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335 : 부정적으로 나쁜


현대에는 고독을 부정적이고 나쁜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 것도 같지만
《야마오 산세이/김경인 옮김-애니미즘이라는 희망》(달팽이,2012) 30쪽

 

  ‘현대(現代)’ 같은 한자말은 굳이 손질하지 않아도 되리라 느낍니다만, 글흐름을 살피면 ‘오늘날’이나 ‘요사이’나 ‘요즈음’으로 손질할 수 있어요. ‘고독(孤獨)’은 ‘외로움’으로 손보고, ‘경향(傾)’은 ‘흐름’이나 ‘눈길’이나 ‘생각’으로 손봅니다. “강(强)한 것도 같지만”은 “센 듯도 보이지만”이나 “드센 듯하지만”이나 “짙은 듯하지만”으로 다듬는데, 앞말을 묶어 “나쁘다고 보는 듯도 하지만”이나 “나쁘다고 보는구나 싶지만”이나 “나쁘다고 보는 흐름이 짙지만”처럼 새롭게 쓸 수 있어요.


  ‘부정적(否定的)’은 “(1) 그렇지 아니하다고 단정하거나 옳지 아니하다고 반대하는 (2) 바람직하지 못한”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2) 뜻으로 썼구나 싶은데, ‘부정적’은 으레 ‘긍정적’과 맞서는 자리에 나타납니다. 쉽게 말하자면 ‘나쁜-좋은’ 꼴로 서로 맞서는 자리에 나타나는 낱말입니다. 그러니까, 이 보기글에서는 ‘부정적(否定的)’과 ‘나쁜’이라는 낱말이 겹으로 쓰인 셈이에요.

 

 부정적이고 나쁜 것으로 보는
→ 바람직하지 않고 나쁘다고 보는
→ 나쁘다고 보는
→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 좋지 않다고 보는
→ 어둡거나 나쁘게 보는
 …

 

  “부정적이고 나쁜”이 겹말이듯 “긍정적이고 좋은” 또한 겹말입니다. 일부러 더 세게 말하고 싶어 이렇게 겹말을 쓸 수 있습니다만, 어떤 모습을 여러 갈래로 살피며 나타내려 했다면, “어둡거나 나쁘게 보는”이라든지 “안쓰럽거나 나쁘게 보는”처럼 뜻이나 느낌이 다른 낱말을 넣을 때가 한결 나으리라 생각해요. 4345.1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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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외로움을 어둡고 나쁘다고 보는 듯하지만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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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가운 상말
 607 : 천진무구

 

사람들 가운데 어린 젖먹이들과 성인들한테서나 겨우 발견되는 천진무구天眞無垢와 내적 갈등의 부재不在를 장미가 지니고 있는 까닭이 여기 있지요
《앤소니 드 멜로/이현주 옮김-사랑으로 가는 길》(삼인,2012) 83쪽

 

  ‘성인(聖人)’은 ‘깨달은 이’나 ‘거룩한 이’로 다듬고, ‘발견(發見)되는’은 ‘보이는’이나 ‘볼 수 있는’으로 다듬습니다. “장미가 지니고 있는 까닭이”는 “장미가 지닌 까닭이”로 손질해야 알맞을 텐데, 다시금 손질해서 “장미한테 있는 까닭이”처럼 적을 때에 한결 매끄럽습니다.


  “내적(內的) 갈등(葛藤)의 부재不在”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부재’란 한국말로 ‘없음’입니다. ‘갈등’은 한국말로 ‘뒤얽힘’이나 ‘엇갈림’이나 ‘맞섬’을 가리킵니다. ‘내적’은 “안에 있는”이나 “마음에 있는”을 가리켜요. 뜻을 그대로 풀이한다면 “마음에 뒤얽힘이 없음”이나 “마음이 엇갈리지 않음”이라 할 테니까, “마음이 뒤얽히지 않다”거나 “마음이 어수선하지 않다”거나 “마음이 뒤죽박죽이지 않다”거나 “마음이 흔들리지 않다”를 가리킨다고 하면 될까 싶으면서 아리송합니다. 이 글을 쓰신 분이 조금 더 또렷하면서 환하게 알아들을 만하게 이야기를 밝히면 참으로 어여쁠 텐데요. 아무튼, 마음이 뒤얽히지 않거나 어수선하지 않다면 “마음이 차분하다”고 할 수 있어요.


  ‘천진무구(天眞無垢)’는 “조금도 때 묻음이 없이 아주 순진함”을 뜻하는 네 글자 한자말입니다. 이 또한 한국말로 일컫자면 ‘티없음’이요 ‘해맑음’입니다. 국어사전에는 안 실리지만 ‘때없음’처럼 새말 하나 빚어도 잘 어울려요.

 

 천진무구한 아이들의 모습
→ 때묻지 않은 아이들 모습
→ 티없는 아이들 모습
→ 해맑은 아이들 모습
→ 햇살처럼 맑은 아이들 모습
 …

 

  티가 없기에 ‘티없다’ 같은 낱말이 태어납니다. 때가 없으면 ‘때없다’ 같은 낱말을 빚어서 쓸 수 있어요. 티끌이 없으면 ‘티끌없다’ 같은 낱말을 쓸 수 있고, 거짓이 없을 때에는 ‘거짓없다’ 같은 낱말을 쓸 만해요.


  저마다 어떤 모습을 드러내면서 살아가는가를 살피며 말을 짓습니다. 서로서로 어떤 빛과 무늬를 보여주면서 삶을 일구는지를 돌아보며 말을 나눕니다. 아이들한테서 느끼는 해맑은 모습을 어른들한테서 나란히 느낀다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햇살처럼 웃을 적에, 어른들도 햇살처럼 웃으면서 다 함께 고운 꿈과 사랑을 빛낸다면 더없이 기쁘리라 생각합니다. 4345.12.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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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가운데 어린 젖먹이들과 깨달은이한테서나 겨우 볼 수 있는 해맑음과 차분한 마음이 장미한테 있는 까닭이 여기 있지요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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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867) 문제적 1 : 문제적인 것

 

중국을 주제로 다룬 서양 최초의 저서가 불분명하고 문제적인 것이 우리의 탐험과정에는 오히려 적절하다
《조너선 D.스펜서/김석희 옮김-칸의 제국》(이산,2000) 23쪽

 

  ‘최초(最初)의’는 ‘첫’으로 다듬고, ‘저서(著書)’는 ‘책’으로 다듬어 줍니다. ‘불분명(不分明)하고’는 ‘뚜렷하지 않고’나 ‘흐리멍텅하고’로 손봅니다. ‘적절(適切)하다’는 ‘알맞다’나 ‘좋다’로 손질하고, “우리의 탐험 과정에는”는 “우리가 탐험(探險)하는 과정(課程)에는”이나 “우리 탐험 과정에는”이나 “우리가 탐험을 떠나기에는”이나 “우리가 새길을 떠나기에는”으로 손질해 봅니다.


  국어사전을 살피면 ‘문제적’이라는 한자말은 안 실리고 ‘문제(問題)’라는 한자말만 실립니다. ‘문제’ 뜻풀이는 “(1)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 (2) 논쟁, 논의, 연구 따위의 대상이 되는 것 (3) 해결하기 어렵거나 난처한 대상 (4) 귀찮은 일이나 말썽 (5) 어떤 사물과 관련되는 일”을 가리킨다고 나와요. 이 가운데 ‘문제적’과 이어지는 뜻풀이는 (2)과 (3)과 (4)과 (5)이 되겠지요. 보기글에 나오는 “문제적인 도서”라면 “말썽” 뜻이면서 “말썽이 되는 책”을 나타내는구나 싶어요.

 

 최초의 저서가 문제적인 것이
→ 첫 책이 문제가 많아
→ 첫 책이 말썽으로 가득해
→ 첫 책이 말썽투성이라서
→ 첫 책이 엉터리라서
 …

 

  한자말 ‘문제’를 쓰는 일이 잘못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연습 문제”나 “환경오염 문제” 같은 자리는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문제가 생기다”나 “문제를 일으키다” 또한 그대로 둘 때가 한결 낫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가 생기다”와 “문제를 일으키다”는 “말썽이 생기다”와 “말썽을 일으키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실린 (5) 또한 “이 일은 가치관에 얽힌 이야기이다”로 다듬을 수 있고요.


  그런데, 한자말 ‘문제’에 ‘-적’을 붙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문제적 인물”이나 “문제적 영화”나 “문제적 상황”이나 “문제적 시각”처럼 쓰는 자리라든지 “이 같은 일은 문제적이다”나 “그 정책은 문제적이다”처럼 쓰는 자리는 곰곰이 돌아보아야 합니다. 왜 이렇게 써야 하는가를 깊이 되새겨야 합니다. 꼭 이렇게 써야 하는가를 찬찬히 살펴야 합니다.


  문제가 된다고 느끼면서 “문제가 되는” 무엇인가를 가리키고자 ‘문제적’ 같은 낱말을 쓴다고 할 텐데, 말 그대로 “문제가 되는”이라고 하면 넉넉하지 않으랴 싶습니다. 문제가 된다는 일이란 “말썽을 일으키는” 일이거나 “말이 많은” 일이곤 합니다. 이 같은 일은 곰곰이 “들여다보는” 일이거나 “눈여겨볼 만한” 일이 되기도 합니다. 영화나 소설이나 사진이 “문제가 된다”고 할 때에는 어떤 잘잘못 때문에 이렇다 할 수 있는 한편, 사람들이 숱한 이야기를 하도록 이끌어 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 많고 탈 많은 작품”이라 할 수 있고 “숱한 이야기를 낳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입방아에 오르는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도마에 오르는 작품”이라 할 수 있어요. 썩 안 좋은 쪽으로 흐른다면 “말밥이 되는 작품”이라고 하면 됩니다.

 

 문제적 인물 → 문제 되는 사람 / 말썽쟁이 / 골칫거리 / 눈여겨볼 사람
 문제적 영화 → 말 많은 영화 / 말썽 많은 영화 / 눈여겨볼 영화
 문제적 시각 → 깊이 살피는 눈길 / 깊은 눈길 / 꿰뚫어보는 눈
 이 같은 일은 문제적이다
→ 이 같은 일은 문제가 있다 / 이 같은 일은 말썽이 된다
 그 정책은 문제적이다
→ 그 정책은 문제가 있다 / 그 정책은 말썽투성이이다 / 그 정책은 말이 안 된다

 

  그나저나, 국어사전에 ‘문제적’은 안 실립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퍽 자주 쓰는 낱말인데 따로 안 실립니다. 한자말은 거의 빠짐없이 실어 놓고 ‘-적’붙이 낱말은 어김없이 실어 놓는 우리네 국어사전인데, 용케 이 낱말은 안 실어 놓았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국어사전 매무새는 오히려 문제가 된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말삶을 말 많고 탈 많게 꾸려요. 우리 글삶을 말썽투성이로 내버려 두기까지 해요. 우리 말밭을 알차게 가꾸지 못하고, 우리 글밭을 야무지게 일구지 못합니다. 아름다운 길로 접어들지 못하고, 해맑은 자리를 마련하지 못합니다.


  살가이 나누는 말마디를 헤아리지 않습니다. 넉넉히 함께하는 글줄을 여미지 않습니다. 그저 이냥저냥 흘러갑니다. 그예 아무렇게나 놓아 둡니다. 세상 물결은 너무 바빠맞고, 세상 물결에 휩쓸리는 사람들은 말이든 글이든 생각이든 마음이든 넋이든 얼이든 삶이든 목숨이든 다부지게 붙잡지 않습니다. 더 즐겁고 한결 빛나는 보금자리를 보듬지 않습니다. 온통 골칫거리요 말썽투성이입니다. 몽땅 엉터리입니다. 4340.4.2.달./4342.12.7.달./4345.11.2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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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중국을 다룬 첫 책이 흐리멍텅하고 엉터리인 탓에 우리가 새길을 떠나기에는 오히려 알맞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1542) 문제적 2 : 문제적 인간

 

대학시절 학생운동의 현장에서 같이 운동하는 동지였던 K는 내가 얼마나 문제적 인간인가를 알게 해 주었다
《박원순과 52명-내 인생의 첫 수업》(두리미디어,2009) 54쪽

 

  ‘대학시절(時節)’은 ‘대학 때’나 ‘대학을 다닐 때’로 다듬고, “학생운동의 현장(現場)에서”는 “학생운동 현장에서”나 “학생운동 판에서”로 다듬습니다. ‘동지(同志)’는 그대로 두어도 되나 ‘벗’으로 손볼 수 있고, ‘K는’은 ‘ㄱ은’으로 손봅니다. ‘인간(人間)’은 ‘사람’으로 손질해 줍니다.

 

 문제적 인간인가를
→ 문제투성이 사람인가를
→ 말썽 많은 사람인가를
→ 골치투성이인가를
→ 골아픈 사람인가를
→ 말썽쟁이인가를

→ 말썽꾸러기인가를
 …

 

  보기글을 하나하나 뜯어 봅니다. 이 글을 쓰신 분은 “동지였던 K”를 이야기합니다. “동지였던 ㄱ”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아마 오늘날 어느 글쟁이라 하더라도 ‘ㄱ’이라고 적바림하는 이는 없지 않으랴 싶습니다. 한결같이 ‘K’라고 적바림하지 싶습니다.


  알맞고 바르게 글을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 말글을 다루는 책이나 글쓰기를 이야기하는 책이 나날이 쏟아지지만, 어떻게 말하고 글쓰고 생각하고 나누어야 하는가를 돌아보는 책까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 말다운 우리 말이란 무엇인가를 살피는 책을 찾아보기 어렵고, 우리 글다운 우리 글이란 어떠한가를 톺아보는 책을 집어들기 힘듭니다.


  글쟁이나 지식인이 ‘문제적’을 들먹이는 모습은 더없이 자연스럽다고 느낍니다. 교수나 교사가 ‘문제적’ 같은 말투를 가다듬으려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일이란 그지없이 마땅한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이 땅 어버이들이 아이들 앞에서 ‘문제적’과 같은 말투를 털어내며 알차고 싱그러운 말투를 물려주려는 생각을 못하는 모습이란 참으로 흔한 일이라고 느낍니다.

 

 내가 얼마나 못난 놈인가를 알게 해 주었다
 내가 얼마나 부끄러운 녀석인가를 알게 해 주었다
 내가 얼마나 철부지인가를 알게 해 주었다
 내가 얼마나 못난이였는가를 알게 해 주었다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았는가를 알게 해 주었다
 …

 

  생각해 보면, 오늘날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이들한테 말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아이들한테 말을 가르쳐 주고 삶을 물려줄 할멈과 할배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큰식구를 이루어 서로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어우러지는 삶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어른은 어린이한테서 배우고, 어린이는 어른한테서 배우는 물줄기가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교사 자격증이 있어야 가르칠 수 있지 않은데, 어머니와 아버지로서 가르쳐야 하는데, 할머니와 할아버지로서 가르쳐야 하는데, 이제 모든 가르침과 배움은 자격증으로 학교 울타리 안쪽에서만 이루어집니다. 지식과 학문뿐 아니라 말과 글마저 교과서와 교재로 가르치고 배웁니다.


  삶을 다루는 말이 아니라 지식을 다루는 말입니다. 삶이 묻어나는 글이 아니라 지식을 쏟아붓는 글입니다.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지식이 줄줄 흐르는 책입니다. 삶이 스며드는 책이 아니라 지식을 되풀이하는 책입니다. 아름다움을 찾지 않는 말이며 책입니다. 즐거움과 웃음과 눈물을 고이 담지 않는 말이며 책입니다. 사랑을 놓고 믿음을 저버리는 말이며 책입니다. 4342.12.7.달./4345.11.2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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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학생운동 현장에서 같이 싸우던 벗이었던 ㄱ은 내가 얼마나 철부지인가를 알게 해 주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1655) 문제적 3 : 문제적 인간

 

1등의 효용을 과장하는 사람들은 2등부터의 사람들은 쓸모없는 문제적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오창익-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삼인,2008) 156쪽

 

  “1등의 효용(效用)을 과장(誇張)하는”은 “1등이 도움된다고 부풀리는”으로 다듬을 수 있는데, 보기글 뒤쪽에 ‘쓸모없는’이라는 낱말이 나오니 “1등이 얼마나 쓸모있는가 떠드는”이나 “1등 만들기가 얼마나 쓸모 많은가 떠벌리는”처럼 손질할 수 있습니다. “2등부터의 사람들은”은 “2등부터는”이나 “2등인 사람부터는”으로 다듬고, ‘인간(人間)’은 ‘사람’으로 다듬습니다.

 

문제적 인간
→ 골칫거리
→ 말썽거리
→ 걸림돌
→ 말썽 많은 사람
→ 걸리적거리는 사람
 …

 

  보기글 흐름을 살핀다면 “쓸모없는 문젯거리 사람”처럼 길게 적기보다는 “쓸모없는 사람”처럼 단출하게 적을 때에 한결 낫습니다. ‘문젯거리 사람’은 ‘문젯거리’로만 적어도 되고, ‘골칫거리’나 ‘말썽거리’처럼 새롭게 적어도 됩니다. ‘걸림돌’이라 적을 수 있고, “쓸모없이 걸리적거리는 사람”처럼 적을 수 있어요. 밝히고 싶은 느낌을 가만히 돌아보면서 어떤 대목을 어떻게 못마땅히 여기는가를 적으면 됩니다. 4345.11.2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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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만들기가 쓸모있다고 떠벌리는 사람들은 2등부터는 쓸모없는 걸림돌로 만들어 버린다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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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52) -의 : 84장의 사진

 

84장의 사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이 모두 담겨 있었다
《강예린·이치훈-도서관 산책자》(반비,2012) 25쪽

 

  “겨울의 풍경(風景)이” 같은 말투는 사람들이 퍽 자주 쓰는데, “겨울 풍경이”처럼 적든지 “겨울 모습이”처럼 다듬어야 알맞습니다. “담겨 있었다”는 “담겼다”나 “담긴다”로 손질합니다.

 

 84장의 사진에는
→ 84장 사진에는
→ 사진 84장에는
→ 84장에 이르는 사진에는
→ 사진 84장마다
 …

 

  너무 뻔하다 싶은 잘못이지만, 마음을 옳게 기울이지 않으며 글을 쓰거나 말을 하기에 “몇 장의 사진”이나 “몇 잔의 물”이나 “몇 통의 편지”나 “몇 명의 사람”처럼 어그러지고 맙니다. 이 말잘못은 영어를 올바로 가르치지 못하니 자꾸 불거지는데,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영어를 가르치는 이들부터 스스로 한국말을 올바로 배운 다음 영어를 가르치지 않으니, 어설플 뿐더러 뒤틀린 말투로 ‘번역’이나 ‘해석’을 하며, 얄궂은 한국말이 되도록 이끕니다. 4345.11.2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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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4장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모습이 모두 담겼다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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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849) -의 계절 1 : 비의 계절

 

비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모이치 구미코/김나은 옮김-장미마을의 초승달 빵집》(한림출판사,2006) 30쪽

 

  짧은 보기글입니다. 여기에는 ‘시작(始作)’이라는 말이 안 붙습니다. 으레 “비의 계절(季節)이 시작되었습니다”처럼 쓰는 요즈음인데. “비의 계절이 되었습니다”처럼 적은 이 짧은 말 한 마디가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요.

 

 비의 계절
→ 비철 / 장마철
→ 비오는 철
 …

 

  겨울이 되면 시골마다 돌아오는 ‘사냥철’이 있습니다. 사냥철이 되면 도시에서 몰려드는 사냥꾼들로 골머리를 앓습니다. 그냥 갈비집이나 전골집에서 가서 고기 사먹으면 될 텐데, 꼭 총을 들고 손수 잡아서 구워 먹어야 맛이 있는가 봅니다.


  짐승들한테는 해마다 한두 차례 ‘짝짓기철’이 있어 암수 서로 살가이 만나서 사랑놀이를 즐깁니다. 비가 끊임없이 내리는 철은 ‘장마철’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눈이 끊임없이 내리는 철은 ‘눈철’이나 ‘눈보라철’쯤 될까요?


  비가 오는 철이면 ‘비철’입니다. 눈이 오는 철이면 ‘눈철’이고요. 꽃이 피는 철이면 ‘꽃철’이겠지요. 안개가 잔뜩 끼게 되는 철이면 ‘안개철’이라 할 만합니다. 열매가 무르익는 철이면 ‘열매철’이라 해도 좋아요. 뭐, 해마다 겨울이면 고등학교 아이들은 ‘입시철’이 다가와 시달리잖아요. 우리한테는 ‘철’입니다. 다만, 요새는 하도 철부지가 늘어나서 철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4339.12.19.불./4345.11.19.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비철이 되었습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634) -의 계절 2 : 내복의 계절

 

이제부터 내복의 계절이 시작되었다고 엄마가 말했다

《요안나 올레흐(글),윤지(그림)/이지원 옮김-열두 살의 판타스틱 사생활》(문학동네,2008) 189쪽

 

  ‘계절(季節)’은 ‘철’로 고치고, ‘시작(始作)되었다고’는 ‘되었다고’나 ‘맞이했다고’로 고쳐 줍니다.

 

 내복의 계절이 시작되었다고
→ 내복 입는 철이라고
→ 속속옷 입는 때라고
→ 속속옷을 입어야 한다고
→ 속속옷 입을 날이 되었다고
 …

 

  제가 살던 인천집은 겨울이면 으레 영 도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여태껏 달삯 내며 살았던 집 가운데 따뜻하다고 느꼈던 집은 한 군데도 없었구나 싶습니다. 그동안 어찌 살았고 오늘도 어찌 사는가 참 대단하구나 싶으면서도, 제가 이러한 집들에 살기 앞서 이 집에서 살던 사람은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다들 참 용케 버티어 내는구나 싶고, 방에서도 두꺼운 겉옷 입거나 이불 뒤집어쓰면서 손 호호 불어 녹이거나 주머니에 쑥 찔러넣으며 살아냈을까 하고 헤아려 보곤 합니다. 가난한 이들은 달삯을 꼬박꼬박 치르면서도 이렇게 추운 집에서 언손 비비며 살아가는구나 싶기도 해요. 차라리 바깥에서 돌아다닐 때에는 몸도 움직이니까 몸도 살지만, 집에서 집안일만 하면 몸이고 뼈고 다 얼어붙겠구나 싶습니다.


  글 한 줄 쓰면서도 손가락이 얼어붙어서 두 손을 비비며 녹여야 합니다. 보일러를 살짝살짝 돌리면 엉덩이는 따뜻해지는데 방에 불기운이 감돌지 못합니다. 집임자가 돈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달삯 받는 집을 이렇게 내버려 두고 우리더러 돈들여 고쳐쓰라고 하는 셈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가난하니 이런 추위를 이겨내면서 ‘고달프면 돈벌어서 내 집 마련해서 꾸미셔!’ 하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할 때도 있습니다.

 

 옷을 두껍게 껴입는 철
 옷을 두툼하게 껴입는 겨울
 속속옷 챙겨입는 겨울
 속속옷 단단히 챙겨입는 철
 …

 

  옆지기는 집에서 속속옷을 입습니다. 저는 속속옷을 안 입습니다. 추위를 덜 타서 그렇기도 하지만, 속속옷을 입으면 움직일 때에 땀이 많이 나서 힘들기 때문입니다. 골목마실을 하든 자전거 나들이를 하든 몸에서 나는 땀으로 온몸이 흥건하게 젖으면 외려 고뿔에 걸리기 쉬우니 옷을 얇게 입곤 합니다. 그렇지만 집에서는, 이렇게 썰렁하다 못해 추운 집에서는 웃도리를 두 벌 입는데, 이렇게 해도 추운 오늘 같은 날은 두꺼운 겉옷을 걸쳐야 합니다.


  우리야 이렁저렁 이 집에서 견디고 버틴다고 할 텐데, 우리가 이 집에서 나가고 나서 이 집에 새로 들어올 사람이 있다면, 그분들은 어떻게 견디거나 버틸는지, 아니면 두 손 들고 다른 데로 내빼실는지 모르겠습니다. 겨울에도 퍽 따스한 남녘마을로 살림집으로 옮겨서 살아가는 이 밤에 문득 춥디춥던 옛집을 그립니다. (4341.12.25.물./4345.11.1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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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속속옷 입는 날이 되었다고 엄마가 말했다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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