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단지 但只


 단지 차비만 들어 있을 뿐이었다 → 다만 찻삯만 들었을 뿐이었다

 단지 집이 가깝다는 → 그저 집이 가깝다는 / 오직 집이 가깝다는

 단지 아직은 적당한 때가 아니기 → 다만 아직은 알맞은 때가 아니기


  ‘단지(但只)’를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 다만”으로 풀이합니다. ‘다만’으로 고쳐쓸 한자말인 ‘단지’라는 소리입니다. 이 뜻풀이처럼 ‘다만’으로 고쳐쓰면 되는데, 때때로 ‘그저’나 ‘그냥’도 어울립니다. ‘오직’이나 ‘오로지’가 어울릴 수 있고, ‘마냥’이나 ‘한낱’이 어울리기도 합니다. 2016.8.5.나무.ㅅㄴㄹ



단지 우리네 음식은 정성이 없으면 백발백중 실패라는 걸 알았다 

→ 다만 우리네 음식은 정성이 없으면 모조리 실패인 줄 알았다

→ 그저 우리네 밥은 사랑이 없으면 하나같이 안되는 줄 알았다

《박효신-바람이 흙이 가르쳐 주네》(여성신문사,2007) 176쪽


사진은 단지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하는 것이다

→ 사진은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하는 것이다

→ 사진은 그저 보기만 하지 말고 읽어야 한다

→ 사진은 다만 보고 끝이 아니라 읽어야 한다

《정동헌-사진캡슐》(눈빛,2008) 40쪽


단지 이름만 같을 뿐이다

→ 다만 이름만 같을 뿐이다

→ 그저 이름만 같을 뿐이다

→ 그냥 이름만 같을 뿐이다

→ 오직 이름만 같을 뿐이다

《정경조·정수현-살맛 나는 한국인의 문화》(삼인,2016) 174쪽


이제 빈곤이 단지 돈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했지요

→ 이제 가난이 그저 돈이 모자라서 생기지만은 않는다는 대목을 알았지요

→ 이제 가난이 한낱 돈이 없어서 생기지만은 않는 줄 알아차렸겠지요

《김현주-세계의 빈곤, 게을러서 가난한 게 아니야》(사계절,2016) 16쪽


단지 곁다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 다만 곁다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 그저 곁다리에 지나지 않는다면

→ 한낱 곁다리에 지나지 않는다면

→ 고작 곁다리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건범-한자 신기루》(피어나,2016) 210쪽


단지 절망 앞에서 화를 냈을 뿐

→ 다만 절망을 보며 성을 냈을 뿐

→ 그저 절망스러워 부아를 냈을 뿐

《김사과-0 이하의 날들》(창비,2016) 8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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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삭제 削除


 필요 없는 조항의 삭제를 요구했다 → 쓸데없는 조항은 지우기를 바랐다

 검열로 삭제되거나 → 검열로 지워지거나 / 검열로 잘리거나

 헌법에서 삭제되었다 → 헌법에서 지워졌다 / 헌법에서 빠졌다

 잘못된 부분을 삭제하다 → 잘못된 곳을 지웠다 / 잘못된 곳을 뺐다


  ‘삭제(削除)’는 “깎아 없애거나 지워 버림”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 뜻처럼 ‘없애다’나 ‘지우다’로 손보면 되고, 때로는 ‘사라지다’나 ‘지워지다’로 손볼 만합니다. ‘빼다’나 ‘덜다’로 손볼 수도 있어요.


  이밖에 한국말사전에는 ‘삭제(削蹄)’를 “= 굽깎기”로 풀이하면서 싣는데, 그냥 ‘굽깎기’라는 한국말만 실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2016.8.5.나무.ㅅㄴㄹ



우선 원고가 검열을 받아 ‘치안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곳은 삭제되었으며

→ 먼저 원고가 검열을 받아 ‘치안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곳은 지워졌으며

→ 먼저 원고가 검열을 받아 ‘치안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곳은 없앴으며

→ 먼저 원고가 검열을 받아 ‘치안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곳은 빠졌으며

《송건호-한국현대인물사론》(한길사,1984) 272쪽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 삭제된 교육을 받았던 것이다

→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말이 빠진 교육을 받았던 셈이다

→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말이 지워진 교육을 받았던 셈이다

→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지 않는 교육을 받았던 셈이다

《장정일-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마티,2011) 23쪽


1536년에 이르러서야 영국의 성사 목록에서 혼인성사가 삭제되었다

→ 1536년에 이르러서야 영국은 성사 목록에서 혼인성사를 뺐다

→ 1536년에 이르러서야 영국은 성사 목록에서 혼인성사를 지웠다

→ 영국에서는 1536년에 이르러서야 성사 목록에서 혼인성사가 사라졌다

《메릴린 옐롬/이호영 옮김-아내의 역사》(책과함께,2012) 172쪽


모든 것을 잊게 만든 기억 삭제 요법

→ 모든 것을 잊게 하는 기억 지우기 요법

→ 모든 것을 잊게 하는 기억 없애기 요법

《로렌스 R. 스펜서/유리타 옮김-외계인 인터뷰》(아이커넥,2013) 206쪽


교과서 검정을 통해 ‘위안부’에 관한 기술을 완전히 삭제해 버린 지금

→ 교과서 검정으로 ‘위안부’와 얽힌 대목을 모조리 지워 버린 오늘날

→ 교과서 검정으로 ‘위안부’를 다룬 글월을 모두 빼 버린 요즈음

《이시카와 이쓰코/손지연 옮김-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삼천리 펴냄,2014) 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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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주목 注目


 주목을 끌다 → 눈길을 끌다 / 눈을 끌다

 주목을 받다 → 눈길을 받다 / 사랑을 받다

 일동 주목! → 모두 보도록! / 모두 차렷!

 모두 나를 주목해라 → 모두 나를 보라


  ‘주목(注目)’은 “1.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살핌. 또는 그 시선 2. 조심하고 경계하는 눈으로 살핌. 또는 그 시선 3. [군사] 구령자에게 시선을 모으라는 구령”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관심(關心)’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을 가리키고, ‘주의(注意)’는 “마음에 새겨 두고 조심함”을 가리키며, ‘조심(操心)’은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마음을 씀”을 가리킨다고 해요. 그러니까 ‘주목 =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살핌 =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이고) 주의 깊게 살핌’ 꼴이니 겹말풀이인데, ‘주의 = 마음에 새겨 두고 조심함 = 마음에 새겨 두고 + 마음을 씀’ 꼴이 되어 겹말풀이예요. 아무튼 ‘관심’이나 ‘주의’라는 한자말은 모두 “마음을 씀”이나 “살펴봄”을 가리키지요.


  여러모로 따지면, ‘주목’은 ‘눈길’이나 ‘눈’이나 ‘사랑’으로 손볼 만합니다. 때로는 ‘눈여겨보다’나 ‘살펴보다’나 ‘돌아보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2016.8.5.나무.ㅅㄴㄹ



주역보다 더 주목을 받게 될지도 몰라

→ 주역보다 더 눈길을 받을지도 몰라

→ 주역보다 더 눈여겨볼지도 몰라

→ 주역보다 더 사랑을 받을지도 몰라

《미우치 스즈에/해외단행본팀 옮김-유리가면 1》(대원씨아이,2010) 64쪽


남들의 주목을 끌지 않으면서

→ 남들 눈길을 끌지 않으면서

→ 다른 이 눈을 끌지 않으면서

《메릴린 옐롬/이호영 옮김-아내의 역사》(책과함께,2012) 204쪽


이렇게나 다종다양하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못하고

→ 이렇게나 종이 많다는 대목을 눈여겨보지 못하고

→ 이렇게나 종이 많은 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 이렇게나 많은 종을 찬찬히 헤아리지 못하고

《로렌스 R. 스펜서/유리타 옮김-외계인 인터뷰》(아이커넥,2013) 192쪽


공장에서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 공장에서 나왔다는 대목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 공장에서 나왔다는 대목은 돌아볼 만합니다

→ 공장에서 나왔다는 대목은 새겨 읽을 만합니다

《권은중-10대와 통하는 요리 인류사》(철수와영희,2014) 202쪽


인간도 자원도 별로 가치가 없어서 주목받지 않는 별이라 안성맞춤이야

→ 사람도 자원도 그닥 값어치가 없어서 눈길받지 않는 별이라 안성맞춤이야

→ 사람도 자원도 그리 값이 없어서 눈여겨보지 않는 별이라 딱 맞아

《토리야마 아키라/정은서 옮김-은하패트롤 쟈코》(서울문화사,2015) 242쪽


주목할 만한 것은

→ 눈을 끌 만한 것은

→ 눈길을 끌 만한 대목은

→ 눈여겨볼 곳은

→ 곰곰이 볼 대목은

《김지은-거짓말하는 어른》(문학동네,2016) 12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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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당대의


 실학이라는 당대의 사상적 기반 → 실학이라는 그무렵 사상 기반

 당대의 생활풍속을 살핀다 →  그무렵 생활풍속을 살핀다

 당대의 유명했던 사람 → 그무렵 이름을 날린 사람

 당대의 예술가를 만난다 → 오늘날 예술가를 만난다

 당대의 최고 시인 → 오늘날 첫손 꼽는 시인


  ‘당대(當代)’는 “1. 일이 있는 바로 그 시대 2. 지금 이 시대 3. 사람의 한평생”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일이 있는 바로 그때라면 ‘그때’나 ‘그무렵’으로 손볼 만합니다. 오늘 이때라면 ‘오늘날’이나 ‘요즈음’으로 손볼 수 있어요. 2016.8.5.나무.ㅅㄴㄹ



당대의 생활과 관련되어야

→ 그무렵 삶과 이어져야

→ 그즈음 삶과 이어져야

→ 오늘날 삶과 이어져야

《나탄 라이언스/윤택기 옮김-사진가의 사진론》(눈빛,1990) 21쪽


그 당대의 노동 현실이 인상적으로 음각되어 있다

→ 그무렵 노동 현실이 뜻깊게 아로새겨졌다

→ 그즈음 노동 현실이 낯깊게 새겨졌다

《이계삼-고르게 가난한 사회》(한티재,2016) 198쪽


그러나 당대의 모든 사람들이

→ 그러나 그무렵 모든 사람들이

→ 그러나 그즈음 모든 사람들이

→ 그러나 그때는 모든 사람들이

《메릴린 옐롬/이호영 옮김-아내의 역사》(책과함께,2012) 20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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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이중적


 이중적 관계 → 이중 관계 / 두 관계 / 두 갈래 관계

 이중적 성격 → 이중 성격 / 두 성격 / 두 얼굴

 이중적인 자세 → 이중 자세 / 두 가지 매무새 / 사뭇 다른 매무새

 이중적인 태도 → 이중 태도 / 두 가지 몸짓 / 엇갈린 몸가짐


  ‘이중적(二重的)’은 “이중으로 되는”을 가리키고, ‘이중(二重)’은 “1. 두 겹 2. 두 번 거듭되거나 겹침”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중적 = 두 겹으로 되는’을 나타내요. 다만 모든 자리에서 “두 겹”으로 손보기는 어렵고 ‘두’로만 손보거나 “두 가지”나 “두 갈래”로 손볼 만합니다. “서로 다른”이나 ‘엇갈린’으로 손볼 수도 있어요.


  조금 더 헤아리면 두 겹이니 ‘두 겹’이나 ‘두겹’으로 적으면 되고, 세 겹이니 ‘세 겹’이나 ‘세겹’으로 적으면 됩니다. 굳이 ‘삼겹살’이나 ‘오겹살’이라 하지 않아도, ‘세겹살’이나 ‘닷겹살’처럼 쓰면 되지요. 2016.8.5.나무.ㅅㄴㄹ



이중적인 잣대가

→ 이중 잣대가

→ 두 가지 잣대가

→ 두 갈래 잣대가

→ 서로 어긋난 잣대가

→ 제멋대로 잣대가

→ 편가르기 잣대가

《이유진-나는 봄꽃과 다투지 않는 국화를 사랑한다》(동아일보사,2001) 253쪽


민족 해방이라는 이중적 과제

→ 민족 해방이라는 이중 과제

→ 민족 해방이라는 두 가지 과제

→ 민족 해방이라는 두 과제

《김인덕-우리는 조센진이 아니다》(서해문집,2004) 48쪽


교실에서 점점 가면을 쓰고 이중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 교실에서 자꾸 탈을 쓰고 겉과 속이 다르게 움직인다

→ 교실에서 자꾸 탈을 쓰고 두 얼굴로 지낸다

→ 교실에서 차츰 탈을 쓰고 두 모습으로 지낸다

→ 교실에서 나날이 탈을 쓰고 두 가지로 움직인다

→ 교실에서 자꾸자꾸 두 가지 몸짓을 보여준다

→ 교실에서 자꾸만 두 갈래 모습을 보여준다

《고은우·김경욱·윤수연·이소운-이 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양철북,2009) 244쪽


지침서들은 이중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 길잡이책들은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 길잡이책들은 서로 엇갈린 얘기를 밝혔다

→ 길잡이책들은 겉과 속이 다른 말을 했다

→ 길잡이책들은 앞뒤가 다른 뜻을 알려줬다

《메릴린 옐롬/이호영 옮김-아내의 역사》(책과함께,2012) 17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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