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94 낱낱과 꾸러미



  긴 꾸러미(장편·연작)를 첫걸음부터 끝걸음까지 차근차근 읽기도 하지만, 사이에 하나를 골라 읽기도 하고, 끝걸음 하나만 읽기도 합니다. 이웃님한테 긴 꾸러미를 알릴 적에 통째로 건네기보다 첫걸음이나 끝걸음이나 사잇걸음 가운데 하나만 뽑아서 건네기도 해요. 마무리를 지은 판이나 오래도록 잇는 발걸음으로 본다면 “긴 꾸러미”입니다만, 지음이는 낱낱을 따로 헤아리면서 여미기 마련입니다. “긴 꾸러미에 깃든 낱책 하나”이기도 하지만 “40부작 가운데 5권”이 아닌 “마흔걸음 가운데 닷걸음”인 ‘오늘’을 읽는다고 하겠어요. 다 다른 걸음이 모여서 “긴 꾸러미”를 이루거든요. 하루를 ‘새벽 + 아침 + 낮 + 저녁 + 밤’으로 모두어서 읽어도 되고, 새벽이나 낮만 떼어서 읽어도 됩니다. 새벽 가운데 한때만 떼어서 읽어도 되고, 밤 가운데 아주 짤막한 틈만 떼어서 읽어도 돼요. 하루를 보아도 다 다른 때를 모읍니다. 우리가 걷는 길은 ‘한길’이면서 ‘온길·새길·꽃길’이거나 ‘눈물길·고빗길·에움길’이거나 ‘노래길·웃음길·푸른길’이기도 합니다. 모두(긴 꾸러미)를 이루는 하나(낱낱)에서 첫걸음을 보고, 다 다른 빛줄기를 만납니다. 솔솔 부는 바람처럼 아이를 쓰다듬고, 살살 춤추는 들꽃처럼 스스로 돌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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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93 같으며 다른



  갈수록 예전에 산 책을 다시 사곤 합니다. 예전에 산 책은 예전에 읽은 책이니, 집에 건사한 책을 다시 들추어 읽어도 됩니다만, 굳이 같은 책을 새로 삽니다. 예전에는 주머니가 몹시 홀쪽했기에 새책을 살 밑돈이 너무 적어 헌책집을 돌면서 가장 허름한 책을 가장 값싸게 사는 길로 책읽기를 했습니다. 가난하면 책숲(도서관)에 가서 읽으면 된다고 하는 분이 많으나, 한벌읽기 아닌 열벌읽기나 거듭읽기를 하려면 책숲을 오가는 틈마저 아깝습니다. 책숲에 없는 책도 많아요. 나달나달하지만 알맹이는 얼마든지 읽을 만한 넝마라 할 책을 값싸게 사읽으면서 ‘책은 껍데기 아닌 속살을 읽는다’고 되뇌었어요. 추위에 손이 얼고 더위에 땀이 쏟아져도 ‘책은 날씨 아닌 마음으로 읽는다’고 되새겼고요. 예전에 장만해 읽은 책을 요새는 깨끗한 판으로 되사곤 하는데, 껍데기만 다르고 알맹이가 같은 두 책이라기보다 ‘마주하는 이야기가 새로운’ 둘이라고 느낍니다. ‘종이에 찍힌 글씨’를 넘어, 오늘 새롭게 보면서 가꿀 숨빛을 이 책에서 새삼스레 받아들이는구나 싶어요. 지난날에는 지난날대로 ‘종이에 찍힌 글씨에 서린 숨결과 이야기’를 만났고, 오늘은 오늘대로 새록새록 ‘숨결과 이야기’를 누리려고 ‘같으면서 다른’ 책을 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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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3.10.

책하루, 책과 사귀다 92 학교밖 청소년



  2022년 3월에 나라지기(또는 우두머리)를 새로 뽑았습니다. 새 나라지기는 ‘여성가족부를 없애’고 다른 곳에서 일을 맡도록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학교밖 청소년’을 돕는 일도 했다고 하는데, 우리 집 두 아이는 ‘학교밖 청소년’으로 2022년까지 여덟 해·다섯 해를 보내는데, 여성가족부·교육부 손길(정책)을 받은 일이 한 가지도 없고, ‘학교밖 청소년’인 두 아이는 1원이라도 뒷배를 받은 일조차 없습니다. 저는 전남 고흥에서 사니까, 여성가족부뿐 아니라 전라남도·고흥군·전남교육청 벼슬아치(공무원)가 잘못했을 수 있습니다만, 벼슬터(공공기관)가 늘어난대서 나라가 아름답거나 알찬 쪽으로 간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여태 벼슬꾼(공무원)만 늘어난 모습이지 않을까요? 한국전력 빚이 엄청나다는데, 그들(한국전력)은 전기삯을 올릴 생각만 할 뿐, 정작 그들 일삯(공무원 임금·인건비)을 줄일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빚이 허벌난데 일삯은 허벌나게 받으면 빚이 줄어들 수 없겠지요. 누가 우두머리에 앉든 ‘줄줄이 새거나 뒤에서 빼돌리는 벼슬꾼’을 쳐내지 않는다면 아름길이란 까마득합니다. 예전 우두머리는 일을 안 했다면, 새 우두머리는 일을 하려나요? 들풀은 늘 모든 바람결을 지켜봅니다.


ㅅㄴㄹ


우두머리 때문에 나라가 무너지지도

나라가 빛나지도 않는다.

다만

우두머리를 둘러싼 거머리와 허수아비가

다같이 빚잔치를 벌이며 

거덜내기는 하더라.

지난 다섯 해에 걸쳐

이 나라에서 숱한 ‘시민단체’는

돈만 먹고 놀고먹는 짓을 했다고 느꼈다.


지난 다섯 해는,

그동안 뒷배(후원)를 하던 시민단체를

하나씩 끊는 하루하루였다.


이제 우두머리가 바뀌었으니

시민단체는 다시 움직일까?


허울만 시민단체로 있으면서

정부보조금을 받아서 인건비로 삼키는

그런 모든 곳이 사라지고

이제부터 다시

땀흘려 숲과 시골과 마을과 골목을 다니며

일하는 시민단체로 거듭나기를 빈다.


여성가족부와 교육부를 거머쥐던

돈만 먹던 기득권세력도

이제는 다 떨궈지고

제대로 일할 사람이

그 자리에 서기를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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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91 부채



  집에 보임틀(텔레비전)을 안 두니, 어디 가서도 딱히 보임틀을 쳐다볼 마음이 없어요. 보임틀을 꼭 봐야 한다는 이웃이 있으면 뭘 그렇게 들여다보나 궁금해서 이때 비로소 보임틀을 구경합니다. 집에 바람날개(선풍기·에어컨)를 안 둡니다. 한여름에 더워서 어찌 사느냐고 걱정하는 이웃이 많은데 “집을 나무로 둘러치고 들풀이 신나게 자라면 시원해요. 나뭇잎하고 풀잎이 햇볕을 받아들이면서 싱그러이 바람을 일으킨답니다.” 하고 얘기해요. “아직 나무가 우리 시골집을 우람하게 둘러치지 않던 무렵에는 부채를 썼지요. 우리 집 아이들은 아버지가 밤새 쉬잖고 바람을 부쳐 주어서 여름을 났어요.” “밤새 부채질을? 힘들지 않아요. 에어컨 들이면 안 힘들 텐데.” “마당하고 뒤꼍이 있는 집을 거느리면서 나무를 사랑으로 돌보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포근해요. 왜 돈을 들여서 바람날개를 들이나요? 풀꽃나무가 가장 빛나는 바람날개요 포근이랍니다.” 우리가 풀꽃나무를 잊거나 멀리하기에 바람도 우리를 멀리하고, 겨울볕마저 우리를 멀리한다고 느낍니다. 바뀐날씨(기후변화)를 암만 떠들고 책을 읽어도 부질없어요. 마당에 풀꽃나무를 건사하는 숲집을 돌보지 않고서 책이나 글부터 손에 쥐면 거짓말쟁이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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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90 그림책 아버지



  스스로 입히는 옷으로 스스로 갇힙니다. 스스로 입는 옷으로 스스로 날갯짓합니다. “나는 못 해.” 하는 생각은 늘 스스로 가두고, “해볼까?” 하는 생각은 늘 스스로 날갯길로 가요. 아이를 길들이려는 틀을 생각합니다. 푸름이를 길들이려는 굴레를 돌아봅니다. 어른을 길들이려는 쳇바퀴를 살펴봅니다. 우리는 저마다 아이어른을 새롭게 바라보아야지 싶어요. 손수 짓고 함께 돌보는 살림길을 그려야지 싶습니다. 춤추며 놀자고 부르는 아이하고 그저 같이 춤춰요. 노래하며 놀자고 부르는 아이랑 그냥 같이 노래해요. 남 눈치는 내려놓고서, 아이 눈빛만 봐요. 아이를 함께 낳은 곁님하고 사랑을 속삭일 적에 딴 데를 보나요? 오직 사랑스러운 곁님만 바라보던 반짝이는 눈빛이었기에 아이를 낳듯,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를 가없이 맑게 바라보면서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놀고 그림책도 읽어요. 돌고도는(새옹지마) 삶에서 슬픈 눈물은 기쁜 눈물로 바뀌어요. 기쁜 웃음은 슬픈 멍울을 다독이는 이슬비예요. 언제나 넉넉하며 즐거이 하루를 짓는 마음으로 아이를 마주하기에 “그림책 어머니”도 되고 “그림책 아버지”가 돼요. 멋스럽거나 뛰어나거나 잘하는 어버이(어머니 아버지)가 아닌, 즐겁게 웃고 울 줄 아는 소꿉동무로 지내 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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