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4.5. 두 그림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철수와영희 출판사에서 몇 가지 겉그림을 보내 주었습니다. 큰아이랑 곁님하고 함께 보면서 어느 쪽이 나으려나 이야기하고 출판사에 말씀을 여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바라는 겉그림하고, 큰아이랑 곁님이 나아 보인다고 말하는 겉그림이 다릅니다. 어느 쪽으로 나오든 대수롭지 않은데, 철수와영희 지기님이 들려주는 말씀을 듣고 보니, 숲노래가 그동안 내놓은 책하고는 결이 좀 다르게 겉그림을 짜려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4월 6일에 꾸밈님(디자이너)하고 이야기를 해보고서 매듭을 짓겠다고 하셨으니, 잘 나올 테지요. 쉽게 말하는 살림길이 사랑이 되도록 북돋우는 이야기를 갈무리한 책이 4월에 태어나서 즐거이 사랑받기를 꿈꿉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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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조선어학회 한글 (2021.3.26.)

― 부산 〈고서점〉



  나이가 들어도 아이처럼 바라보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나이가 들수록 아이다운 눈빛이며 말씨를 잃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기에 아이다움을 잃거나 버리는 사람이라면 ‘늙은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는 아랑곳않고서 아이다운 눈빛이며 말씨를 가꾸는 사람이라면 ‘철드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른으로 나아가야지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 늙는’ 사람이 아닌,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어린이다운 눈빛이며 말씨를 사랑으로 돌보아 어질고 맑은’ 사람으로 살림을 지어야지 싶습니다.


  누구는 “사람은 고쳐쓰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마음을 고치는 사람은 삶을 고치지만, 마음을 안 고치는 사람은 삶을 안 고치니, 이런 사람이라면 고쳐쓰지 못할 테고, 마음을 고치면서 새롭게 피어나려는 들꽃 같은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고쳐쓸 테지요.” 하고 말합니다.


  적잖은 분들이 으레 “아이고 힘들어.”나 “어머, 무서워.” 하고 말해요. 말부터 마음에 힘들거나 무서운 씨앗을 심는 셈입니다. 어느 일이든 그냥 하면 그냥 되고, 즐겁게 하면 즐겁습니다. 잘 되거나 안 될 걱정을 할 까닭이 없어요. 그냥 하려는지, 즐겁게 하려는지, 노래하며 하려는지, 사랑으로 하려는지, 아이랑 어깨동무하며 하려는지 생각하면 되어요.


  부산 〈고서점〉 지기님이 ‘양옥션’이란 이름으로 누리판(유튜브)에 책마당(경매)을 열었어요. 책을 겉그림뿐 아니라 속살을 펼쳐서 보여주고 줄거리를 보태어 들려주려고 한다지요. 새길을 여시는군요. 어떻게 꾸리시는지 궁금해서 〈고서점〉 지기님이 펴는 책마당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이곳에 《한글》 두 자락이 나왔어요. 1935년하고 1936년에 나온 얇고 작은 달책(잡지)입니다. 2001년에 이 달책을 처음 장만했을 적에는 《보리 국어사전》 편집실에 놓고 나왔습니다. 2021년에 스무 해 만에 제 책상맡에 놓을 달책으로 장만합니다. 새삼스레 죽 읽고 살피는데, 조선어학회 일꾼은 ‘한글맞춤법’과 ‘국어문법’에 온힘을 쏟으며 ‘조선어사전’을 엮는 일에만 매달리는구나 싶은데, 달책 《한글》이며 조선어학회 틀(회칙)은 새까맣게 일본 한자말투성이입니다. 오늘날 국립국어원이나 겨레말큰사전위원회도 이와 같아요. 겉보기는 한글이되 속살은 일본 한자말을 그대로 써요.


  겉낯이 말끔해도 속낯을 안 가꾼다면 어떤 길을 갈까요? 새살림을 새말에 담는 틀은 안 세우고 맞춤길만 세운다면 우리말은 어떤 길을 걸을까요? 낱말책(사전)은 징검돌입니다. 틀(규범)이 아닌 밑돌이 되어 사람들이 생각에 날개를 달도록 잇는 길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낱말책을 짓지 않는다면, 굴레나 사슬이 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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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제3권 제8호(조선어학회·이윤재 엮음, 조선어학회, 1935.10.1.)

《한글》 제4권 제8호(조선어학회·이윤재 엮음, 조선어학회, 193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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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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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살까 (2020.5.17.)

― 순천 〈도그책방〉



  마을에서 일하는 분이 있으나, 마을일을 하는 이분들은 으레 ‘지역운동’을 한다고 말합니다. 낡거나 닳은 길을 바꾸려고 일하는 분이 있다면, 이분들은 ‘개혁·혁신’을 한다고 말합니다. ‘마을’이 아닌 ‘지역’을 말하고, ‘바꾸다·고치다·손질하다’가 아닌 ‘개혁·혁신’을 말하는 분은 미덥지 않습니다. 마을이라는 삶자리에서 수수하게 아이어른 안 가리고 쓰는 쉬운 말씨가 아닌, 책상맡이나 벼슬자리에서 흐르는 말씨에 머무는 분하고는 어쩐지 안 만나고 싶습니다.


  제가 시골에서 사니 “‘촌’에 계시는군요.” 하고 말하는 분이 있어, “네, ‘시골’에 삽니다.” 하고 덧붙이지만, 그분은 끝까지 ‘촌(村)’이란 한자에 매달립니다. 먹물잡이로서는 ‘농촌·어촌·산촌’일 뿐, ‘들마을·바닷마을·멧마을’이란 낱말은 머리에 아예 없고, 이런 우리말을 마치 바깥말(외국어)인 듯 바라보기까지 합니다.


  제가 아이들을 돌보고 집살림을 건사한다고 하면 “페미니즘을 실천하시네요” 하고 말하는 분이 많습니다만, “아이들이 못 알아듣는 ‘페미니즘’이란 일을 ‘실천’한 적은 없어요. 저는 그저 ‘아이를 사랑’하면서 ‘집에서 살림하는 아저씨’입니다.” 하고 자릅니다.


  말을 말답게 하는 길부터 모든 일을 새롭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마 젖먹이한테 인문책을 읽어 주는 어버이가 있을까요? 아이들한테 그림책 아닌 소설책을 읽어 주는 어른이 있을까요? 인문책이나 소설책이 나쁠 까닭은 없되, 이런 책에 적은 말씨는 어린이한테 걸맞지 않아요. 더 파고들자면 수수하게 살아가는 숱한 어른한테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참말로 이 나라를 갈아엎거나 바꾸거나 고치고 싶다면, 우리가 여느 자리에서 쓰는 가장 흔한 말씨부터 수수하고 쉽게 가다듬고서 생각을 수수하게 꽃피우는 들풀넋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작은아이랑 〈도그책방〉 마실을 합니다. 떠난 함석헌 님은 ‘들사람·씨알’이란 두 마디를 남겼어요. 어른부터 들사람답게 들말을 쓰고, 씨알답게 씨앗을 심는 손길이기를 바랍니다. 수수하며 푸른 들말로 그림책을 엮고 동화책을 쓰면 좋겠어요. 인문책이나 철학책이나 과학책도 저 멀디먼 이웃나라 말씨가 아닌 이 땅에서 풀꽃을 쓰다듬고 씨앗을 심고 나무를 돌보는 말씨로 추스르면 좋겠습니다.


  어디에서 살까요? 사랑으로 짓는 보금자리에서 살아야지요. 무엇을 할까요? 사랑으로 짓는 살림을 해야지요. 어느 책을 읽을까요? 사랑으로 짓는 보금자리에서 사랑으로 읽고서 사랑으로 아이한테 물려줄 책을 가려내어 읽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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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살다, 책에 산다》(책마을해리 엮음, 기역, 2019)

《행복한 사자》(루이제 파쇼·로저 뒤바젱/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1997)

《걸어가는 늑대들》(전이수, 엘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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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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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 굽다 (2020.11.18.)

― 서울 〈뿌리서점〉



  서울 용산 헌책집 〈뿌리서점〉을 푸른배움터 동무하고 처음 찾은 때는 1993년입니다. 열아홉 살 적인데,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에서 책을 고르며 읽자니 배움옷(교복) 차림인 저를 대견스레 보던 샛장수(중간상인) 할배가 “여, 젊은이, 책 좋아하나? 책 좋아하면 서울 용산에 〈뿌리서점〉이란 곳이 있으니 찾아가 봐. 거기는 꼭 가 봐야 해.” 하셨어요. 그러나 용산 어디인지는 말씀하지 않아요. “그냥 가 봐. 앞에 책을 벌여놓은 곳이면 그곳이지.”


  미닫이를 열어 바람을 쐬는, 이러면서 바람날개(선풍기)도 없는 국철을 타고 용산에서 내려 세 시간 가까이 용산 곳곳을 걸었지만 못 찾았습니다. “어디에 있을까?” 알쏭했지요. 1993년 12월 한강이 꽁꽁 얼어붙은 일요일에 다시 전철을 타고 갑니다. 예전 국철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웠습니다. 이날은 쉽게 찾았어요. 전철을 내리고 앞마당을 오른쪽으로 가로질러 ‘테니스 마당’이 조그맣게 있는 쇠가시덤불(철조망) 울타리를 따라 샛골목을 빠져나가니 눈앞에 〈뿌리서점〉이 나와요. “어쩜, 이렇게 가까운데 지난걸음엔 엉뚱한 데만 돌았네!”


  이날 〈뿌리〉 아저씨 아주머니는 배움옷 차림인 두 푸름이가 인천에서 버스에 전철로 먼걸음으로 찾아와서 놀랍고 반갑다며 책값을 안 받으셨고, 외려 전철삯에 쓰라고 거꾸로 돈을 쥐어 주셨어요. 인천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무하고 거의 말이 없었습니다. 헌책집지기 손길하고 눈빛하고 목소리하고 마음을 곱씹었습니다. 이날 우리가 산 책으로 얻는 이야기보다, 헌책집지기 한 사람이 들려주고 보여준 몸짓이 두 사람을 새로 깨웠습니다.


  처음 〈뿌리서점〉을 찾아가던 1993년에 마주한 책집지기 김재욱 님은 1974년부터 책을 만진 다부진 아저씨였다면, 그 뒤 스물일곱 해가 지난 2020년에 뵌 책집지기는 등이 굽은 흰머리 할아버지입니다. 더구나 몸에 기운이 많이 빠져서 말씀조차 제대로 못 하십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한 지 30분 만에 “어, 최 선생 왔나? 오랜만이네. 오랜만이지?” 한 마디를 하고는 더 말을 못 잇습니다.


  한때 서울에 살며 이틀이나 사흘마다 〈뿌리서점〉에 찾아가면 “여, 오셨나? 밥은 드셨나? 신문배달 참 힘들지. 난 동아일보를 돌렸는데 숙소에서 맨날 맞고 굶었어. 그런데 지금도 총무가 배달원을 때리나?” 하고 물으시고 “다른 지국은 맞는다고 듣지만, 제가 돌리는 한겨레신문은 안 때려요. 다만 형들이 늘 늦잠 자며 늦게 돌리느라 그 대목이 힘들어요.” 같은 말을 주고받았어요. “나도 아직 안 먹었는데 짜장면 한 그릇 어때?” 하고 물으셔요. 예전 〈뿌리서점〉 옆은 중국집이었습니다. 중국집 아이는 날마다 책집에 책 보러 왔는데 이제는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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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實의 書》(클로드 보리롱 라엘/배귀숙 옮김, 메신저, 1988.8.26.)

《예니희곡신서 : 草墳·胎》(예니 기획, 오태석 글, 나래, 1982.9.20.)

《the Cat in the Hat comes back》(Dr.Seuss, Random House, 1958)

《영산포여자상업고등학교》 16회 졸업사진책(1984)

《북한 이야기》(루이제 린저/강규현 옮김, 형성사, 1988.7.15.)

《the widom of China and India》(Lin Yutang 엮음, the Modern librery, 1942)

《世界의 挑戰》(장 자크 세르방 슈레베르/권영자 옮김, 까치, 1980.12.24.)

《佛敎哲學槪論》(서경보, 조암문화사, 1949 첫/1964.3.1.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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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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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20.11.19.)


― 인천 〈나비날다〉



  마을책집을 드나들며 이곳이 ‘책을 파는 곳’이면서 ‘삶을 나누는 징검다리이자 쉼터’인 줄 느낍니다. 마을책집은 마을에 깃들어 마을이웃을 책손으로 여기면서 이야기를 펴는 샘터 노릇을 합니다. 큰책집은 ‘삶을 나누는 징검다리이자 쉼터’라는 대목은 헤아리지 않습니다. 큰책집은 목이 좋은 곳을 노리면서 ‘책으로 목돈을 버는 곳’으로 나아갑니다.


  마을책집만 좋고 큰책집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 맡는 자리가 다를 뿐입니다. 마을가게가 있고 큰가게가 있듯, 서로 다른 길을 아름답게 갈 줄 알면 넉넉하다고 생각합니다. 큰가게 가운데 온가게(백화점)는 ‘배움마당(문화센터)’을 으레 꾸리곤 합니다. 사람을 더 많이 모을 자리가 있기에 돈을 더 겨냥하기도 하지만, 큰가게가 깃든 고을을 아우르면서 이야기를 펴는 자리를 마련해요.


  큰가게는 왜 배움마당을 펼까요? 고을이나 고장에서 ‘돈만 보지 말라’는 목소리를 듣거든요. 마을가게에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여러 배움마당을 펴고 보임마당(전시회)을 펴지요.


  마을가게는 사람을 더 많이 모으기보다는 ‘모인 사람이 더 가까이 어우러질 이야기마당’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마을가게에서 꾀하는 ‘수수하고 작은 배움마당·모임마당’을 어느덧 큰가게가 따라해요. 곰곰이 본다면, ‘온가게 배움마당(백화점 문화센터)’은 마을가게·마을책집에서 펴는 이야기마당을 가만히 배워서 어깨동무하는 얼거리일 수 있습니다.


  인천 〈나비날다〉처럼 자리를 빌려 책집을 꾸리는 곳이 많고, 요새는 스스로 건사한 곳에 책터를 꾸리는 분이 늘어납니다. 집지기(건물주)가 아니기에 빌림삯을 내고, 집지기이기에 책집을 더 느긋하게 가꿉니다.


  우리나라에 돈이 적거나 없다고 느끼지 않아요. 그저 벼슬자리(정치·행정)에서 돈을 제대로 안 다룰 뿐이지 싶습니다. 책집이 깃든 자리를 나라(정부·지자체)에서 사들여 ‘책집이 마흔 해에 걸쳐 집값을 내도록 하는 틀’을 세우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책집지기가 바뀔 수 있으나, 적어도 마흔 해를 그곳에서 마을책집이 이어가도록 꾀할 만해요. 이렇게 한다면 책집지기 스무 해를 하고 떠날 사람이 있다면, 새로 책집지기를 할 사람이 이 몫을 채우고, ‘그동안 낸 집값’을 예전 지기가 돌려받고, 새로운 책집지기는 스무 해를 마저 채우면 집지기(건물주)가 되는 틀입니다.


  열 해 남짓 배다리에서 책으로 이야기마당을 꾸린 〈나비날다〉가 깃든 곳이 ‘근대문화유산’으로 뽑혔답니다. 책집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마을책집은 ‘근대문화유산’에서 떠나야 할까요, 아니면 ‘근대문화유산’을 지키는 책집이 될까요.


《꿰매는 생활》(미스미 노리코/방현희 옮김, 미호, 2018.8.2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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