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5.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에버하르트 뫼비우스 글/김라합 옮김, 보리, 2000.10.25.



아침 일찍 여수 어린배움터 한 곳에서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 이야기를 들려주고서 여천버스나루로 간다. 어제부터 날이 풀린다. 맨발 고무신으로 햇볕을 쬐며 걷는다. 13시에 고흥에 닿고, 14시 40분 시골버스를 타기까지 볕바른 곳에 가서 해를 쬔다. 집에 닿아 커피콩을 볶는다. 이제는 우리 집 나름대로 맛을 살리려면 어떤 불로 얼마나 볶아야 하는지 알겠다. 집안일을 조금 더 하고서 드러눕는다.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를 모처럼 되읽었다. ‘어린이나라’는 이제 사라졌다고 할 텐데, 한두 까닭을 넘어 여러 까닭이 얽혔을 테지. ‘어린이가 스스로 서는 나라’란 무엇일까? ‘어린이만 있는 나라’일 수 있을까? 어린이나 어른 가운데 어느 쪽만 앞세울 적에는 흔들리게 마련이다. 짝맺기나 돈벌기를 넘는 ‘사랑’하고 ‘숲’을 바탕으로 펴지 않는다면, 모든 ‘나라’는 흔들리다가 무너진다. 이 책은 이미 벤포스타가 흔들흔들 사라지려던 무렵에 한글판이 나왔지만, 이 대목을 제대로 안 짚었다. 붙임말을 왜 안 실었을까? ‘한때 그런 아름마을이 있었다’는 줄거리로만 허울좋게 보여준들, 오늘 우리 터전을 가꾸는 밑거름으로는 못 삼는다. 어린이는 어디에 있을 적에 ‘어린이’일까? 우리는 터럭만큼이라도 ‘어른’인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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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4.


《라다크 소년 뉴욕에 가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스티븐 고어릭·존 페이지 글, 매튜 운터베르거 그림/천초영 옮김, 녹색평론사, 2003.12.10.



여수로 건너가는 새벽. 짐을 꾸려 들길을 걷는다. 여수남초등학교 어린이하고 여덟걸음째 글읽눈(문해력) 이야기를 마친다. 한낮에 길손집으로 간다. 15시부터 받는다고 하기에 맞이칸에서 무릎셈틀을 켜서 글을 쓰며 기다리려고 한다. 길손집 일꾼이 일찍 들어가도 된다고 해서 13시에 들어간다. 빨래하고 씻고 드러눕다가 글을 몇 자락 쓰고서 밥거리를 장만하러 나온다. 늦은 한끼를 먹으니 확 졸립다. 해롱해롱 버티다가 이른저녁에 곯아떨어진다. 밤에 잠을 깬다. 바깥을 보니 별은 없고 불빛만 환하다. 《라다크 소년 뉴욕에 가다》를 틈틈이 다시 장만한다. 일찍 판끊어진 얇고 가벼운 그림꽃(만화)이다. 둘레에 드리려고 또 사고 다시 사는데, 어느 날 문득 돌아보자니, 가까운 이웃이건 먼 남남이건, 숲과 마을과 시골과 서울을 거의 모르는구나 싶더라. 시골이 없으면 서울이 있을 수 없다. 숲이 없으면 시골이 있을 수 없다. 숲이 없으면 마을도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자꾸 숲을 밀거나 없앨 뿐 아니라, 시골에서조차 숲을 미워하는 ‘배움틀(교육과정)’이다. 총칼로는 나라를 못 지킨다. 숲이 있어야 나라를 지키고 살린다. 우린 눈멀고 귀닫힌 쳇바퀴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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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3.


《이이효재》

 박정희 글, 다산초당, 2019.9.9.



달날(월요일)을 맞이한다. 나래터(우체국)에 갈까 하다가 그만둔다. 다리를 더 쉬어야겠다. 뒤꼍에 밥찌꺼기를 내려놓는데, 물까치떼가 우르르 날아와서 개오동나무랑 유자나무에 차라락 앉는다. 나무 밑에 서서 물까치떼 노래를 듣고, 꽁지춤을 지켜본다. 한참 새노래에 새춤을 누리고서 조용히 마당으로 내려선다. 요 며칠 사이에 손발등 사마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세 해쯤 함께 지내던 사마귀였나 하고 돌아본다. 적잖은 이들은 왜 돌봄터(병원)에 가서 지글지글 태워서 없애려 하지 않느냐고 하더라. 그러나 사마귀는 몸앓이가 아닌걸. 돋아날 때가 있으면, 사르르 녹듯 사라질 때가 있다. 마음으로 묻는다. “사마귀야, 너는 나한테 무엇을 보여주면서 알려주려고 왔니?” “미움이란 없는 줄 제대로 알라는 뜻이야.” 《이이효재》를 읽었다. 뜻있는 책이라 여기지만, 잘 쓴 책은 못 된다고 느낀다. 어쩐지 얕다. 먼발치에서 이효재 님 살림길을 지켜보고 이분 글이며 책을 읽으면서 배우고 돌아본 바가 컸는데, 《이이효재》로는 사람들이 이효재 님한테 다가서도록 이끌기 어렵겠다고 느낀다.  ‘평전’이라는 무게에 눌렸을 수 있다. 수수하게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면, ‘참사랑이 이 땅에 드리우기를 바라는 뜻’을 적었다면 달랐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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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2.


《야생조류 필드 가이드》

 박종길 글·사진, 자연과생태, 2022.3.31.



바람이 차다. 볕이 나면 포근하다. 겨울스러운 하루요 하늘이자 바람이다. 폭 쉰다. 집안일을 하고 자고 쉬기를 되풀이한다. 큰아이가 국을 끓인다. 고맙고 사랑스럽다. 밤에 등허리를 펴고서 마당에 서니 별이 쏟아진다. 이 별을 누구한테 보여줄 수 있을까? 별을 찍어서 보여주어야 할까, 아니면 사람들이 스스로 별을 누릴 터전으로 스스럼없이 옮겨서 조용조용 살림을 꾸릴 수 있을까? 《야생조류 필드 가이드》를 돌아본다. 새를 보면서 ‘새’라 하지 않듯, 별을 보면서 ‘별’이라 하지 않는다. ‘새·별·바람·들·바다·땅·사람’이란 낱말을 등진 채 ‘야생조류·천체·공기·야외·해양·대지·인간’을 읊는다면, 우리 삶을 나타내는 말씨앗에 어떤 숨결이 흐르는가를 잊게 마련이다. ‘나’랑 ‘너’는 다르지만 같다. ‘나’한테서 ‘날다’가 나오고, ‘너’한테서 ‘너머’가 나온다. ‘사이’는 ‘틈’이기도 하면서 ‘새다’는 ‘틔우다’이기도 하다. ‘새롭’게 나아갈 줄 알기에 ‘생각’을 하고, 쉴 새(사이)가 있어야 눈을 틔울 자리를 낸다. 늦가을에 찾아오면서 겨울을 함께 지내는 새를 헤아린다. 겨울을 앞두고 무리짓는 새를 바라본다. 새가 둥지를 틀 수 있는 마을에서 살기에 사람이 사람다울 만하리라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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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1.


《카페 알파 1》

 아시나노 히토시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1997.1.25.



부산에서 여는 아침. 책꾸러미를 지고 안으며 전철을 타러 간다. 땅밑길을 한참 걷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햇볕길을 걸을 텐데. 사상나루에 닿는데 12시 순천버스는 빈자리가 없다. 두 시간을 기다린다. 기다리면서 하루글을 쓰고 꾸벅꾸벅 졸고, 또 하루글을 쓰고 다시 꾸벅꾸벅 존다. 순천에 내리자마자 고흥버스로 갈아탄다. 고흥읍에 내리고서 한동안 서서 온몸을 풀어준다. 이러고서 택시를 불러 집으로 간다. 하룻밤을 부산에서 묵으며 여수까지 거쳐 크게 돌았다. 며칠이 지난 듯 어질어질하다. 시골집이 아늑하다. 부릉거리는 소리도, 북적대는 사람물결도, 밤하늘을 가리는 잿집(아파트)도 없다. 《카페 알파 1》를 되읽는다. 1997년 12월 31일에 드디어 싸움터(군대)를 마칠 수 있었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날마다 책집마실’을 했다. 스물여섯 달 동안 놓친 책을 살피려고 했다. 이제 사라졌지만, 서울 홍대 앞 〈한양문고〉도 뻔질나게 들르면서 여러 그림꽃(만화)을 살폈는데, 그무렵에는 《카페 알파》가 썩 눈에 안 들어왔다. 2011년에 이르러 처음 쥐었고, 이따금 되읽으면서 생각에 잠긴다. 스스로 느긋하지 않으면 스스로 갇힌다. 스스로 씨앗을 틔우려 하면 스스로 깨어난다. 잊혀진 이 그림꽃이 다시 태어날 날이 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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