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30.


《새벽편지》

 정호승 글, 민음사, 1987.9.30.



낮에 고흥읍으로 간다. 한 시간을 기다려 여수로 건너간다. 길손집에 깃들어 글을 좀 쓸까 싶었으나 일찍 곯아떨어진다. 캄캄한 밤에 깬다. 날이 꽤 쌀쌀한 탓인지 오늘은 길손집 둘레가 안 시끄럽다. 《새벽편지》를 되읽어 보았다. 스물 몇 해 앞서도 오늘도 똑같이 느낀다. 어쩐지 삶 둘레에서 맴도는, 아니 삶으로 스미지 않고서 붓대로 꾸며내는 글이지 싶다. 스스로 살아낸 하루를 돌아보면서 차곡차곡 여미면 저절로 이야기가 태어나게 마련인데, 스스로 안 산 모습을 어깨너머로 흘깃흘깃 보고서 글로만 꾸미려 하면, 언뜻 예쁘구나 싶은 글을 빚을는지 모르나, 빈 알맹이는 그저 빌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서 저마다 어떤 낱말로 마음을 그리면서 나누는 하루일까. 허울을 쓰면서 남들이 예쁘게 봐주기를 바라는 글을 쓰거나 옷을 입거나 쇳덩이(자동차)를 몰아야 하는가? 스스로 이 별을 사랑하면서 하루를 짓고 노래할 수 있을까? 올봄부터 틈틈이 쓰는 ‘내가 안 쓰는 말’이라는 노래꽃(시)을 돌아보면서 옮겨적는다. 이튿날 아침에 여수 성산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한테 건넬 글자락이다. ‘둘레(사회)에서 쓰는 말’을 내려놓으면 삶말이 깨어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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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9.


《자연 수업》

 페터 볼레벤 글/고기탁 옮김, 해리북스, 2020.10.30.



새벽에 고흥에서 팔영다리를 타고서 여수로 건너간다. 여천나루나 여수나루로 찾아갈 적에는 잿빛으로 커다랗구나 싶더니, 고흥에서 건너며 둘러보니 시골빛이 훨씬 넓다. 아직도 더 올려세우려는 잿집(아파트)이 많은 듯싶은데, 이제는 잿집을 멈추어야 여수가 여수다우리라. 다른 고장도 매한가지이다. 잿집삽질(아파트 공사)을 끝내야 나라가 살고, 사람이 살고, 들숲바다가 살 수 있다. 《자연 수업》을 읽는데 어쩐지 뜬구름을 잡는구나 싶어 글쓴이를 살피니, ‘아, 이이는 숲이 아니라 배움터(강단)에서 떠드는 사람이었지!’ 싶더라. 숲을 이야기하려면 숲을 볼 노릇이다. 숲에서 살고, 숲말을 익히고, 숲이웃을 사귈 노릇이다. ‘과학·생명·생태·환경’이 아닌 ‘숲’을 볼 일이다. 오늘 여수에서 글읽눈(문해력)을 들려주면서 바탕말(기초어휘) 이야기를 곁들인다. 열 살 어린이라면 ‘2000∼3000’ 낱말만 잘 다루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여미면 넉넉하다.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 우리말(국어) 갈래라면, 자람결(발달단계)에 맞추어 바탕말로 스스로 생각과 마음과 뜻을 펴는 길을 어질게 다룰 노릇이라고 본다. 더 많이 외우라고 내몰지 않기를 빈다. 낱말을 더 많이 알아야 말을 잘 하거나 글을 잘 쓰지 않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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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8.


《채식주의자》

 한강 글, 창비, 2007.10.30.



바깥마루에 귤을 까서 올려놓으면, 멧새가 포로롱 날아와서 두리번거리다가 콕 집어서 포로롱 날아간다. 우리는 늘 새를 본다. 새도 노상 우리를 본다. 갓 어른새로 거듭났으면 우리를 모를 만하지만, 어른새로 한참 살아온 아이들은 우리를 알 만하다. 새도 저희끼리 “저 집에 가면 쉴 곳도 마실 물도 먹을 밥도 있어!” 하고 속삭이리라 본다. 아침에 너구리가 우리 집 돌담을 따라 걷는다. 우리는 너구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에는 털이 없다. 걸음새도 아파 보인다. 이 너구리는 어디로 가는 길일까. 이 고장 들숲메에서 너구리 짝이나 동무나 이웃을 만날 수 있을까. 《채식주의자》를 돌아본다. 요즈막에 곁님이 얘기를 해서 ‘채널A 티쳐스’를 보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아이를 사랑으로 안 돌보는 집안이 무척 많다. 사랑으로 못 돌보더라고 덜 괴롭히는 집이 꽤 있으니 이럭저럭 나라가 안 무너졌을 텐데, 사랑을 잊고 잃고 등지는 터전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몫을 맡을 만할까? 모름지기 온누리 모든 나라에는 따로 ‘풀밥(채식)’이 없었다. 따뜻하거나 더운 나라에서는 누구나 풀밥이었고, 춥거나 메마른 나라에서는 으레 고기밥이었다. 글에 앞서 철부터 익힐 노릇이다. 바람이 가볍고 햇볕이 포근하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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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7.


《흐르는 강물처럼 5》

 이와시게 타카시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4.10.25.



작은아이하고 저잣마실을 간다. 고흥읍 은행나무가 죄다 몽당빗자루로 바뀌었다. 왜 쓸데없이 가지를 마구 베어내는가. 나무 나이만큼 살지 않는 주제에, 나무한테 무슨 짓을 하는가. 시끄럽고 매캐하고 어지러운 고흥읍을 걷다가 안숲으로 깃든다. 안숲에도 부릉부릉 시끌시끌 소리가 살짝 스미지만, 새랑 깜다람쥐가 들려주는 소리가 훨씬 크다. 알록달록 물든 숲 한켠에 서서 나무바람을 마신다. 등에 흐르던 땀을 식히고서 등짐을 새로 지고서 안숲에서 벗어날 즈음, 바람이 훅 일면서 쏴락쏴락 나뭇잎소리가 퍼진다. “잘 가렴. 또 오렴.” 하고 큰나무가 외친다. 《흐르는 강물처럼 5》을 되읽어 보았다. 아이들한테 읽히기에는 아직 멀었구나. 일본 노래님 ‘타네다 산토카’ 발자취를 새삼스레 되새긴다. 일본에서 나온 책은 “곧은 길이라 쓸쓸하구나”인데, 한글판은 책이름이 바뀌었다. 이 그림꽃이 다시 나오려나 모르겠으나, 쓸데없이 이름을 안 바꾸어야지 싶다. 한 줄로 삶을 그려내려고 하던 노래님인데, 바로 이 한 줄을 펴냄터에서 뜬금없이 바꾸면 뭐가 될까? 아무래도 우리는 우리말도 모르고, 넋도 모르고, 삶도 모르기에, 돈에 눈이 멀어 팔림새만 쳐다보느라 말넋도 말빛도 말길도 말씨도 몽땅 잊어버리는 쳇바퀴이지 싶다.


ㅅㄴㄹ


#いわしげ孝 #まっすぐな道でさみしい #種田山頭火

곧은 길이라 쓸쓸하구나

타네다 산토카 1882∼1940

2013.3.6. 58살로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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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6.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허수경 글, 창작과비평사, 2001.2.15.



비가 올 듯 구름이 모인다. 가늘게 비가 듣는 듯하지만, 해가 다시 나고, 또 구름이 몰린다. 하루는 부드러이 흐른다. 찌뿌둥한 몸을 풀어준다. 차근차근 추스르면서 이 보금자리에서 일굴 살림을 생각한다. 햇살은 더 기울었다. 깊밤(동지)이 다가온다.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되읽는다. 모든 넋은 오롯이 빛이라서 죽음이 따로 없다. 넋한테는 삶도 없다. 다만, 넋이 몸뚱이라는 살하고 뼈를 입을 적에는 문득 삶을 맛본다. 때곳(시공간)이 없이 언제까지나 빛나는 숨결이 넋인 터라, 이 넋을 그저 바라볼 줄 안다면, 죽살이에 얽매이지 않고서 꿈길을 사랑으로 그리는 하루를 걸어간다고 느낀다. 넋을 안 보기에 다툰다. 넋을 잘못 보기에 겨룬다. 넋을 등지기에 싸운다. 넋을 아랑곳하지 않으니 사랑이 아닌 굴레살이에 스스로 가둔다. 아프거나 앓는 사람은 두 갈래 길 앞에 선다. 첫째, 기쁘게 아프거나 앓으면서 삶과 넋을 알아가며 사랑을 짓는다. 둘째, 아픔과 앓이를 미워하고 등지면서 삶도 넋도 등돌리고 사랑이 없이 메마르게 죽어간다. 이 삶을 깨닫는 사람만 글을 쓰지 않는다. 이 삶을 안 깨닫는 사람도 글을 쓴다. 우리는 어떤 글을 알아보거나 알아차리는가? 우리는 스스로 어떤 넋인 줄 얼마나 알아보는 하루인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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