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5.


《빌리 엘리어트》

 멜빈 버지스 글/정해영 옮김, 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07.2.9.



몸살에 목앓이를 한 몸이 나아간다. 천천히 나아간다. 앓은 몸은 다시 앓기를 바라지 않는다. 앓았기에 눈부시게 피어날 꽃이기를 바란다. 이 새몸에 어떤 빛을 담으면 스스로 아름다울까. 한참 앓는 동안 긴바지를 꿰었고, 몸앓이가 지나간 어제오늘부터 다시 깡똥바지를 꿴다. 고흥이나 여수처럼 겨울도 포근한 고장은 한겨울에도 긴바지를 안 꿰고 맨발인 사람이 제법 있다. 겨울은 해가 짧더라도, 마녘(남녘)은 낮나절 햇볕이 꽤 폭하다. 어제까지 바람이 세차게 지나가면서 하늘이 새파랗다. 비는 씻기고 바람은 턴다. 《빌리 엘리어트》를 새로 읽었다. 아직 판이 안 끊겨 고맙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숱한 책이 자취를 감추었으나, 이 책하고 《창가의 토토》하고 《수잔 서랜던》하고 《앨리노어 마르크스》하고 《체르노빌의 아이들》도 아직 새책으로 남았구나. 삶을 바꾸는 빛은 언제나 사랑이라고 하는 줄거리를 들려주는 여러 가지 책이다. 우리가 이러한 책에 눈길을 두고 손길을 뻗으면서 마음길을 가다듬는다면, 나라길도 마을길도 살림길도 새롭게 빛날 테지. 곰곰이 보면 우리나라 보임꽃 〈천하장사 마돈나〉는 〈빌리 엘리어트〉를 꽤 닮았구나 싶다. 아이 마음도, 아이가 살아가는 마을도, 두 보임꽃은 사랑스레 담아내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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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4.


《나의, 카페 버스정류장》

 박계해 글, 버스정류장, 2015.2.13.



여수로 글읽눈(문해력) 이야기마실을 다녀온다. 일곱걸음째 이야기를 들려주는 오늘, 드디어 ‘사랑’이라는 마음일 적에라야 말을 말답게 쓰는 길을 스스로 익힌다는 줄거리를 다룬다. 열 살 어린이한테는 이래저래 여러 말을 돌고돌아서 오늘에 이른다. 빛깔말도 풀이를 한다. ‘코로나 블루’처럼 쓰느라 ‘파랑’을 잘못 바라보기 일쑤인데, 하늘빛하고 바다빛처럼, ‘파랑’은 모름지기 ‘사랑’을 나타내는 빛깔이라는 대목을 짚는다. 글붓집(문방구)에 들르려고 순천을 거친다.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곯아떨어진다. 이웃마을로 지나가는 시골버스로 갈아탄다. 들길을 걷는다. 바람이 세다. 우리 집에 가깝자 바람이 확 잠든다. 발도 못 씻고서 곧장 드러눕는다. 어제 고흥마실을 한 이웃님이 저녁에 잡채밥에 가락국수를 면소재지 중국집에서 사서 슬쩍 가져다주었다. 《나의, 카페 버스정류장》을 읽었다. 뭔가 이야기가 나올 동 말 동 하다가 맺었다고 느낀다. 누구나 매한가지인데, 글멋을 부리려고 하면 삶이야기하고 멀게 마련이다. 책이름에서 ‘나의’는 덜어낼 만하다. 일본말씨라서 덜어낸다기보다 군더더기이다. 우리말은 ‘나는’을 거의 안 넣으면서 말한다. 우리말은 영어가 아니거든. 말이 뭔지 알아야 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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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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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3.


《언제 어디서나 자연미술놀이》

 오치근·박나리 글·그림, 보리, 2020.6.15.



목을 앓느라 말을 할 적마다 칼칼하다. 새삼스레 ‘칼칼’이란 낱말을 헤아린다. 온몸으로 마주할 적에 ‘낱말 하나 지은 옛살림’을 새록새록 느낀다. 바람은 가벼운 듯 밝고, 새벽이 지나갈 즈음 별이 천천히 사라진다. 청주에서 찾아온 이웃님을 맞이한다. 바깥마루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면서 새바라기를 나란히 한다. 날갯짓에 날갯소리를 듣는다. 다시 별이 돋는 밤이다. 실컷 앓자고 생각하면서 드러눕는다. 꿈자리에서 숱한 사람들을 만난다. 몇 해 앞서까지는 ‘앞으로 맞이할 일’을 꿈에서 미리 보았는데, 요사이는 ‘예전에 겪은 삶이 사랑빛으로 바뀌는 모습’을 꿈에서 새삼스레 본다. 예전에는 동무들이 “야, 너, 이렇게 될 줄 어떻게 알았어?” 하고 물으면 “얼마 앞서 꿈에서 봤어.” 하고 대꾸했는데, ‘맞이할 일’이란 아직 없던 일이 아니라, 우리가 마음으로 그린 일이더라.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이 삶에서 배울 일이 있어서 꿈을 그리고 본다. 《언제 어디서나 자연미술놀이》를 읽었다. 아기자기하게 잘 엮었다. 숲을 잊고 잃었을 뿐 아니라 등지며 살아가는 오늘날 어린이랑 어른한테 이바지하겠지. 다만 ‘자연미술’이 아닌 ‘숲그림’이라 하기를 빈다. 한자말을 써야 그럴듯한 놀이로 바뀌지 않는다. 수수하게 말하고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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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2.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김수정 글, 포르체, 2022.8.3.



몸앓이는 나아가는데 목앓이로 옮아간다. 말소리를 내기 벅차다. ‘고삭부리’란 이럴 적에 쓰는 말일 테지. 가만히 돌아보면 어릴 적에는 늘 앓았고 툭하면 쓰러졌다. 이런 몸으로 용케 스무 살 언저리에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했고, 곧이어 싸울아비(군인)로 스물여섯 달을 살았구나. 시골로 터전을 옮긴 뒤로는 앓는 날이 확 줄었지만 이따금 드러눕는다. 새벽바람으로 여수에 가서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을 펴고서 고흥에 돌아온다. 저잣마실을 하고서 곧장 택시에 오른다. 집으로 온다. 아이들이 지은 따뜻밥을 한 그릇 먹고는 이내 곯아떨어진다.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를 읽었다. ‘얼굴을 가지다’는 옮김말씨이고, ‘사랑의 얼굴을 가지다’는 옮김말씨+일본말씨이다. 우리말씨로 손질하자면 “우리는 사랑하는 얼굴이고”나 “우리는 사랑스런 얼굴이고”이다. 또는 “우리 얼굴은 사랑스럽고”나 “우리 얼굴은 사랑이고”이다. “얼굴을 가지다”처럼 뜬금없는 옮김말씨가 얄궂은 줄 못 느끼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면, 이제는 이런 옮김말씨가 안 얄궂다고 여기는 사람이 훨씬 많다면, ‘우리말이 바뀌었다’고 쳐야 할까? 잘못 쓰거나 틀린 말씨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쓰’면 안 틀린 말로 탈바꿈을 하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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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1.


《초록의 공명》

 지율 글, 삼인, 2005.11.10.



몸살이 왔다. 앓고 일어나고, 또 앓고 일하고, 또 앓고 빨래하고, 다시 앓고 집안일을 하고, 거듭 앓고, 책을 추스르고, 자꾸 앓고 면사무소 손님을 맞이한다. 드디어 저녁에는 나가떨어진다. 밤새 끙끙거리면서 땀을 쏟는다. 《초록의 공명》을 되읽었다. 고맙게도 판이 안 끊어졌다. 경상도 양산에 생겼다는 〈평산책방〉에서 이 책을 들여놓았을는지 궁금하다. 삽질(토목건설)은 저쪽만 해대지 않았다. 저쪽은 저쪽대로 이쪽은 이쪽대로 그쪽은 그쪽대로 마구마구 삽질을 벌였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전라도가 개발이 안 되었다’고 말하지만, 이 전라도에서 열 몇 해를 살면서 지켜보니 ‘전라도 개발 삽질’도 무시무시하다. 온나라가 삽질로 뒷돈이나 몰래돈을 허벌나게 해처먹는다. ‘먹다’도 ‘해먹다’도 ‘처먹다’도 아닌 ‘해처먹다’란 말을 써야 어울린다. 다만, 지율 스님한테 빠진 대목이 있다. 푸른숲을 바라보려고는 했되, 푸른넋으로 나아가는 길잡이에 열쇠에 고리인 ‘푸른말’은 볼 줄 몰랐다. 권정생 글마저 안 읽은 삶은 자랑이 아니다. 뒤늦게라도 《몽실 언니》나 《바닷가 아이들》쯤은 읽으셨을까? “푸르게 울다”라 말하지 못 하는, 푸른숲을 ‘푸르다’에 ‘숲’으로 품지 못 한 대목은 이제라도 느끼시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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