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읽는 책 (사진책도서관 2014.7.2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한테 “너희 책 읽어” 하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마음속으로 책을 읽고 싶어야 읽는다. 아이들한테 “너희 책 읽지 말아” 하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마음속으로 책에 와닿았으면 어디에든 숨어서 끝내 책을 읽는다. 어른도 이와 같다. 스스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올 때에 손에 책을 쥔다. 스스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올 때에 사진기를 손에 들어 사진을 찍는다. 스스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올 때에 이웃이나 동무를 만나러 마실을 간다. 스스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올 때에 이웃을 돕거나 두레를 하거나 품앗이를 한다.


  니스를 더 사서 책꽂이에 발라야 하는데, 니스 한 통 새로 장만할 돈을 빼내지 못한다. 요즈음 살림돈이 팍팍하더라도 니스 한 통 몇 만 원어치 사 놓고 보면, 이쯤 되는 돈은 찬찬히 메꿀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돈을 써야 할 데에 쓸 노릇이다. 그러나, 정작 못 한 벌 사러 면소재지에 가지도 않는다. 여러 날 집에서만 머물며 아이들 먹일 밥을 차리고, 낮에 골짜기로 마실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씻기고 빨래를 한다.


  도서관 책 갈래를 새로 나누느라 부산하다. 책꽂이 자리를 바꾸고 책을 새로 꽂는다. 등허리가 시큰할 때까지 책을 만진다. 이동안 두 아이는 저희끼리 잘 논다. 큰아이는 한참 놀다가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손에 쥔다. 아직 책에 마음을 안 쓰는 네 살 작은아이는 도서관 골마루를 끝없이 달리면서 혼자 논다. 누나더러 같이 뛰놀자고 쑤석이거나 옆구리를 간질이지만, 누나는 동생한테 넘어가지 않는다. 한참 누나를 건드리다가 제풀에 지친 작은아이는 혼자서 논다. 그리고, 혼자 놀다가 지칠 무렵, 작은아이도 책을 가지고 와서 들춘다.


  놀마다 책을 손에 쥐고, 책을 한참 보다가 다시 논다. 개구리나 풀벌레나 달팽이를 구경하려고 바깥으로 나간다. 햇볕을 쬐고 도서관으로 들어온다. 풀내음을 맡는다. 풀바람을 쐰다. 여름이 무르익는다. 일을 마치고 골짝마실을 가려고 하는데, 사마귀 한 마리가 창문 틈에 낀다. 넌 어쩌다가 그곳에 들어갔니? 사마귀가 다치지 않도록 하면서 꺼내느라 한참 애쓴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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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담는 책 (사진책도서관 2014.7.2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맨 앞에서 볼 수 있는 책꽂이에는 내 마음에 담는 분들 책을 촘촘히 모아서 꽂았다. 이를테면, 이오덕, 성내운, 송건호, 리영희, 송두율, 문익환, 조지 오웰, 소노 아야코, 미우라 아야코, 김남주 같은 분들 책인데, 아무래도 자리를 옮기자고 생각한다. 골마루 책꽂이는 햇볕을 너무 잘 받아서 책이 바래기도 한다. ‘한국말사전 연구실’로 삼는 둘째 칸에 새롭게 자리를 잡아 옮겨 꽂아 본다.


  골마루 책꽂이가 텅 빈다. 그러나 이곳은 새롭게 꾸미면 된다. 책은 너무 빛이 바래고 마니까, 이곳에 재미난 다른 것을 놓자고 생각한다. 아기자기하게 꾸밀 만한 것을 아기자기하게 놓자. 재미난 이야기를 끄집어 낼 만한 것을 놓아 보자. ‘고흥군에서 지지난해까지 쓰던 종이 버스표’를 이곳에 놓을 수 있다. 우리 식구는 자가용이 없고, 늘 시골버스를 타고 움직인 터라 ‘종이 버스표’를 썼고, 이 버스표를 쓰면서 틈틈이 건사해 놓았다. 머잖아 이 시골에서도 ‘종이 버스표’는 사라지리라 느꼈다. 고흥처럼 깊은 시골까지 교통카드가 들어올 줄, 게다가 하루아침에 들어올 줄 누가 알았으랴.


  재미난 것을 그러모아서 꾸미자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이렇게 꾸민 뒤 비닐로 겉을 덮어야 하리라. 아무래도 누군가 슬쩍 가져갈 수 있을 테니까.


  한참 책꽂이 자리 바꾸기를 하니 여러모로 어수선하다. 여러 날 땀을 쏟으면 멋스럽게 꾸미고 깔끔하게 치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천에 있는 고등학교 교사 한 분이 새로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주신다. 고맙다. 도서관 지킴이도 차근차근 늘겠지. 엊그제 들으니, 우리가 빌려서 쓰는 이 학교 건물 임대기간이 끝났다고 한다. 우리한테 학교 건물만 빌려준 분들이 임대기간이 끝났다고 하니 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물어야겠다. 교육청 누리집에 오른 ‘감정 평가 금액’으로는 이곳 운동장과 건물을 사들이는 데에 1억 2천만 원이라고 나온다. 몇 해 앞서 이만 한 돈이었으니 이제 더 내려갔으리라 생각한다. 이 학교를 통째로 사들여서 ‘숲책 도서관’으로 꾸미려는 꿈이 머지않았다고 느낀다.


  책 갈무리를 마치고 창문을 닫은 뒤 아이들과 골짜기로 가려고 하다가, 교실 셋째 칸에서 풀사마귀 한 마리를 본다. 귀엽구나.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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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꽂는 마음 (사진책도서관 2014.7.1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을 옮길 생각으로 상자에 싼 책을 끌른다. 책을 상자에 담아 끈으로 묶을 적에도 힘을 많이 써야 하지만, 책상자를 도로 끌러 다시 꽂을 적에도 힘을 많이 써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내 책들을 다시 끌러 꽂으면서 무척 새삼스럽다고 느낀다. 나한테 이렇게 대단한 책이 있었나 하고 놀란다. 나 스스로 내 책에 놀란다. 1938년에 한국말로 옮긴 성경책도 나한테 있었네 하고 놀란다. 해방 앞뒤로 나온 온갖 ‘한국말사전 관련 자료’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괜히 놀란다.


  그렇다. 나는 이 책들을 장만하려고 모든 돈을 들이면서 살았다. 나는 이 책들을 하나하나 챙겨서 장만하려는 마음에, 집살림은 엉성하게 꾸리면서 책만 신나게 사들였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이런 책이 있겠는가? 아마 없겠지. 그러나 책 좋아하는 누군가는 이런 책을 깨끗하거나 정갈한 판으로 갖추어서 곱게 모시리라 본다. 나는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책길을 닦으려고 자주 들여다보거나 만지작거리면서 책이 많이 다쳤고 낡다.


  돈으로 건물을 짓기는 쉽다고 할 만하다. 요즘 같은 문명사회에서 건물 하나 뚝뚝뚝딱 참 쉽게 짓는다. 도서관 건물도 으리으리하게 얼마든지 짓겠지. 그런데, 도서관에 들여놓을 책은 어떻게 건사할까. 책은 없이 건물만 으리으리한 도서관이 한국에 넘치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책을 지키지 못한 채 건물만 지키는 도서관이 한국에 너무 많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책만 돌보고 지키느라 살림집과 도서관 건물은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이 책들뿐 아니라 살림집과 도서관 건물을 함께 돌보는 길을 슬기롭게 생각해야겠다고 느낀다. 곁님은 이곳에서 ‘ㅍㄹㅅ 학교’를 가꾸고, 나는 이곳에서 ‘ㅍㄹㅅ 도서관’을 일구면서 새로운 빛을 열어야겠다고 느낀다.


  서두를 일은 없으니 찬찬히 하나씩 헤아리면서 다시 꽂는다. 아니, 새롭게 꽂는다. 내 책이지만 스스로 내 책인 줄 제대로 깨닫지 못하던 아름다운 책과 자료를 차근차근 천천히 제자리를 헤아리면서 꽂는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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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 연구실 (사진책도서관 2014.7.1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 둘째 칸을 ‘한국말사전 연구실’로 꾸미려 한다. 상자에 담은 책을 다시 꺼낸다. 자주 들출 사전과 자료를 손에 닿기 좋은 자리에 꽂으려 한다. 이러면서, 도서관 문간을 치우기로 한다. 도서관 문간에 동그란 책상을 놓았는데, 책상 옆에 꽂은 곁님 책들을 셋째 칸으로 옮기려 한다. 이 자리에는 도서관 소식지와 내 책들을 두고, 여러 가지 엽서와 홍보물을 둘 생각이다.

  아버지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책꽂이를 옮기고 책을 나르는 동안, 큰아이는 만화책에 폭 빠진다. 작은아이는 이리 달리고 저리 뛴다. 누나가 함께 놀아 주지 않아도, 이제 작은아이 스스로 뛰고 달리고 누우면서 잘 논다.

  아침 열한 시부터 낮 한 시까지 여러모로 손질하고 갈무리한다. ‘한국말사전 연구실’로 제대로 꾸며서, 이곳을 앞으로 재미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책을 길어올릴 터로 삼으려 한다.

  천장에서 새는 빗물이 흐르는 첫째 칸 책꽂이도 곧 자리를 옮겨야겠다. 하루에 두세 시간씩 이 일을 하면 며칠쯤 걸려 갈무리를 마칠 수 있을까. 장마가 머잖아 그치고 햇볕이 쨍쨍 나기를 기다린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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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옮기기 (사진책도서관 2014.7.1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고흥에 뿌리를 내리는 우리 도서관을 어떻게 할까를 놓고 지난 석 달 여러모로 생각을 하면서 지냈다. 더는 책과 책꽂이를 옮기지 않으려고, 고흥에 들어온 뒤 책꽂이를 골마루 바닥에 못을 꽝꽝 쳐서 박았다. 책짐을 꾸리거나 나르는 데에 품과 겨를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이러다가 신안군에서 ‘책마을’을 만들자면서 찾아오니 이래저래 싱숭생숭했다. 생각을 연 공무원이 있구나 싶은 신안군이니 참으로 놀라웠고, 그곳에서는 무엇이든 다 잘 되겠다고 느꼈다. 앞으로는 다른 군청에서도 이렇게 생각을 여는 공무원이 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짐을 꾸리고 싶지 않았으나, 한 달 즈음 책짐을 싸 보았다. 마음속에 어떤 응어리가 있기 때문에 책짐을 꾸렸다고 느낀다. 꼭 신안이 아니어도, 곡성이나 구례 같은 곳은 터도 마을도 아름답다 할 만하니, 고흥을 떠나는 일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오늘, 책꽂이 자리를 조금 옮긴다. 바닥에 박은 못을 뺀다. 석 달 동안 미루느라 말라붙으려는 니스를 녹인다. 곰팡이가 피지 않기를 바라며 책꽂이 하나에 니스를 바른다. 한국말사전 자료를 놓은 둘째 칸 책꽂이를 바꾸어 보기로 한다. 니스가 다 마르자면 하루쯤 묵혀야 하니, 오늘은 자리만 잡는다. 이튿날 다시 와서 마무리를 지어야지.


  일곱 살 사름벼리는 도서관 골마루에 폭삭 앉아서 만화책을 본다. 여름이라 골마루 바닥은 시원하다. 틈틈이 골마루를 닦으니, 아이가 바닥에 앉아도 된다. 처음 이곳에 들어올 적에는 더께가 두꺼워, 엄청난 먼지를 닦고 털고 쓸고 치우느라 참 긴 나날 땀을 들였다.


  다른 곳으로 떠나기보다 고흥에 그대로 뿌리를 내리자는 생각을 굳힌 만큼, 사진책도서관 몫, 한국말사전 연구실 노릇, 아이들 놀이터이자 배움터, 우리 삶터이자 보금자리, 이렇게 네 가지로 흐를 수 있는 길로 나아가도록 힘을 쓰자. 하면 된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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