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71] 거울



  거울을 바라보면 내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거울을 쓰면 무엇이든 비추어 주니까 내 눈으로 볼 수 없는 곳을 잘 살필 만합니다. 볼록거울을 써서 가까이 있는 것을 더 잘 들여다보려 하고, 오목거울을 써서 멀리 있는 것을 더 잘 살펴보려고 합니다. 자동차나 자전거에는 ‘뒷거울’을 달아서 뒤에서 달리는 자동차나 자전거를 살핍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냇물이나 못물이나 샘물이 마치 거울과 같습니다. 물결이 일지 않는 물을 바라보면 내 얼굴뿐 아니라 하늘도 구름도 달도 모두 또렷하게 나타나요. 그래서 이 같은 모습을 헤아리면서 ‘거울로 삼는다’는 말을 쓰지요. 또렷하게 비추어서 보이는 모습을 헤아리면서 나 스스로 내 몸짓을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거든요. 동무나 이웃 누군가를 거울로 삼아서 아름다움이나 사랑스러움을 배우기도 하고, 바보스러움이나 어리석음을 다스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내 모습이 동무나 이웃한테 ‘거울이 되어’서 즐거움이나 기쁨이나 모자람을 비추어 보이는 노릇을 하고요. 어버이하고 어른은 어린이한테 거울이 되어 아름다운 삶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어린이도 어버이하고 어른한테 거울이 되어 맑은 사랑을 가르쳐요. 4348.12.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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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73 : 부추겨서 조장하고



계속 부추겨 물건을 사도록 조장하고

→ 자꾸 부추겨 물건을 사도록 하고

→ 자꾸 부추겨 물건을 사도록 이끌고


조장(助長) :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김



  ‘부추김’을 뜻하는 한자말 ‘조장’입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다”나 “과소비를 조장하다”처럼 쓴다고 하는데, “지역감정을 부추기다”나 “과소비를 부추기다”로 손질할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이러한 말뜻이나 말쓰임을 미처 살피지 못하기에 겹말을 쓰고 말 테지요. 처음부터 ‘부추기다’라고 하는 한국말을 알맞게 살펴서 쓰면 됩니다. 4348.12.23.물.ㅅㄴㄹ



소비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를 계속 부추겨 물건을 사도록 조장하고

→ 소비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게 자꾸 부추겨 물건을 사도록 하고

《손석춘-10대와 통하는 사회 이야기》(철수와영희,2015) 171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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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현저 顯著


 현저한 발전 → 눈에 띄는 발전 / 도드라진 발돋움

 현저한 변화 → 뚜렷한 변화 / 크게 바뀜

 인구가 현저히 증가하다 → 인구가 눈에 띄게 늘다

 현저히 피부로 느낄 정도였었다 → 뚜렷이 살갗으로 느낄 만했다

 속력을 현저히 늦추었다 → 빠르기를 크게 늦추었다


  ‘현저(顯著)하다’는 “뚜렷이 드러나 있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은 ‘뚜렷하다’인 셈입니다. ‘뚜렷하다’나 ‘또렷하다’ 같은 한국말을 쓰면 되고, ‘도드라지다’나 ‘돋보이다’를 쓸 자리가 있습니다. 어느 때에는 ‘크다’를 넣을 만하고, 어느 곳에는 ‘매우’나 ‘몹시’나 ‘눈에 띄게’를 넣을 만합니다. 4348.12.22.불.ㅅㄴㄹ



종류에 따라 현저한 차이가 있다

→ 갈래에 따라 뚜렷하게 다르다

→ 갈래에 따라 크게 다르다

→ 갈래에 따라 매우 다르다

《오바라 히데오/신영준 옮김-만물의 죽음》(아카데미서적,1997) 66쪽


위험은 현저히 줄어듭니다

→ 위험은 크게 줄어듭니다

→ 위험은 거의 줄어듭니다

→ 위험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대프니 밀러/이현정 옮김-땅이 의사에게 가르쳐 준 것》(시금치,2015) 8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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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종종 種種


 종종 일어나는 일 → 가끔 일어나는 일

 지나다 종종 들르다 → 지나다 이따금 들르다

 어머니가 종종 생각이 난다 → 어머니가 문득 생각이 난다


  한자말 ‘종종(種種)’은 “[명사] 모양이나 성질이 다른 여러 가지 [부사] = 가끔”을 뜻한다고 하지만,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이름씨(명사)로 쓰는 보기가 하나도 안 나옵니다. 아마 이 한자말을 이름씨로 쓰는 일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시피 하리라 느낍니다. 그리고 “종종 = 가끔”으로 뜻풀이를 하듯이, 한국말 ‘가끔’을 쓰면 될 노릇입니다. 흐름을 살펴서 ‘이따금’이나 ‘더러’나 ‘곧잘’이나 ‘으레’나 ‘때로·때때로’를 쓸 만합니다. 4348.12.22.불.ㅅㄴㄹ



그 정도의 돈을 벌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이 들어갈 때도 종종 있는데

→ 그만 한 돈을 벌려고 더 많은 돈이 들어갈 때도 곧잘 있는데

→ 그런 돈을 벌려면 더 많은 돈이 들어갈 때도 가끔 있는데

→ 그 돈을 벌려고 더 많은 돈이 들어갈 때도 으레 있는데

《스콧 새비지 엮음/강경이 옮김-그들이 사는 마을》(느린걸음,2015) 65쪽


종종 아이와 함께 바닥에 누워

→ 가끔 아이와 함께 바닥에 누워

→ 때때로 아이와 함께 바닥에 누워

→ 이따금 아이와 함께 바닥에 누워

《시오미 나오키/노경아 옮김-반농반X의 삶》(더숲,2015) 57쪽


내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밝혀 달라고 종종 요청해 오곤 한다

→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밝혀 달라고 가끔 물어보곤 한다

→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밝혀 달라고 더러 물어보곤 한다

《이반 일리치/노승영 옮김-그림자 노동》(사월의책,2015) 135쪽


그랜트네 목장을 종종 방문했다

→ 그랜트네 목장을 더러 찾아갔다

→ 그랜트네 목장을 가끔 찾아갔다

→ 그랜트네 목장을 드문드문 찾아갔다

《대프니 밀러/이현정 옮김-땅이 의사에게 가르쳐 준 것》(시금치,2015) 2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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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70] 밥먹기


  

  우리는 밥을 맛나게 먹어요. 든든하게 먹고서 새롭게 기운을 내지요. 배가 부를  만큼 먹고 기운차게 뛰어놀 수 있어요. 시계한테도 밥을 주어요. 째깍째깍 힘차게 돌면서 때를 잘 알려주지요. 손전화한테도 밥을 주어 동무랑 도란도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쪽글을 주고받습니다. 다들 알맞게 밥을 먹으면서 새롭게 웃어요. 풀이랑 나무는 비하고 햇볕하고 흙을 밥으로 삼아서 자라요. 새는 벌레하고 열매가 밥이 되고, 나비랑 벌은 꽃가루하고 꿀이 밥이 되어요. 우리는 ‘고기밥’도 먹고 ‘풀밥’도 먹고 ‘고기나물밥’이나 ‘맨밥’도 먹어요. 밥을 제때 못 먹으면 힘이 안 나서 놀기 힘들지요. 시계나 손전화한테도 밥을 제대로 안 주면 그만 멈추거나 꺼집니다. 다 다른 숨결이 다 다른 밥을 먹으면서 사이좋게 함께 살아요. 고운 밥 한 그릇으로 기쁨을 나누고, 정갈한 밥 한 그릇으로 새로운 마음을 가꾸지요. 오늘은 우리 어버이가 나한테 밥을 차려서 줍니다. 나는 이 밥을 먹고 씩씩하고 야무지게 자라서, 앞으로 우리 어버이한테 맛나고 기쁜 밥을 ‘꽃밥’으로 ‘웃음밥’으로 ‘사랑밥’으로 ‘노래밥’으로 차려 드리고 싶습니다. 4348.12.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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