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10] 넉넉해



  밥 한 그릇이면 ‘넉넉한’ 동무가 있어요. 밥 한 그릇으로는 모자라서 두 그릇은 먹어야 하는 동무가 있어요. 이만 한 짐이라면 나 혼자서도 ‘너끈히’ 들 수 있어요. 때로는 이만 한 짐을 나 혼자서 조금도 들 수 없어서 어머니 손이나 언니 손을 빌어야 해요. 오늘은 ‘느긋이’ 길을 걸어요. 서두를 일이 없거든요. 오늘은 느긋할 겨를이 없어서 부산을 떨어야 해요. 몹시 서둘러야 할 일이 있거든요. 할아버지는 언제나 ‘너그럽게’ 우리를 헤아려 주셔요. 나도 할아버지한테서 너그러운 숨결을 물려받으면서 한결 ‘넓은’ 마음을 품어 봅니다. 그러니까,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을 아낍니다. 너끈히 힘을 쓰면서 씩씩하게 자랍니다. 느긋이 돌아보거나 살피면서 하루를 차분히 보냅니다. 날마다 생각을 넓게 키워서 꿈을 곱게 품어요. 나긋나긋 부드럽게 말을 하고, 넘실넘실 흐르는 물결처럼 신나게 노래를 불러요. 바람 따라 너울거리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나풀나풀 나비처럼 즐겁게 춤을 추어요. 2016.1.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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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09] 칼질



  칼을 손에 쥐고 무나 배추를 썰 수 있어요. 칼로 봉투를 열거나 종이를 자를 수 있어요. 칼로 당근이나 고구마를 채썰기를 해 볼 수 있고, 칼로 골판종이를 잘 도려서 종이인형을 빚을 수 있어요. 자를 적에 쓰는 ‘칼’이에요. 칼로 자르는 일을 가리켜 ‘칼질’이라 해요. 그런데 어른들은 이 칼을 놓고 좀 엉뚱한 몇 가지 말을 써요. 먼저 ‘부엌칼’이라 안 하고 ‘식도·식칼’이라 하기도 하는데, ‘식도’에서 ‘식(食)’은 ‘밥’을 뜻하고, ‘도(刀)’는 ‘칼’을 뜻하는 한자예요. 그러니 ‘밥칼’이라는 뜻으로 ‘식도’라 하는 셈이지만, 한국말은 ‘부엌칼’이에요. 빵집이나 햄버거집에서는 어린이가 빵이나 햄버거를 먹기 좋도록 칼로 잘라서 주기도 하는데, 이때에 ‘커팅칼’로 자른다고 흔히 말해요. ‘칼’은 자를 적에 쓰고 ‘커팅(cutting)’은 ‘오리다’나 ‘자르다’를 뜻하는 영어예요. 그러니 “자름칼(자르는 칼)로 빵을 자른다”고 말하는 셈이니 어딘가 얄궂지요. 그냥 ‘칼’이라고 하든지 ‘빵칼’이라고 해야 올발라요. 칼로 무엇을 자르는가를 살펴서 알맞게 칼 이름을 붙일 노릇이에요. 4349.1.2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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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08] 놀림감


  짓궂은 아이가 여린 아이를 놀려요. 짓궂은 아이는 센 아이를 놀리지 않아요. 센 아이를 잘못 놀렸다가는 그만 큰코를 다칠 테니까요. 여린 아이는 ‘놀림감’이 되어도 좀처럼 맞서지 않아요. 여린 아이는 놀림감이 되면 더 ‘놀림거리’가 되곤 해요. 한 아이가 놀리고 두 아이가 놀리지요. 처음에는 장난이었을 텐데 어느새 거의 모든 아이가 따돌림을 하듯이 놀려요. 나중에는 여린 아이한테 붙인 ‘놀림말’이 이 아이 이름처럼 되고 말아요. 짓궂은 아이는 왜 여린 아이를 놀리려 할까요? 어쩌면 짓궂은 아이도 어디에선가 놀림을 받거나 괴롭힘을 받았기에 이 아픔이나 생채기나 응어리를 다른 아이한테 풀려고 하지는 않을까요?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아이가 여린 아이를 놀리는 일은 없어요. 따스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사랑으로 하루를 누리는 아이가 여리거나 아프거나 고단하거나 괴롭거나 슬픈 아이를 함부로 놀리거나 따돌려야 할 까닭이 없어요. 사랑을 받기에 여린 동무한테 사랑스러운 손길을 내밀고, 따스한 보살핌이 얼마나 기쁜가를 알기에 여린 아이하고 어깨동무하려 하겠지요. 짓궂은 아이를 가만히 살피면 다른 짓궂은 아이나 어른한테서 모질게 ‘놀림’을 받은 나머지 놀림쟁이나 놀림꾸러기 짓을 하는구나 싶어요. 2016.2.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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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07] 닭고기버거



  불에 구워서 먹는 고기이기에 ‘불고기’입니다. 그러면 물에 끓여서 먹으면 ‘물고기’일까요? 어느 모로 보면 물에 끓여서 먹는 고기는 ‘물고기’가 될 테지만, ‘물고기’는 물에서 사는 고기를 따로 가리키는 이름이에요. 냇물에서 사는 물고기는 ‘민물고기’라 하고,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는 ‘바닷물고기’라고 해요. 물고기는 물에서 사는 고기라면, 물이 아는 땅에서 사는 고기는 ‘뭍고기’가 되어요. ‘뭍’은 섬이나 바다에서 땅을 바라보면서 가리키는 말이에요. 아무튼, 물을 끓여서 고기를 먹을 적에는 ‘삶은고기’라 해요. 이때에는 ‘삶다’라는 말을 쓰거든요. 불에 굽는 고기 가운데 돼지를 구우면 ‘돼지불고기’이고, 소를 구우면 ‘소불고기’예요. 푹 고아서 끓이는 국을 ‘곰국’이라고 하기에, 닭을 오래 끓여서 국물을 우려낼 적에는 ‘닭곰국’이 되어요. 돼지고기를 기름에 튀겨서 먹을 적에는 ‘돼지고기튀김’이에요. 이 돼지고기튀김을 가리키는 일본말로 ‘돈가스’가 있고, 물고기를 튀긴 일본 밥으로 ‘생선가스’가 있지요. ‘생선가스’는 한국말로 하자면 ‘물고기튀김’이에요. 햄버거 가운데 소고기를 넣으면 ‘소고기버거’이고, 돼지고기를 넣으면 ‘돼지고기버거’이며, 닭고기를 넣으면 ‘닭고기버거’나 ‘닭튀김버거’예요. 4349.1.2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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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06] 스스로문, 저절로문



  혼자서 열리는 문이 있어요. 사람이나 고양이가 이 문 앞을 지나가면 어떤 장치가 이를 느껴서 스스로 열린다고 할 만한 문이에요. 자, 그러면 이렇게 혼자서 열리는 문은 어떤 문일까요? 스스로 열리는 문은 어떤 문일까요? 따로 단추를 누르거나 손잡이를 돌리지 않아도 저절로 열리는 문은 어떤 문일까요? 문 앞에 가만히 섰더니 스르륵 열리는 문은 어떤 문일까요? 어른들은 이 문을 가리켜 ‘혼자문’이나 ‘스스로문’이나 ‘저절로문’이나 ‘스르륵문’ 같은 이름을 알맞게 붙일 수 있었지만, ‘자동문’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써요. ‘자동’이라는 한자말은 “스스로 움직이다”를 뜻해요. 그러니까, ‘자동문’이라는 이름을 따지고 보면 “스스로 움직이는 문”이나 “스스로 열리는 문”이니 ‘스스로문’이라는 뜻이 되는 셈이에요. 발을 사뿐히 얹을 적에 스스로 오르내리는 계단이라면 ‘스스로계단’이나 ‘저절로계단’이 되겠지요. 걷지 않고 발만 올려도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면 ‘스스로길’이나 ‘저절로길’이 되고요. 4349.1.2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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