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풀 책읽기

 


  수박은 열매이기 앞서 풀이다. 참외도 오이도 당근도 모두 참외풀, 오이풀, 당근풀이다. 작은 씨앗 하나에서 비롯하기에, 참외씨 없이는 참외가 없고, 당근씨 없이는 당근이 없으며, 오이씨 없이는 오이가 없다. 큼지막해서 십 킬로그램이 넘어가기도 하는 수박 또한 아주 작아 한 그램조차 안 되는 씨앗이 있어야 태어날 수 있다.


  마당 텃밭 한켠에서 수박풀이 돋는다. 수박씨를 심은 적은 없지만, 수박씨를 몇 차례 뿌린 적 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싹을 틔운다. 수박풀은 씩씩하게 잘 자라다가 그만 시들시들하고 만다. 왜 그러한가 하고 들여다보니 줄기가 비틀렸다. 왜 비틀렸지? 아이들이 놀다가 그만 수박풀을 잡아당겨서 끊어질랑 말랑 되었을까. 어머니와 아버지가 풀을 뽑듯 아이들이 수박풀도 뽑으려고 하다가 잘 안 뽑히니까 비틀다가 줄기가 그만 달랑달랑 되었을까.


  수박풀이 씩씩하게 자라나 수박꽃을 피우고 수박꽃이 찬찬히 여물어 수박열매 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는데, 이 수박풀은 그만 시들어 죽을 듯하다. 가느다란 줄기가 다시 힘을 내어 살아날 수 있을까. 수박풀은 끈질기면서 힘찬 기운을 뽐내어 새롭게 잎사귀를 뻗고 줄기를 이을 수 있을까. (4345.7.1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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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2-07-12 18:50   좋아요 0 | URL
그렇죠, 풀이죠^^ 전혀 생각도 못했네요~~

숲노래 2012-07-13 09:19   좋아요 0 | URL
모두 좋은 풀이에요
 


 노란매실 책읽기

 


  매화열매는 노랗다. 뒷밭에 매화나무 한 그루 있기 때문에, 이른봄에는 꽃을 보았고, 늦봄에는 푸르게 익은 열매를 보았으며, 이른여름을 지나 무르익는 여름이 된 요즈음 노랗게 익는 열매를 본다. 사람들은 으레 덜 익은 매화열매(매실)를 따서 효소를 담근다고 한다. 푸른매실을 약으로 써야 좋다고 말한다. 노란매실이 되면 약으로 쓸 수 없다고 말한다. 퍽 옛날부터 이처럼 담가서 마셨을 테니까 그러리라 느낀다. 다만, 매화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서 다시 매화나무로 자라자면 열매가 다 익고 나서 흙땅에 떨어져야 한다. 잘 익은 열매가 품은 씨앗이 흙으로 녹아들 때에 비로소 싹이 트면서 어린나무가 자랄 테니까.


  어디에서나 푸른매실만 먹거나 마신다 하기 때문에 매화열매가 어떻게 익는지 바라본 적이 없다.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살았다. 이웃집 매화나무 열매는 덜 익은 푸른빛이었을 때 몽땅 땄으리라 느낀다. 어쩌면 우리 집만 노랗게 익도록 그대로 두었지 싶은데, 노랗게 익은 매화열매를 바라보니 마치 살구열매 같구나 싶기도 하다. 우리 집이랑 맞붙은 밭뙈기에 나들이한 어느 이웃 젊은 아이가 우리 집 뒷밭 매화나무를 바라보며 “저 노란 열매 살구예요?” 하고 이녁 아버지한테 여쭈니, 이녁 아버지는 “아냐, 매실이야. 노란매실이야. 매실이 익으면 노랗게 되지.” 하고 가르쳐 준다. 나도 올해에 노란매실 달린 매화나무를 처음 보았지만, 여느 사람들도 거의 본 적이 없으리라 느낀다. 그렇지만, 살구랑 노란매실 빛깔은 많이 다르다. 모양새도 다르다. 나는 살구를 좋아하고 살구열매를 늘 먹으니까 눈으로 보면 금세 알아채지만, 그렇다고 살구열매랑 매화열매랑 어디가 어떻게 다르다고까지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저 느낌으로만 안다.


  옆지기는 노란매실을 먹으며 오얏 맛이 난다고 말한다. 나는? 음, 아직 잘 모르겠다. 오얏하고 살짝 비슷하달 수 있지만 오얏이랑 또 다른 대목이 있고, 살구하고는 맛이나 냄새가 확 다르고. 다섯 살 아이는 노란매실을 보며 “노란 자두네.” 하고 말한다. 그러니까, 노란매실은 ‘매실맛’이 날 뿐이다.


  가만히 생각한다. 먼먼 옛날 사람들은 노란매실 맛이 그리 좋지 않다고 여겼을까. 봄에 비와 바람이 잦아 푸른매실 잔뜩 떨어진 어느 날, 바닥에 떨어져 깨진 푸른매실을 손에 쥐고는 아깝구나 하고 여기다가 문득 ‘덜 익은 매실에서 흐르는 진물이랑 이 진물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는 ‘꽤 좋네’ 하고 느껴, 잔뜩 떨어진 푸른매실을 한번 효소로 담가 마시고, 나중에는 처음부터 푸른매실일 적에 따서 효소로 담갔을까. 푸른매실에서 얻은 물이 몸에 한결 좋거나 맛나다고 시나브로 여기는 바람에 노란매실을 열매로 먹기보다는 푸른매실로 먹고, 노란 열매는 살구 하나로 넉넉하리라 여겼을까. 매화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노란매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날마다 싱그럽고 소담스레 잘 익어 주렴. (4345.7.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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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박 열매 국물 책읽기

 


  마당가 후박나무 열매가 알차게 맺혔다. 온 마을 멧새와 들새가 우리 집 마당으로 후박 열매 따먹으러 나들이한다. 우리 집 마당 후박나무는 새들한테 좋은 밥잔치를 베푼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논다. 첫째 아이가 후박나무 열매를 주워서 세발자전거 바구니에 담는다. 떨어진 후박잎도 담는다. 작은 바가지로 물을 붓는다. 그러고는 “자, 국이야.” 하면서 동생이랑 먹는 시늉을 한다.


  세발자전거 바구니를 들여다본다. 후박나무 열매는 알맹이 없이 빨간 ‘알맹이 받침’만 있다. 멧새와 들새가 열매를 따먹으며 받침만 밑으로 떨구었구나 싶다. 후박나무는 겨우내 푸른 잎사귀로 푸른 봄을 기다리는 노래를 불러 주었고, 봄에는 환한 꽃망울로 예쁜 나날을 들려주었으며, 이제 여름에는 아이들 노리개를 선물해 준다. 풀잎과 풀꽃과 나뭇잎과 나무열매는 모두 아이들한테 좋은 놀잇감이 된다. 아이들은 손으로 풀과 나무를 만지고, 눈으로 풀과 나무를 바라보며, 몸으로 풀이랑 나무랑 동무가 된다. (4345.7.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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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타리 책읽기

 


  돌울을 타고 자라는 하늘타리 하얀 꽃이 피었다. 처음에는 무슨 솜뭉치가 바람에 날려 돌울에 붙었나 하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보니, 낱낱이 가는 실이 타래처럼 엮여 저마다 흐드러진 잎사귀 모양인 꽃봉오리였다. 돌울에 피어났기에 담쟁이꽃인가 생각했는데, 하늘타리꽃이라 한다. 하늘타리꽃은 이렇게 어여쁘면서 하얗게 맑구나. 천천히 타면서 감쌀 울타리 있고, 이 울타리 한켠에서 짙푸른 잎사귀 빛낼 수 있으며, 햇살과 바람과 빗물이 싱그럽게 찾아드는 곳에서 고운 꽃송이 한껏 터지는구나. (4345.6.2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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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마중꽃 책읽기

 


  뒷밭에서 풀을 뽑다가 까마중풀은 그대로 둔다. 까마중꽃이 하얗게 피기도 했고, 벌써 꽃이 지면서 푸르게 익는 열매가 보인다. 이제 하루하루 좋은 날이 이어지면, 까마중알은 까맣게 달게 맛나게 익겠지. 내가 따로 심지 않아도 스스로 씩씩하게 나는 어여쁜 까마중풀은 다음해에도 또 다음해에도 새롭게 어여쁜 빛깔로 찾아오리라. (4345.6.2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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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2-06-25 13:32   좋아요 0 | URL
작년이었던가 류도 산소에 가서 까마중을 보았는데,,
까맣게 익은 까마중을 따 먹어보라고 했더니 망설이더니 입에 하나 넣고 웃더라구요,
그리고 가끔 엄마네 집에 가서 보게 되면 아주 반가워해요,,ㅎㅎ

숲노래 2012-06-26 03:24   좋아요 0 | URL
아주 어릴 적부터 들열매를 먹어 버릇하지 않으면
누가 건네거나 내밀어도
낯선 먹을거리가 되고 말아요.

아이도 어른도 자연을 느끼는 삶이란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 있는데..
모두들 씩씩하게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