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40년 동안의 격차


40년 동안의 격차는

→ 40년 격차는

→ 마흔 해에 이르는 틈은

→ 마흔 해 동안 생긴 틈은

→ 마흔 해 동안 달라진 틈은

→ 마흔 해 동안 벌어진 틈은

→ 마흔 해 동안 갈라진 틈은

《리처드 로드/박선주 옮김-세계를 읽다, 독일》(가지,2016) 35쪽


  ‘격차(隔差)’는 벌어져서 달라진 모습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틈’이나 ‘틈새’로 손볼 만합니다. 이 글월은 “40년 격차”라든지 “마흔 해에 이르는 틈”이라든지 “마흔 해 동안 생긴 틈”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아침과 저녁의 모습이 확연히 다를 만큼 무섭게 자랐다

→ 아침과 저녁마다 모습이 뚜렷이 다를 만큼 무섭게 자랐다

→ 아침과 저녁 모습이 크게 다를 만큼 무섭게 자랐다

→ 아침과 저녁이면 모습이 확 다를 만큼 무섭게 자랐다

《조병준-기쁨의 정원》(샨티,2016) 23쪽


  ‘-의’만 덜어도 되는 글월입니다. 또는 ‘-마다’나 ‘-이면’을 넣을 만해요. ‘확연(確然)히’는 ‘뚜렷이’나 ‘크게’나 ‘확’으로 손봅니다.


한자의 뜻을 조합하고 의역하여

→ 한자 뜻을 엮고 풀이하여

→ 한자가 무슨 뜻인지 엮고 풀이하여

《이건범-한자 신기루》(피어나,2016) 119쪽


  ‘-의’만 덜어도 됩니다. 또는 “한자가 무슨 뜻인지”처럼 또렷하게 적어 볼 수 있습니다. “조합(組合)하고 의역(意譯)하여”는 “엮고 옮겨서”나 “엮고 풀이하여”로 손봅니다.


한자 수요의 감소 추세는

→ 한자 수요가 줄어드는 흐름은

→ 한자 쓰임새가 줄어드는 흐름은

《이건범-한자 신기루》(피어나,2016) 226쪽


  “감소(減少) 추세(趨勢)” 같은 글월을 쓰기에 앞에 ‘-의’가 튀어나오고야 맙니다. 이 글월은 일본 말투입니다. 일본말에서 ‘の’를 넣고 앞뒤에 한자말을 붙이는 말투이지요. “한자를 쓰는 사람이 줄어드는 흐름”이라든지 “한자 쓰임새가 줄어드는 흐름”처럼 글월을 통째로 손볼 만합니다. 2016.8.13.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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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배려 配慮


 특별 배려 → 남다른 마음씀 / 더없는 사랑

 극진한 배려 → 알뜰한 마음씀 / 살뜰한 마음

 배려를 아끼지 않다 → 마음을 아끼지 않다 / 사랑을 아끼지 않다

 남을 배려하는 태도 → 남을 헤아리는 몸짓 / 남을 아끼는 매무새

 노인들을 배려하는 → 어르신들을 아끼는 / 어르신들을 헤아리는


  ‘배려(配慮)’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 “마음을 씀”으로 손보면 되고, ‘헤아리다’나 ‘살피다’나 ‘아끼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더 생각해 본다면 ‘마음쓰다’나 ‘마음씀·마음씀씀이’를 새로운 낱말로 지어서 쓸 만해요.


  이밖에 한국말사전은 ‘배려(背戾)’를 “배반되고 어그러짐”을 뜻한다면서 싣는데, 이런 한자말은 쓸 일이 없으니 털어야겠습니다. 2016.8.12.쇠.ㅅㄴㄹ



일상적 언어생활에서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번역어로 사용하려 했던 그의 배려였는지도

→ 여느 삶에서 알아들을 수 있는 낱말을 번역말로 삼으려고 마음을 썼는지도

→ 수수한 삶에서 알아차릴 수 있는 말을 번역에서 쓰려고 마음을 기울였는지도

→ 흔히 알 수 있는 말로 옮기려고 마음을 썼는지도

→ 쉽게 알 수 있는 말로 옮기려고 마음을 기울였는지도

《최경옥-번역과 일본의 근대》(살림,2005) 33쪽


배려를 해 주었습니다

→ 마음을 써 주었습니다

→ 마음을 쏟아 주었습니다

→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임영신-평화는 나의 여행》(소나무,2006) 49쪽


고객까지도 배려하는 마음

→ 손님까지도 헤아리는 마음

→ 손님까지도 살피는 마음

《우니타 유미/최미애 옮김-붉은딸기 흰딸기》(학산문화사,2009) 99쪽


가슴속에 사랑을 키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 가슴속에 사랑을 키울 수 있도록 헤아려야 한다

→ 가슴속에 사랑을 키울 수 있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

《현병호-우리 아이들은 안녕하십니까》(양철북,2013) 40쪽


꽤나 남을 배려하는 줄 아는데

→ 꽤나 남을 헤아리는 줄 아는데

→ 꽤나 남을 생각하는 줄 아는데

→ 꽤나 남을 아끼는 줄 아는데

《테라사와 다이스케/서현아 옮김-나오시몬 연구실 1》(학산문화사,2015) 179쪽


평범한 청중들이 알아듣기 쉽게 배려한

→ 여느 청중들이 알아듣기 쉽게 마음을 쓴

→ 여느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헤아린

《이채훈-클래식 400년의 산책, 몬테베르디에서 하이든까지》(호미,2015) 258쪽


급우에 대한 배려는 손톱만큼도 없고

→ 급우한테 쓰는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고

→ 급우한테는 손톱만큼도 마음을 쓰지 않고

→ 급우는 손톱만큼도 헤아리지 않고

→ 급우는 손톱만큼도 살피지 않고

《황주환-왜 학교는 질문을 가르치지 않는가》(갈라파고스,2016) 21쪽


나를 배려하는 따뜻한 글에 마음이 죄어들었다

→ 나를 헤아리는 따뜻한 글에 마음이 죄어들었다

→ 나를 보살피는 따뜻한 글에 마음이 죄어들었다

→ 나를 보듬는 따뜻한 글에 마음이 죄어들었다

《오리하라 사치코/도노랑 옮김-동거종료 일기》(AK 코믹스,2016) 9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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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타자/타인 他者/他人


 타자에게 알릴 수 없는 일 → 남한테 알릴 수 없는 일

 타자와 연결된다 → 남과 이어진다 / 이웃과 이어진다

 타인으로 여긴 듯하다 → 남으로 여긴 듯하다

 타인처럼 낯설다 → 남처럼 낯설다


  ‘타자(他者)’는 “자기 외의 사람”을 가리키고, ‘타인(他人)’은 “다른 사람”을 가리킨다고 해요. 한국말 ‘남’은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타자·타인·남’은 모두 같은 사람을 가리켜요. 그러니 “나 아닌 사람”이나 “다른 사람”이 바로 ‘남’입니다. 남이기에 ‘남’이라 하는데, 때로는 ‘이웃’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2016.8.12.쇠.ㅅㄴㄹ



감동을 받고 그것을 타자에게 전하려 할 때

→ 감동을 받고 이를 남한테 알리려 할 때

→ 마음이 뭉클하고 이를 남한테 옮기려 할 때

《곽영권-80년대 이야기》(이론과실천,1989) 9쪽


눈사람이란 타자여

→ 눈사람이란 남이여

《김중일-내가 살아갈 사람》(창비,2015) 74쪽


타자를 대하는 독특한 태도가 있다

→ 남을 마주하는 남다른 몸짓이 있다

→ 이웃을 사귀는 뭔가 다른 몸짓이 있다

→ 다른 사람을 마주하는 좀 다른 몸짓이 있다

《이반 일리치/노승영 옮김-그림자 노동》(사월의책,2015) 35쪽


내가 타인으로부터 교양의 향기를 느끼는 순간은

→ 내가 남한테서 교양이란 내음을 느끼는 때는

→ 내가 다른 사람한테서 교양 내음을 느끼는 때는

→ 내가 이웃한테서 교양 내음을 느끼는 때는

《정여울-마음의 서재》(천년의상상,2015) 189쪽


타인과 맺은 관계의 흔적들을

→ 남과 맺은 관계가 남긴 것들을

→ 이웃과 맺은 삶이 남긴 자국들을

《이승하-감시와 처벌의 나날》(실천문학사,2016) 86쪽


같은 시각 한 공간에 놓인 타인들이

→ 같은 때 한 자리에 놓인 남들이

→ 같은 때 한 곳에 놓인 다른 사람들이

《김양아-뒷북을 쳤다》(문학의전당,2016) 9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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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곤하다 困


 연일 과중한 업무로 몸이 곤해서

→ 날마다 힘든 일로 몸이 고달파서

→ 나날이 벅찬 일로 몸이 힘들어서

 배는 고프고 몸은 곤하여

→ 배는 고프고 몸은 나른하여

→ 배는 고프고 몸은 힘이 없어

 곤한 잠에 빠졌다 → 잠에 깊이 빠졌다

 곤하게 자고 있는 → 달게 자는

 곤히 자는 아기를 → 새근새근 자는 아기를


  ‘곤(困)하다’는 “1. 기운이 없이 나른하다 2. 몹시 고단하여 잠든 상태가 깊다 3. 잠이 오거나 술에 취하여 정신을 가눌 수가 없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자 ‘困’은 “지칠 곤”입니다. 이래저래 힘들거나 고단하거나 지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잠든 모습을 가리킬 때에는 “새근새근 잠들다”나 “깊이 잠들다”나 “달게 잠들다”로 적어 볼 만합니다. 2016.8.12.쇠.ㅅㄴㄹ



곤히 잠든다

→ 고단히 잠든다

→ 달게 잠든다

→ 깊이 잠든다

→ 새근새근 잠든다

《김훈-자전거여행》(생각의나무,2000) 17쪽


어쩌면 저렇게 곤하게 잘 수 있을까

→ 어쩌면 저렇게 달게 잘 수 있을까

→ 어쩌면 저렇게 죽은 듯이 잘 수 있을까

→ 어쩌면 저렇게 깊이 잘 수 있을까

→ 어쩌면 저렇게 새근새근 잘 수 있을까

《김현수-똥교회 목사의 들꽃피는마을 이야기》(청어람미디어,2004) 22쪽


우리가 곤히 자는 동안

→ 우리가 푹 자는 동안

→ 우리가 깊이 자는 동안

→ 우리가 곯아떨어진 동안

《트래버스·앵것·메이지·오클리/홍한별 옮김-오카방고의 숲속학교》(갈라파고스,2005) 59쪽


아이들의 곤한 잠을 깨울까 발걸음은 조심스럽다

→ 달게 자는 아이들을 깨울까 발걸음은 조심스럽다

→ 깊게 잠든 아이들을 깨울까 발걸음을 살살 옮긴다

《강윤중-카메라, 편견을 부탁해》(서해문집,2015) 12쪽


곤한 휴식들 깃들어 있던 아름드리나무

→ 고단한 쉼이 깃들던 아름드리나무

→ 나른한 몸들 쉬던 아름드리나무

→ 지친 마음들 쉬던 아름드리나무

《김양아-뒷북을 쳤다》(문학의전당,2016) 6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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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22 : 늘상



늘상

→ 늘

→ 노상

→ 언제나

→ 한결같이


늘상(-常) : → 늘

常 : 항상 상

항상(恒常) : 언제나 변함없이

늘 : 계속하여 언제나



  한국말사전을 보면 ‘늘상’을 ‘늘’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나옵니다. 마땅한 노릇이에요. ‘늘 + 常’인 ‘늘상’인데 ‘常’은 ‘항상’을 가리키거든요. 그런데 한국말사전에서 ‘늘’을 찾아보면 ‘언제나’로 풀이합니다. ‘언제나’를 다시 찾아보면 “모든 시간 범위에 걸쳐서. 또는 때에 따라 달라짐이 없이 항상”으로 풀이해요. 한국말사전은 ‘늘 = 언제나’로 풀이하고 ‘항상 = 언제나’로 풀이하는데 ‘언제나 = 항상’으로 풀이하고 말아요. 한자말 ‘항상’을 풀이하면서 ‘변함없이’를 넣고, 한국말 ‘언제나’를 풀이하면서 ‘달라짐이 없이’를 넣는데, ‘變함없이 = 달라짐이 없이’이기도 합니다. 2016.8.12.쇠.ㅅㄴㄹ



늘상 몸을 맡겼던 식탁의자

→ 늘 몸을 맡겼던 식탁의자

→ 노상 몸을 맡겼던 밥상 걸상

→ 으레 몸을 맡겼던 밥상맡 걸상

《김양아-뒷북을 쳤다》(문학의전당,2016) 2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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