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빛·숲 (사진책도서관 2014.6.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여러 해를 삭히면서 기다린 책이 올해에 나온다. 2011년에 내려고 그러모은 글을 세 해를 더 삭히고 그러모으면서 비로소 빛을 볼 듯하다. 책을 펴내기로 한 출판사에서 한창 편집과 디자인을 한다 하니까, 곧 교정본을 받아서 살피면 된다. 새로운 책을 선보이면서 이웃한테 선물할 수 있으면 언제나 두근거리면서 즐겁다. 나는 언제나 이웃한테서 받은 사랑을 책을 써서 베풀기에, 책을 새로 내는 일이 보람이면서 삶노래라고 할 만하다.


  곧 나올 책을 2011년에 처음 선보이려고 할 적에는 ‘헌책방 아벨서점 단골 20년’이라는 이름을 붙이려 했다. 2014년에 이 책을 드디어 선보이려는 요즈음, 책이름을 바꾸었다. ‘헌책방 아벨서점’이라는 이름은 뒤쪽으로 빼고, 앞에 내놓는 굵직한 이름으로 ‘책·빛·숲’ 세 낱말을 넣는다.


  지난 2013년에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이야기를 책으로 선보일 적에는 ‘책빛마실’이라는 이름을 썼다. ‘책·빛·마실’ 이렇게 세 낱말을 쓴 셈이다. 헌책방 아벨서점이 깃든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를 이야기하는 이번 책에서는 ‘책·빛·숲’이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은 사람들이 이곳을 제대로 즐겁게 ‘마실’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사람들이 이곳을 제대로 즐겁게 읽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헌책방거리이든 헌책방골목이든, 또 헌책방 한 곳이든, 이러한 책터가 마을에서 어떤 ‘숲’을 이루면서 기나긴 해를 책과 함께 살아냈는가 하는 대목을 읽어 주기를 바란다.


  내 마음으로는 ‘책·빛·숲’인데, 아마 종이에 앉히는 따끈따끈한 책에서는 ‘책빛숲’처럼 붙여서 이름을 넣으리라 본다. 아무튼, 다 좋다. ‘책·빛·숲’도, ‘책빛숲’도 좋다. 다 다른 낱말이면서 다 같은 낱말인 책과 빛과 숲을 우리 이웃과 동무가 모두 기쁘게 얼싸안을 수 있기를 빈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새로 나오는 책이란 (사진책도서관 2014.5.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숱한 책을 만지고 다루면서 생각한다. 그동안 읽은 숱한 책을 되새겨 본다. 나 스스로 좋아하면서 장만한 이 책들은 내 서재이면서 조촐하게 도서관이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책을 꾸준히 더 장만할 테고, 내 서재이자 도서관에 둘 책은 훨씬 늘어나리라 본다.


  나는 이 책들을 왜 읽을까. 나는 이 책들을 왜 버리지 않고 건사할까. 한국 사회 공공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을 보면, 또 초·중·고등학교에 있는 도서관을 보면, 연도가 조금 묵은 책을 참 쉽게 버린다. 한국 사회 도서관에서 스무 해쯤 묵은 책을 구경하기란 아주 어렵다. 새로 나오는 책은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오래된 책일수록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참말 도서관은 어떤 곳일까. 도서대여점 구실을 하는 데가 도서관일까. 책으로 삶을 배우면서 사랑을 가꾸도록 이끄는 곳이 도서관이 아닐까. 새로 나오는 책만 갖추려는 한국 사회 도서관이라 한다면, 철학도 사상도 역사도 문화도 예술도 모두 ‘새로 나오는 것’만 값있거나 뜻있다는 소리는 아닌가. 예전에 나온 책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는 소리가 아닌가. 다시 말하자면, 새롭게 철학을 하건 사상을 하건 예술을 하건, 그동안 한길을 걸어온 옛사람 발자취는 돌아볼 까닭이 없이 ‘새로 짓기’만 하면 된다는 소리가 아닌가.


  누구한테서 배우는가. 무엇을 배우는가. 배우지 않고 가르칠 수 있는가. 지나온 수많은 책은 들추지 않아도 얼마든지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가.


  새로 나오는 책은 얼마나 새로운 이야기를 담는다고 할 만한지 궁금하다. 새로 쓰는 글은 얼마나 새로운 빛을 베푼다고 할 만한지 궁금하다. 새로 읽는 책이나 글은 우리 마음을 얼마나 북돋우거나 따사롭게 어루만지는지 궁금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그저 ‘소비’만 하지 않나 궁금하다. 인문책도 소비하고 문학책도 소비할 뿐, 정작 삭혀서 삶을 북돋우는 기운은 못 길어올리지 않나 궁금하다.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아도 나무를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나무 한 그루만 바라보아서는 나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나무 한 그루를 둘러싼 이웃 나무를 보고, 나무가 서로 얼크러진 숲을 보며, 나무를 둘러싼 풀을 보는 한편, 햇볕과 바람과 비와 흙을 골고루 보아야 나무를 알 수 있다. 어느 책 하나를 보면서 어느 책 하나를 알 수 있겠지. 그런데 어느 책 하나만 보아도 참말 이 책 하나를 제대로 안다 할 수 있을까? 이웃한 다른 책을 비롯해서 온갖 갈래 책을 두루 살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책을 이루는 바탕인 삶을 읽지 않고서 책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배우려는 사람이 책을 읽고, 가르치려는 사람이 삶을 사랑한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월 시골 도서관 (사진책도서관 2014.5.1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지난겨울에 아이들하고 어떤 노래를 불렀던가 돌아본다. 봄에는 봄노래를 불렀고, 여름에는 여름노래를 불렀는데, 곰곰이 헤아려 보니 아이들한테 들려주면서 함께 즐긴 노래는 거의 다 ‘봄을 그리는 노래’이지 싶다. 참 그렇다. 봄을 그리는 노래가 가장 많구나 싶고, 다음으로 여름을 그리는 노래가 많으며, 가을과 겨울을 그리는 노래는 퍽 적구나 싶다.


  어른노래는 잘 모르겠고, 어린이노래는 그렇다. 어린이노래는 으레 봄을 노래하고, 봄꽃을 노래하며, 봄볕을 노래한다.


  왜 어린이노래는 봄을 많이 노래할까. 아무래도 어린이를 ‘봄’으로 여기기 때문일까. 어린이가 봄과 같은 기운을 가슴에 품고 씩씩하게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일까.


  겨우내 부르던 봄노래를 곱씹으면서 아이들한테 봄날 봄노래를 들려준다. 봄에 부르는 봄노래가 아주 즐겁다. 그야말로 봄에는 봄노래가 가장 잘 어울린다. 우리 도서관도 봄에 봄빛이 젖어들면서 싱그럽다. 풀이 새롭게 돋아 풀내음이 가득하고, 나무에도 나뭇잎이 푸르게 돋으니 해맑다. 더욱이, 딸기밭은 지난해보다 더 넉넉하다. 지난해에 들딸기알을 이곳저곳에 많이 뿌린 보람을 거두는구나 싶다. 들딸기도 먹는 사람 손길이 있으니 더 널리 더 많이 퍼지지 싶다.


  오월빛이란 얼마나 환한가 하고 생각에 잠긴다. 조용히 만화책을 펼치며 읽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창밖으로 새소리가 깃들고, 바람소리가 춤춘다. 바람을 타고 맑은 기운이 스며든다.


  그러고 보니, 웬만한 도서관은 창문을 열지 않는다. 창문을 열어 창밖에서 흘러드는 바람을 쐬는 도서관이 얼마나 있을까. 창문을 열고는 햇빛과 바람소리와 새소리에다가 개구리소리까지 골고루 받아들이는 도서관이 얼마나 있을까. 시골에 지은 도서관 가운데 시골내음을 마시면서 나누는 곳은 몇 군데가 될까. 서울에 있는 도서관은 책 말고 무엇이 있을까. 서울이든 시골이든 이 나라 도서관에서는 책과 함께 어떤 빛과 숨결을 누릴 수 있는가.


  오월에 오월을 생각한다. 오월에 환한 꽃빛과 나무빛을 생각한다. 사월과 다른 오월빛을 그린다. 유월과 또 다른 오월을 그린다. 참말 오월이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4-05-14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찔레꽃의 환한 꽃빛과, 벼리의 보라의 고운 모습과 도서관의 삶빛과
빨갛고 예쁜 들딸기의 고운빛이 다 하나로 참~ 어울립니다~*^^*

숲노래 2014-05-15 07:49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오월에
모두들 아름다운 빛과 삶을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시 들딸기 도서관 (사진책도서관 2014.5.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두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는 길에 곁님이 묻는다. “딸기 언제부터 먹을 수 있어요?” “글쎄, 보름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과 도서관에 와서 한참 놀다가 딸기밭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도서관 딸기밭이란 우리가 딸기를 심은 밭은 아니다. 들딸기가 스스로 자라면서 해마다 차츰 넓게 퍼지는 밭이다. 해마다 들딸기를 고맙게 얻으면서, 곧잘 딸기알을 곳곳에 뿌렸다. 이듬해에는 더 넓게 퍼지라는 뜻이다. 참말 이렇게 곳곳에 휙휙 던지니 해마다 딸기밭이 늘어난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딸기꽃이 더 넓게 피었고, 더 많이 나왔다. 올해에는 그야말로 날마다 딸기로만 배를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새빨갛게 익은 딸기는 아직 얼마 없다. 그래도 몇 알 나온다. 아이들을 불러 손바닥에 얹어 준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똑같은 숫자로 준다. 그리고 석 알을 남긴다. 어머니도 맛을 봐야지. 나는 한 알만 먹는다. 앞으로 잔뜩 돋으면 그때에 먹기로 하고, 아이들이 한 알이라도 더 맛을 보기를 바란다.


  들딸기란 얼마나 좋은가. 들딸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지난해 여름을 끝으로 들딸기가 새로 돋을 봄을, 오월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튿날에는 작은 병을 하나 챙겨 오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훨훨 난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4-05-1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도서관 딸기밭에 들딸기가 열렸군요~
작년에도 사진만 봐도 참 즐거웠는데, 올해도 여전히
송글송글 빨갛게 참 예쁘게 열렸네요~ 참 맛나 보입니다!~*^^*

숲노래 2014-05-13 14:05   좋아요 0 | URL
여름을 앞두고 즐거운 몸이 되도록 북돋우는
맑은 맛이라고 할까요?

아주 반가우며 즐거워요 ^^
 


 얼마나 읽어야 할까 (사진책도서관 2014.4.2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람들은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사람들은 책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래 읽어야 할까. 아이들은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열 살 어린이와 열다섯 살 푸름이는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스물다섯 살 젊은이는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하고, 마흔다섯 살 어른은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쉰다섯 살이나 예순다섯 살에 책읽기를 멈추면, 생각이 멈추거나 사랑도 멈출까. 일흔다섯 살이 되었기에 이제 굳이 책을 더 읽을 까닭이 없다고 여기면, 그만 생각이 뒷걸음질을 하거나 사랑은 사그라들고 말까.


  도서관마다 책을 새로 갖춘다. 도서관마다 새로 나오는 책을 꾸준히 갖춘다. 묵은 책을 새로 갖추거나 오래된 책을 차근차근 살피며 갖추려는 도서관을 한국에서 찾아보기란 아주 어렵다. 그러면, 도서관을 찾는 사람은 어떤 책을 읽는 셈일까. 새로 나오는 책만 읽으면 되는 셈인가. 새로 나오는 책만 책이요, 그러니까 2014년에 나온 책이 있으면 2020년이 되면 굳이 안 읽어도 되는 책이라 할 만한가. 2020년에 나오는 책은 또 2025년에는 안 읽어도 되는 책으로 삼아도 될까.


  도서관에서 추천도서목록을 만들든, 비평가나 전문가나 교사가 권장도서목록을 엮든, 모두 새로 나온 책을 넣는다. 묵은 책이나 오래된 책은 좀처럼 안 다룬다. 마땅한 노릇일는지 모르나, 헌책방을 샅샅이 살피면서 다녀야 겨우 찾아볼 수 있는 책을 추천하거나 권장하는 일은 없다. 새책방에서 새로 장만하는 책이라고 해서 나쁠 책은 없다. 그리고, 헌책방에서 다리품을 팔아야 하는 책이라고 해서 나쁠 책이 없다. 우리는 새책이나 헌책이 아닌 책을 말할 노릇이고, 새책도 헌책도 아닌 책을 읽을 노릇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책을 얼마나 많이 또는 얼마나 적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테두리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가꾸거나 즐거거나 빛내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손에 쥐느냐를 돌아보아야지 싶다.


  어떤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사람들이 저마다 이녁 삶을 스스로 빛내거나 밝히거나 가꾸거나 일구는 길에는 어떤 책을 곁에 두어야 아름다울까.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도서관은 어떤 책을 건사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터 구실을 할 때에 사랑스러울까.


  딸기꽃은 하얗고, 하얀 꽃에 내려앉는 나비도 하얗다. 아이와 함께 서재도서관에서 한참 논다. 등꽃을 바라보고, 새빨간 새봄 단풍나무를 마주한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