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풀 나물비빔 책읽기

 


  마당 가장자리 꽃밭에서 자라는 부추풀 언저리에 모시풀이 함께 자란다. 모시풀은 키가 아주 잘 자란다. 어느새 어른 키높이가 된다. 어른 키높이쯤 되면 모시풀 줄기는 몹시 억세다. 아마 옛사람은 어린 모시풀은 잎을 뜯고 줄기를 꺾어 나물비빔으로 먹었을 테며, 이렇게 먹고도 잘 자라서 억센 줄기가 높이높이 자랐을 때에는 천을 짤 실을 얻었겠지.


  여린 잎을 똑똑 딴다. 여른 줄기를 톡톡 끊는다. 물에 잘 헹구어 토막토막 썬다. 다른 풀과 섞어 맛나게 나물비빔 먹는다. 모시풀잎은 깻잎과 다르다. 참깻잎이랑 들깻잎이랑 서로 다르다. 모양새랑 크기도 다르지만 잎사귀를 쓰다듬는 느낌하고 냄새도 다르다.


  그렇지만 모시풀을 나물비빔으로 즐겁게 먹은 지 아직 얼마 안 된다. 어느 풀이든 맛나게 먹을 수 있는데, 맛나게 먹는 풀이라고 느끼지 못한 채 키만 멀뚱멀뚱 자라도록 내팽개치기 일쑤였다.


  모시풀꽃은 어떻게 생겼는지 아직 구경하지 못했다. 즐겁게 뜯어먹다가 가을을 맞이하면 집 둘레 모시풀이 맺는 몽우리랑 봉오리를 구경할 수 있겠지. 모시풀은 나물비빔이 되어 내 몸으로 들어온다. 모시풀이랑 나랑 한몸이 되고, 내 마음은 모시풀 푸른 잎사귀 되어 하늘바라기를 한다. (4345.8.2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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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추풀 꽃잔치 책읽기

 


  부추풀에 꽃몽우리 맺힌 지 보름쯤 지난 이즈음, 꽃밭 부추풀마다 찬찬히 몽우리를 터뜨리며 하얀 꽃으로 잔치를 이룬다. 부추풀은 꺾어서 먹어도 좋고, 한참 먹은 뒤 가만히 바라보면서 꽃잔치를 바라보아도 좋다. 꽃잔치를 이루는 부추풀은 이듬해에도 씩씩하게 돋으며 우리 식구들 즐겁게 먹을 나물잔치를 베풀어 주겠지. (4345.8.2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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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꽃 책읽기

 


  엊그제부터 이웃마을 논에 이삭이 패는구나 싶더니, 이제 우리 마을 논배미에서도 벼꽃이 핀다. 가까이 다가가서 가만히 들여다본다. 씩씩하게 여물고 튼튼하게 자라렴. 올해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너희가 걱정스럽다며 그예 풀약을 치고 말았는데, 다음해부터는 마을 어르신 모두 걱정없이 풀약 없이 너희를 아낄 수 있도록 차말 씩씩하게 여물고 튼튼하게 자라렴. (4345.8.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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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8-22 11:48   좋아요 0 | URL
벼꽃이 있었군여
왜 없다고 생각했는지
아 신기하네요 정말 첨 봐요

숲노래 2012-08-22 12:53   좋아요 0 | URL
모든 풀과 나무에는
꽃이 있어요.

우리가 제대로 가까이하지 못해서
잘 모를 뿐이랍니다~
 


 부추꽃 몽우리 책읽기

 


  우리 집 꽃밭에서 지난 한두 달 사이 즐겁게 베어 먹던 부추풀에서 이제 꽃대가 오른다. 꽃대가 오르며 몽우리가 생기고, 몽우리 가운데 하나는 바야흐로 터지려 한다. 가느다란 부추 꽃대에 생긴 몽우리에서는 얼마나 소담스럽거나 예쁘거나 하얀 부추꽃이 피어날까. 하루에도 여러 차례 들여다본다. 부추꽃 몽우리는 꾸준히 힘을 모으고 빛을 가다듬어 맑게 찾아오겠지. (4345.8.1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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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마자잎 봉숭아물 책읽기

 


  일산 할머니가 봉숭아잎을 한 꾸러미 따오셨다. 아이 어머니와 할머니는 뒤꼍에서 피마자잎을 딴다. 절구에 봉숭아잎을 빻은 다음 피마자잎을 알맞게 뜯는다. 젓가락으로 ‘빻은 봉숭아잎’을 손가락에 살며시 올려놓는다. 그러고는 피마자잎으로 손끝을 감싼다. 실로 묶으며 마무리한다. 새벽부터 밤까지 손에 물을 묻히는 나는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 어머니가 두 아이 손발톱에 봉숭아물 들이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내 손발톱에는 아무 물이 들지 않으나, 사진을 찍는 내 마음에 고운 물이 든다. 좋구나. 봉숭아물 들이기란, 고운 손톱만 되는 일이 아니라, 고운 마음이 되어 고운 눈길로 바라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보살피는 일이로구나 싶다. (4345.8.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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