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마음이기에


 사랑하는 마음이기에 이것저것 따지기 앞서 포근하게 돌보면서 너그러이 껴안습니다. 책사랑, 사람사랑, 헌책방사랑, 사진사랑, 글사랑, 이웃사랑, 들판사랑, 바다사랑, 꿈사랑, 풀사랑, ……. (4344.10.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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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살다


 살아가는 터전에서 글을 쓴다. 살아가는 사람하고 글을 쓴다. 살아가는 보금자리에서 내가 하는 일과 내가 꾸리는 살림을 글로 쓴다. 살아가는 사람하고 어울리는 나날을 글로 쓴다.

 시골집에서 살아가는 나는 시골집 시골다움을 글로 담는다. 시골집에서 네 식구 짐을 꾸려 먼 마실을 나와 새 보금자리를 찾는 동안, 시골집 아닌 여관에서 묵는다. 여관에서 묵는 내내 내 귀로 들리는 소리는 자동차랑 텔레비전 울리는 소리와 에어컨이나 냉장고나 정수기가 전기를 먹으며 끄르릉 끓는 소리. 우리 식구 지난 한 해 살아온 시골집은 텅 비었을 테지만, 시골집 둘레로 갖은 풀벌레가 새벽부터 밤까지 고즈넉히 울겠지.

 귀를 기울이자. 내 마음을 열며 귀를 기울이자. 읍내 여관에서 묵을지라도 냉장고 꼬르륵 소리에 묻히는 저 먼 멧골자락 풀벌레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마음을 열면 이 소리를 고즈넉히 들을 수 있으리라. 마음을 열지 못하면 길가 풀섶 작은 풀벌레 소리조차 못 들으리라.

 나는 내가 먹는 밥과 내가 입는 옷과 내가 자는 보금자리 기운을 하나하나 받아들이면서 글을 쓴다. 나는 내가 딛는 땅과 내가 마주하는 살붙이와 내가 사랑하는 하늘땅을 고스란히 맞아들이면서 글을 쓴다. 내 글은 내 사랑이어야 한다. 내 글은 내 삶이어야 한다. 내 글은 내 눈물과 웃음이어야 한다. (4344.9.2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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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다


 새벽 한 시 사십이 분에 깨다. 둘째 기저귀를 살피고 나도 쉬를 한 다음, 한가위 지난 며칠 뒤까지 밝고 맑은 달빛을 느끼고 나서, 조용히 다시 잠들 만하다. 그러나 셈틀을 켠다. 무언가 한 줄이라도 끄적이고 싶다. 아이들이 새근새근 잘 때가 아니면 글을 쓸 수 없다. 삼십 분쯤 지나는 동안, 머리가 도무지 맑아지지 않아 글쓰기를 못하겠다고 느낀다. 아무래도 잠을 자야겠다고, 오늘은 글을 못 써도 어쩔 수 없겠다고 여긴다. 이러다가 갑작스레 마음에 불이 켜지고, 이윽고 두 시간 즈음 더 불꽃을 지피면서 글을 쓴다. 더없이 엉터리이고 그지없이 바보스러운 글과 사진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진일기를 적바림하는 공책에 몇 줄 끄적인다. 참 그렇다. 참말 엉터리이구나 싶은 사진을 볼 때면, 나도 이런 엉터리이구나 싶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똑바로 살아가며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그러니까, 깊은 새벽녘, 더없이 엉터리인 글을 하나 읽고, 그지없이 바보스러운 사진 몇 장을 보면서, 내 마음속에서 무언가 타올랐다. 이 불길을 한동안 살리고 싶어 보리술 한 모금을 홀짝거린다. 누구는 담배 없이는 글을 못 쓴다 하는데, 나는 맨 마음으로 쓸 글은 다 쓰지만, 잠이 쏟아지는 힘겨운 새벽녘에는 보리술 한두 모금 홀짝이면서 몸에 불을 지핀다. 고마이 붙잡은 글발을 마무리지을 때까지 몸이 버티어 줍사 하고 비손을 드리듯, 사랑스레 나누고픈 글줄을 꽃피우기까지 마음이 따사롭게 이어가 줍사 하고 절을 하듯, 땅콩 몇 알과 보리술 한 모금. (4344.9.1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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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으로 편지를 쓰면


 손으로 편지를 쓰면 팔과 팔뚝이 저리다. 찌잉 하고 저릿저릿 울리면서 즐거이 너그러워지는 팔저림이다. 나는 손으로 글을 쓰든 처음부터 자판으로 글을 쓰든, 늘 텍스트파일로 글을 여민다. 누리집에 올려서 셈틀 화면으로 들여다본다 하더라도 이 글조각에 내 마음조각이 깃들리라 믿는다. (4344.9.1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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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과 글쓰기 2


 바람 소리에 모든 숲 소리가 잦아든다. 물결치듯 바람이 불고, 소나기 몰아치듯 바람이 분다. 이 바람은 태풍 끝자락이 일으키는 바람일까. 모기장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니 땀이 식는다. 등줄기가 시원하다. 새 보금자리 알아본다며 엿새 동안 시외버스와 자가용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맡겼더니 몸이 아주 무너져내렸다. 나는 시골집에서 받아들이는 이 바람이 좋다. 기름을 태워 돌리는 에어컨 바람이 아닌, 멧자락을 타고 부는 이 바람이 좋다. 비가 오더라도 바람을 안은 비가 좋고, 더위를 가시며 잎사귀 나부끼는 소리를 머금는 바람이 좋다. 바람은 눈에 안 보인다고 하지만, 눈으로 보지 않는 사람한테는 먼 옛날부터 살결로 느끼며 마음으로 마주하던 벗님이다. 온누리를 눈으로만 보거나 느낄 수 없다. 코로 맡으며 느낀다. 귀로 들으며 느낀다. 혀로 맛보며 느낀다. 살로 부비며 느낀다. 마음으로 헤아리며 느낀다. 바람은 잘 보인다. 바람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고 느낀다. 찬바람하고도 살고, 더운바람하고도 산다. 산들바람도 맞고, 회오리바람도 맞는다. (4344.8.7.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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