을 다르게 해서 쓰지요.


  햇빛은 말꼴대로 ‘빛’을 가리킵니다. 빛이란 무엇일까요? 빛깔이나 무늬를 알아보도록 하는 밝은 기운입니다. 햇살은 말꼴대로 ‘살’을 가리킵니다. 살이란 무엇일까요? 빛이 퍼지는 줄기를 살이라고 합니다. 햇볕은 말꼴대로 ‘볕’을 가리킵니다. 볕이란 무엇일까요? 지구라는 별에서 사는 모든 목숨이 따뜻하도록 하는 기운입니다.


  그러니, 햇볕을 놓고 ‘밝다’라든지 ‘눈부시다’라는 낱말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햇살이나 햇빛을 놓고 ‘따뜻하다’라든지 ‘뜨겁다’라든지 ‘포근하다’라는 낱말로 나타낼 수 없어요.


  말을 쓸 적에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어느 말 한 마디가 어떻게 태어났는가 하는 대목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왜 이렇게 말을 가르거나 나누어서 먼먼 옛날부터 쓰는가 하는 대목을 찬찬히 헤아려야 합니다.


  어느 때에 따갑거나 눈부시다고 느낄까요? 해가 곧게 내쏘는 기운을 느낄 적에 따갑거나 눈부시겠지요. 바로 햇살이 따갑거나 눈부십니다. 어느 때에 밝거나 맑거나 어둡거나 흐릴까요? 해가 비추는 빛에 따라서 밝기가 달라질 테지요. 어느 때에 따뜻하거나 춥거나 포근하거나 아늑하거나 서늘할까요? 햇볕이 어느 만큼 내리쬐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질 테지요.


  해바라기를 가만히 하면서 해하고 얽힌 낱말을 생각하면 됩니다. 해님을 가만히 마주하고, 해님을 기쁘게 사랑하며, 해님을 넉넉히 품에 안으려는 마음으로 ‘해맑’고 ‘하얀’ 말마디를 생각하면 됩니다. 4348.10.11.해.ㅅㄴㄹ



따스한 햇살 한 줌

→ 따스한 햇볕 한 줌

《이채훈-클래식 400년의 산책》(호미,2015) 154쪽


햇살이 뜨거운 초여름

→ 햇볕이 뜨거운 첫여름

《유홍준-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창비,2015) 35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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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70) 불멸의


 불멸의 기록 → 안 깨질 기록 / 안 없어질 기록

 불멸의 영혼 → 사그라들지 않는 넋 / 잠들지 않는 넋

 불멸의 사랑 → 가없는 사랑 / 끝없는 사랑


  ‘불멸(不滅)’이라는 한자말은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아니함”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한자말은 ‘불멸하다’ 꼴로는 잘 안 쓰고 ‘-의’를 붙인 “불멸의 아무개”나 “불멸의 무엇” 꼴로 흔히 쓰입니다. 이를테면 “불멸의 이순신”처럼 씁니다. 이순신이라는 분이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무슨 뜻일까요? “없어지지 않는 이순신”이나 “사라지지 않는 이순신”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아무래도 “죽지 않는 이순신”이라든지 “거룩한 이순신”이라든지 “빼어난 이순신”이라든지 “훌륭한 이순신”을 가리킬 테지요.


  ‘-의’를 끌어들이는 한자말 ‘불멸’은 “영혼의 불멸”이나 “불멸의 영혼”으로도 곧잘 씁니다. “넋(영혼)이 사그라들지 않는다”든지, “사그라들지 않는 넋”이라고 말할 만한데, 이처럼 안 쓴 셈입니다.


  한국말로 ‘사라지다·없어지다·사그라들다·잠들다·죽다’를 그때그때 자리를 살펴서 쓰면 됩니다. 사랑을 이야기하려 한다면 “가없는 사랑”이나 “끝없는 사랑”이나 “늘 타오르는 사랑”이나 “꺼지지 않는 사랑”이나 “해님 같은 사랑”처럼 쓸 수 있습니다. 4348.10.11.해.ㅅㄴㄹ



불멸의 작가이며

→ 사그라들지 않는 작가이며

 죽지 않는 작가이며

→ 한결같이 사랑받는 작가이며

→ 언제까지나 우러를 만한 작가이며

→ 훌륭한 작가이며

→ 뛰어난 작가이며

《무샤고오지 사네아쓰/김율봉,정성환 옮김-젊은 날의 문학》(백문사,1961) 18쪽


노래로서 불멸의 가치를 지닌 것은

→ 노래로서 꺼지지 않는 값어치가 있는 까닭은

→ 노래로서 앞으로도 값어치가 있는 까닭은

→ 노래로서 훌륭하다 말할 수 있는 까닭은

→ 노래로서 훌륭한 값어치가 있는 까닭은

《한새암·최병두·조희범·박원석·문틈-전라도 우리 탯말》(소금나무,2006) 31쪽


연주자의 개성 있는 해석을 통해 불멸의 빛을 더하는 경우가 있지요

→ 연주자가 개성 있게 해석하여 환한 빛을 더하는 때가 있지요

→ 연주자가 남달리 풀어내어 아름다운 빛을 더하기도 하지요

→ 연주자가 새롭게 읽어내어 눈부신 빛을 더하기도 하지요 

《이채훈-클래식 400년의 산책》(호미,2015) 13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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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69) -의 결과


 이 경기의 승리는 노력의 결과이다

→ 이 경기는 애썼기에 이겼다

→ 이 경기는 애쓴 보람으로 이겼다

→ 애쓴 끝에 이 경기를 이겼다

 신체검사의 결과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네

→ 신체검사 결과 몸이 좋지 못하네

→ 신체검사를 하니 몸이 좋지 못하네

→ 몸을 살펴보니 좋지 못하네


  ‘결과(結果)’는 “연구 결과”라든지 “결과가 나오다”처럼 쓰는 한자말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노력의 결과”나 “신체검사의 결과” 같은 보기글이 나오는데, 이 말마디는 “노력한 결과”나 “신체검사 결과”로 바로잡아야 올바릅니다. 더 헤아려 본다면, “애쓴 보람”이나 “몸을 살피니”로 손볼 수 있어요. 한자말을 쓰려 한다면 알맞게 쓰되, 토씨 ‘-의’를 엉뚱하게 붙이지는 말아야겠습니다. 4348.10.10.흙.ㅅㄴㄹ



이것이 모두 관찰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 이것이 모두 관찰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 이것이 모두 꼼꼼히 살핀 결과입니다

→ 이것을 모두 찬찬히 살펴서 얻었습니다

《리처드 파인만/김희봉·승영조 옮김-발견하는 즐거움》(승산,2001) 65쪽


몇몇 시행착오의 결과, 나는 이 지역에 대해 좀더 배우게 되었다

→ 몇몇 시행착오가 있은 뒤, 나는 이곳을 좀더 배울 수 있었다

→ 몇몇 시행착오를 겪은 뒤 …

→ 몇몇 잘잘못을 거친 뒤 …

→ 몇 차례 쓴맛을 본 뒤 …

《웬델 베리/정승진 옮김-나에게 컴퓨터는 필요없다》(양문,2002) 110쪽


이러한 설문 조사의 결과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 이러한 설문 조사 결과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 이렇게 설문을 모은 결과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 이렇게 얻은 설문 조사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이케가와 아키라/김경옥 옮김-아기는 뱃속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샨티,2003) 25쪽


홍보활동의 결과

→ 홍보한 결과

→ 홍보를 한 결과

→ 알린 끝에

→ 알린 보람으로

《더그 존스/이진혁·박여라 옮김-마이 브라더스 팜》(시금치,2005) 32쪽


이 책은 엄청난 노력의 결과였다

→ 이 책은 엄청나게 애써서 나왔다

→ 이 책에는 엄청난 땀방울이 들었다

→ 이 책을 내려고 엄청나게 애썼다

→ 이 책에는 수많은 피와 땀이 배였다

→ 이 책에는 내 피땀이 짙게 서렸다

→ 이 책을 내려고 피와 땀을 대단히 쏟았다

→ 이 책을 내느라 참으로 힘을 들었다

→ 이 책을 내려고 온힘을 다했다

→ 이 책을 내기까지 든 힘은 대단했다

→ 모든 것을 바쳐서 이 책을 냈다

《폴 제닝스-책벌레 만들기》(나무처럼,2005) 129쪽


푸가 D단조는 이러한 끊임없는 배움의 결과였습니다

→ 푸가 D단조는 이렇게 끊임없이 배운 결과였습니다

→ 푸가 D단조는 이처럼 끊임없이 배웠기 때문입니다

→ 푸가 D단조는 이렇게 끊임없이 배워서 나왔습니다

→ 푸가 D단조는 이처럼 끊임없이 배웠기에 썼습니다

《이채훈-클래식 400년의 산책》(호미,2015) 97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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