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3 - 한정식 사진집 한정식 사진집 3
한정식 지음 / 눈빛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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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59


《고요 3》

 한정식

 눈빛

 2015.11.2.



  나무껍질을 바라보면 온갖 모습이 떠오르는데 우리 마음에 흐르던 자국이곤 합니다. 나무빛은 나무마다 띠는 빛깔이면서 나무를 바라보는 우리 마음빛이기도 해요. 나무한테 다가가 손을 뻗으면, 줄기를 쓰다듬거나 잎을 쥐면, 꽃이나 열매를 살살 쓰다듬고 보면, 손끝을 거쳐 온몸으로 찌릿찌릿 뜨거운 기운이 퍼집니다. 이 기운이란 무엇일까 하고 헤아리면서 눈을 감아요. 얼마나 오랜 옛날부터 이 기운이 이 땅을 고루 덮었고, 우리는 이 기운을 먹으면서 목숨을 이었을까요. 《고요 3》은 “절에서 찾은 고요”를 사진으로 담았다고 해요. 한정식 님은 나이가 들수록 고요를 더 찾아나서곤 한다며, 절집에서, 절집으로 가는 길에서, 나무나 돌에서 고요한 이야기를 끌어내려 합니다. 복닥거리는 서울하고는 사뭇 다르다 싶은 고요라 할 수 있으나, 어느 모로 보면 서울이란 터는 외려 고요하고 맞물립니다. 시끌벅적한 길이라 나무수다를 못 듣습니다. 왁자지껄한 마을이라 바위수다를 못 들어요. 참고요가 억눌리다 보니, 자동차랑 기계가 쉴 적에 조용한 결을 못 견디는 도시 이웃이 많습니다. 어쩌면 고요는 절집 아닌 서울에서 찾을 노릇 아닐까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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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눈 - 한국의 맹금류와 매사냥
김연수 글.사진 / 수류산방.중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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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58


《바람의 눈, 한국의 맹금류와 매사냥》

 김연수

 수류산방

 2011.6.1.



  새를 사랑하는 우리 집 큰아이는 깃털을 모읍니다. 먼저 깃털을 알아보기도 하고, 제가 먼저 깃털을 알아보았어도 짐짓 모른 척하면서 큰아이가 스스로 알아보도록 하기도 합니다. 혼자 숲마실이나 자전거마실을 하다가 만난 깃털을 모아서 가져다주고, 시골에서 차에 치여 죽은 제비를 보면 주검을 풀밭으로 옮기면서 깃털을 몇 얻어 가져다주곤 했습니다. 이리하여 처음에는 삐뚤빼뚤이었으나 이제는 새 날갯짓을 꽤 잘 그릴 줄 알아요. 《바람의 눈, 한국의 맹금류와 매사냥》을 읽는데 반가우면서 살짝 숨막힙니다. 매나 매사냥을 사진으로 담은 손길이 퍽 적기는 했어도 없지는 않습니다. 여느 새나 매를 사진으로 찍는 이는 언제나 주머니를 털어 힘들면서도 기쁘게 새나 매하고 마주해요. 아무래도 새 사진책은 드문데, 새 사진책을 여민 김연수 님이 아쉬운 마음은 좀 털고서 글에서나 사진에서나 어깨힘을 뺐더라면, 차분히 새를 마주하는 얘기를 적고 사진을 엮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하늘을 가르는 노래를, 나뭇가지에 앉고 나무에 둥지를 트는 싱그러운 노래를, 이 별에서 사람한테 홀가분한 몸짓이며 눈썰미를 알려주는 노래를 더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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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 Vessels For The Heart (백자) - 구본창 작품집 1
구본창 지음 / 한길아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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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57


《具本昌》

 구본창

 The Kahitsukan

 2006.6.1.



  꽃을 아름답게 찍은 사진이 있다면, 사진이 아름다워서도 아름다워 보일 테지만, 꽃이 워낙 아름다우니 ‘아름다운 사진’을 얻거나 누립니다. 아이를 사랑스레 찍은 사진이 있다면, 사진이 사랑스러워서도 사랑스레 보일 테지만, 아이가 참으로 사랑스러우니 ‘사랑스러운 사진’을 얻거나 누려요. 사진에 앞서 삶이 있습니다. 사진으로 찍지 않아도 사랑이 흐릅니다. 이는 글이나 그림이나 영화나 만화에서도 매한가지입니다. 언제나 이 삶, 이 터, 이 마음, 이 꿈, 이 꽃, 이 사람이 아름답거나 사랑스럽습니다. 《具本昌》은 구본창이란 분이 우리 살림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사진으로 잘 담아서 널리 알렸다는 뜻에서 일본에서 빚은 사진책입니다. 군더더기를 덜어낸 사진이라 할 수 있고, 보일 모습만 돋보이도록 한 사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사진은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예전부터 으레 찍었습니다. 사진을 사랑하는 이라면 사진에 앞서 삶·사람·숲을 사랑하기에, 이만 한 사진은 누구나 찍어요. 구본창이란 이름이 사랑받는다면 ‘사진가’란 이름을 쓰고서 스스로 투박하거나 수수해지려는 이가 드문 탓이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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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 20년
김녕만 / 사진예술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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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56


《격동 20년, 김녕만의 신문사진》

 김녕만

 사진예술사

 1991.11.15.



  사진을 보면, 사진을 찍은 이가 어느 자리에 섰는가를 또렷하게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은 자리는 숨길 수도 감출 수도 없앨 수도 지울 수도 없습니다. 똑같은 날, 똑같은 물결에 있었다 하더라도, 어느 자리에 서서 어느 곳을 보느냐에 따라 사진은 확 달라집니다. 고작 몇 센미티터라 하더라도 눈길이 갈립니다. 한 발짝 떨어진 곳이어도 눈빛이 다르지요. 《격동 20년》은 신문기자, 이 가운데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거센 물결을 지켜보았다고 하는 김녕만 님이 기자란 발걸음을 갈무리합니다. 나중에 사진예술사 대표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다고 하는데, 이 사진책을 보면, 길거리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모습을 많이 담았는데, 사진을 찍은 자리가 엇비슷합니다. 으레 ‘전투경찰이 선 자리’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전투경찰하고 비슷한 눈길로 바라보고, 전투경찰하고 비슷한 걸음으로 움직입니다. 어쩌면 전투경찰 감식반이 찍은 사진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격동’이란 무엇일까요? 잔잔하기를 바란 쪽에서 보자면 ‘격동’이겠지요. 군사독재를 몰아내어 참된 나라를 바란 쪽에서 보자면 ‘피눈물 나는 어깨동무’였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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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게 아름다운 거야 - 세상이 말하는 대로 살지 않겠어!
케이트 T. 파커 지음, 신현림 옮김 / 시공아트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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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55


《나다운 게 아름다운 거야》

 케이트 T.파커

 신현림 옮김

 시공사

 2017.10.24.



  너도 나도 스스로 우뚝 설 적에 아름답습니다. 제 모습을 잃거나 잊는다면 하나도 안 아름답습니다. 겉보기로 그럴듯하게 꾸민대서 아름답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은 겉모습이 아니라 속마음이거든요. 마음을 돌볼 줄 알고, 생각을 가꿀 줄 알며, 꿈을 키울 줄 알아, 사랑을 펼 줄 알 적에 비로소 아름답습니다. 《나다운 게 아름다운 거야》는 미국에서 뭇가시내를 사진으로 담는 분이 ‘가시내라서 안 돼’나 ‘가시내는 이래야 해’ 같은 틀을 깨고 싶은 뜻으로 찍은 어린이·푸름이 모습을 그러모읍니다. 다부지거나 당찬 눈빛인 아이들이 잔뜩 흘러요. 2020년이 가까운 요즈막에도 미국조차 ‘가시내다움’이란 틀이 꽤 단단하네 싶어 살짝 놀라다가도, ‘번뜩이는 눈빛’이어야만 다부지거나 당차다는 듯 보여주는 모습은 아무래도 아쉽습니다. 드세거나 억세거나 거세어 보여야 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사내들이 많이 하는 놀이나 일’을 가시내도 해내야 당차거나 다부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물어봐야 해요. ‘사내다운 사내’를 사진으로는 어떻게 담아야 아름다울까요? 이제는 ‘사내다움·가시내다움’ 아닌 ‘사람다움·사랑다움’을 바라봐야지 싶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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