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사진책

사진책시렁 74


《내가 사랑한 사진책》

 최종규

 눈빛

 2018.7.9.



  1990년대 끝자락 어느 날 헌책집에서 만난 책벗 한 분이 “최종규 씨는 사전을 쓴다면서? 사전을 쓰는 사람이라면 ‘아미쉬’를 어떻게 풀이할 생각이야? 때로는 백 마디 말이 아니라 사진 하나로 풀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아미쉬마을 사진책을 넌지시 건넵니다. 헌책집 한켠에 있던 아미쉬마을 사진책을 가만히 넘기며 생각했습니다. 옳은 말입니다. 사전에는 사진뿐 아니라 그림을 마음껏 써요. 사진이나 그림이 어울릴 뜻풀이가 있으니까요. 꽃송이나 딱정벌레나 아미쉬마을을 사진하고 그림으로 새롭게 보여주면 한결 재미있습니다. 사전을 쓰며 사진책을 꽤 건사했고, 사전을 쓰는 밑책도 잔뜩 있는 터라, 이 모두를 여미어 2007년부터 책숲을 열었고, 이 책숲은 사진책도서관 구실도 합니다. 비평이 아닌 ‘삶을 사랑하는 눈길로 한 칸씩 담아 차곡차곡 모으니 어느덧 이야기꾸러미가 된 사진책’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진글을 썼고, 이 글은 《내가 사랑한 사진책》이 되었습니다. 모름지기 어린이·푸름이하고 함께 읽을 만하도록 써야 글이라고 여깁니다. 서양 이론·일본 한자말 아닌 삶말·살림말로 사진을 사랑하면 이야기가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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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대한 기술 - 윤승준 사진집
윤승준 지음 / 포토닷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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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사진책

사진책시렁 73


《자동차에 대한 記述》

 윤승준

 포토닷

 2014.7.1.



  손전화를 안 쓰는 사람이 드문드문 있습니다. 손전화가 굳이 없어도 될 만하니 안 쓸 텐데, 손전화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는 때가 곧잘 있습니다. 텔레비전을 안 들이고 안 보는 사람이 제법 있습니다. 안 볼 만하니 안 볼 텐데, 방송을 안 보면 사회하고 등지려 하느냐고 핀잔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자동차가 없을 뿐 아니라 운전면허조차 안 따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 다리하고 자전거로 넉넉하다고 여길 텐데, 자동차 없이 어떻게 다니느냐고 놀라는 눈빛이 있습니다. 《자동차에 대한 記述》은 “자동차를 말하는” 또는 “자동차를 남기는” 이야기를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길을 달리지 않는 자동차가 되면 어떤 모습인지, 길을 떠난 자동차는 어떤 빛깔인지, 길을 벗어난 자동차는 우리 곁에 어떻게 있는가를 보여준달까요. 첫느낌으로는 새삼스럽구나 싶으나, 낡거나 버려진 자동차를 사람살이에 빗대어 하나하나 찍은 모습을 보면서 ‘버려진 손전화’도 ‘낡은 텔레비전’도 다 고만고만하겠네 싶어요. 돈으로 쉽게 갈아치우는 세간이라면 다 이런 얼거리일 테지요. 저는 빨래틀을 옆에 놓고 손빨래를 합니다. 두 다리로 걸으며 새노래를 듣고 하늘을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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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 카메라로 바라본 세상
에드워드 김 지음 / 한길아트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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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사진책

사진책시렁 40


《THE KOREAN SMILE》

 H.EDWARD KIM

 SAMHYONG MUNHWA PUB

 1987



  김희중이 아닌 ‘에드워드 김’으로 사진길을 걸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이는 《National Geographic》 편집장을 맡은 적도 있는데, ‘새마을운동 홍보 사진’이며 ‘전두환 정권 홍보 사진’도 숱하게 찍었습니다. 《THE KOREAN SMILE》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여러 나라에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찍어서 엮은 사진책입니다. 어쩌면 더없이 마땅할 텐데, 1987년에 찍어서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이웃나라에 퍼뜨리려 한 이 사진책에는 ‘민주·평화·평등’을 바라는 목소리는 귀퉁이로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박정희·전두환을 잇는 ‘경제성장’과 ‘한강 기적’이라는 모습을 돋보이게 하려는 사진으로 가득 채웁니다. 사진기는 무엇을 담을까요? 스스로 바라보는 곳을 담습니다. 사진님은 무엇을 찍을까요? 스스로 지켜보는 데를 찍습니다. 정치권력 꼭두자리에서 사진기로 힘을 뽐낸 에드워드 김이란 사람은 국민훈장도 받고 ‘1회 이명동 사진상’을 받으며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을 맡는데다가 대학교수로 사진을 가르쳤다지요. 사진은 어느 자리에서 찍을 적에 빛날까요? 사진을 찍어서 무엇을 할 만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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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건축 5 - 너와집
강운구 사진 / 광장 / 197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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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사진책

사진책시렁 70


《韓國의 古建築 5 內雪岳 너와집》

 강운구

 광장

 1978.11.1.



  ‘한국의 고건축’ 꾸러미는 ‘너와집’ 같은 살림집을 처음부터 제대로 못 보았습니다. ‘전통문화 건축물 가운데 한 자리쯤 낄 만하다’고만 여겼습니다. 그러나 《韓國의 古建築 5 內雪岳 너와집》을 ‘첫 자락’으로 삼을 수 있었다면 깊이랑 너비가 달라졌겠지요. ‘역사가 얼마 안 된 너와집’이 아닌, 아득히 멀디먼 옛날부터 흙사람이 손수 지은 살림집 발자취를 제대로 읽었다면, 임금·벼슬아치·나리·먹물이 아랫사람을 시켜 떵떵거리게 지은 그런 집은 ‘전통문화’ 아닌 ‘권력질서’인 줄 처음부터 알았겠지요. 흙사람은 숲사람입니다. 숲사람은 여느 사람이며, 마을사람입니다. 숲 한켠에 보금자리를 틀고서, 언제나 숲을 마시며 푸른 들녘처럼 파란 하늘빛처럼 살림을 지어요. 이 숨결을 강운구 님이 속속들이 읽거나 넉넉하게 바라보았다면 ‘내설악 너와집’은 사뭇 다른 빛으로 엮었으리라 봅니다. 안승일 님이 1997년에 빚은 《굴피집》이란 사진책이 있어요. 1978년 무렵까지만 해도 낮보며 후줄근하게 담은 ‘한국의 고건축’을 1997년에 비로소 사랑으로 마주하면서 살뜰히 엮어낸 분이 나왔는데요, 그래도 1978년에 너와집을 찍기는 찍었으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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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건축 4 - 칠궁
임응식 지음 / 광장 / 197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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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사진책

사진책시렁 69


《韓國의 古建築 4 七宮》

 임응식

 광장

 1977.9.20.



  ‘한결 잘 찍을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면, 누구나 한결 잘 찍는 사진길을 갑니다. ‘멋있잖아’라든지 ‘훌륭하네’ 하고 생각한다면, 누구나 그 자리에 머무는 사진이 됩니다. 한결 잘 찍도록 거듭나기에 낫지 않아요. 그렇게 나아가는 길이 하나요, 그 자리에 오래오래 머물면서 곰삭이는 길이 둘입니다. 한국사진은 이 두 갈래 가운데 어느 쪽으로도 못 갔다고 느낍니다. 눈부시게 거듭나는 길도, 두고두고 삭여서 새로운 빛을 슬기로이 길어올리는 길도 아니었지 싶어요. 사진이란, 한국에서 비롯한 살림빛이 아닌 서양에서 태어났고, 일본을 거쳐 들어왔으니, 이런 얼개로만 보면 ‘워낙 우리 살림빛이 아니니, 우리 나름대로 우리다운 사진빛을 짓지 못할 만하다’고 핑계를 댈 수 있어요. 전통문화란 무엇일까요? 《韓國의 古建築 4 七宮》은 오랜 살림빛을 드러내는 자취 가운데 하나일까요? ‘임금·벼슬아치·먹물’은 이 나라에서 몇 줌쯤 되는 자리였을까요? 고샅을, 우물을, 빨래터를, 아기를 낳아 세이레 동안 돌보는 외딴곳을, 멍석을, 바심질을, 논둑을, 물꼬를, 시냇가를, 이 갖가지 무지갯빛을 바라볼 줄 안다면 사진도 확 달라집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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