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수 있는 책터 (사진책도서관 2014.7.2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에서는 뛰거나 달리면 안 된다고들 말한다. 뛰거나 달리면 안 될 까닭은 없을 테지만, 뛰거나 달리면, 조용히 책을 보는 사람들한테 거슬리기 때문일 테지. 그런데, 책에 깊이 사로잡힌 사람은 옆에서 누가 떠들거나 말거나 대수롭지 않다. 왜냐하면, 책만 바라보니까. 책만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은 자꾸 다른 데에 눈길이 간다.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지 못하는 사람은 둘레 흐름에 휘둘린다.


  둘레 흐름에 휘둘리는 사람은 책을 못 읽는다. 손에 쥔 책도 못 읽지만, 애써 손에 쥔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고갱이나 알맹이를 슬기롭게 못 짚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도서관에서 누가 뛰거나 달리거나 대수롭지 않다. 노래를 하거나 담배를 태우거나 떠들어도 대수롭지 않다. 다만, 하나는 말할 수 있다. 도서관은 노래를 하는 곳이 아니고 떠드는 곳이 아니다. 노래를 하는 곳은 다른 곳이고, 떠드는 곳도 다른 곳이다. 도서관에서 이것도 저것도 못하게 막을 일은 없지만, 이것이나 저것을 하려면 굳이 도서관에 올 까닭이 없을 뿐이다.


  어릴 적부터 둘레 어른들은 으레 ‘학교 골마루에서 달리지 말’고 ‘교실에서는 조용히 있’으며 ‘도서관에서는 말소리를 내지 말’라 했다. 학교와 도서관에서는 언제나 귀머거리에 벙어리가 되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오로지 교과서만 들여다보아야 했다.


  국민학교를 다닐 때이든,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이든, 이런 말이 참 거북했다. 동무들이 놀거나 말거나 대수로울 일이 없다. ‘걔네들이 떠든’대서 내가 할 공부를 못 할 일이 없고, 내가 읽을 책을 못 읽을 일도 없다.


  중·고등학교 적을 돌아보면, 동무들이 교실에서 왁자지껄 떠들거나 말거나 나는 내가 읽을 책을 읽었는데, 이런 모습을 본 아이들이 “야, 넌 시끄럽지도 않냐? 어떻게 책을 읽냐?” 하고 묻기에, “너는 놀면서 책 읽는 사람을 쳐다보니? 책 읽는 사람은 노는 사람을 안 쳐다봐.” 하고 얘기해 주었다.


  우리 집 아이들이 우리 도서관에서 마음껏 뛰고 달리고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살짝 가슴이 찡하다. 내가 어릴 적에 한 번도 할 수 없던 일을 우리 아이들이 하기 때문일까. 우리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늘 놀 수 있고 노래할 수 있다는 기쁨을 누리기 때문일까.


  다시 어릴 적을 되새긴다. 국민학생이던 어느 때이다. 내가 교사한테 물었는지 다른 동무가 교사한테 물었는지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는 또렷하게 떠오른다. “야, 이 녀석들아, 복도에서 뛰지 마!” “왜 복도에서 뛰면 안 돼요?” “찰싹!”


  교사들은 그저 못마땅했을 뿐이리라. 교사들은 그네들한테 얹힌 행정서류와 갖가지 고단한 일거리 때문에 힘들었을 뿐이리라. 교사들은 이녁이 맡을 아이가 예순이나 일흔이 넘기 일쑤였으니 언제나 골머리를 앓다가 지쳤을 뿐이리라. 그래서 쉬 손찌검을 하고, 아이들한테 제대로 말을 안 해 주었을 뿐이리라.


  도서관 문간에 기댄 나뭇가지에 풀개구리가 앉아서 쉰다. 작은아이는 걸상을 가지고 나와서 “나도 볼래! 나도 볼래!” 하고 노래한다. 풀개구리가 함께 사는 도서관이란, 얼마나 멋있고 예쁜가.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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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살리는 길 (사진책도서관 2014.7.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여러 날에 걸쳐 만화책 자리를 다 손질한다. 진땀을 뺐다.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에는 바깥벽에 금이 간 데를 타고 빗물이 스며드는데, 이 빗물은 만화책을 꽂은 책꽂이 아래쪽까지 퍼진다. 이태 넘게 이런 줄 모르다가 뒤늦게 알아차렸다. 맨 아래쪽에 꽂은 묵은 만화책이 꽤 다쳤다.

  둘째 칸 벽을 따라 책꽂이를 받치고 문화 갈래 책을 꽂았는데, 자꾸 곰팡이가 피는 듯해서 책꽂이를 빼내어 들여다보니, 벽 아래쪽을 따라 물방울이 맺힌다. 건물이 낡아서 빗물이 스며들기 때문일까.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싶어, 벽돌을 받치고 책꽂이를 올린다. 다른 책꽂이도 아래에 벽돌을 대든 어떻게든 바닥하고 띄워야 하는구나 싶다. 바닥하고 띄우지 않으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물기 때문에 책꽂이와 책이 모두 다치겠네.

  아버지가 진땀을 빼는 동안 큰아이는 치맛자락에 고양이 인형을 놓은 채 작은사다리에 앉아서 만화책을 본다. 언제부터 이렇게 앉아서 만화책을 보았을까. 놀라운 그림이로구나 싶어 일을 멈추고 큰아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다.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는다. 이때 작은아이가 알아챈다. 작은아이는 “아버지, 나도 찍어야지요!” 하면서 끼어든다. 누나만 사진을 찍는다면서 샘이 났을까? 아무렴, 네 아버지가 누나만 찍고 너를 안 찍겠니. 너희 둘 모두 애틋하게 사랑하는걸.

  만화책 꽂는 자리에 책상을 하나 놓아 본다. 걸상을 하나만 놓아 본다. 책상이 허전해서 만화책 두 권을 올려 본다. 꽤 보기 좋다고 느낀다. 그야말로 ‘만화책 연구실’ 같은 느낌이다.

  만화책 《도라에몽》을 골마루 책꽂이에 옮긴다. 왜 이곳에 옮기느냐 하면 눈에 잘 뜨이기 때문이고, 밝은 곳이기 때문이다. 큰아이가 《도라에몽》 만화책을 보고 싶다면, 빛이 잘 들어 밝은 이곳에서 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큰아이더러 숫자를 잘 맞추어 보라고 시킨다. 그런데 빠진 책이 꽤 많다. 1권부터 45권까지 틀림없이 한 질을 장만했는데, 빠진 책은 어디로 갔을까. 알쏭달쏭하다. 빠진 책 번호를 살펴서 다시 갖추어야겠다.

  한 가지를 마쳤으나 다른 일이 기다린다. 다른 책도 잘 갈무리해야겠고, 다른 책꽂이도 물기에 다치지 않도록 새롭게 손질해야겠다. 번듯한 건물에 깃든 도서관이 아닌 터라 손이 갈 데가 많다. 도시 한복판에 도서관을 두었으면 빗물이나 물기 때문에 걱정할 일이 없었으리라 본다. 숲과 같이 풀밭이 이루어진 시골 폐교 건물에 도서관을 들였으니 여러모로 생각하고 살필 대목이 많다. 하루빨리 이 폐교 건물을 우리 것으로 장만해서 바깥벽과 옥상에 방수페인트를 바르고, 금이 간 곳을 메꿔야겠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옥상에 지붕을 씌워야 할는지 모른다.

  도서관을 살리고, 책을 살리며, 우리 살림과 삶을 살려야지. 생각을 살리고, 사랑을 살리면서, 우리가 시골에서 지내는 이야기를 살려야지. 삶과 꿈을 살릴 때에 책을 살릴 수 있다고 느낀다. 마음과 사랑을 살릴 때에 책이 깃든 터, 그러니까 도서관을 살릴 수 있다고 느낀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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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4-08-05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아이들......... 고흥이면 고향이 지척인데 한 번 찾아 가도 되나요?

숲노래 2014-08-06 02:39   좋아요 0 | URL
네, 즐겁게 마실을 하시면 되옵니다~ ^^
 

 숲이 되려는 도서관 (사진책도서관 2014.7.2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와서 책을 갈무리한다. 요즈음은 날마다 아침에 밥을 차려서 함께 먹고 나서, 글을 쓴 뒤, 자전거를 몰아 도서관에 나온다. 도서관에서 두 시간 남짓 책을 갈무리하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골짝마실을 하거나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로 간다.

  오늘도 여느 날과 같이 도서관에서 땀을 쏟으면서 책을 갈무리한다. 도서관 문간에 만화책이 돋보이도록 자리를 바꾼다. 우리 도서관은 ‘사진책도서관’이면서 여러 갈래 책을 골고루 갖춘다. 만화책을 도서관 문간에 잘 보이도록 자리를 바꾸는 까닭은, 한국 사회에서 만화책이 너무 푸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만화책이 제대로 알려지고 읽혀서, 사람들 마음에 아름다운 빛으로 드리울 수 있기를 빈다.

  한창 책을 갈무리하는데 윙윙 소리가 난다. 아, 항공방제 헬리콥터 소리로구나. 항공방제 헬리콥터 때문에 오늘은 다른 날보다 일찍 집에서 나왔다. 저 끔찍한 ‘농약 헬기’에서 뿌리는 농약이 우리 집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마을에서는 ‘친환경농약’을 뿌린다고 했으나, 올해부터 ‘그냥 농약’을 헬리콥터로 뿌린다. 지난해까지 우리 마을은 ‘친환경농업단지’ 이름을 내걸었지만, 마을 어른들은 남몰래 ‘그냥 농약’을 엄청나게 뿌렸다. 그러니, 허울만 좋은 ‘친환경농업단지 쌀’이었고, 이 쌀을 비싸게 사들인 서울 강남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농약검사를 하니 두 해 동안 잇달아 농약이 나와서, 올해부터는 ‘친환경농업단지 면허가 취소’되었단다.

  모르는 노릇인데, 친환경농업단지 면허가 취소된 일을 모두 반기리라 느낀다. 왜냐하면, 이제는 농약을 마음 놓고 뿌릴 수 있으니까. 지난해에는 눈치를 보면서 새벽이나 밤에 몰래 치는 분이 참 많았다. 올해에는 거리낌없이 마음껏 농약물결을 이룬다.

  4대강사업도 말썽이요, 밀양 송전탑도 말썽이며, 제주 해군기지도 말썽이다. 그런데, 우리 삶에서 농약처럼 커다란 말썽이 또 있을까? 농약 말썽에 눈길을 두는 지식인은 몇이나 되는가. 농약 말썽을 풀려는 과학자는 얼마나 있는가. 농약 말썽을 꾸준히 밝히고 글로 쓰거나 책으로 펴내어 도시사람과 시골사람 모두 일깨울 슬기로운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 도서관은 책으로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그리고, 책을 이루는 바탕인 나무가 아름답게 푸른 빛깔로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과 빛과 숲이 하나인 삶으로 나아가는 도서관이 되려 한다. 우리 살림살이도 책과 빛과 숲 하나가 되는 길로 나아가야 아름다우리라 느낀다. 책이란 배움이다. 빛이란 사랑이다. 숲이란 삶이다. 그러니까, 슬기롭게 배우고 사랑을 나누며 삶을 밝히는 길이 우리들 꿈이다.

  곁님은 이곳에 ‘새로운 학교’를 만들고 싶어 한다. 새로운 학교를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면서 즐겁게 열려는 꿈을 품고 미국에 ‘람타 공부’를 하러 갔다. 지난해에는 석 달, 올해에는 한 달 머문다. 곁님 배움삯은 카드빚으로 긁는다. 카드빚을 걱정하지 않는다. 곧 멋진 ‘도서관 평생 지킴이’ 한 분이 나타나 주리라 믿는다. 얘들아, 우리 도서관에서 신나게 논 뒤 골짜기로 놀러가자.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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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J특공대 (사진책도서관 2014.7.2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방송국에서 취재를 묻는 전화가 온다. 어느 방송국일까. 잘 모르겠다. 텔레비전이 집에 없고 안 들여다본 지 아주 오래되어 알 길이 없다. VJ특공대를 찍는 사람이라고 말한 듯하다. 시골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모습을 찍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지내지. 시골에서 아이들과 지내면서 밥이든 빨래이든 집살림이든 도맡아서 하는 아버지이지. 대수로울 일이 없고 대단한 모습이 없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하루 내내 아이하고 붙어 지내는 아버지는 찾아보기 아주 어렵다. 허울이 좋은 남녀평등은 내세우지만, ‘여자 투표권’은 있지만, 여자도 대통령이 될 수 있지만, 여대생이 무척 많지만, 정작 참다운 평등은 아직 한국 사회에 없다고 느낀다. 함께 즐기는 집안일과 같이 가꾸는 집살림으로 나아가는 가시버시는 얼마나 있을까.

  책은 많이 읽지만, 책만 많이 읽을 뿐, 스스로 삶을 안 가꾸는 사내가 아주 많은 한국 사회이다. 이론과 지식으로는 평화와 평등과 민주를 말하지만, 정작 삶과 사랑과 꿈에서는 평화와 평등과 민주하고는 동떨어진 채 지내는 사내가 대단히 많은 한국 사회이다.

  그래서, 어떤 방송인지 모르겠지만, 서울에서 고흥으로 즐겁게 찾아올 수 있으면 얼마든지 와서 취재를 하라고 이야기한다. 제작진이 회의를 한 뒤 저녁에 전화로 알려주겠다고 한다. 우리 식구는 시골에서 살고, 아이들을 저녁에 재워야 하니 저녁 아홉 시가 넘으면 전화를 하지 말고 이튿날 해 달라고 말씀을 여쭌다.

  전화를 끊고 도서관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한다. 한국말사전 자료를 새롭게 꽂는다. 책꽂이 자리를 바꾼다. 책꽂이에 핀 곰팡이를 닦는다. 걸상을 곳곳에 더 놓는다. 한참 땀을 흘리며 일을 하는 동안, 큰아이는 만화책을 읽어 준다. 작은아이는 여느 날처럼 골마루를 이리저리 달리면서 내 꽁무니를 좇는다. 내가 이리 가서 일하면 내 뒤에서 얼른거리고, 내가 저리 가서 일하면 저쪽 내 뒤에서 얼쩡거린다.

  두 시간 남짓 갈무리를 한 뒤 기지개를 켠다. 아침을 먹이고 나왔으나 곧 아이들이 출출하다고 하리라. 골짜기에 가야지. 골짜기에 가서 두 시간쯤 놀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밥을 차려 주어야지. 아이들이 저마다 콩콩콩 달린다.

  골짝마실을 마치고 집에 와서 저녁을 차린다. 아이들을 재운다. 전화가 없다. 취재를 하든 말든 전화를 하기로 했으면 할 일이 아닌가. 이튿날에는 전화를 할까. 아마 안 할 듯하다. 방송국 일꾼이라면 무척 바쁘기는 할 텐데, 그 흔한 손전화 쪽글조차 남기지 못한다면, 믿음을 살 수 없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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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면서 읽는 책 (사진책도서관 2014.7.2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한테 “너희 책 읽어” 하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마음속으로 책을 읽고 싶어야 읽는다. 아이들한테 “너희 책 읽지 말아” 하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마음속으로 책에 와닿았으면 어디에든 숨어서 끝내 책을 읽는다. 어른도 이와 같다. 스스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올 때에 손에 책을 쥔다. 스스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올 때에 사진기를 손에 들어 사진을 찍는다. 스스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올 때에 이웃이나 동무를 만나러 마실을 간다. 스스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올 때에 이웃을 돕거나 두레를 하거나 품앗이를 한다.


  니스를 더 사서 책꽂이에 발라야 하는데, 니스 한 통 새로 장만할 돈을 빼내지 못한다. 요즈음 살림돈이 팍팍하더라도 니스 한 통 몇 만 원어치 사 놓고 보면, 이쯤 되는 돈은 찬찬히 메꿀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돈을 써야 할 데에 쓸 노릇이다. 그러나, 정작 못 한 벌 사러 면소재지에 가지도 않는다. 여러 날 집에서만 머물며 아이들 먹일 밥을 차리고, 낮에 골짜기로 마실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씻기고 빨래를 한다.


  도서관 책 갈래를 새로 나누느라 부산하다. 책꽂이 자리를 바꾸고 책을 새로 꽂는다. 등허리가 시큰할 때까지 책을 만진다. 이동안 두 아이는 저희끼리 잘 논다. 큰아이는 한참 놀다가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손에 쥔다. 아직 책에 마음을 안 쓰는 네 살 작은아이는 도서관 골마루를 끝없이 달리면서 혼자 논다. 누나더러 같이 뛰놀자고 쑤석이거나 옆구리를 간질이지만, 누나는 동생한테 넘어가지 않는다. 한참 누나를 건드리다가 제풀에 지친 작은아이는 혼자서 논다. 그리고, 혼자 놀다가 지칠 무렵, 작은아이도 책을 가지고 와서 들춘다.


  놀마다 책을 손에 쥐고, 책을 한참 보다가 다시 논다. 개구리나 풀벌레나 달팽이를 구경하려고 바깥으로 나간다. 햇볕을 쬐고 도서관으로 들어온다. 풀내음을 맡는다. 풀바람을 쐰다. 여름이 무르익는다. 일을 마치고 골짝마실을 가려고 하는데, 사마귀 한 마리가 창문 틈에 낀다. 넌 어쩌다가 그곳에 들어갔니? 사마귀가 다치지 않도록 하면서 꺼내느라 한참 애쓴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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