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사람


 아이들보고 무엇을 먹겠느냐고 물어서 밥을 차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를 믿고 밥을 먹습니다. 독이 든 밥이든 썩은 밥이든 어버이를 믿고 맛나게 먹습니다.

 아이들한테 무엇을 배우겠느냐고 물으며 수업을 꾸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저희를 가르치는 사람을 믿고 찬찬히 받아들이며 삭이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를 믿으면서 저희 보금자리에서 밥을 먹으면서 살아가듯이, 아이들은 저희 교사를 믿으면서 저희 배움터에서 마음을 먹으면서 배웁니다.

 교사라는 사람은 아이한테 독이 든 밥이나 썩은 밥을 먹이지 않도록 몹시 애쓰고 늘 새로 배우는 사람입니다. 교사라는 사람은 스스로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입니다. 교사라는 사람은 스스로 아름다운 살림을 제 손으로 일구면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4344.6.1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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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톱갈이


 손톱을 못 깎은 지 꽤 되었지만 늘 잊는다. 아이 손톱을 깎다가 문득 생각나서 내 손톱을 들여다보지만, 다른 일이 있고 아이하고 또 다른 여러 가지로 복닥이다가 내 손톱을 깎는 일은 으레 지나친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손톱을 깎은 일이 없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석 주가 지났다. 이동안 첫째 아이 손톱은 깎였나 하고 생각하다가 내 손톱을 바라본다. 내 손톱은 네 손가락이 모두 갈렸다. 오른손 넷째 손가락은 손톱이 안쪽으로 파였다. 첫째 아이를 낳아 똥오줌기저귀를 빨 때에도 손톱갈이는 늘 있었지만 이만큼 손톱갈이를 하지는 않았다. 두 아이 기저귀 빨래가 되기도 하지만, 집식구가 한 사람 늘었기 때문에 그만큼 내 몸을 더 써야 한다는 뜻이리라.

 옆지기 몸이 튼튼해서 아이를 셋이고 넷이고 낳는다면? 옆지기 몸이 튼튼하다면 옆지기가 빨래를 나누어 할 테지. 이때에는 내 손톱도 덜 갈 테고. 옆지기 몸이 튼튼해서 아이를 더 낳는다 하더라도 내 손톱은 더 갈리지 않을 테며, 옆지기 몸이 여리기 때문에 두 아이를 겨우 낳아 함께 살아가기에 내 손톱은 꼭 이만큼 갈리겠구나 싶다.

 얼른 첫째 손톱을 깎고, 아침밥을 안치며, 다른 반찬을 마련해야겠다. 세이레를 지내는 동안 날마다 책 한 쪽 들추기란 꿈조차 꾸기 어렵다. 그러나 임길택 님 동시를 틈틈이 들추면서 조금씩 기운을 차린다. (4344.6.1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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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6-13 11:03   좋아요 0 | URL
아웅~ㅠ.ㅠ
님 건강도 돌보셔야죠.
님이 건강하셔야 가족들도 다 건강할 수 있는거예요.

손톱 빨리 깎으시고, 멸치도 열심히 드셔보세요~^^

숲노래 2011-06-13 15:45   좋아요 0 | URL
예전에 어머니들이 어떠했을까 하는 삶을
몸으로 잘 배워요.

에고, 아침에 아이 손톱을 깎고 나서
제 손발톱도 드디어 깎았어요! ^^

카스피 2011-06-13 15:13   좋아요 0 | URL
흠,된장님도 결혼하시고 아이 둘이 생기시니 손톱깍을 시간도 없으신가봐요.오래전에 긴 머리를 묶으시고 등가방을 메고 캐논 디카를 메고 숨책에서 사진 찍으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아이들이 생기시니 예전처럼 마음대로 책 마실을 못 다닐실것 같네요^^

숲노래 2011-06-13 15:44   좋아요 0 | URL
둘째가 조금 더 크면 이제 즐거이 마실을 다녀야지요~ ^^
아이를 시설에 넣지 않고 집에서 돌보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겨를이 없답니다..
 



 시골버스 에어컨


 읍내 장마당으로 가는 시골버스에 에어컨이 빵빵하다. 시골버스에 탄 사람은 몇 없다. 도심지를 달리는 버스라면 다른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에 창문을 꽁꽁 닫고 에어컨을 틀밖에 없겠지만, 푸른 들판과 멧자락이 펼쳐진 시골길을 천천히 달릴 시골버스라면 창문을 활짝 열어 푸른 바람을 맞아들이면 좋을 텐데. (4344.6.1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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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 귀에 읽는 책


 책을 읽으려는 사람은 생각 밖으로 많지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 책에 실린 줄거리를 살피기만 할 뿐 아니라, 부끄럽다고 느껴야 하거나 슬프다고 느껴야 하는 대목이 꼭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서 조금도 부끄럽다고 안 느끼거나 하나도 안 슬프다고 느끼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책을 읽건 책을 읽지 않건 삶이나 생각이나 사랑이 달라지지 않는 사람이 퍽 많아요.

 책을 읽는다 할 때에는 내 삶과 생각과 사랑이 거듭나도록 힘쓰겠다는 뜻입니다. 좋은 벗님을 사귄다 할 때에도 내 삶과 생각과 사랑이 다시 태어나도록 애쓰겠다는 매무새입니다.

 마음을 나누는 벗님이란 내가 어려울 때에 곧장 달려와서 돕는 벗님이 아닙니다. 날마다 새롭게 발돋움하면서 더 아름다이 내 삶을 가꾸는 나날을 즐기겠다며 가까이에서 사귀는 마음벗입니다.

 마음으로 읽는 책이고 마음을 읽는 책입니다. 마음을 들여 내 삶과 생각과 사랑이 어떠한가를 되씹는 책입니다. 마음으로 읽으면서 글쓴이를 비롯해 내 이웃이나 동무나 살붙이가 어떠한 삶과 생각과 사랑인가를 돌아보자는 책입니다.

 스스로 제 삶을 한껏 북돋우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책을 아무리 많이 읽는들 부질없습니다. 앎조각은 머리에 채우지만, 몸으로는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거든요. 몸소 제 삶을 한결 보살피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훌륭하다는 책을 읽어도 가슴이 울렁거리지 않습니다. 한 줄을 읽든 한 권을 읽든 만 권을 읽든 몸소 부대끼는 삶을 되짚으면서 맑은 넋과 밝은 얼을 키워야 합니다.

 책을 읽으려는 사람은 생각 밖으로 많지 않으나, 책을 읽는 사람 또한 생각 밖으로 제법 많다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려는 사람 못지않게 책을 읽는 사람 스스로 책을 왜 읽고 책을 어떻게 읽으며 책으로 무슨 삶을 길어올리려는가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새로운 책은 쏟아지고, 무척 많이 팔린다든지 꾸준히 팔린다든지 하는 책은 꽤 많습니다만, 새로 거듭났다고 하는 사람이라든지 다시 태어났다고 하는 사람이라든지 아름다운 삶길을 걸으려 하는 사람이라든지 사랑스러운 꿈을 키우는 사람이라든지, 뜻밖에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모두 소 귀에 읽는 책이고, 한결같이 소 귀에 읽히는 책입니다. (4344.6.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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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낌글이란


 느낌글이란 내 느낌을 적는 글입니다. 생각글이란 내 생각을 적는 글입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느낌글하고 생각글을 헷갈리거나 잘못 압니다. 내 느낌을 적지 않았으면서 느낌글인 줄 알고, 내 생각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생각글이라고 여기고 맙니다.

 글을 읽건 영화를 보건 일을 하건 사랑을 나누건, 어떠한 삶을 내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왜 이러할까?’나 ‘이러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돌아보면서 느낌을 적을 때에 느낌글입니다. ‘이러하다면 나는 어찌저찌 해야겠다’ 하고 생각을 밝히면 생각글인데, 내가 스스로 받아들여 몸으로 움직이는 삶을 적을 때에 비로소 참다이 생각글을 적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내가 자가용을 타고 돌아다니는 일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는 일은 똑같다’ 하고 이야기했을 때에,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올바로 적는 느낌글이라 할 때에는, ‘내가 자가용을 타는 일이 어떻게 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는 일하고 똑같다고 이야기를 하지?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할까? 참말 이러할까? 참말 이러하다면, 나는 자가용을 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참으로 이러하다는데 나는 내 어버이나 동무나 둘레 사람들이 자가용을 탈 때에 어떻게 해야 할까, 자가용을 타는 일이 우리 삶터하고 어떻게 잇닿는지를 알아보아야겠다.’ 하고 곰곰이 돌아보면서 내 느낌을 적을 때에 느낌글이 됩니다. 생각글이라 할 때에는, ‘자가용이 우리 삶터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를 꼼꼼히 살피고 따진 다음,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해 한국 자동차 보유대수와 공해비율과 석유재벌 얼거리를 모두 돌아보고 나서, 이 모두를 한 자리에 얽으며 펼치는 내 생각’이 담긴 글입니다. ‘나라에서 밀어붙이는 커다란 잘잘못뿐 아니라 나 스스로 제대로 못 느끼거나 못 깨우치거나 못 알아채면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잘잘못으로 또 무엇이 있는가를 더 알아보면서 펼치는 내 생각’이 담겨야 비로소 생각글입니다.

 느낌글을 쓸 줄 모르면 책을 읽어도 내 느낌을 붙잡지 못합니다. 이런 마음으로는 어떠한 책을 읽어도 좋거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생각글을 쓰지 못하면 나한테 빛과 소금이 되는 책이 무엇인가를 찾아내지 못합니다. 이런 생각으로는 학교를 제아무리 오래 다니거나 훌륭한 스승을 만났더라도 참생각을 스스로 불러일으키지 못합니다. (4344.6.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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