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5.


《성공과 좌절》

 노무현 글, 학고재, 2009.9.25.



열세 살 작은아이는 하루하루 말글을 새로 익힌다. 둘레에서는 ‘열셋’이 아닌 ‘초6’으로 바라보려 하는데, 집에서 스스로 배우는 어린이는 ‘걸어온 나이’뿐 아니라, ‘품는 들숲바다’를 함께 볼 노릇이다. 우리 집으로 찾아드는 뭇새를 날마다 바라본다. 밤이면 별잔치를 누린다. 낮에는 구름밭을 헤아린다. 이 모든 살림새를 말 한 마디로 여미어서 배운다. 요즈막 우리 마을은 한켠에서 새삼스레 삽질을 한다. 도랑을 잿더미로 덮는다. 이미 웬만한 시골 들판은 흙고랑을 잿고랑으로 바꿨다. 박정희·전두환은 ‘슬레트(석면)’로 시골을 짓밟았다면,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는 ‘시멘트’로 박살을 냈고, 문재인은 ‘태양광·풍력’으로 죽였다. 어제 읍내 나래터에 가서 본 〈광주일보〉에 ‘출판기념회’ 아닌 ‘출마모금회’를 다루는 글이 있던데, ‘출마모금회를 감싸는 대학교수’가 있더라. 《성공과 좌절》을 되읽었다. 이미 떠난 이한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겠느냐만, 그대는 ‘성공·좌절’이 아닌, ‘사람들(백성·국민·시민·민중·인문) 목소리’에 귀를 닫아서 엇나갔을 뿐. ‘퇴임한 뒤 자전거에 손녀 태운 대통령’이 아닌 ‘전기자전거에 발만 얹고서 자전거 흉내’를 했으니, 그야말로 삶조차 몰랐던 길이다.


+


2023년 언저리는 ‘전기자전거’가 꽤 싸게 퍼진다만, 노무현 씨가 ‘자전거 타는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던 무렵에는 ‘전기자전거’가 꽤나 비쌌다. 예전에 시골 할아버지 누가 전기자전거를 탔는가? 흉내를 내지 말고 삶이라는 몸짓이어야 하지 않는가? 무릎이 안 좋아서 비싼 전기자전거로 흉내를 냈다고? 무릎이 안 좋으면 손녀 손을 잡고서 들길을 거닐면 된다. ‘서민이 아니기’에 ‘서민 흉내와 체험’을 한다. ‘가난한 시골 할아버지’가 손녀하고 어떻게 마주할는지 알고 싶다면, 스스로 돈·이름·힘을 죄 내려놓고서 가난하게 살아갈 노릇이다. 안 내려놓으니까 이녁 둘레에서 끝없이 말썽을 일으키는 무리가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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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4.


《엄마하고 나하고》

 박경종 글, 백록출판사, 1981.11.10.



시골버스를 타려고 들길을 걸어 옆마을로 간다. 우리 보금자리는 시골치고는 시골버스가 자주 온다. 두어 시간에 하나이다. 서울내기는 버스가 5분만 늦어도 투덜대는데, 두어 시간마다 들어오는 버스는 으레 15분 늦게 온다. 읍내에서 바깥일을 본다. 다시 시골버스를 탄다. 또 들길을 걸어 집으로 온다. 읍내만 나가도 시끄러운 곳이다. 드디어 시골버스를 내려 들길을 거닐어 마을로 돌아오면, 바람이 들려주는 소리에 새가 베푸는 노래에 구름이 흐르는 숨소리를 듣는다. 우리 집 아이들은 ‘구름소리’를 안다. 그러나 요새 구름소리를 듣고 아는 아이어른은 어디에 몇이나 있을까? 숲노래 씨가 여미는 낱말책하고 글책에는 별소리·구름소리·풀꽃소리·숲소리·바닷소리·들소리를 담으려고 한다. 아직 안 알아채는 분이 많더라도, 머잖아 알아듣고 어깨동무할 이웃이 있으리라 본다. 《엄마하고 나하고》를 되읽었다. 1984년 즈음 우리 아버지 책시렁에서 처음으로 슬쩍 엿보던 때에도, 2023년 겨울에 곰곰이 되읽는 때에도, 참 엉터리라고 느낀다. 말장난에 ‘동시’란 허울을 씌웠고, 그냥 ‘동심천사주의 + 일제강점기 찌꺼기’에 머문다. 이런 글을 ‘어린이문학’이라며 아이들한테 읽힌 이 나라는 어제도 오늘도 앞날도 캄캄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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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3.


《나는 왜 시골을 돌아다녔는가?》

 김동영 글, 도시총각, 2020.10.28.



어제 아이들하고 〈임금님 이야기 King's Speech〉를 보았다. 억누르는 아버지하고 괴롭히는 언니랑 돌봄이 사이에서 암말을 못 하며 자라야 하던 사람이 임금터(궁궐)에서 동무 하나 없이 속말을 감추다가 드디어 동무를 사귀면서 천천히 마음을 풀어내어 말더듬이 매무새를 다독이는 길을 들려주는 줄거리이다. 나부터 어릴 적에 말더듬이였다. 꽤 오래 고단했으나, 혼잣말을 어마어마하게 했고, 새벽에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며 노래를 불렀으며, 싸움터(군대)에서 홀로 멧길을 오르내리거나 가시울(철책·휴전선)을 걸을 적에도 혼잣소리를 내면서 더듬말씨를 추스르려고 했다. 무엇보다 두 아이를 돌보며 날마다 하루 여덟 시간쯤 끝없이 노래를 부르는 살림을 열 해 남짓 잇고 보니, 말더듬이는 어느새 거의 걷히더라. 《나는 왜 시골을 돌아다녔는가?》를 돌아본다. 돌아다니고 싶으니 돌아다녔겠지. 뿌리내릴 시골을 찾고 싶어 돌아다녔겠지. 두루보기를 해야 속보기를 한다. 고루보기를 멀리하면 겉훑기에 사로잡힌다. 다만, 글쓴이는 ‘떠돌이’를 하느라 ‘자리잡기’하고는 멀더라. 돌아다니는 동안 몰랐다면 어쩔 길 없되, 뭔가 느꼈다면 알겠지. 어느 곳에 자리잡든, 스스로 어떤 마음이냐에 따라 살림터로 바뀌게 마련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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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


《늘 봄일 순 없지만》

 권냥이 글·그림, 권냥이, 2022.3.3.



팔다리도 쉬고 눈코귀도 쉰다. 올해에는 고흥에서 여러 푸름이를 만나서 이야기꽃을 들려주었고, 노래꽃(시)을 쓰는 길을 들려주었고, 이웃 여수 어린이를 두 달에 걸쳐 만나면서 말빛을 스스로 가꾸는 눈망울을 알려주었다. 한 해 동안 신나게 달린 이야기를 어떻게 추스르고 여밀는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등허리를 편다. 누워서 바람소리를 듣는다. 밤에는 별빛을 헤아린다. 말이란 마음에서 오고, 마음이란 사랑에서 오고, 사랑이란 서로 마주하는 사람으로서 살림을 짓는 하루에서 스스로 일군다. 《늘 봄일 순 없지만》을 내놓은 권냥이 님이 《독립서점을 그립니다》란 이름으로 책을 선보였다고 한다. 마을 한켠에 새롭게 서면서 책으로 징검다리 노릇을 하는 ‘마을책집’이다. 부릉부릉 달려가는 데가 아닌, 느긋이 철빛을 느끼면서 걸어가는 마을책숲이다. 숲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나무한테서 얻은 숨결에 이야기를 얹은 책을 나누는 마을책터이다. 이제 큰책집 아닌 마을책집으로 우리 눈썰미를 바꿀 수 있다면, 나라도 고을도 마을도 보금자리도 스스로 가꾸면서 거듭날 만하리라 본다. 큰길로 가도 나쁘지 않되, 오솔길에 들길에 바닷길에 바람길에 별길에 꿈길에 사랑길에 살림길을 잊어버린 눈길이나 손길이나 발길이라면 덧없다.


《독립서점을 그립니다》(권냥이, 생애, 2023.7.2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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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


《공포의 외인구단 10》

 이현세 글·그림, 학산문화사, 2009.9.25.



2023년 가을을 통틀어서 여수를 오가면서 글읽눈(문해력) 이야기를 폈다. 여느길(대중교통)로 고흥하고 여수 사이를 다니자니, 일곱 시간이 넘게 걸리더라. 길에서 보내는 이 기나긴 틈에 여수 어린이 글자락을 살피면서 손질해 주었고, 이웃마을 아이들이 스스로 헤아리면서 키울 말씨앗을 베풀려고 마음을 기울였다. 오늘 스물넉걸음에 걸친 글읽눈을 마치고서 ‘전라남도 학생교육문화회관’에 걸어가서 글자락(서류)을 다 넘긴다. 무척 잘 꾸미고 돌보는 푸른쉼터라고 느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쉬거나 놀 만한 데가 거의 사라진 우리나라 오늘날인데, 이런 푸른쉼터가 모든 고을(지자체)에 여럿 설 수 있기를 빈다. 《공포의 외인구단 10》을 마저 읽었다. 예전에는 이런 웃사내(마초) 줄거리를 좋아했을는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웃질이나 힘질이나 이름질이나 돈질이 아닌, 오롯이 사랑으로 푸르게 살림을 짓는 이야기를 찾아나서는 붓이 태어나기를 빈다. 우리 곁에는 하루하루 알차게 가꾸면서 글이며 그림이며 빛꽃(사진)을 알뜰살뜰 여미는 이웃이 꽤 있다. 다만, 알차고 아름답고 알뜰한 이야기가 좀처럼 책으로 못 나올 뿐이다. 윽박지르거나 갈라치기를 하거나 미움씨앗을 흩뿌리는 낡은 줄거리는 이제 모두 떠나보내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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