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농림 수탈상 (도서관일기 2014.2.1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미승우 님이 쓴 《일제 농림 수탈상》이라는 책이 있다. 1983년에 나온 책인데, 그리 널리 읽히지 못했다고 느낀다. 이 책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이 책을 읽었다거나 안다고 하는 사람도 거의 만난 일이 없다. 아니, 이 책을 안다는 사람은 이제껏 딱 한 번 만났다.


  미승우 님은 《일제 농림 수탈상》이라는 책에서 일제강점기에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이 나라 숲과 들을 얼마나 짓밟으면서 무너뜨렸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읽으면 읽을수록 슬픈 이야기가 흐른다. 이 나라에 아름드리나무가 거의 없는 까닭을 알 만하고, 이 나라 정부가 숲을 제대로 건사할 줄 모르는 까닭을 짚을 만하다. 일제강점기가 끝났어도 도시이든 시골이든 아름드리나무가 없다. 일흔 해를 살아낸 굵은 나무를 찾아보기 어렵다. 숲이 없고 숲을 가꾸지 않는다.


  중국이 티벳에 탱크와 군인을 거느리고 쳐들어간 까닭 가운데 하나는 ‘티벳에 있는 지하자원과 숲’을 가로채려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티벳을 티벳이라 가리키지 않고 ‘서장(西藏)’이라 가리키는데, 이 이름은 ‘서쪽에 있는 보배 곳간’이라는 뜻이다. 티벳에서는 지하자원을 함부로 파내지 않을 뿐 아니라, 나무도 함부로 베지 않으니, 중국 정부로서는 두 가지를 가로채고 티벳 사람들을 ‘노역 광부와 벌목꾼’으로 부리려는 꿍꿍이를 오늘날까지 잇는다. 이웃나라를 이웃으로 여기지 않는 제국주의 권력은 언제나 숲을 망가뜨린다. 지하자원을 개발한다는 허울을 내세워 끝없이 자본주의 물결을 탄다.


  서재도서관 어느 책시렁에 틀림없이 《일제 농림 수탈상》을 꽂았지만 도무지 어디에 꽂았는지 떠오르지 않아 한 해 남짓 찾다가 그만두었다. 그런데, 찾기를 그만두고 얼마 안 되어 뜻밖이다 싶은 자리에서 이 책을 찾는다. 오스카 루이스 님이 쓴 《가난이 낳은 모든 것》이라는 책과 함께 좀 뜬금없다 싶은 책시렁에 덩그러니 꽂았더라. 두 책 모두 어디로 갔는가 한참 찾았는데, 곰곰이 되짚어 보니 한창 책시렁을 새로 짜서 붙이고 책상자를 끌르고 하면서 ‘이 책은 잘 건사해야 하니 다른 곳에 둘 마음으로 살짝 그 자리에 두고’는 그만 깜빡 잊은 듯하다.


  2011년 가을이 아련하다. 2014년 새봄을 코앞에 둔다. 시골자락에 보금자리를 튼 서재도서관은 한 살씩 새로 나이를 먹으며 책꽂이 짜임새가 한결 예쁘게 거듭난다고 느낀다. 퍽 느긋하고 넉넉하게 책을 만질 수 있다고 느끼니 좋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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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내리는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4.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인천부터 자동차를 달려 동해 쪽을 죽 따라서 고흥까지 찾아온 손님이 있다. 겨울에 포근한 고흥인데, 마침 먼길 손님이 온 날에 눈이 펑펑 쏟아진다. 한 해에 한 차례 내릴까 말까 한 눈이 그득그득 쌓인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면서 도서관도 한결 썰렁하다.


  애써 찾아온 길인데 눈이 내리는구나.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고흥에서 보기 몹시 힘든 눈발을 구경하면서 도서관 나들이까지 할 수 있는 셈이니, 무척 뜻깊다고 할 만하다. 우리 집 아이들도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길을 걸어 도서관으로 간다.


  도서관 어귀 가시나무에도 눈이 쌓인다. 도서관 둘레 찔레나무와 탱자나무에도 눈이 쌓인다. 시든 돌콩 포기와 새로 돋으려는 민들레잎과 씀바귀잎에도 눈이 덮인다. 하늘이 하얗고 들이 하얗다. 모두 하얀 빛이다.


  눈이 내리지만 눈을 치우는 사람은 없다. 자동차를 모는 마을 어르신이 없으니 눈을 치울 까닭이 없다. 군내버스는 두 시간에 한 대 지나가니, 버스 잘 다니라고 눈을 치울 일도 없다. 게다가, 이 눈은 한낮이 지나면 모두 녹을 텐데.


  인천에서 찾아온 손님하고 도서관에서 나올 즈음 눈이 그친다.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밥을 먹는 동안 눈이 녹는다. 인천 손님은 금탑사 비자나무숲을 둘러보고 진도로 건너간다고 한다. 동백마을에서 금탑사로 넘어가는 길목을 자전거로 달려 본다. 지난해 여름까지는 자갈만 깔린 길이었는데, 어느새 아스팔트를 깔았다. 언제 깔았을까. 아스팔트는 깔았으나 노란 금을 아직 안 그었다. 아스팔트 덮은 지 얼마 안 되는가 보다.


  밤부터 아침까지 내리던 눈이 그친 지 한두 시간밖에 안 되지만, 햇볕이 쨍쨍 나면서 눈이 모두 녹는다. 길에도 눈이 없고, 논과 밭에도, 숲에까지 눈은 모두  녹는다. 이 모습을 보면, 언제 눈이 왔느냐고 할 만하다. 아침 낮 저녁으로 다른 날씨라고 할까. 재미난 시골이라고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오늘은 참 눈을 보기만 하면서 즐겁고, 눈을 만지면서 기쁘다. 눈송이가 고스란히 책이랄까. 눈송이를 바라보는 내 눈길과 아이들 눈길은 하나하나 사진이라고 할까.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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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지개를 켜야지 (도서관일기 2014.2.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저녁에 전화가 온다. 해 떨어진 겨울 저녁에 도서관마실 오고프다는 손님이 있다. 그러나, 우리 서재도서관은 아직 전기를 못 쓴다. 해가 떨어지면 책을 볼 수 없다. 그래서, 해가 뜨고 따뜻할 때에 도서관에 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먼 데서 고흥으로 나들이를 오신 분이라 하기에 전화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도화면 소재지에 계시다고 하기에, 읍내로 가는 길에 우리 마을 어귀로 지나가시라 말한다. 손전화 길그림을 보시겠지만, 틀림없이 고흥 길그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고흥군에서 만들어 나눠 주는 관광지도는 그야말로 관광지도일 뿐, 고흥 이곳저곳 다니는 데에 도움이 안 된다. 작은 마을까지 꼼꼼히 그려넣은 길그림이 마침 집에 하나 남았기에 이 길그림을 들고 두 아이를 데리고 저녁마실을 나온다.


  바람이 잠들며 그리 안 추운 밤을 느낀다. 초승달이 하늘에 걸렸고, 달 둘레로 달무리가 있다. 아이들은 춥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마실을 나오니 좋아한다. 입으로는 추워, 손이 시려, 하지만 잘 뛰고 달린다.


  길그림을 건넨 뒤 집으로 돌아오는데, 손전화에 쪽글 하나 온다. 고흥군 복지관에서 일하는 어느 분이 이튿날 아침에 도서관에 나들이를 오시려 한단다. 한겨울 지나가며 슬슬 날씨가 풀리니 도서관 손님도 찬찬히 늘어나려는가. 오늘 낮까지 밀린 어느 일을 하느라 참 바빴는데, 앞으로 며칠 이 일을 더 하면 좀 수월하고 느긋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 집 뒤꼍 풀도 조금 베고, 지난해에 갈무리한 돌콩 씨앗 살짝 심는 한편, 지난해에 다 못한 ‘곰팡이 핀 책꽂이에 니스 바르기’도 다시 해야지. 지난 1월 동안에는 새로 장만한 책을 책꽂이에 안 꽂고 한쪽에 쌓아 두기만 했는데, 이튿날에 손님이 오시면 이 책들을 찬찬히 꽂고 치워야겠다. 곧 봄이니 기지개를 켜야지.


  오늘 아침에는 ‘1인잡지 함께살기’ 9호로 《동시를 어떻게 읽을까》를 소량인쇄 주문을 넣었다. 요 며칠 바람 드세게 불며 온도가 퍽 떨어졌지만, 봄이 코앞에 온 줄 느낄 수 있다. 집 둘레로 갈퀴덩굴과 쑥과 갓과 살갈퀴와 코딱지나물을 비롯해 온갖 봄풀이 듬성듬성 고개를 내민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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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에서 펴내는 1인잡지 <함께살기> 9호를 내놓는다. 

오늘 주문을 넣었고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닿는다고 한다.

 

<함께살기> 9호로 어떤 책을 선보일까 하고 한참 생각하다가

'동시 비평'으로 묶기로 한다.

 

예쁘게 나와서 도서관 지킴이한테 즐겁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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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책 갖추는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4.1.1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우리 서재도서관은 ‘사진책 도서관’이다. 우리 집 서재이면서 도서관이기에, 우리 식구들이 즐기는 책을 갖추는 한편, ‘사진책’을 남달리 살피며 갖춘다. 사진책은 새로 나오는 책도 갖추지만, 새책방에서 사라진 책을 헌책방을 돌아다니면서 하나둘 찾아내어 갖추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새로 나오는 사진책 가짓수부터 그리 안 많고, 헌책방에서 찾아볼 만한 사진책 가짓수도 그리 안 많다. 새로 나오는 사진책부터 안 많은데다가 잘 안 팔리니, 헌책방에 사진책이 들어오기도 어렵다. 곰곰이 돌아보면, 예나 이제나 헌책방에서 만나는 사진책을 보면 ‘작가 드림책’이 제법 많다. 누군가 스스로 장만해서 내놓은 사진책보다는 누군가 선물로 받은 사진책을 조용히 내놓는 흐름이라고 할까.


  서울 종로 한켠에 있는 사진전시관 ㄹ에서 전화가 온다. 새해부터 전시관 한쪽을 ‘사진책 도서관’이 되도록 꾸미려 한다면서 도움말을 여쭌다. 우리 서재도서관에 있는 책을 그곳에 보낼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동안 하나둘 갖춘 사진책 가운데 두 권 있는 책은 몇 가지 나누어 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다.


  서재도서관에 가서 책꽂이를 돌아본다. 두 권 있는 사진책이라 하더라도 섣불리 뽑지 못한다. 왜냐하면, 두 권 있더라도 판 끊어진 사진책을 헌책방에서 어렵사리 찾아내어 갖출 적에는, 두 권마다 다른 이야기가 깃들었기 때문이다. 두 권을 갖춘 까닭은 한 권은 ‘누구나 마음껏 읽도록’ 하려는 뜻이요, 다른 한 권은 ‘곱게 건사해서 앞으로 쉰 해나 백 해 뒤까지도 남기도록’ 하려는 뜻이다. 그러니, 두 권이 있대서 쉬 빼내지 못한다.


  이 책들을 갖추려고 꽤 긴 해를 들였고 퍽 많은 돈을 바쳤다. 도서관 하나를 이루자면 돈뿐 아니라 긴 나날을 들여야 한다. 새로 나오는 책만 갖추려는 도서관이라면, 건물 짓고 책 살 돈만 있으면 되겠지. 그렇지만 전문 도서관으로 하자면, 건물이나 새책 살 돈으로는 꾸릴 수 없다. 그동안 나온 판 끊어진 책을 퍽 오랫동안 헌책방 나들이를 하면서 하나씩 찾아내어 갖추어야 한다.


  가끔 생각해 보곤 한다. 우리 서재도서관에 누군가 사진책 100권이나 200권쯤 선물한다면 우리 서재도서관 책살림이 나아질까 하고. 틀림없이 나아질 테지. 이런 고마운 손길이 있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100권이나 200권이 찾아들기 앞서, 한 달에 다문 한 권이라도 아름다운 사진책을 찾아내어 갖출 수 있기를 바라곤 한다. 새책방에서 사라지고, 국립중앙도서관이건 지역도서관이건 안 갖추는 사진책 한 권을 만만하지 않은 값을 치르면서 천천히 갖춘다. 2007년 4월에 서재도서관 문을 처음 연 뒤부터 사진책 갖추느라 돈을 얼마나 많이 썼고, 품을 얼마나 많이 들였는지 돌아본다.


  서울 종로 한켠에 있는 사진전시관 ㄹ에서 앞으로 꾸준히 헌책방 나들이를 하시기를 빈다. 서울 신촌 〈숨어있는 책〉, 서울 용산 〈뿌리서점〉, 서울 노량진 〈책방 진호〉, 서울 창천동 〈글벗서점〉, 서울 독립문 〈골목책방〉, 서울 연신내 〈문화당서점〉, 이렇게 여섯 군데 헌책방을 틈틈이 찾아가서 아름다운 사진책을 찬찬히 만나시기를 바란다고 편지를 띄운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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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1-20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진책을 갖추고 싶네요.ㅎㅎ
역시 책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숲노래 2014-01-20 19:53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책을 곁에 두면
참으로 즐겁지요.
곧 잘 갖추시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